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1순위' 대성그룹 좀비기업 백태

‘간당간당’ 숨만 붙어있는 기생회사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회사구실을 못하는 좀비기업이 재계의 화두다. 지난달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좀비기업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도 조만간 좀비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집단 가운데 좀비기업이 많은 그룹은 벌벌 떨고 있다. 대성그룹도 그 중 하나로 보인다. 어쩌면 가장 떨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달 국회 대정문질문에서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상대로 좀비기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지적했다. 이 같은 목소리가 점점 확대되면서 좀비기업 청산에 방점이 찍히는 양상이다.
 
30대그룹 22%
대성그룹 36%
 
실질적인 좀비기업에 대한 감독 당국의 움직임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3일 범정부 구조조정협의체를 가동해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같은달 22일에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7일에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차례로 은행장 회의를 소집해 강도 높은 좀비기업 퇴출 가이드라인을 채권단에게 주문했다.
 
유암코(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는 11월부터 채권은행으로부터 부실기업의 채권과 주식을 매입해 살릴 기업은 살리되, 좀비기업은 과감하게 정리할 계획이다.
 

여론이 좀비기업을 퇴출하자는 쪽으로 기운 가운데 30대 그룹의 좀비기업 명단이 나오면서 살생부에 오른 기업들은 전전긍긍이다.
 
명단 확인 결과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20% 이상은 수입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좀비기업이었다.  26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회계연도 기준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30대그룹의 1050개 계열사(금융회사 제외) 가운데 좀비기업은 모두 236개사로 전체의 22.5%를 차지했다.
 
<재벌닷컴>은 좀비기업을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으로 봤다. 영업이익을 금융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보다 적음을 의미한다. 이는 곧 영업 활동을 통해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못 갚는다는 것. 작년 기준으로 30대그룹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기업 비율이 20%를 넘는 곳은 모두 14개 그룹이었다.
 
동부그룹의 좀비기업 비율은 51.2%로 가장 높았다. 동부그룹의 비금융 계열사 41개사 중에서 21개사가 이자보상배율 1 미만으로 현재 대다수가 계열분리 후 기업 인수합병(M&A)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미래에셋그룹도 이자보상배율 1 미만인 계열사의 비중이 50%에 달했고, 부영그룹도 계열사 14곳 중 6곳(42.9%)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다.
 
매출·수익 제로
자생력도 제로
 

30대 그룹밖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그룹은 어딜까. 30대 그룹 밖에 있는 대기업 가운데 좀비기업 비율이 높은 기업을 꼽으라면 대성기업이 유력 후보다. 대성그룹의 자산은 5조9180억원으로 재계 46위(공기업 제외)다.
 
대성그룹의 모든 계열사 사업보고서가 공시돼 있지 않아 정확한 이자보상배율을 확인할 수 없지만 전체의 40% 가까운 계열사가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대성그룹은 <일요시사>의 조사결과 2015년 4월 기준 73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보다 3개 줄어든 수준으로 에스케이(82개), 롯데(80개), 지에스(79개)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규모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성적은 초라하다.
  
우선 지난해 매출이 0으로 사실상의 기업 구실은 못하는 기업은 영컨설팅, 남곡이지구, 대성지주, 파주영농, 노을그린에너지, 대성홀딩스, 에쓰씨지랩 등 7곳이다. 이들 기업들은 회사 운영비가 들어감에 따라 지난해 모두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출판업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영컨설팅은 1994년 설립돼 2008년 대성그룹에 편입됐다. 종업원수는 2명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지분은 김영대 회장(75%)과 그의 친익척(25%)이 100% 소유한 회사다. 2010년 대성그룹에 편입된 남곡이지구는 부동산업을 하며 종업원은 한 명뿐이다. SI 그룹인 대성지주도 종업원은 2명이었다. 파주영농의 경우는 아예 직원이 없었다. 이외에도 매출이 없는 계열사들의 종업원 수는 대기업 계열사라고 보기 힘든 5인 이하의 영세한 수준에 머물렀다.
 
계열 30% 손가락만 쪽쪽…사실상 개점휴업
직원 0명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허당회사도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인 회사는 더욱 많다. 매출액이 없는 7곳 외에도 가하이엠씨, 대성아트센터, 대성합동지주, 디엔에스피엠씨, 에스필, 에이원, 코리아닷컴커뮤니케이션즈, 글로리아트레이딩, 대성글로벌네트웍, 대성나찌유압공업, 대성산업, 대성에너지제3서비스, 대성투자자문, 디큐브바피아노, 디큐브시티뽀로로파크, 디큐브한식저잣거리, 라파바이오, 에스씨지디스플레이, 에스앤네트웍스, 제이헨 등 20개 기업이다. 총 27곳의 계열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사실상 좀비기업이다. 이는 전체의 36.9% 수준으로 상당히 위험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매출액이 부실한 기업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문경새재관광은 지난해 2700만원의 매출액을 올리는데 그쳤으며, 오너일가가 모든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제이헨은 단 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외에 포디알에스와 가하컨설팅 등도 간신히 1억원을 넘기는데 만족해야 했다.
 
내부거래로 간신히 생명을 연장하는 계열사도 수두룩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거래로 유지되는 대성그룹 계열사로는 가하이엠씨·한국물류용역·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에이원·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 9곳이다. 이 곳들은 사실상 개인의 힘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없는 뇌사 상태의 기업들이다.
 
심상찮은 정부
첫번째 타깃?
 
가하이엠씨는 100% 식구 기업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물류협력 역시 99% 이상 일감몰아주기에 기대 회사를 운영 중이다. 에스필·대성쎌틱에너시스·디엔에스피엠씨·대성아트센터·대성나찌유압공업·가하컨설팅 등도 70∼90% 가량 식구들의 비호 속에 회사가 돌아간다.
 
이 외에도 에스앤네트웍스·서울씨엔지·경기도시가스·관악도시가스서비스·남부도시가스이엔지·덕양도시가스서비스·마포도시가스이엔지·서경에너지서비스·서부도시가스서비스·해피그린서비스·일산도시가스이앤지 등의 계열사 역시 국내 매출액 대비 50% 이상을 내부거래로 수익을 올리며 자생력에 의문부호가 찍혔다.
 

대성그룹은 지난해 <일요시사>의 조사에서도 좀비기업이 많은 것으로 평가됐다. 당시 대성그룹은 “실적이 없거나 적은 계열사들은 이제 막 출범하거나 사업을 확장 중에 있는 회사들”이라며 “매출은 시간이 지나 자리를 잡으면 자연스럽게 발생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극적인 상황반전은 일어나고 있지 않다.
 
이는 복잡한 회사 내 사연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실제 대성그룹은 뼈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고 김수근 창업주의 장남 김영대 회장과 차남 김영민 회장, 3남 김영훈 회장 등 삼형제가 김 창업주가 작고한 2001년부터 치열한 지분 싸움을 벌였다. 또, ‘대성’이라는 간판을 두고도 법정공방을 치르기도 했다. 결국 12년동안 경영권과 유산을 놓고 지분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형제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로간 왕래가 끊긴 것으로 전해진다.
 
밥값 못하는 ‘무늬만 기업’
당국 구조조정 기조에 벌벌?
 
현재는 장남 김영대 회장이 대성합동지주, 차남 김영민 회장이 서울도시개발, 삼남 김영훈 회장이 대성홀딩스를 통해 각각의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계열분리를 하지 못한 채 대성그룹으로 묶여 있다. 지분이 서로 복잡하게 엮여 있어 한지붕 세가족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것이 이들 삼형제에게도 득이 될 것이 없다.
 
자산 기준 5조가 넘어 대기업으로 묶여 있는 대성그룹은 계열분리를 하지 않으면 정부의 각종 규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성그룹의 좀비기업들은 빠른 시일내 정리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대성그룹의 좀비기업이 양산된 데는 세형제 간 경쟁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서는 대성그룹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프로젝트에 대성그룹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형제 싸움탓?
정리 안하나
 
한 금융전문가는 “정부의 좀비기업 퇴출 의지가 확인된 만큼 대성그룹도 좀비기업 정리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지분이 명확하게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