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앱시장 '소문과 진실'

잘 만든 앱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홍수처럼 쏟아지는 어플리케이션(앱)들 가운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급성장한 앱들이 깜짝 놀랄 가격에 인수합병(M&A)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때 취미삼아 만들던 앱이 이제는 기업의 소중한 재원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앱 운영 기업의 성공 M&A 스토리를 담아봤다.

 
20세기에는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이 재계의 인정을 받았지만 21세기에 들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면서 앱 운영 회사의 가치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IT 기업을 중심으로 앱 운영 회사의 공격적인 M&A가 진행되고 있다. 
 
불굴의 김기사
초대박 신화
 
지난 19일에는 초기 창업 자본 1억5000만원이 들어간 앱 운영 회사가 600억원대에 팔리자 시장의 관심은 고조됐다. 다음카카오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국민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의 지분 100%를 626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록앤올은 창업 5년 만에 600억원대에 다음카카오 품에 안기면서 대박 M&A의 주인공이 됐다.
 
록앤올의 사업이 처음부터 쉽게 풀린 것은 아니다. 2010년 록앤올을 창업한 박종환 공동대표와 김원태 공동대표, 신명진 부사장이 각각 5000만원 총 1억5000만원의 자본금을 투자했지만 창업 6개월만에 모두 바닥났다. 자금난에 빠진 록앤올에 투자자를 찾는 것은 마땅치 않았다.
 

통신사가 서비스하고 구글, 애플이 지도 서비스 하는 상황에서 조그만 회사가 성공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자본금이 떨어진 록앤올은 투자금 유치가 안돼 기술보증보험 등에서 1억원의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그러나 록앤올은 자본금의 유무와는 별개로 김기사의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2013년 당시 550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벌집구조라는 독특한 사용자 환경을 적용하고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빠른 길 안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후 록앤올은 1분 단위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면서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작품 하나 잘 만들면 바로 ‘벼락부자’
톡톡 튀는 아이디어…깜짝 M&A 화제
 
결국 시련의 시기를 극복한 록앤올은 성장가능성을 눈여겨 본 다음카카오에 만족할만한 조건으로 안기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한국에 김기사의 사례가 있다면 해외에는 이스라엘판 김기사 ‘웨이즈’의 사례가 있다. 2013년 6월 커뮤니티 기반 지도·교통정보 앱 업체인 웨이즈(Waze)는 약 13억달러(1조4500억원)의 매각가로 구글에 인수됐다.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이 2008년 창업한 웨이즈는 가입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비게이션 지도를 무료로 제공하는 앱으로 주목받는 벤처기업이었다. 당시 웨이즈 앱 사용자는 4700만명이 수준이었다. 구글 입장에서는 웨이즈 인수를 통해 구글 맵에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기반 정보를 반영하는 등 소셜 네트워크의 특징을 결합하려고 했다.
 
아울러 구글은 웨이즈 인수로 페이스북 등 경쟁업체가 웨이즈를 인수해 구글 맵을 위협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어했다.
 

해외선 비일비재
규모는 상상초월
 
그러나 웨이즈는 느긋했다. 웨이즈는 앞서 페이스북으로부터 10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페이스북이 웨이즈의 연구개발(R&D)센터를 이스라엘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옮기자고 제안해 인수협상을 올 스톱하기도 했다.
 
결국 웨이즈는 인수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 또, 3년간 웨이즈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이스라엘에 그대로 두는 요구도 관철시켰다. 이와 함께 웨이즈의 최고경영자(CE0) 노암 바딘이 CEO직을 유지하고, 직원 구조조정도 하지 않기로 구글로부터 약속 받으면서 만족할 만한 M&A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페이스북에 220억달러(23조원) 인수된 왓츠앱은 초대형 M&A 사례로 꼽인다. 인수금액은 페이스북 M&A 역사상 최고액이다.
 
페이스북은 인수협상 초기 현금과 주식의 형태로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왓츠앱을 인수하기로 했으나 왓츠앱의 요구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왓츠앱은 앱 사용자의 휴대폰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과 일대일 또는 단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용자는 이 앱으로 인터넷을 통해 문자, 사진, 동영상, 음성 메시지를 해외에서도 비싼 요금을 내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점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다만 사용 첫 해는 이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그 후 광고 없이 사용하라면 매년 1달러를 내야한다.
 
당시 시장은 페이스북이 인기 사이트를 인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인수금액이 당초 페이스북 발표보다 올라간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1억5000만원 들여 600억으로 뻥튀기 
해외에선 23조 거래 초대형 사례도
 
실제 인수협상은 왓츠앱이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현금, 주식, 왓츠앱 직원들에게 주기로 한 제한부 주식을 포함해 인수거래의 규모는 페이스북 주가를 토대로 계산하면 218억달러였다.
 
당초의 페이스북의 계획보다 30억달러 인수금액이 오른 셈이다. 페이스북은 또한 왓츠앱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얀 쿰을 페이스북의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조건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페이스북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왓츠앱 인수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6억명이던 월간활성사용자수는 지난 1월 7억명으로 증가했으며, 이번에 8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유사앱 라인(1억8000만명), 위챗(4억6000만명), 페이스북 메신저(6억명) 등보다 많은 사용자 규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1월 왓츠앱이 페이스북의 수익성 강화에 중요한 조력자라고 강조하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때론 대박
때론 쪽박
 
2012년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수에 앞서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왓츠앱 인수사례와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인수된 듯한 인식이 강하지만 당시만 해도 초대형 M&A 사례는 단연 인스타그램이었다.
 
2010년 10월 처음 등장한 인스타그램은 24시간 만에 2만5000명이 다운받았다. 한달 새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100만명으로 늘어났고, 출시 1년이 넘어서자 1000만명으로 급증했다. 사진을 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꾸미고, 다른 가입자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단순함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인스타그램에 대해 “소셜 미디어 세상에 딱 맞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지금도 시스트롬은 인스타그램의 대표로서 사업을 경영하며 성장과 변화를 지휘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시스트롬에게 자율권을 인정해줘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씨티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는 350억달러로 트위터의 기업가치 235억달러를 넘어서면서 페이스북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시스트롬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에 매각하면서 4억달러를 챙긴 시스트롬의 자산은 지난 1월 기준 8억달러(약 8600억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메신저 앱 틱톡의 M&A 사례는 ‘타이밍의 승리’로 평가된다. 기업의 가치가 가장 높을 때 회사(틱톡)를 처분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SK플래닛은 틱톡을 운영하는 매드스마트를 인수했다. 업계에서 보고 있는 M&A 규모는 약 150~200억원 수준. 당시 앱 관련 기업에 대한 인식이 후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대형 M&A로 분류된다.
 
2011년 3월 설립된 매드스마트는 같은 해 7월 ‘틱톡’을 출시해 5개월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하면서 모바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팔고 튀자’
먹튀 피해도
 
이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SK플래닛은 시장 점유율 1위 ‘카카오톡’의 대항마로 보고 인수를 추진해 틱톡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SK플래닛 품에 안긴 틱톡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SK플래닛은 매드스마트를 여러 차례 개편했지만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데 실패하면서 틱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해야 했다.
 
결국, M&A로 재미를 본 것은 최초의 매드스마트 구성원들이었다. 당시 SK플래닛이 매드스마트를 인수하면서 이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음카카오 ‘김기사’ 인수 왜?
 
다음카카오가 ‘국민내비 김기사’ 록앤올 인수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음카카오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내비게이션 등 교통 관련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록앤올의 방대한 교통 정보와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다음카카오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록앤올이 서비스하는 ‘국민내비 김기사’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미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출시한 O2O 서비스 ‘카카오택시’에 ‘국민내비 김기사’를 연동해 길안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 추가를 원하는 택시 기사와 승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해당 기능을 기사용 앱에 적용했다. 한편, 록앤올은 다음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 체재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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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