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조롱한 기업들 어디?

돌아가신 대통령을 갖고 놀다니…

[일요시사 사회팀] 박호민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6년이 지났다. 노 대통령은 세상을 등진 뒤에도 종종 논란의 중심에 선다. 때론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의 치열했던 삶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후 끊임없이 노 대통령을 비하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다. 해당 기업들 대부분은 비하 논란이 일자 황급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양새다. 네티즌들을 분노케 했던 노무현 조롱 기업들을 정리했다.
 
조롱광고에 
뿔난 네티즌
 
유명 프랜차이즈인 네네치킨은 지난 1일 네네치킨 본사 페이스북 페이지와 경기서부지사 페이지 등에 “닭다리로 싸우지 마세요. 닭다리는 사랑입니다. 그럼요 당연하죠 네네치킨”이라는 내용과 함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는 듯한 사진 한 장을 올렸다.
 
사진 속 노 대통령은 큰 닭다리를 품에 안고 있는 것처럼 합성해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광고를 본 한 네티즌은 “해당 사진은 극우성향사이트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희화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사진”이라며 “이번 광고도 노무현 대통령을 조롱하려는 목적 같다”고 말했다.
 

네네치킨은 해당 게시물을 게시 2시간여만에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회사측은 “고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이 노출됐다”며 “고 노무현 대통령의 유가족을 비롯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하지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불매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네네치킨은 한번 더 사과문을 올려야 했다. 사고 전날 저녁 사태의 위중함을 파악한 경기서부지사장이 휴가로 부재 중인 페이스북 담당 직원과 연락을 취했으나 바로 연락이 되지 않으면서 사과가 늦어졌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네네치킨에 따르면 사고를 일으킨 직원은 “자신이 올린 게시물이 맞고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네네치킨도 “경기서부지사 SNS는 원래 가맹점주들의 이야기와 네네치킨을 친근하게 소개하는 이미지들을 매주 월·수·금요일마다 올려왔는데 지난해 10월 입사한 직원(사원)이 인터넷상에 떠도는 사진을 사용해 게시물을 게재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SNS 관리의 미비점을 파악했고 이후 철저한 경위파악과 신속하고 엄중하게 조처할 것으로 약속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과거 홈플러스도 노 대통령 비하와 관련해 홍역을 치러야 했다. 201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한 합성사진이 대구 칠곡점 홈플러스 매장 TV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해당 TV에는 노 대통령 얼굴에 새부리 등을 합성한 사진이 게재됐다. 매장에서는 발견 직후 해당사진을 삭제했으나 이미 외부에 노출되면서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사건의 주범은 외주업체 직원이었다.
 
 
경찰 조사결과 일베 회원인 20대의 외주업체 계약직 직원이 고의적으로 사진을 올렸다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사과 과정에서 거짓 해명 논란까지 일어나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았다. 당시 홈플러스는 임대매장인 이동통신사 직원이 인터넷을 하다 상품 설명 중 초등학생이 리모콘으로 장난 쳐 사진이 게재됐다고 해명을 했지만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또, 칠곡점에서 사건이 일어났던 날 홈플러스 경북 구미점의 한 전자제품 매장에서도 노트북에 노 대통령과 동물을 합성한 사진이 게재됐다 삭제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본의 아니게 홈플러스 매장에서 그런 합성 사진이 발견 돼 고인인 노무현 대통령과 유가족,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다시는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매장과 입점 업체 직원 교육에 더 신경쓸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은 사고

기업은 사과
 
천안의 한 호두과자업체도 노 전 대통령을 희화하면서 물의를 일으켰다. 사건은 2013년 당시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천안의 한 호두과자 업체 제품 사진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해당 호두과자 포장박스에는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미지 ‘노알라’가 새겨졌다. ‘노알라’는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주로 사용되기 때문에 호두과자업체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포장지에도 ‘중력의 맛’ ‘고노무 호두과자’ 등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사용되는 용어들이 사용되면서 비난 여론이 가중됐다. 이 업체는 “정치적인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스탬프를 제작하거나 의뢰한 것이 아니고 재미 반 농담 반 식의 이벤트성으로 보내온 것”이라고 해명하면서 파문은 잦아드는 듯했다.
 
 
하지만 2014년 들어 호두과자 업체가 사과를 전면 취소하면서 다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호두과자업체는 “사과는 사태수습용이었다”며 “내용을 읽어보면 사과보다 해명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그(사과문)마저도 이 시간부로 전부 다 취소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호두과자업체는 자신들을 비난하는 네티즌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여론을 악화시켰다. 업체 대표 B씨는 “당시 사과문을 올렸음에도 그 사람들은 홈페이지에 심한 욕을 썼다. 그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 금전적인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소송은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나 대부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사건의 변론을 맡은 법무법인 동안에 따르면 지난달 1일까지 호두과자 제조업체로부터 고소당한 네티즌 164명 중 2명이 합의를 봤고 126명이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제는 호두과자업체가 무고 혐의로 법의 심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몇몇 네티즌들은 호두과자업체를 상대로 고소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네치킨, 닭다리 안은 희화 사진 파문
곧바로 사과했지만 이미 불매운동 확산
 
옥션에도 비하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다. 옥션의 노트북 판매자가 노 대통령을 희화한 사진으로 노트북 광고를 해 물의를 빚은 것. 논란은 2013년 옥션의 노트북 판매 사업자가 일베에 ‘가격민주화’라는 제목의 노트북 광고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광고에는 노 대통령이 유채꽃밭에서 웃고 있는 사진이 사용됐는데, 해당사진은 ‘천국으로 간 노짱’이라는 제목으로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 조롱하기 위해 종종 사용되곤 한다. 광고에 사용된 ‘민주화’라는 문구 역시 ‘비추천’ 또는 부정적인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광고가 나간 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광고주는 해명을 했지만 해명 과정에서 또 다시 노 대통령을 조롱하는 단어를 사용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해당광고를 올린 사업자가 옥션 홈페이지 상품문의란에 올라온 고객의 항의글에 “가격을 내려서 저렴하게 국민들이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취지이기에 서민 이미지 살리기 위해 ‘노 고무현’ 전 대통령 사진을 넣었다”면서 “가격민주화는 서민경제를 살리고 더불어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에 동참한다는 의미로 올렸다”고 해명했다.
 
사진으로 장난

일베가 문제?
 
그러나 네티즌들은 ‘노 고무현’이라는 단어가 일반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희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만큼 사과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더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옥션 측은 해당 노트북 판매자에게 철퇴를 내렸다. 옥션이 물의를 빚은 옥션의 노트북 판매자에게 ‘부적합 문구’ 사유로 판매중단 조치를 내린 것이다. 이 판매업체의 판매 페이지에 옥션은 “상기 상품은 부적합 문구 사유로 인해 조기마감 됐습니다”라는 공지를 올렸다.
 
닌텐도도 노무현 비하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해당 게임을 살펴보면 2012년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용으로 출시된 ‘포켓몬스터 블랙/화이트 2’ 게임 내의 리버스마운틴 지역을 가면 ‘백팩커 노현’이라는 캐릭터와 ‘등산가 학사가’라는 동행인이 나온다.
 
게임 플레이어가 노현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면 옆에 있던 동행인은 노현에게 “나는 자연인이다”라고 말한다. 이를 두고 당시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을 비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문구는 한 드링크제의 광고 문구이지만 일베에서는 노 대통령이 부엉이바위에서 뛰어내린 것을 빗대 조롱의 의미로 쓰인다. 노현이라는 캐릭터도 노무현과 발음이 비슷해 조롱의 의미가 담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툭하면 한번씩 논란

조롱 대상으로 여겨
 
이 게임은 일본어 판을 번역해 한국판으로 출시했다. 일본어 판에는 ‘육근청정’(생명을 근원에서부터 깨끗하게 하는 모습을 뜻함)이라는 불교용어가 쓰이는데 ‘자연인’과는 큰 연관이 없다. 다만, ‘노무현’과 발음이 비슷한 노현이라는 캐릭터는 2002년부터 게임에 등장했다.
 
게임에 등장한 예는 또 있다. 해당 게임은 스마트폰 게임으로 ‘바운스볼’을 패러디한 ‘바운지볼’이다. 이 게임은 공을 튀기면서 스테이지를 깨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공 대신 사용된다. ‘노무현 공’은 바닥에 통통 튀며 가시밭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 이때 가시에 닿으면 캐릭터가 죽고, 공이 밑으로 떨어질 땐 “으아아아 운지”라는 소리를 낸다. ‘운지’라는 단어는 일베에서 노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로 주로 사용된다.
 
글로벌 기업 구글도 노 대통령 비하 논란으로 항의를 받았다. 2013년 안드로이드용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스카이 운지’라는 게임은 명칭부터 ‘운지’를 사용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앱 아이콘도 ‘노알라’ 캐릭터를 그대로 사용했다.
 
게임을 시작하면 검은 양복을 입은 노알라 캐릭터가 화면 아래로 낙하하는데, 북한 미사일 등이 장애물로 등장하며, 게임 배경에는 부엉이 바위가 등장한다. 게임 제작자는 “귀여운 노알라 캐릭터로 몸에 해로운 계란과 부엉이를 피하는 게임입니다.
 
책임 미루기
진정성 논란
 
중력에 자유롭게 몸을 담아 시원하게 운지해보세요. 다함께 스카이 운지 즐겨보아요”라며 비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노무현재단 측은 구글에 항의를 했다. 정치권도 날을 세웠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꼬는 '운지'라는 앱 이름 자체도 문제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게임이 유료로 팔리고 있는 것도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게임을 개발한 야필쏘굿(YaFeelSoGood)게임즈 개발자는 논란에 대해 “노알라 캐릭터, MC 무현 등 노무현 전 대통령 콘텐츠를 평소에 재미있게 보고 있어서 한 번 게임을 만들었다. 악의나 비난의 목적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donky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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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