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서민대출 상품 베스트6

많아서 헷갈리고 몰라서 못받는다

[일요시사 경제팀] 박호민 기자 = 정부가 서민들의 금융 안정을 위해 다양한 서민대출 상품을 만들었지만 정작 서민들은 출시 서민대출 상품이 너무 많아 쉽게 대출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민에게는 꼭 필요하지만 가까이 하기 어려운 서민대출 상품 가운데 인기 있는 상품 6개를 선정해 봤다.

정부가 내놓은 서민대출 상품은 종류별로 ▲창업 및 생활자금 ▲저금리 전환 ▲주택 마련 등 3가지로 나뉜다. 만약 자신이 연소득 3000만원 이하거나 신용등급이 6∼10등급에 해당한다면 필요한 대출 상품에 신청할 수 있는 조건이 되는지 확인해보자.
 
햇살론 새희망홀씨
 
대표적인 서민대출 상품으로는 ‘햇살론’이 꼽힌다. 햇살론은 지난해 2조원 가까운 실적을 올리면서 약 22만 명이 이용했다. 90%대의 정부 보증비율을 바탕으로 소액대출도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에 2010년부터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햇살론은 긴급생계자금·사업운영자금·창업자금 등을 취급한다. 대출 대상자는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의 자영업자·농림어업인 및 근로자를 대상 자격조건으로 하고 있다. 대출자격 조건을 충족해 승인이 되면 연 금리 10% 안팎의 낮은 금리로 기존 고금리의 대환대출이 가능할 뿐 아니라 생계자금으로 추가대출도 할 수 있다.
 
햇살론의 취급기관은 대출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저축은행, 상호금융권이다. 대출한도 금액은 최대 3000만원(창업자금의 경우 최대 5000만원)이고 상환기간은 최장 5년까지 가능하다.
 

대출 자격을 상담받고 싶은 희망자는 햇살론 공식접수처 세이브론 홈페이지(saveloan.net)또는 상담센터(1877-7191)를 통해서 상담받을 수 있다.
  
생계자금과 사업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새희망홀씨’도 인기가 좋다. 대출 대상은 신용등급 6등급 이하로 연소득 4000만원 이하다. 대출한도는 2000만원이다. 대출 금액은 과다채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소득수준과 당해 은행 및 타금융기관의 신용대출금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새희망홀씨의 금리는 은행별로 자체적으로 대출 심사를 하기 때문에 금리와 대출한도의 차이가 큰 편이다. 평균 금리는 8∼10% 사이다.
 
취약계층인 기초생활수급권자, 한부모가정, 다자녀가정(1가구 3자녀이상), 다문화가정, 만 60세이상 부모부양자에 대해서는 최대 1%포인트 이내에서 우대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꼼꼼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한 자에게는 취급 은행의 자체 기준에 따라 금리 감면 해택도 있어 꾸준히 납부가 가능한 대출자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대출 상품들 총정리
전세대란에 주택담보대출 인기
 

취급은행은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수협중앙회,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등 16개 은행이다.
  
‘미소금융’도 올해 들어 이용률이 부쩍 늘며 인기있는 서민대출 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미소금융중앙재단에 따르면 지난 1∼3월 지점을 통한 대출액이 709억원으로 작년 동기(538억원)보다 32% 증가했다. 
미소금융은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영세 사업자에게 창업·운영자금 등 자활자금을 무담보·무보증으로 대출해주고 있다. 대출한도는 사업운영자금 2000만원, 창업자금 7000만원이며 금리는 연 4.5% 이내다.
 
대출기간은 사업운영자금은 1년 거치기관과 5년이내 상환을 원칙으로 한다. 운영자금대출의 경우 6개월 거치·5년 이내 상환이다.
 
대상자는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소득·저신용 계층에 해당하는 신청인이다. 신용등급 5∼6등급인 대출 희망자 가운데 ▲채무불이행 경험이 없으면서 최근 1∼3년간 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경우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이면서 최근 1년간 금융거래 실적이 없는 경우도 신청이 가능하다.
 
취급기관은 금융위원회와 미소금융중앙재단이다. 미소금융 대출 신청을 희망하는 금융 소비자는 미소금융 취급대상기관을 통해 소요자금 적정 등 1차 심사를 거친 후 소상공인진흥원에서 컨설팅 및 상담을 받아 대출 절차를 진행하면 된다.
 
높은 금리의 대출 상품을 낮은 금리 대출 상품으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역시 서민들의 관심이 높다. 바꿔드림론으로 대출 상품을 전환하면 대부업 등 연 20% 이상의 고금리에서 연 8.0∼12.0%로 금리가 낮아져 이자부담이 완화된다.
 
단, 바꿔드림론을 이용하는 경우 남은 원금만대환할 수 있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중도상환수수료가 있는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있다면 대환시점까지 발생한 이자비용은 개별적으로 납부해야 한다. 
 
바꿔드림론의 대출 대상자는 3개월 이상 재직중이어야 하며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경우 해당한다. 만약 부양가족이 있는 경우 4500만원 이하까지 신청이 가능하다. 신용등급은 6∼10등급까지 해당된다. 그러나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 총액이 3000만원을 초과하거나 소득액에 비해 채무액이 과다한 경우, 현재 연체중이거나 과거연체 기록을 보유한 사람 등은 대출 대상자에서 제외된다.
 
 
대출 보증금액은 최대 3000만원까지 가능하며 상환은 대출기간동안 매월 동일한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이다. 대출기간은 급여소득자는 최장 5년, 자영업자는 최장 6년까지 가능하다.
 
바꿔드림론을 받기 위해 필요한 준비서류는 직장인의 경우 소득서류와 재직서류이고, 사업자는 소득서류와 사업자등록증이다. 직장인 소득서류로 인정가능한 것은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과 소득금액증명원, 금여통장 등이 있으며, 사업자라면 소득금액증명원, 부가가치세 면세사업자 수입금액증명, 부가세과세표준증명원, 사업소득원청 징수영수증 등이 있다.
 
취급기관은 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국민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씨티은행, 수협중앙회,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전북은행, 경남은행 등 16개 은행과 캠코다.
 

서민 주택마련을 위한 ‘디딤돌대출’의 관심도 뜨겁다. 지난해 처음 출시된 디딤돌대출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하며 관심을 반영했다. 
 
대출한도는 주택담보가치의 최대 70%까지 가능하며 대출한도는 2억원이다. 대출자격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의 무주택 세대주이며 소유권 이전 등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다. 금리는 연 2.6∼3.4%이며, 다자녀가구, 장애인·다문화가구, 생애최초자 등의 금리우대가 가능해 대출 상담시 추가 금리 우대여부를 확인해 봐야한다.
 
한도 크고 저리로 갈아타기 러시
자격 까다로워 ‘빛좋은 개살구’
 
대상주택은 공부상 주택아파트로써 아직 등기부등본이 발급되지 않았을 경우 ▲분양계약서 혹은 입주자모집공고문 상 300세대 이상 ▲대출신청일 혹은 대출 승인일 및 사용승인일로부터 6개월 이내 등의 조건을 충족시킬 경우 가능하다. 대출 기간은 10년, 15년, 20년, 30년 만기로 정해 매월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및 원금균등분할상환을 선택할 수 있다. 취급 기관은 우리, 국민, 기업, 농협, 신한, 하나은행 및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훈풍으로 서민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도 인기다. 보금자리론의 대출한도는 5억원으로 디딤돌대출의 한도액 2억보다 3억원 높게 산정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주택담보가치의 최대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나 임대차 금액과 주택유형에 따라 지역별 소액 임대차 보즘금이 차감돼 한도가 산정됨을 상기해야 한다. 대출금리는 연 2.85∼3.10%의 금리를 적용받으며 우대금리 추가적용이 가능하다.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자격조건을 살펴보면 보금자리론의 신청인은 신청일 현재 민법상 성년(만19세 이상)이어야 한다.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는 채무자와 배우자는 부부가 대출신청일 현재 무주택자이거나 1주택자 이어야 한다.
 
여기서 1주택자는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경우이거나 기존주택을 본 건 대출실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으로 신규주택을 담보로 구입용도 대출을 받는 경우다.
 
보금자리론 대상 담보주택은 실거주용으로 사용되는 ‘주택법’ 제2조 1호의 공부상 주택이어야 하며, 아파트와 기타주택(연립, 다세대, 단독주택)으로 구분된다.
 
<donky@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민대출’서민들 생각은?
 
서민들은 서민대출 상품에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복지재단이 저소득 근로자가 가입 가능한 희망플러스통장·꿈나래통장 가입자 1005명을 대상으로 ‘서울시 저소득층 금융서비스 욕구 및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운영하는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한 저소득층은 8.9%에 그쳤다.
 
특히 서민대출을 이용하지 않은 응답자 중 25.9%가 ‘상품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답했고 ‘나에게 맞는 상품이 뭔지 모른다’는 답변도 22.9%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서민들이 적극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대출 상품에 대한 관심을 갖고 이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계 한 전문가는 “신용등급과 소득이 낮다고 제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를 우선적으로 찾아 고금리 부담에 시달리지 말고 서민지원 자금대출 대상자가 되는지 확인해보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호>
 
<기사 속 기사> 위험한 가계부채 ...대책은?
 
한국은행은 최근 급증세를 나타내고 있는 가계부채의 변화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잠재 위험을 조기에 파악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자료를 통해 “가계부채의 동향, 질적 구조, 건전성, 거시경제적 영향 등을 정부 및 감독 당국과 수시로 논의하고 충격 등에 대비한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가까운 시일 내에 가계부채 문제가 시스템리스크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가계의 금융 및 실물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각각 2배, 6배 수준이고 가계부채 연체율도 지난해말 국내은행 기준 0.49%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소득 증가속도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이 지속되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비를 제약하고 금리상승 등 충격이 발생할 때 일부 취약계층의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상호금융 등)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3000억원으로 전달보다 3조8000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도 2014년 자금순환통계 기준 164%를 기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2년 평균 136%를 크게 상회했다.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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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