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많은 회장님 '성완종 살생부' 실체

이명박 털려다 박근혜 털린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로 이명박정부를 겨냥했던 청와대가 심각한 역풍을 맞았다. '죽은 성완종'이 '산 박근혜'를 쫓고 있는 꼴이다. "나는 MB맨이 아닌 MB정부의 피해자"라고 울먹였던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죽음과 맞바꾼 메카톤급 폭로로 정부·여당의 폐부를 찔렀다. 이제 관심은 '성완종 리스트'에 모아진다. 메모 내용이 사실이라면 청와대의 남은 운명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0일 새벽 6시 초대형 폭로가 나왔다. 두 전직 청와대 비서실장의 억대 금품 수수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이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밝힌 사람은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다. 성 회장은 판도라 상자를 열고, 몇 시간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자원외교 역풍
정부에 부메랑

'십상시 파문'조차 비교 불가한 사상 초유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졌다. 성 회장은 생전 마지막 유언을 가족이 아닌 언론 기자에게 남겼다. <경향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가 만든 소용돌이는 메가톤급 파괴력을 가진 허리케인으로 확대돼 청와대를 덮쳤다.

성 회장은 자살을 결심한 지난 9일 새벽 5시 유서를 남기고 자택을 나섰다. 자택 인근의 리베라호텔 앞에서 택시를 타고 5시30분께 북한산에 도착했다. <경향신문>은 약 30분 뒤 성 회장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결과적으로 유언이 된 그의 인터뷰는 거대한 후폭풍을 몰고 왔다.

10일 공개된 인터뷰에 따르면 성 회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전후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각각 10만달러와 7억원을 건넸다. 돈의 성격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단 당시 대선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성 회장은 두 실장에게 돈을 전달한 시기와 장소를 정확히 묘사했다. 김 전 실장에 대해선 "2006년 9월 VIP(박근혜 대통령) 모시고 독일 갈 때 10만달러를 바꿔서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돈을) 전달했다. 당시 수행비서도 함께 왔었다. 결과적으로 신뢰관계에서 한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또 허 전 실장에 대해선 "2007년 당시 허 본부장(당시 박근혜캠프 직능총괄본부장)을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만나 7억원을 서너 차례 나눠서 현금으로 줬다. 돈은 심부름한 사람이 갖고 가고 내가 직접 주었다"라고 말했다. 성 회장은 "그렇게 (돈을 전달해) 경선을 치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권 핵심 인사들 도마 '일파만파'
성회장 메모 사실이면 현정부 '끝'

성 회장의 인터뷰는 이날 오전 거의 모든 매체가 빠짐없이 인용했다. 사안이 가진 폭발력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일각에선 '녹취록이 정말 있는 것이냐'라며 의문을 표했다. <경향신문>은 같은 날 오후 12시 성 회장의 육성 녹취록을 직접 공개하며 논란을 정리했다. 녹취록의 내용과 보도된 내용은 정확히 일치했다.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이로부터 약 2시간 뒤엔 성 회장이 죽기 직전 남긴 메모가 세상에 알려졌다. 성 회장의 시신을 검시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메모를 확보한 것이다. 메모에는 두 실장을 포함한 여권 거물급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메모에 쓰인 내용은 성 회장이 생전 육성으로 밝힌 주장과 같았다. '김기춘 10만달러' '허태열 7억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던 것이다.

남은 6명의 신원도 속속 드러났다. 메모 속 인물이 '홍준표(1억), 부산시장(2억), 홍문종(2억), 유정복(3억), 이병기, 이완구'라는 방송보도가 잇따랐다. 검찰은 "대체적으로 (언론에서 밝힌) 내용이 같다"라며 사실을 인정했다. 여기서 '부산시장'은 친박계인 서병수 부산시장으로 확인됐다.

메모의 필적은 평소 성 회장의 필적과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성 회장의 메모가 맞는지 필적감정을 의뢰했고, 본인 것이 맞다는 확인을 받았다. 메모에 적힌 총 글자 수는 55자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완구 국무총리는 구체적인 금액이 적혀있지 않아 의문을 자아냈다. 남은 4명은 각각 성 회장으로부터 적힌 액수만큼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메가톤급 파괴력
판도라상자 열려

비록 성 회장은 세상에 없지만 그가 남긴 '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정부 전·현직 핵심참모, 새누리당 유력 정치인을 궁지로 내몰았다. 아울러 이들 대부분은 소위 친박계 정치인이자 각종 선거 과정에서 박 대통령을 도왔기 때문에 청와대가 직격타를 맞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졌다. 박근혜정부 입장에선 성 회장이 토끼인 줄 알고 몰았다가 사냥개에 물린 형국이다.

지난 2월26일 <세계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박근혜정부는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 무렵 수사의 무게 중심은 포스코에 쏠렸다. 이 총리가 먼저 3월12일 "부정부패를 발본색원하겠다"라고 말했고, 같은 달 17일에는 박 대통령이 "비리의 뿌리를 찾아내 뿌리 덩어리를 들어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당시 경남기업에 대한 수사는 일종의 보험 성격으로 풀이됐다. 자원개발 비리 수사는 영포라인뿐 아니라 일부 친이계 전·현직 의원을 옭아 멜 수 있고, 현 정권에 직접 타격을 입히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혔다.

그렇지만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포스코 수사는 기대만큼 풀리지 않았다. 지금껏 포스코 수사의 핵심 인물인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대로 경남기업 수사는 빠른 속도로 핵심에 다가갔다. 압수수색부터 구속영장 청구까지 일사천리였다.

타깃이 된 성 회장은 기업 경영권을 포기했으며, 회사는 법정관리·상장폐지로 내몰렸다. 비빌 곳이 없어서였는지 수사의 강도도 셌다. 검찰은 압수수색 18일(4월3일) 만에 성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다음날엔 언론을 통해 성 회장의 구속수사를 기정사실화했다. 성 회장에게는 'MB맨'이라는 별명이 덧씌워졌다. 이명박정부 당시 정권 차원의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망 전 육성파일
"나눠서 7억 줬다"

그러나 성 회장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나는 MB맨이 아니다"라며 요목조목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성 회장은 "(지난) 2012년 총선에서 선진통일당 소속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는데 새누리당과 합당 이후 대선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를 위해 혼신을 다했다"라며 눈물을 훔쳤다.

수사기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성 회장을 'MB맨'으로 분류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는 지난 정권의 핵심축이었던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에 속하지 않았다. 당내 계파 구도상 친이계로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한국광물자원공사와 경남기업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불투명한 자금 거래가 있었다는 혐의를 잡고, 둘 사이의 연관성을 찾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성 회장은 여러 친박계 중견 정치인에게 구명을 요청했지만 "죄가 없으면 수사를 받으라"며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전해진다. 메모에 등장하는 이 실장 역시 성 회장의 구명 요구를 거절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기자회견은 그가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였다. 그러나 성 회장의 바람과 달리 기자회견 이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성 회장은 바로 다음날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성 회장을 통해 지난 정권 인사를 엮으려던 검찰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검찰 수사 리턴?…정관계 긴장
'뇌물리스트' 존재 여부에 촉각


'MB를 직접 겨냥하진 못할 것'이란 세간의 예측은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은 '메릴린치 자문 사기' 의혹 등을 받고 있음에도 참고인 조사조차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MB 쪽을 어설프게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이들은 '친박'이다. 생전 성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성 회장의 죽음으로 가장 득을 본 인물은 바로 이 전 대통령이다.

<경향신문> 인터뷰에 따르면 성 회장은 "자원 쪽을 뒤지다 없으면 그만둬야지. 마누라와 아들, 오만 것까지 다 뒤져서 가지치기 해봐도 또 없으니까 1조원 분식 얘기를 했다"라며 "(검찰이) 저거(이명박정권의 자원외교)와 제 것(배임·횡령 혐의)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말했다.

이는 성 회장에 대한 수사가 궁극적으로는 MB 쪽을 겨누기 위한 발판이었다는 증거다. 정부는 진짜 'MB맨'을 잡기 위해 가짜 'MB맨'을 벼랑으로 몬 것이다. 성 회장의 죽음을 계기로 관련 수사는 사실상 중단될 개연성이 높다. 검찰 입장에선 수사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4·29재보선을 앞두고 '성완종 리스트'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떠올랐다. 대중의 관심은 사건 관련자의 금품 수수 여부에 쏠리고 있다.

김 실장과 허 실장, 그 밖에 언급된 모든 정치인은 "돈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실장은 청와대를 통해 해명자료를 보내는 등 이례적으로 해명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진실을 가리려면 보다 많은 증거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한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도 따져봐야 하지만 금품거래 의혹의 당사자인 성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수사가 어렵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4·29재보선
변수로 떠올라


검찰의 수사 착수와는 별개로 성 회장이 쓴 메모와 육성 녹취록 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관련한 의혹 제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시비를 가리는 유일한 끈은 '제3의 목격자'다.

<경향신문>이 공개한 육성파일을 들으면 성 회장이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 '심부름을 시킨 사람'과 '수행비서'가 등장한다. 만약 이들이 성 회장의 인터뷰가 사실이라고 진술한다면 청와대의 남은 3년은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뇌물 메모' 8인의 반박

[김기춘] "악의적이고 황당무계한 내용"
[허태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홍준표] "돈 받을 정도로 친밀감 없다"
[서병수] "알지만 왜 거론됐나 모르겠다"
[홍문종]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 없다”
[유정복] "단 1원 한푼도 받은 적 없다"
[이병기] "인간적으로 섭섭했던 것 같다"
[이완구] "의정때 그렇게 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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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