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깃발 꽂는' 중국자본 대침공 막전막후

‘못 먹어도 고’ 왕서방 전대 열었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중국자본의 한국기업 인수합병(M&A) 작업이 한창이다. 금융산업에서부터 아기용품산업까지 영역을 불문하고 거침없이 사들이고 있다. 숨가쁘게 우리기업을 집어삼키고 있는 중국의 막강한 자본의 힘을 조명했다.
 

 
지난주 중국자본이 금융산업에 처음으로 진출했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가 안방보험이 동양생명 대주주가 되는 것을 승인한 것. 이제 중국자본이 도전하지 못할 M&A 영역은 없는 셈이다.
 
금융업 최초 개방
이제부터 물밀듯?
 
그동안 국내 업계에서는 중국 금융사가 우리나라 금융사를 인수하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있었다. 중국 금융당국에서 우리금융사의 중국금융사 인수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상호주의’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경영권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했을 때 이같은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가 ‘상호주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검토한 결과 국내법과 국제조약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중국기업의 국내 금융산업 진출에 빗장을 풀었다.
 
안방보험의 동양생명 인수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월 보고펀드가 보유한 지분과 유안타증권,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의 지분 총 6777만9432주(63.01%)를 인수하기로 계약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1만6700원으로 총 매각 대금은 1조1319억원이다.
 
이후 안방보험은 지난 3월25일 금융위원회에 동양생명 경영권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접수했다. 우리 금융당국은 중국 금융당국으로부터 ‘안방보험이 최근 3년간 제재 받은 사실이 없다’는 확인서를 확인하고 심사를 마무리하면서 안방보험의 대주주 자격을 승인했다. 2004년 설립된 안방(安邦)보험은 총 자산 자국내 약 10위권에 포함된 대형 보험사다.
 
안방보험, 동양생명 인수…금융업 처음 진출
‘영역 불문’한국기업 눈독 “M&A 작업 한창” 
 
동양생명의 인수로 자신감을 얻은 안방보험은 우리은행 인수에 다시 한 번 도전할지 눈길이 쏠린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12월 우리은행 경영권 예비입찰 마감에서 유일하게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하며 우리은행 인수에 열을 올렸으나 당시 2곳 이상이 유효경쟁을 해야한다는 조건에 위배돼 인수가 무산된 바 있다.
 
금융당국의 태도도 안방보험의 우리은행 인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그동안 중국자본에 대한 우려에 금융당국이 소극적인 태도로 법리적인 해석을 해왔는데, 이번 동양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건으로 중국자본에 대한 제재 근거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주채권자인 정부의 우리은행 매각 의지도 안방보험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빠르고 안전하게 그리고, 제값을 받고 파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현재 매각가격에 비해 자산가치가 높지 않아 국내 기업 가운데 적극적으로 입찰 경쟁에 참여할 기업이 마땅히 없는 분위기다. 따라서 국내 은행업계에 진출을 노리는 안방보험의 강한 M&A 의지와 맞물린다면 우리은행도 중국자본에 넘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자본에 대한 우리 금융당국의 태도 변화는 KDB생명 매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DB생명은 2013년부터 여러차례 M&A 시장에 나왔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국내 자본과 가격협상을 진행했지만 부담스러운 가격 탓에 유찰됐고, 이후 한 차례 더 매물로 나왔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 굴욕을 당하며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유아·게임·완구
닥치는 대로 꿀꺽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기조 변화는 KDB생명 채권단에 호재로 작용했다. KDB생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칸서스 컨소시엄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누군가가 인수의향을 밝혀오면 당연히 진행할 것”이라며 중국자본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KDB생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계 기업은 안방보험과 지난해 KDB생명 매각에 관심을 보였던 푸싱그룹 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유통업계 2위 홈플러스가 M&A 시장에 나오면서 중국자본이 서서히 입질하는 모양새다.
매각가격은 7조∼10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6조3000억원에 홈플러스 인수 제안이 있었으나, 홈플러스 측의 거부하면서 매매가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가 선뜻 인수에 나서기 부담스럽다는 것이 업계의 보편적인 시각이다. 중견기업이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 대기업이 나서기에는 독과점 규제가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유력 유통업체인 뱅가드가 홈플러스 매각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온다.
 
지난해 테스코의 중국 지분을 사들인 뱅가드가 내친김에 홈플러스까지 매입하면서 국내 유통업계에 진출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예비입찰이 시작돼 중국자본 진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SMIC는 국내 유일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힘을 주고 있다. SMIC는 인수 협상 과정에서 인수자문사를 새로 고용하는 등 동부하이텍 인수전에 집중하고 있다.
 
SMIC는 세계 5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업체다. 이미 포화상태인 생산설비를 확장하기 위해 세계 9위권인 동부하이텍에 눈독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팬택
동부하이텍…
 

지난해 국내 유아복 1위 업체 아가방컴퍼니는 중국 기업 랑시에 인수됐다. 랑시코리아는 중국 패션 기업 랑시그룹이 한국에 설립한 의류 도소매 전문 자회사다. 모기업인 랑시그룹은 중국 내 60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여성복 패션 전문 기업이다. 랑시그룹은 아가방앤컴퍼니를 인수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중국 유아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랑시그룹 신동일 회장은 “올해 중국의 신생아 수는 약 2000만명으로 한국 신생아 수 40만명의 약 50배다. 최근 1가구 1자녀 정책 완화로 중국의 신생아 수가 연간 3000만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어 시장 전망이 더욱 밝아졌다. ‘바링허우(1980년 이후 출생한 세대)’의 한국 유아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가 매우 높아, 35년 역사와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지닌 아가방앤컴퍼니와의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히트 완구 ‘또봇’을 만든 영실업도 중국계 자본에 넘어갔다. 지난달 업계에 따르면 영실업은 지난 20일 홍콩의 사모펀드 퍼시픽아시아그룹(PAG)이 인수하기로 했다. 영실업 최대주주인 헤드랜드캐피털파트너스로부터 2220억원(2억310만달러)에 보유지분 전부를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외에도 뽀로로를 만든 아이코닉스, 라바를 만든 투바앤 등은 중국 기업들의 인수제의를 받으면서 중국자본의 국내 유아 관련 기업의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시장 나온 굵직한 매물들
‘왕서방’ 싹쓸이 가능성도
 
중국자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기업이 파산 위기에 몰린 예도 있다. 중국자본은 M&A 시장에 나온 팬택을 노렸었다. 그러나 팬택은 M&A 협상이 불발로 끝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10월 법정관리 중인 휴대폰 제조업체 팬택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결과 중국업체를 포함한 복수 업체가 참여했다.
팬택은 앞서 채권단 실사에서 계속기업가치가 3824억원으로, 청산가치 1895억원을 훨씬 웃도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당시 팬택 매각에 중국업체가 참여함에 따라 기술유출 논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여론이 부정적으로 형성됐다.
 

되팔고 먹튀?
한국시장 독식?
 
이같은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중국자본의 팬택 M&A는 불발로 끝났다. 이후 팬택은 M&A 시장에서 외면 받다가 지난달 법정관리를 포기하면서 청산절차에 들어가야 했다. 팬택은 국내외 등록특허 4985건 등 총 1만4573건의 출원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도난방지 기술이나 지문인식 기능, 지문인식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능 등이 대표적이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중국 자본’ 전 세계 활약상
 
중국 자본은 전세계의 기업 인수합병(M&A)에 힘을 쏟으면서 M&A 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했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지난달 말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중국기업들의 해외(outbound) 기업 인수합병은 36% 급증한 202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 기간에 체결된 인수건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77건으로 민간 기업이 M&A 건수의 68%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246건의 M&A가 성사돼 전년보다 32% 늘었으며, 그 가치는 모두 550억 달러에 육박했다. 지난해 중국의 M&A는 주로 미국과 유럽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아시아에서는 세번째로 많은 거래가 이뤄졌다.
 
중국기업의 공격적인 M&A는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에 아래 가능했다. 실제 올해 3월 중국 당국은 중국이 인수합병(M&A) 자금 대출 상환기한을 연장하기로 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M&A를 장려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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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