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주년 기획특집 PART2 -데스크 특별대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학생자살이요? 단 한 명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단 한 명의 학생자살도 많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평소 강조하는 지론이다. 황 장관은 학생자살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집무실에는 연도별 현황판을 걸어두고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작은 변화지만 지속적인 관심에 자살하는 학생의 수는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교육에서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되는 것은 경제논리입니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세계적 여류인사인 헬렌 켈러의 사례를 강조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장애까지 끌어안은 참스승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헬렌 켈러가 존재할 수 있었다”면서 교육에는 결코 경제논리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 연장선에서 황 장관은 제도권에서 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아이에 대한 사회 각층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스승과 제자, 학생과 학생 간의 믿음과 신뢰관계 회복이 학교폭력, 그에 따른 자살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라는 철학을 놓치지 않고 있다.

교육부장관은 분명 힘든 자리다. 대한민국 교육이 아직 ‘참교육’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키를 잡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지만 분명 진단과 처방이라는 면에서 옳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황 장관은 고심하고 있었다.

다음은 짧은 재임기간이지만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위해 밤잠을 설쳐가면서까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황우여 교육부장관과의 일문일답이다.
 

- 2014년 8월에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행정부 수장을 맡는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는데 과거 원내대표·당대표 시절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 당대표·원내대표로 활동하던 시기에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당내 의원들과 당원의 중지를 모으고, 다른 정당과 협업하여 법을 제·개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행정부는 제정된 법률이 현장에서 잘 집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과를 창출함으로써 국민의 삶을 보다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죠. 교육부장관으로서 또한 사회부총리로서, 종합적인 관점에서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 황 장관께서 주목하는 교육부문 현안은 어떤 것이 있나요?
▲ 교육정책은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모든 과제가 현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중 올해 추진하고 있는 ‘교육개혁’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목표는 입시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고, 산업과 사회의 수요에 부응하며,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교육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자유학기제 확산, 공교육 정상화, 지방교육재정 개혁, 산업수요 맞춤형 인력 양성, 일학습 병행제 확산을 핵심 개혁과제로 설정하고 추진 중에 있습니다.

- 최근 대학교 방문 횟수가 많으시더군요. 학생들과 만나면 주로 어떤 얘기를 해주시는지요?
▲ 다양한 얘기를 합니다. 저의 학창시절 또는 다양한 인생경험을 말해주기도 하고요. 다음 세대에서 필요로 하는 정치적·사회적 균형감을 갖춘 인재, 합리성과 실용감각을 갖춘 책임감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한 노력을 당부하기도 합니다. 저는 네덜란드의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애드 폰테스(Ad Fontes, 근원으로 돌아가라)”라는 문구를 즐겨 인용하는데요.


‘교육을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대한 답은 결국 국민 행복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창조경제’의 중심이 되는 고등교육 실현을 위한 다양한 대학정책을 추진함으로써 학생 개개인의 ‘꿈’과 ‘끼’라는 씨앗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고 있습니다.
 

- 4대 사회악 근절에 대해 강조하신 바 있는데요. 근절을 위한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습니까?
▲ 학교폭력, 성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의 근절은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선결과제로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임을 누누이 밝혀왔습니다. 하여 4대 사회악을 근절하기 위해 여러 부처가 함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교폭력 부분은 교육부를 중심으로 ‘학교폭력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학교폭력 예방프로그램 및 고화소 CCTV 설치 등 안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고, Wee센터를 통해 피해학생 보호 및 가해학생 선도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 학교폭력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시나요? 근절을 위한 대책도 말씀해주시지요.
▲ 연구에 따르면 학교폭력은 학생 개인뿐만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 원인으로 작용해 나타난다고 합니다. 학생의 낮은 공감능력, 잦은 가정폭력, 교내 불건전한 또래문화, 대중매체를 통한 반복적인 폭력노출 등이 구체적인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학생·학부모·교원 및 지역사회가 한마음으로 노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교육부에서는 먼저 학교 차원에서 예방교육을 체계화하고, ‘친구사랑 동아리’ 운영 등 단위학교의 또래활동 활성화를 통해 건강한 학교문화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 가정에서의 예방활동도 학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만….
▲ 그렇습니다. 가정에서의 활동도 중요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자녀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을 실천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 등을 지원하며, 최근 증가하고 있는 사이버폭력 예방을 위해 선도학교 100개교를 지정해 운영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기존의 Wee클래스, Wee센터, Wee스쿨 및 전문상담교사 등 인프라적인 부분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갈 예정입니다.

- 교육부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폭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폭력 피해사실을 숨기고 알리지 않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현실적으로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신고 제도는 없을까요?
▲ 피해학생은 대면신고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죠. 신고 후 보복에 대한 우려 등으로 신고하지 않고 숨기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교육부는 피해학생이 효과적으로 알리고 도움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신고제도를 마련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여성가족부·경찰청과 합동으로 학교폭력 관련 신고상담 전문서비스를 연중무휴로 제공하는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학생이 신분노출 없이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신고하거나 상담할 수 있도록 ‘익명신고·상담서비스’를 단위학교별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들 서비스는 인터넷, 스마트폰 앱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어 학생들의 접근성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교육이 가장 조심해야 되는 것은 경제논리”
“헬렌 켈러의 탄생은 참스승의 교육 덕택”


- 제도적인 노력만 갖고는 어려운 게 현실인데요.
▲ 학교폭력 근절에 있어서 왕도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비폭력이 더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사회가 꾸준히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임선생님들이 30~4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는 CCTV의 렌즈가 아닌 선생님의 사랑어린 눈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따뜻한 관심의 시선을 보내야 합니다. 교육내용에 있어서는 의사소통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말보다 주먹이 먼저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서로 소통하는 교육을 통해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중장기적이기는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 청소년기 학생들의 자살률이 생각보다 높은데요,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학생자살은 심리적·가정적·사회적 측면의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합리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 발달이 미성숙하여 이성적인 판단과 다양한 문제해결 방안을 생각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마이너리티에 관한 인식도 원인이 된다고 봅니다. 요즘 규격화된 사회, 획일화된 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소위 ‘빵셔틀’이라고 하는 ‘왕따’를 당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가 눈에 띄기 때문이죠. 그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려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 줄일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취임 이후 ‘단 한 명의 학생 자살도 많다’는 생각을 갖고 자살하는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학생 자살자 수가 2011년에 150명이던 것이 2014년에는 118명까지 줄어들었습니다. 올해 학생 자살자 수는 작년 4월30일 기준 41명과 비교해 볼 때 28명으로 약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더욱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수치 감소가 아닌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여쭸습니다.
▲ 제도적 노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근원적인 방법은 교실에서 교사의 역할입니다. 요즘에는 주입식 교육보다 이끌어내는 교육이 선호되지 않습니까? 교실을 하나의 꽃밭으로 치면 모두 장미가 돼선 안 되잖아요. 백합도 있고 채송화도 있고 또 거기엔 들꽃도 마땅히 있는 겁니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 각자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헨렌 켈러가 어린시절 눈멀고, 귀먹고, 말을 못했지만 저명한 여류인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한 분의 참스승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교육의 미래성이죠. 경제적인 가치를 뛰어넘어 한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관계, 그 안에 있는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금의 교육문제에 있어 원론적인 부분에서의 접근이나 너무 감성적인 논리에서의 접근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만….
▲ 그렇습니다. 교육에서 가장 조심하고 경계해야 되는 것은 경제논리입니다. 그 선생님이 헬렌 켈러에게 관심을 보내는 것에 무슨 경제논리가 있었겠습니까. 왜 학교가 있고, 교실이 필요할까요? 장애가 있거나 적응을 못하는 아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무한지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 교사문제를 거론하셔서 드리는 질문입니다. 우리나라 교사의 직업만족도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라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사기를 올려줄 수 있는 방안은 있으신지요?
▲ 우선 우리나라 교육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선생님들의 노고에 이 자리를 빌려 감사 말씀 전합니다. 최근 교육환경의 급격한 변화, 학생의 특성과 문화의 변화로 교원들의 수업 및 학생지도 부담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현상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교사 존경 풍토가 약화되면서 선생님들의 직업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원의 자존감을 높이고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도록 스트레스로 지친 교사들이 치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또한 교원들이 자기개발을 하면서 수준 높은 연구도 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담임교사에 대해서는 특별한 예우와 지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현장 교원, 시·도교육청, 교원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교원 사기진작 대책’을 마련하겠습니다.
 

- 요즘은 학교에서 담임교사를 맡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와 해답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담임선생님의 경우 재량권을 지원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행·재정적인 최소한의 권한을 부여하면 선생님이 이를 활용해 보다 밀착된 학생지도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선생님을 행정적인 상하체계에 놓기보다 영역을 존중하는 쪽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교실은 곧 화원, 모두 장미가 돼선 안 돼” 
“학생자살자수, 4월30일 기준 32% 감소”


- ‘대학 반값등록금’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데요, 일각에서는 학부모와 대학생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요. 이 정책은 저소득층에 더 많이 장학금이 지원되는 구조로 설계하였기 때문에 소득이 높은 사람은 체감도가 낮을 수 있습니다. 최근 기초생활수급자부터 8분위까지 학생의 등록금 부담 경감을 조사해보면 2014년 기준으로 국·공립대학은 평균등록금 409만원 중 365만원을, 사립대학은 평균등록금 733만원 중 461만원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금년에 정부와 대학은 2011년 총 등록금 14조원 대비 7조원을 마련하여 학부모의 등록금 부담을 평균적으로 50% 경감하는 반값등록금을 완성했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대학 등록금 동결·인하를 유도하고, 반드시 지원이 필요한 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경감 체감도를 높여나가도록 하겠습니다.

- 대학 측에서는 반값등록금이 학교운영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2012년 이후 4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하여 왔기 때문에 대학의 재정여건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 수준은 2013년 기준으로 OECD국가 중 네 번째로 학부모가 체감하는 수준은 여전히 높은 상황입니다.

현재의 등록금 안정화 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대학의 재정여건을 고려해 고등교육 재정투자규모를 2017년까지 OECD 평균 수준인 GDP 1%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대학의 재정 여건 개선을 위해 제도개선과 규제완화에 적극 노력할 것입니다. 대학도 다각적인 재원 확충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케케묵은 논쟁입니다만, 성장하는 사교육과 침체되는 공교육은 여전합니다. 해결책은 없는 건가요?
▲ 사교육 유발 요인은 다양하고 복잡하여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학부모들이 체감하는 사교육 문제는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교육 문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공교육 내실화와 정상화를 통해 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중점을 둬야 된다고 봅니다. 최근 발표한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내실 있게 추진하고, 점차 높아지고 있는 예체능 교육 수요를 고려하여 ‘학교체육예술교육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여 추진할 계획입니다.

- 같은 맥락에서 예체능 사교육비 경감을 외쳤습니다. 예체능분야 사교육비가 많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만, 규모 자체는 국·영·수 중심의 사교육 시장이 훨씬 크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상 선정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통해 사교육 수요가 높은 영어, 수학 교과에 대한 대응방안과 학교급별 대책 등을 4가지 핵심전략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앞으로도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을 내실 있게 추진할 것이며, 이에 더하여 점차 높아지고 있는 예체능교육 수요를 고려해 ‘학교체육예술교육 활성화 방안’도 마련하여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 바쁘신 데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대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창간 19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와 애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작금에 <일요시사>가 사회와 독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지금처럼 국민들이, 특히 서민들이 관심 있는 부분을 심층으로 다뤄주시고, 그러면서도 훈훈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보도를 해주셔서 각박한 세상에 등대가 돼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창간 19주년을 맞이한 <일요시사>가 정론을 지향하는 바른 언론으로 우뚝 서길 바라며 아울러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사랑과 꾸준한 관심을 당부 드립니다. 

대담 = 최민이 편집국장 <sisaboss@ilyosisa.co.kr>
정리 = 최현목 기자 <
chm@ilyosisa.co.kr>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누구?]


▲ 인천 연수구 출생
▲ 제10회 사법시험 합격
▲ 서울대학교 대학원 헌법학 박사
▲ 15~19대 국회의원
▲ 새누리당 원내대표·당대표
▲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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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