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는 앱시장 '소문과 진실'

잘 만든 앱 하나 열 기업 안 부럽다

[일요시사 경제2팀] 박호민 기자 = 홍수처럼 쏟아지는 어플리케이션(앱)들 가운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급성장한 앱들이 깜짝 놀랄 가격에 인수합병(M&A)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때 취미삼아 만들던 앱이 이제는 기업의 소중한 재원으로 평가받기 시작한 것이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앱 운영 기업의 성공 M&A 스토리를 담아봤다.

 
20세기에는 오프라인 기반 기업들이 재계의 인정을 받았지만 21세기에 들어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회사가 눈부신 성장을 이루면서 앱 운영 회사의 가치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IT 기업을 중심으로 앱 운영 회사의 공격적인 M&A가 진행되고 있다. 
 
불굴의 김기사
초대박 신화
 
지난 19일에는 초기 창업 자본 1억5000만원이 들어간 앱 운영 회사가 600억원대에 팔리자 시장의 관심은 고조됐다. 다음카카오가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국민내비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의 지분 100%를 626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록앤올은 창업 5년 만에 600억원대에 다음카카오 품에 안기면서 대박 M&A의 주인공이 됐다.
 
록앤올의 사업이 처음부터 쉽게 풀린 것은 아니다. 2010년 록앤올을 창업한 박종환 공동대표와 김원태 공동대표, 신명진 부사장이 각각 5000만원 총 1억5000만원의 자본금을 투자했지만 창업 6개월만에 모두 바닥났다. 자금난에 빠진 록앤올에 투자자를 찾는 것은 마땅치 않았다.
 

통신사가 서비스하고 구글, 애플이 지도 서비스 하는 상황에서 조그만 회사가 성공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자본금이 떨어진 록앤올은 투자금 유치가 안돼 기술보증보험 등에서 1억원의 자금을 빌리기도 했다.
 
그러나 록앤올은 자본금의 유무와는 별개로 김기사의 가입자 수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2013년 당시 550만건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벌집구조라는 독특한 사용자 환경을 적용하고 실시간 교통상황을 반영해 빠른 길 안내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이후 록앤올은 1분 단위로 교통정보를 제공하는 등 혁신을 거듭하면서 가입자 수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작품 하나 잘 만들면 바로 ‘벼락부자’
톡톡 튀는 아이디어…깜짝 M&A 화제
 
결국 시련의 시기를 극복한 록앤올은 성장가능성을 눈여겨 본 다음카카오에 만족할만한 조건으로 안기면서 해피엔딩을 맞았다. 한국에 김기사의 사례가 있다면 해외에는 이스라엘판 김기사 ‘웨이즈’의 사례가 있다. 2013년 6월 커뮤니티 기반 지도·교통정보 앱 업체인 웨이즈(Waze)는 약 13억달러(1조4500억원)의 매각가로 구글에 인수됐다.
 
 
이스라엘 엔지니어들이 2008년 창업한 웨이즈는 가입자들이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내비게이션 지도를 무료로 제공하는 앱으로 주목받는 벤처기업이었다. 당시 웨이즈 앱 사용자는 4700만명이 수준이었다. 구글 입장에서는 웨이즈 인수를 통해 구글 맵에 사용자들이 제공하는 커뮤니티 기반 정보를 반영하는 등 소셜 네트워크의 특징을 결합하려고 했다.
 
아울러 구글은 웨이즈 인수로 페이스북 등 경쟁업체가 웨이즈를 인수해 구글 맵을 위협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싶어했다.
 

해외선 비일비재
규모는 상상초월
 
그러나 웨이즈는 느긋했다. 웨이즈는 앞서 페이스북으로부터 10억 달러의 인수 제안을 받았으나 페이스북이 웨이즈의 연구개발(R&D)센터를 이스라엘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옮기자고 제안해 인수협상을 올 스톱하기도 했다.
 
결국 웨이즈는 인수대금을 모두 현금으로 받았다. 또, 3년간 웨이즈의 브랜드를 유지하고,  연구·개발(R&D)센터를 이스라엘에 그대로 두는 요구도 관철시켰다. 이와 함께 웨이즈의 최고경영자(CE0) 노암 바딘이 CEO직을 유지하고, 직원 구조조정도 하지 않기로 구글로부터 약속 받으면서 만족할 만한 M&A 결과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페이스북에 220억달러(23조원) 인수된 왓츠앱은 초대형 M&A 사례로 꼽인다. 인수금액은 페이스북 M&A 역사상 최고액이다.
 
페이스북은 인수협상 초기 현금과 주식의 형태로 190억 달러(약 20조 원)에 왓츠앱을 인수하기로 했으나 왓츠앱의 요구로 더 높은 가격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왓츠앱은 앱 사용자의 휴대폰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과 일대일 또는 단체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사용자는 이 앱으로 인터넷을 통해 문자, 사진, 동영상, 음성 메시지를 해외에서도 비싼 요금을 내지 않고 보낼 수 있는 점을 무기로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다만 사용 첫 해는 이 앱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으나 그 후 광고 없이 사용하라면 매년 1달러를 내야한다.
 
당시 시장은 페이스북이 인기 사이트를 인수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으나 인수금액이 당초 페이스북 발표보다 올라간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1억5000만원 들여 600억으로 뻥튀기 
해외에선 23조 거래 초대형 사례도
 
실제 인수협상은 왓츠앱이 만족할만한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당시 현금, 주식, 왓츠앱 직원들에게 주기로 한 제한부 주식을 포함해 인수거래의 규모는 페이스북 주가를 토대로 계산하면 218억달러였다.
 
당초의 페이스북의 계획보다 30억달러 인수금액이 오른 셈이다. 페이스북은 또한 왓츠앱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얀 쿰을 페이스북의 등기이사로 임명하는 조건도 받아들여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페이스북의 선택이 옳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왓츠앱 인수 이후 가파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6억명이던 월간활성사용자수는 지난 1월 7억명으로 증가했으며, 이번에 8억명을 돌파했다. 이는 유사앱 라인(1억8000만명), 위챗(4억6000만명), 페이스북 메신저(6억명) 등보다 많은 사용자 규모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1월 왓츠앱이 페이스북의 수익성 강화에 중요한 조력자라고 강조하며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때론 대박
때론 쪽박
 
2012년 페이스북은 왓츠앱 인수에 앞서 사진 공유 앱 ‘인스타그램’을 10억달러(약 1조원)에 인수했다. 현재는 왓츠앱 인수사례와 비교되면서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인수된 듯한 인식이 강하지만 당시만 해도 초대형 M&A 사례는 단연 인스타그램이었다.
 
2010년 10월 처음 등장한 인스타그램은 24시간 만에 2만5000명이 다운받았다. 한달 새  인스타그램 이용자는 100만명으로 늘어났고, 출시 1년이 넘어서자 1000만명으로 급증했다. 사진을 사용자의 기호에 맞게 꾸미고, 다른 가입자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인스타그램의 단순함에 사람들이 매료된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인스타그램에 대해 “소셜 미디어 세상에 딱 맞는 새로운 플랫폼”이라고 평가했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지금도 시스트롬은 인스타그램의 대표로서 사업을 경영하며 성장과 변화를 지휘하고 있다. 페이스북이 시스트롬에게 자율권을 인정해줘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과는 별개로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씨티그룹이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는 350억달러로 트위터의 기업가치 235억달러를 넘어서면서 페이스북을 든든하게 지원하고 있다. 시스트롬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의 지원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에 감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을 페이스북에 매각하면서 4억달러를 챙긴 시스트롬의 자산은 지난 1월 기준 8억달러(약 8600억원)까지 치솟았다. 국내 메신저 앱 틱톡의 M&A 사례는 ‘타이밍의 승리’로 평가된다. 기업의 가치가 가장 높을 때 회사(틱톡)를 처분한 사례로 꼽히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SK플래닛은 틱톡을 운영하는 매드스마트를 인수했다. 업계에서 보고 있는 M&A 규모는 약 150~200억원 수준. 당시 앱 관련 기업에 대한 인식이 후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는 대형 M&A로 분류된다.
 
2011년 3월 설립된 매드스마트는 같은 해 7월 ‘틱톡’을 출시해 5개월만에 다운로드 1000만건을 돌파하면서 모바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팔고 튀자’
먹튀 피해도
 
이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SK플래닛은 시장 점유율 1위 ‘카카오톡’의 대항마로 보고 인수를 추진해 틱톡을 품에 안았다. 그러나 SK플래닛 품에 안긴 틱톡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SK플래닛은 매드스마트를 여러 차례 개편했지만 국내 점유율을 높이는데 실패하면서 틱톡은 국내 메신저 시장에서 사실상 철수해야 했다.
 
결국, M&A로 재미를 본 것은 최초의 매드스마트 구성원들이었다. 당시 SK플래닛이 매드스마트를 인수하면서 이들은 수억원에서 수십억원까지 챙긴 것으로 전해진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음카카오 ‘김기사’ 인수 왜?
 
다음카카오가 ‘국민내비 김기사’ 록앤올 인수로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이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음카카오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O2O 사업을 확장하는데 있어 내비게이션 등 교통 관련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며 “록앤올의 방대한 교통 정보와 실시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이 다음카카오 서비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밝혔다.
 
록앤올이 서비스하는 ‘국민내비 김기사’는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시작으로 해외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이미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카카오는 최근 출시한 O2O 서비스 ‘카카오택시’에 ‘국민내비 김기사’를 연동해 길안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 추가를 원하는 택시 기사와 승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해당 기능을 기사용 앱에 적용했다. 한편, 록앤올은 다음카카오의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에도 기존 경영진 체재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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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