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깃발 꽂는' 중국자본 대침공 막전막후

‘못 먹어도 고’ 왕서방 전대 열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인수합병(M&A) 작업이 한창이다. 금융산업에서부터 아기용품산업까지 영역을 불문하고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 숨가쁘게 우리기업을 집어삼키고 있는 중국의 막강한 자본의 힘을 조명했다.
 

 
지난주 중국자본이 금융산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가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한 것. 이제 중국자본이 도전하지 못할 M&A 영역은 없는 셈이다.
 
금융업 최초 개방
이제부터 물밀듯?
 
그동안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금융사가 우리나라 금융사를 인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중국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사의 중국금융사 인수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을 때 이같은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가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 국내법과 국제조약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중국기업의 국내 금융산업 진출에 빗장을 풀었다.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월 보고펀드가 보유한 지분과 유안타증권,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지분 총 6777만9432주(63.01%)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만6700원으로 총 매각 대금은 1조1319억원이다.
 
이후 안방보험은 지난 3월25일 금융위원회에 동양생명 경영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접수했다. 우리 금융당국은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안방보험이 최근 3년간 제재 받은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확인하고 심사를 마무리하면서 안방보험의 대주주 자격을 승인했다. 2004년 설립된 안방(安邦)보험은 총 자산 자국내 약 10위권에 포함된 대형 보험사다.
 
안방보험, 동양생명 인수…금융업 처음 진출
‘영역 불문’한국기업 눈독 “M&A 작업 한창” 
 
동양생명의 인수로 자신감을 얻은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인수에 다시 한 번 도전할지 눈길이 쏠린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 마감에서 유일하게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며 우리은행 인수에 열을 올렸으나 당시 2곳 이상이 유효경쟁을 해야한다는 조건에 위배돼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의 태도도 안방보험의 우리은행 인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자본에 대한 우려에 금융당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법리적인 해석을 해왔는데, 이번 동양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건으로 중국자본에 대한 제재 근거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주채권자인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 의지도 안방보험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빠르고 안전하게 그리고, 제값을 받고 파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현재 매각가격에 비해 자산가치가 높지 않아 국내 기업 가운데 적극적으로 입찰 경쟁에 참여할 기업이 마땅히 없는 분위기다. 따라서 국내 은행업계에 진출을 노리는 안방보험의 강한 M&A 의지와 맞물린다면 우리은행도 중국자본에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자본에 대한 우리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는 KDB생명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DB생명은 2013년부터 여러차례 M&A 시장에 나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국내 자본과 가격협상을 진행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유찰됐고, 이후 한 차례 더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굴욕을 당하며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유아·게임·완구
닥치는 대로 꿀꺽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는 KDB생명 채권단에 호재로 작용했다.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칸서스 컨소시엄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인수의향을 밝혀오면 당연히 진행할 것”이라며 중국자본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KDB생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계 기업은 안방보험과 지난해 KDB생명 매각에 관심을 보였던 푸싱그룹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유통업계 2위 홈플러스가 M&A 시장에 나오면서 중국자본이 서서히 입질하는 모양새다.
매각가격은 7조∼1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6조3000억원에 홈플러스 인수 제안이 있었으나, 홈플러스 측의 거부하면서 매매가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선뜻 인수에 나서기 부담스럽다는 것이 업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중견기업이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대기업이 나서기에는 독과점 규제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유력 유통업체인 뱅가드가 홈플러스 매각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지난해 테스코의 중국 지분을 사들인 뱅가드가 내친김에 홈플러스까지 매입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진출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예비입찰이 시작돼 중국자본 진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는 국내 유일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힘을 주고 있다. SMIC는 인수 협상 과정에서 인수자문사를 새로 고용하는 등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집중하고 있다.
 
SMIC는 세계 5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업체다. 이미 포화상태인 생산설비를 확장하기 위해 세계 9위권인 동부하이텍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팬택
동부하이텍…
 

지난해 국내 유아복 1위 업체 아가방컴퍼니는 중국 기업 랑시에 인수됐다. 랑시코리아는 중국 패션 기업 랑시그룹이 한국에 설립한 의류 도소매 전문 자회사다. 모기업인 랑시그룹은 중국 내 6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여성복 패션 전문 기업이다. 랑시그룹은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유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랑시그룹 신동일 회장은 “올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약 2000만명으로 한국 신생아 수 40만명의 약 50배다. 최근 1가구 1자녀 정책 완화로 중국의 신생아 수가 연간 3000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어 시장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한 세대)’의 한국 유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아, 35년 역사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아가방앤컴퍼니와의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히트 완구 ‘또봇’을 만든 영실업도 중국계 자본에 넘어갔다. 지난달 업계에 따르면 영실업은 지난 20일 홍콩의 사모펀드 퍼시픽아시아그룹(PAG)이 인수하기로 했다. 영실업 최대주주인 헤드랜드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2220억원(2억310만달러)에 보유지분 전부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외에도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 라바를 만든 투바앤 등은 중국 기업들의 인수제의를 받으면서 중국자본의 국내 유아 관련 기업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시장 나온 굵직한 매물들
‘왕서방’ 싹쓸이 가능성도
 
중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기업이 파산 위기에 몰린 예도 있다. 중국자본은 M&A 시장에 나온 팬택을 노렸었다. 그러나 팬택은 M&A 협상이 불발로 끝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법정관리 중인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중국업체를 포함한 복수 업체가 참여했다.
팬택은 앞서 채권단 실사에서 계속기업가치가 3824억원으로, 청산가치 1895억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당시 팬택 매각에 중국업체가 참여함에 따라 기술유출 논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됐다.
 

되팔고 먹튀?
한국시장 독식?
 
이같은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중국자본의 팬택 M&A는 불발로 끝났다. 이후 팬택은 M&A 시장에서 외면 받다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포기하면서 청산절차에 들어가야 했다. 팬택은 국내외 등록특허 4985건 등 총 1만4573건의 출원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도난방지 기술이나 지문인식 기능, 지문인식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자본’ 전 세계 활약상
 
중국 자본은 전세계의 기업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으면서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기업들의 해외(outbound) 기업 인수합병은 36% 급증한 202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체결된 인수건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77건으로 민간 기업이 M&A 건수의 68%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246건의 M&A가 성사돼 전년보다 32% 늘었으며, 그 가치는 모두 550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중국의 M&A는 주로 미국과 유럽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아시아에서는 세번째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중국기업의 공격적인 M&A는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 아래 가능했다. 실제 올해 3월 중국 당국은 중국이 인수합병(M&A) 자금 대출 상환기한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M&A를 장려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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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