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경제인과 정치인의 검은 커넥션은 낡은 레퍼토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레퍼토리는 계속된다. 경제인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정치인에게 돈을 지불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번에는 프렌차이즈 주점 ‘준코’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준코 측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임각수 괴산군수가 지난 24일 청주지검으로부터 기소를 당하면서 준코와 정치인 간 비리가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양상이다. 임 군수는 해당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상황은 준코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돈 어디서 났나?
검찰에 따르면 준코는 2005년 괴산군 소수면 길선리에 가공식품 도매업 중앙제조공장을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임 군수에게 1억원 가량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가 드러났다.
논란의 되고 있는 준코와 임 군수의 관계는 회사의 한 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3000만원을 건넸다고 충북도선거관리위원회에 제보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준코는 지난해까지도 괴산군과 끈끈한 유대 관계를 유지했다. 준코는 지난해 9월 소수면 소암리 보광산 일대에 245억원, 2만8900㎡ 규모의 천연유기농 힐링파크 조성사업을 201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했다. 당시 괴산군은 유기농 힐링파크가 조성되면 80만명의 직영매장 회원이 있는 준코와 20만명 회원을 보유한 ㈜버팔로가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검찰은 힐링파크에 대해서도 괴산군이 준코에 특혜를 제공한 부분이 있는지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준코는 공식적으로도 괴산군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했다. 지난해 2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충북을 휩쓸 때에는 도내 공무원들을 위해 방한복 1300개(2억원 상당)를 기증하기도 했다.
준코의 정경유착 혐의는 괴산 외에 충주 지역에서도 포착됐다. 임 군수를 기소하기 전인 15일 청주지방검찰청은 준코의 탈세를 도운 김호복 전 충주시장을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준코는 대전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김 전 시장을 고문으로 앉혀 세금탈루에 동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시장은 2012년부터 3년간 준코 고문으로 활동했다. 김 전 시장은 준코의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세무법인 사무장 A씨와 함께 로비자금 1억원을 국세청 공무원 B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제조공장 인허가 과정 편의 봐주는 대가
뇌물수수 혐의 지역 정치인 줄줄이 구속
준코 대표 C씨와 임직원 3명은 앞서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이 횡령한 액수는 230억원 규모로 횡령한 자금이 정관계 로비에 쓰였을지 여부에 대해서도 검찰은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임 군수와 김 전 시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어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준코 입장에서는 비리 사건의 중심에 섰다는 것만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준코 비리가 회자되면서 과거 특혜 논란도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다. 논란의 발원지는 음성군이다. 한동완 의원은 지난 15일 음성군의회 정례회에서 지난해 불거졌던 준코 특혜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음성군에 대한 논란은 준코가 2011년 음성군과 음성읍 용산리 일대 40여만㎡을 개발하기로 투자협약을 맺으면서 발생했다.
이 투자협약에는 2013년 11월까지 산업단지 조성공사를 착공하지 못하면 협약 해지와 함께 10억원의 이행보증금을 음성군에 귀속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준코는 당시 용산산단 조성을 추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기한 내 착공을 못한다면 협약에 따라 이행보증금 10억원을 음성군에 줘야할 상황이었다. 이때 음성군이 용산산단을 공영개발로 전환하기 위해 준코와의 협약을 합의 해제함에 따라 준코는 음성군에 이행보증금 10억원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게 됐다.
이를 두고 한동완 군의원 “음성군의 결정은 스스로 권리를 포기한 것일 뿐 아니라 지방의회의 의결 없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합의해제 협약은 무효”라며 “합의해제에 서명한 군수와 이를 승인한 군정조정위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5일 열린 임시회에서도 한 의원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시민 사회단체와 법률기관의 검토를 받아 하루빨리 의혹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음성군 측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음성군은 18일 한 의원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음성군은 “준코와 협약을 합의해제한 배경에는 당시 이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던 용산산단 추진위원회가 (새로운 사업자를 찾아) 조속히 사업을 시행하라는 압박도 있었다”며 당시는 준코와 협약을 종료하지 않은 채 사업의 조기 추진이 불가능했고, 협약을 무시하고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하면 소송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어 군의회에 보고한 뒤 협약을 합의해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음성군에 대한 특혜는 입증된 것은 없지만 임 군수와 김 전 시장의 구속 기소되면서 과거 불거졌던 특혜시비가 다시 부각 되는 모양새라 준코 입장에서는 껄끄럽다.
날개 없는 추락
준코는 현재 수사당국의 압박에 실적 부진이 겹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준코 계열사인 준코이티엠의 매출액은 개별 재무제표 기준 161억원을 기록해 전년(261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2013년 76억원 영업이익에서 지난해 18억원 영업손실로 돌아서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업계의 불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향후 부진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노래주점 준코는?
괴산군 소수면에 제조공장을 둔 준코는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로 이름을 알렸다.
준코라는 이름은 ‘검은 방울새’의 스페인어로 ‘영원히 죽지 않는 전설속의 새’를 뜻한다. 1997년 2월 준코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 235개의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업계에서는 준코의 전체 연매출을 100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