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여자의 지갑 - 명함 관리법

"이름이 뭐예요?" 명함은 나와 같다

공인중개사, 부동산경매전문가, 부동산자산관리사 등으로 활동하며 무려 14년 동안 부동산에 올인 한 부동산 전문가인 이여정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WC&C) 대표가 여성들을 위한 재테크 지침서를 펴내 화제다. 사람들을 만나면 스스로 ‘돈 밝히는 여자’라고 말한다는 이여정 대표는 우리에게 “돈에 대해 좀 더 솔직해지라”고 충고한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여자의 지갑>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명함은 처음 중국에서 유래되었다. 대나무를 깎아 이름을 적어서 사용했다고 한다. 누군가를 만나러 갔다가 못 만났을 때 대나무에 이름을 적어 두면 집에 돌아온 주인이 그것을 보고서 다시 찾아가는 것이 예의였다고 한다. 처음부터 자신에 대한 표식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소통의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명함의 중요성

명함은 소중하다. 그래서 받기 싫어도 혹은 받기 부담스러워도 결국 받기 마련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과정에도 예의가 있다. 아랫사람이 먼저 명함을 건네면, 받는 사람은 그것을 잘 본 뒤에 자신의 명함을 건넨다. 우리가 이렇게 명함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것은 명함이 바로 그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고부터 달라진 모습 중 하나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늘 명함부터 내민다는 것이다. 학창시절과는 다르다. 서로 이름을 물어보며 어디 살고 뭘 좋아하는지 어떤 과목을 싫어하는지 하나하나씩 시간을 두고 알아가는 만남이 아니다.

바쁜 현대사회이기에 만나는 순간 바로 자신의 사회적 신분과 역할을 소개해야한다. 또 개인의 느낌과 취향으로 상대에게 다가가서 상대방을 알게 되고 나를 이해시키는 학창시절과는 달리, 명함을 주고받는 건 상호간에 어떠한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좋든 싫든 명함을 주고받는 순간 관계는 시작된다.

명함은 사회활동을 할 때 나의 가치를 대변해 주는 도구이자 또 하나의 신분증이다. 누구나 자신의 첫 번째 명함이 생기던 날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감동과 설렘을 말이다. 나라는 존재가 사회에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 나의 존재 가치를 처음으로 인정받는 느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명함이 처음 우리에게 주었던 감동과 흥분은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명함은 작은 종이조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무겁다. 바로 책임감 때문이다. 또 명함은 피할 곳 없는 사각의 링처럼 우리에게 늘 경쟁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의 이름은 없어지고, 그 대신 명함에 적힌 직함이 나를 부르는 호칭이 된다.

명함은 이름, 직업, 직함, 연락처 등을 적은 조그마한 종이다. 처음 만나는 상대에게 건네는 내 작은 소개 글이다. 명함은 상대방과 나의 소통이다. 명함을 주고받는 순간이 바로 자신의 가치를 상대방에게 알리고 상대방의 가치를 알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람과 명함을 통해 교류를 시작한다. 명함의 주된 역할은 내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것이다. ‘나 이런 사람이니 알아서 대우해 달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자신의 소속이 밝혀진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내가 만드는 명함
내가 제일 잘나가! 전문가의 명함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또는 어떤 사업을 하는지가 밝혀진다. 그리고 명함에는 반드시 이름 앞에 직급이 붙는다. 소속과 직함만으로 사람은 어느 정도 판단이 되고 나름의 평가를 받는다. 명함에는 나의 위치와 능력이 담겨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늘 조금 더 높은 직급과 타이틀이 적힌 명함을 꿈꿀 것이다. 그것이 자기 능력의 크기를 보여주는 징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론 이름보다 이름 앞의 타이틀에 더 많은 집착을 한다. 자신의 본래 모습을 망각한 채 자신의 포장을 보며 울고 웃는다.

명함이 지금 나의 능력을 말해준다면, 앞으로 내가 주고 싶은 명함은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단순하게 지금 나의 위치보다 좀 더 높은 타이틀의 명함을 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속과 직함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나의 본질적 가치란 게 있다. 명함에는 이러한 가치와 함께 자신의 가능성까지도 담아야 한다.

자신의 명함을 스스로 디자인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예쁘고 독특한 명함을 만드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줄 수 있겠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조금 다르다. 자신의 ‘가치 알림장’으로 활용해 보자는 말이다. 명함에 자신의 취미를 적어 보자. 엉뚱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상대방에게 재미와 함께 강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그냥 ‘대한은행 김 대리’가 아닌 ‘등산을 좋아하는 대한은행 김 대리’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목표를 넣어보는 것도 좋다. 사람들에게 그냥 ‘우리출판사 박 과장’이 아닌 ‘요리사 자격증을 준비 중인 우리출판사 박 과장’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소속과 직함만을 알리는 평범한 명함에서 벗어나 나만의 창의적인 명함을 통해 남들에게 보다 강력한 인상을 남기자.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분명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요즘엔 명함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명함을 준다는 건 사실 무척 중요한 일이다. 단순히 나의 기본 정보를 알리는 것을 넘어 상대방에게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라는 사실을 어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명함을 주기 전 자신이 그 명함에 맞는 전문가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내 고객들은 윤택한 삶을 위한 투자를 위해 나에게 찾아온다. 그들은 늘 완벽하고 안정적이며 많은 수익을 원한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난 나를 믿고 찾아온 고객들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부동산전문가로 성장하며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많은 고객들이 원하는 100% 성공 확률의 ‘완벽한 투자’란 없다는 아주 간단한 진리다. 가능성이 큰 부동산 투자물건이 있는 것이지, 완벽한 투자물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 경매를 시작했던 때를 생각해 보면, 나도 고객들에게 무조건적인 희망을 먼저 팔았던 것 같다. 늘 확신에 찬 강한 어투로 고객들에게 ‘확신 없는 확신’을 팔고 있었다. 고객들이 원하는 건 무조건 돈이 되는 높은 수익률의 물건이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전문가로서 해야 할 행동이 아니었다. 그저 패기와 열정뿐인 무모한 승부였다.

지금까지 수많은 고객들과 함께 일을 해 오면서 나에게는 하나의 신념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고객들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말자’는 것이다. 고객이 진정 원하는 것이 단순히 돈 뿐만은 아니었다. 고객이 진정 원했던 것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었다.

투자를 하려는 많은 사람들은 ‘많이 벌 수 있을까?’보다 먼저 ‘투자가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걱정부터 하기 마련이다. 모든 투자가 마찬가지겠지만 투자는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투자에는 반드시 ‘도전’과 ‘모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진정한 전문가는 결코 투자자에게 막연하거나 무모한 희망을 팔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투자에 좋은 결과는 없다.

명함부터 챙기자

정확한 확률과 가능성만을 계산해야 한다. 전문가의 명함에는 이름보다 먼저 그 앞에 그 사람의 능력과 역할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문가란 100%의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전문가는 확률이 높은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치료확률이 높은 의사, 승률이 높은 선수, 수익률이 높은 경매전문가처럼 말이다.

사람들은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고 해서 전문가를 선택하지 않는다. 또 무조건 싸다는 이유로 전문가를 선택하지도 않는다. 때론 비싸더라도 그들이 원하는 건 높은 확률과 수익률을 실현시켜주는 전문가다. 내가 지금까지 고객들에게 높은 확률과 수익률을 주기 위해 노력했듯이 말이다.
 

[이여정 작가는?]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인하대학교 행정대학원 부동산학과
▲전주대대학원 부동산학과 박사과정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WC&C) 대표
▲2015 경기 미스코리아대회 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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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