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0)한국대사관 협박

"선생님 막으면 영사관 폭파"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다른 사람들 보면 어쩌려고.”

“우리 사이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거 아닌가.”

“정작 고타로만 빼고 말이지.”

문석원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슬그머니 기미코의 머리카락에 코를 댔다가는 떼었다.

“난조 상, 우리 옛날 생각하며 바닷가로 가는 게 어때?”


문석원이 대답 대신 코를 벌름거리며 방향을 잡아갔다.

“고타로와는 아직도 잘 맞지 않나?”

“맞고 안 맞고를 떠나서 내게는 오로지 당신뿐이야. 그런데 당신은 어때?”

“그거야 이를 말인가. 나 역시 오로지 당신뿐이지.”

“그런데 아직도 후회되지 않아?”

“뭐가?”

“나의 구애를 그리도 완강하게 거절한 일 말이야.”


문석원이 대답 대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시절 조선인이라는 사유로 주위에서 받은 냉대로 인해 일본인들에 대한 혐오감이 싹텄고 그로 인해 일본인인 고바야시 기미코의 집요한 청혼을 완강하게 거절했던 터였다.

“가끔 후회되기는 하지. 그런데 기미코.”

“말해.”

기미코가 팔에 힘을 주며 바짝 밀착했다.

“우리가 결혼해서 함께 살았어도 지금처럼 사랑이 식지 않고 이어지고 있을까?”

“무슨 의미야?”

“결혼은 사랑도 중요하겠지만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지금 나와 내 아내의 관계를 살펴봐. 부부 사이에 오로지 돈밖에 없는 거 아닌가 할 정도야. 그래서 돈도 제대로 벌지 못한다고 냉대 받고 말이지.”

“그런데 우리는?”

“우리는 현실과 동떨어진 사랑만 갈구하고 있잖아. 그러니 오랜 시간이 흘러도 항상 당신이 새롭고 아니 사랑이 더욱 깊어지고.”

문석원이 그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팔짱낀 팔을 슬그머니 뒤로 밀었다. 마치 그에 대한 반항인 듯 기미코가 더욱 밀착했다. 팔로 뭉클한 기운이 전해졌다.

“이 느낌, 어떤지 알아?”         

“어떤 느낌?”


“내 몸이 당신 몸을 느낄 때 일어나는 느낌 말이야.” 

“글쎄,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신과 함께하면 포만감이 가득해. 당신은?”

“당신으로 인해 나를 느낀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너무 좋아.”

마치 그 말의 의미를 진정으로 느끼려는 듯 잠시 침묵을 지키며 걸었다. 저만치 앞에 있는 바다에서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문석원이 코를 연신 벌름거렸다.

“무슨 냄새 나?”

“기미코 냄새.”


“내 냄새라니?”

“비릿비릿하면서도 고향의 품 같은 냄새 있잖아.”

기미코가 슬그머니 석원의 팔을 꼬집었다.

“짓궂기는.”

“뭐가.”

“당신 그거 이야기하는 거잖아.”

“그게 뭔데?”

기미코-문석원 은밀한 관계
과격 대응으로 치닫는 사건

문석원이 슬그머니 시침을 떼며 기미코의 배꼽 아래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따라갔던 기미코가 다시 석원의 팔을 살짝 꼬집었다.

“그렇게 살짝살짝 꼬집어 주는‥‥‥.”

석원이 미소 지으며 고개를 돌려 기미코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에도 가느다란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모처럼 바닷가 나왔는데‥‥‥ 뭐 먹을까?”

“나는 그저 당신만 곁에 있으면 좋아.”

“정말?”

“그렇다니까.”

석원이 잠시 기미코를 주시하다 이내 근처에 있는 상점으로 다가갔다. 그곳에서 술과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서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침묵을 지키며 걸어가기를 잠시 후 바닷가 한적한 장소에 도착했다.  

“그러면 우리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볼까.”

석원이 자리 잡기 무섭게 뒤에서 기미코를 껴안았다. 기미코가 잠시 자세를 바로 잡더니 이내 바다 저 멀리에 시선을 주었다.

“기미코, 정말 사랑해. 그러나.”

“그러나 뭐야.”

“당신과 나는 건너지 못하는 선이 그어져 있어.”

“그게 국적 때문이라고!”

문석원이 답하지 않고 소주를 병째 들이키고는 길게 여운을 남기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어둠 속에서 파도가 잔잔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게 문제라면 내가 국적을 바꾸면 되잖아.”

“그런다고 그게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어.”

문석원의 단호한 답에 기미코가 석원의 손에 들려있는 소주를 빼앗다시피 잡아채고는 역시 병째 들이켰다.

“나 좀 안아줘.”

병을 옆으로 내려놓은 기미코가 바위를 등 뒤에 한 석원의 앞에 자리 잡았다. 흡사 한 마리 새가 둥지를 틀 듯 석원의 품에 안겼다.

“난조, 지난 시절 그렇게 잊기 힘들어?”

“기미코는 몰라. 단지 조센징이라는 사실 때문에 어린 시절 당한 거 생각하면 지금도 자다가도 벌떡 벌떡 깨거든.”

“그래서 절대로 나와는 결혼할 수 없다는 이야기야?”

문석원이 대답 대신 기미코를 돌려 자신을 바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난조. 그러면 나 놔줄 수 있어? 나 훨훨 날아가게 놔줄 수 있느냐고!”

서서히 기미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건 자신 없어. 그리고 안 돼.”

“그러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기미코가 절규하듯 포효했다.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된 듯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덮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이 은근히 살피고 있었고 둘의 몸은 파도가 밀려오고 또 밀려나가듯 요동쳤다.

“그런데 조금 그러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서 석원이 기미코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뭐가?”

“우리가 처음 사랑을 나누었을 때는 초여름이었잖아.”

“그런데?”

“지금은 초가을이라 그런지 조금 서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추웠어?”

“조금.”

순간 기미코가 석원의 손을 뿌리쳤다.

“왜 그래?”

“그만큼 사랑이 식었다는 이야기잖아. 어떻게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 춥다는 생각이 들 수 있어.”

“그건 말도 안 돼. 당신이 잘 알잖아. 당신 없으면 살지 못한다는 거.”

석원이 목소리를 높이자 기미코가 진위를 파악하겠다는 듯 가만히 주시했다. 그 상태에서 잠시 눈을 깜박이더니 이내 부드럽게 석원의 팔을 잡았다.

“하나 물어볼 게 있어.”

“말해봐.”

석원이 걸음을 놓아가자 기미코가 은근한 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까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이야기인데.”

“뭔데.”

“당신이 오사카 소재 한국 영사관에 전화 걸어 온갖 협박을 했다고 하데.”

“그게 왜 협박인가. 윤대중 선생 일본에 올 수 있게 하지 않으면 영사관을 폭파해버리겠다고 한 건데.”

“그 사람들에게는 협박으로 들릴 수 있지. 그런데 정말 그런 거야?”

“그랬지. 그런데 그게 뭐 잘못 되었나?”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