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2)역공

한국 정부에 책임 추궁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함께 귀국에서 책임있는 분이 직접 일본을 방문하여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해주었으면 하고 요구하였습니다.”

“그러면 진사 사절을 지칭합니까?”

“그렇습니다.”

고이즈미가 짤막하게 말을 받자 김 대사가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누구를 지칭하는 겁니까?”

조 참사관의 질문에 고이즈미가 답하지 않고 다시 찻잔을 만지작거렸다.

“그러면‥‥‥.”

“김운정 국무총리를 진사 사절로 보내주기를 요청하였습니다.”

김운정 총리를 지목하자 방안은 일순간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그렇게 해 주셔야만 그나마 양국 관계가 정상 궤도를 찾아갈 수 있다 봅니다. 아울러.”

모두의 시선이 고이즈미의 입으로 향했다.

“요구사항은 아니지만 폐쇄시킨 요미우리 서울 지국에 대해서도 아량을 베풀어 주시기 바라는 바입니다.”

“김운정 총리의 사과 건은 별개로 하더라도 그는 현재로서는 불가합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한번 역으로 생각해 보십시오?”

조 참사관의 말에 고이즈미가 기어코 찻잔을 입으로 기울였다.

“요미우리는 그야말로 근거도 없이 아니 일부러 없는 사실을 만들어 대한민국을 악의적으로 보도하였는데 그를 인정하면 우리 입장은 어찌되겠습니까. 아울러 지금도 간혹 요미우리의 헬기가 대사관 상공을 배회하며 감시하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그를 문제 삼지 않는 사유는 작금에 사건을 악화시키지 않으려 부드럽게 끌고 가고자함임을 밝힙니다.”

조 참사관에 이어 김효 대사가 거들고 나서자 찻잔을 내려놓은 고이즈미가 가볍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조처 취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까지 가만히 정황을 살피던 유 영사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영사께서도 하실 말씀이 있는 모양입니다.”

“대사관도 물론 그렇겠지만 오사카 영사관은 그야말로 매일매일 위협과 공포 속에서 업무를 보지 못할 정도입니다.”

잠시 운을 뗀 유 영사가 작금에 발생하고 있는 협박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였다.

“난조 샤쿠겐이라 하였습니까?”

“분명히 언급하더이다. 한청 소속이라고.”

“한청이라면 재일 한국인일 터인데‥‥‥.”

고이즈미가 말하다 말고 양해를 구하고는 책상으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자리로 돌아왔다.

“신원이 확인되었습니까?”

“오사카 경찰과 통화했는데 윤대중 씨가 일본에 체류할 때 열렬하게 따라다녔던 한청 이코노구 부지부장인 재일 한국인 문석원이라 합니다.”

“이코노구 부지부장, 문석원!”


박정희를 타깃으로

세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여러분, 모두 주목해주세요!”

낮고도 엄숙한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한청 주최 캠핑에 참여하여 풀밭에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 연단 위에 한청 오사카 위원장인 김성남이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참석한 중앙위원장 고영진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그 둘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단 앞으로 몰려들었다. 문석원 역시 형인 문동원 그리고 한청 이코노구 지부 사무국장인 박상철과 다소 먼 지점에서 담소를 나누다 자리를 이동했다.

“우리 행사를 축하해주기 위해 고영진 중앙위원장께서 어렵게 이 자리에 참석해주었습니다. 하여 위원장님의 격려의 말씀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려 합니다. 그러니 모두 박수로 위원장님을 환영해주기 바랍니다.”

김성남의 소개 인사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일어났다. 그와는 달리 문석원은 박수 치기는커녕 고영진을 노려보았다. 물론 어두움에 덮여 석원의 눈빛은 보이지 않았으나 박수를 치지 않자 바로 곁에 있던 문동원이 석원의 옆구리를 슬그머니 찔렀다.

“박수 안치고 뭐하냐?”

박정희 유감표명 할까?
정치적 책임론 대두

문석원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단상을 뚫어져라 주시했다.

“석원아, 왜 그래!”

“아니 형, 저것도 위원장이라고 박수까지 쳐 주어야 해!”

순간적으로 목소리가 올라가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석원에게 향했다. 동원이 느낌이 이상했는지 자신들을 바라보는 시선을 살피다 급하게 석원의 손을 잡아끌어 저만치 어둠 속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다행이 단상에서는 둘의 움직임 그리고 내막을 전혀 모르는 듯했다.

“갑자기 왜 그러냐!”

동원이 씩씩거리는 석원의 어깨를 잡고 풀밭에 앉혔다.

“저 새끼 생각만 하면 그냥 화가 솟구치는데 무슨 박수를 쳐!”

석원이 금방이라도 일어나 단상으로 뛰어나갈 기세를 보이자 동원이 급하게 팔을 잡았다.

“무슨 일인지 내게 이야기해주지 않을래.”

순간 슬그머니 다가온 박상철이 석원 옆에 자리 잡았다.

“석원아, 갑자기 왜 그래?”

“지금 우리가 생고생하는 게 바로 저 인간 때문인데. 저 인간 때문에 윤대중 선생께서 납치당하여 남조선으로 끌려간 거 아니냐!”

고영진이 윤대중이 일본에 체류할 당시 경호 책임을 맡았었던 일을 의미했다. 그제야 석원의 행동이 이해된다는 듯 동원과 상철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단지 그것 때문이냐?”

“단지라니, 형. 그게 작은 일이야. 그리고 지금 정부 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윤대중 선생께서 일본에 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던데.”

“물론 희박하지. 그런데 그걸 전적으로 고 위원장의 책임만으로 몰아세울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 장소도 그렇고 상대도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야. 목숨이라도 내놓고 막을 각오를 하고 있어야지. 그저 생색만 내려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 아냐!”

“석원이 말도 일리 있는 거 아닌가요?”

잠자코 있던 박상철이 은근히 석원을 거들고 나섰다.

“박 국장은 또 무슨 소리냐?” 

“그렇게 큰일을 실기했으면 자숙하고 있어야지. 무슨 낯으로 이곳에 와서 또 대우 받으려 한다는 말입니까?”

“여하튼 지금은 너희들 감정을 그대로 노출시킬 자리가 아니야. 그리고 어차피 끝난 일인데 그를 두고 왈가왈부할 수는 없어.”

“석원이 생각 역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다만 인정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지요.”

그 말에 동원이 차마 답하기 힘들었는지 그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형, 걱정하지 마. 더 이상 사건 확대시키지 않을 테니.”

석원이 말을 내뱉고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불빛이‥‥‥.”

동원이 고개 돌려 저만치 떨어진 단상을 바라보았다.

“왜, 담뱃불을 보고 저쪽에서 우리 존재를 알아챌까 걱정돼서 그래.”

“다들 모여 있는데 우리만 떨어져 있으니 그게 조금 미안하다 그 말이지.”

석원이 담배를 만지작거리다가는 이내 케이스에 집어넣었다.

“이따가 피지 뭐. 어차피 조금 있으면 캠프파이어 겸 술 한잔 할 거 아니야.”

석원이 차분한 소리로 말을 이어가자 동원이 박 국장의 얼굴을 주시하다 다시 석원을 바라보았다.

“너 혹시 무슨 꿍꿍이속이 있어 그런 거 아니냐?”

석원이 답하지 않고 역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석원을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동자가 커져갔다.

“별 일은 아니고 이따가 단합시간에 위원장과 이야기 좀 해야겠다 생각 들어서.”

“무슨 이야기를!”

“빤한 거 아니야. 윤대중 선생에 관한 이야기지.”

“위원장에게 책임 추궁하겠다는 이야기냐?”

“아니.”

“그러면?”

석원이 심드렁하니 대답하자 동원의 목소리가 절로 올라갔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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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