<기획연재> 스러진 달 (12)역공

한국 정부에 책임 추궁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함께 귀국에서 책임있는 분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여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해주었으면 하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면 진사 사절을 지칭합니까?”

“그렇습니다.”

고이즈미가 짤막하게 말을 받자 김 대사가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누구를 지칭하는 겁니까?”

조 참사관의 질문에 고이즈미가 답하지 않고 다시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면‥‥‥.”

“김운정 국무총리를 진사 사절로 보내주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김운정 총리를 지목하자 방안은 일순간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해 주셔야만 그나마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를 찾아갈 수 있다 봅니다. 아울러.”

모두의 시선이 고이즈미의 입으로 향했다.

“요구사항은 아니지만 폐쇄시킨 요미우리 서울 지국에 대해서도 아량을 베풀어 주시기 바라는 바입니다.”

“김운정 총리의 사과 건은 별개로 하더라도 그는 현재로서는 불가합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한번 역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조 참사관의 말에 고이즈미가 기어코 찻잔을 입으로 기울였다.

“요미우리는 그야말로 근거도 없이 아니 일부러 없는 사실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악의적으로 보도하였는데 그를 인정하면 우리 입장은 어찌되겠습니까. 아울러 지금도 간혹 요미우리의 헬기가 대사관 상공을 배회하며 감시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그를 문제 삼지 않는 사유는 작금에 사건을 악화시키지 않으려 부드럽게 끌고 가고자함임을 밝힙니다.”

조 참사관에 이어 김효 대사가 거들고 나서자 찻잔을 내려놓은 고이즈미가 가볍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조처 취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가만히 정황을 살피던 유 영사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영사께서도 하실 말씀이 있는 모양입니다.”

“대사관도 물론 그렇겠지만 오사카 영사관은 그야말로 매일매일 위협과 공포 속에서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잠시 운을 뗀 유 영사가 작금에 발생하고 있는 협박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였다.

“난조 샤쿠겐이라 하였습니까?”

“분명히 언급하더이다. 한청 소속이라고.”

“한청이라면 재일 한국인일 터인데‥‥‥.”

고이즈미가 말하다 말고 양해를 구하고는 책상으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신원이 확인되었습니까?”

“오사카 경찰과 통화했는데 윤대중 씨가 일본에 체류할 때 열렬하게 따라다녔던 한청 이코노구 부지부장인 재일 한국인 문석원이라 합니다.”

“이코노구 부지부장, 문석원!”


박정희를 타깃으로

세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여러분, 모두 주목해주세요!”

낮고도 엄숙한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한청 주최 캠핑에 참여하여 풀밭에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 연단 위에 한청 오사카 위원장인 김성남이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중앙위원장 고영진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 둘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단 앞으로 몰려들었다. 문석원 역시 형인 문동원 그리고 한청 이코노구 지부 사무국장인 박상철과 다소 먼 지점에서 담소를 나누다 자리를 이동했다.

“우리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고영진 중앙위원장께서 어렵게 이 자리에 참석해주었습니다. 하여 위원장님의 격려의 말씀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려 합니다. 그러니 모두 박수로 위원장님을 환영해주기 바랍니다.”

김성남의 소개 인사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일어났다. 그와는 달리 문석원은 박수 치기는커녕 고영진을 노려보았다. 물론 어두움에 덮여 석원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으나 박수를 치지 않자 바로 곁에 있던 문동원이 석원의 옆구리를 슬그머니 찔렀다.

“박수 안치고 뭐하냐?”

박정희 유감표명 할까?
정치적 책임론 대두

문석원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단상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석원아, 왜 그래!”

“아니 형, 저것도 위원장이라고 박수까지 쳐 주어야 해!”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올라가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석원에게 향했다. 동원이 느낌이 이상했는지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살피다 급하게 석원의 손을 잡아끌어 저만치 어둠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행이 단상에서는 둘의 움직임 그리고 내막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갑자기 왜 그러냐!”

동원이 씩씩거리는 석원의 어깨를 잡고 풀밭에 앉혔다.

“저 새끼 생각만 하면 그냥 화가 솟구치는데 무슨 박수를 쳐!”

석원이 금방이라도 일어나 단상으로 뛰어나갈 기세를 보이자 동원이 급하게 팔을 잡았다.

“무슨 일인지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순간 슬그머니 다가온 박상철이 석원 옆에 자리 잡았다.

“석원아, 갑자기 왜 그래?”

“지금 우리가 생고생하는 게 바로 저 인간 때문인데. 저 인간 때문에 윤대중 선생께서 납치당하여 남조선으로 끌려간 거 아니냐!”

고영진이 윤대중이 일본에 체류할 당시 경호 책임을 맡았었던 일을 의미했다. 그제야 석원의 행동이 이해된다는 듯 동원과 상철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그것 때문이냐?”

“단지라니, 형. 그게 작은 일이야. 그리고 지금 정부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대중 선생께서 일본에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던데.”

“물론 희박하지. 그런데 그걸 전적으로 고 위원장의 책임만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장소도 그렇고 상대도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목숨이라도 내놓고 막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지. 그저 생색만 내려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아냐!”

“석원이 말도 일리 있는 거 아닌가요?”

잠자코 있던 박상철이 은근히 석원을 거들고 나섰다.

“박 국장은 또 무슨 소리냐?” 

“그렇게 큰일을 실기했으면 자숙하고 있어야지. 무슨 낯으로 이곳에 와서 또 대우 받으려 한다는 말입니까?”

“여하튼 지금은 너희들 감정을 그대로 노출시킬 자리가 아니야. 그리고 어차피 끝난 일인데 그를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어.”

“석원이 생각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다만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지요.”

그 말에 동원이 차마 답하기 힘들었는지 그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 걱정하지 마. 더 이상 사건 확대시키지 않을 테니.”

석원이 말을 내뱉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빛이‥‥‥.”

동원이 고개 돌려 저만치 떨어진 단상을 바라보았다.

“왜, 담뱃불을 보고 저쪽에서 우리 존재를 알아챌까 걱정돼서 그래.”

“다들 모여 있는데 우리만 떨어져 있으니 그게 조금 미안하다 그 말이지.”

석원이 담배를 만지작거리다가는 이내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이따가 피지 뭐. 어차피 조금 있으면 캠프파이어 겸 술 한잔 할 거 아니야.”

석원이 차분한 소리로 말을 이어가자 동원이 박 국장의 얼굴을 주시하다 다시 석원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 그런 거 아니냐?”

석원이 답하지 않고 역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석원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동자가 커져갔다.

“별 일은 아니고 이따가 단합시간에 위원장과 이야기 좀 해야겠다 생각 들어서.”

“무슨 이야기를!”

“빤한 거 아니야. 윤대중 선생에 관한 이야기지.”

“위원장에게 책임 추궁하겠다는 이야기냐?”

“아니.”

“그러면?”

석원이 심드렁하니 대답하자 동원의 목소리가 절로 올라갔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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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