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 특별기획<4>대한민국 뒷골목 움직이는 3대 축<유흥·조폭·마약> 현주소

어두컴컴 ‘뒷골목’ 따라 ‘범죄 씨앗’ 싹 튼다

“세상이 무섭다.” 최근 국민들의 심정이다. 각종 대형사고가 전국을 강타하는가 하면 성폭행과 살인 등 각양각색의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마음 한 곳에는 불안감이 가득한 것이 현재 국민들의 마음이다. 이런 가운데 악의 축으로 손꼽히는 조폭, 유흥, 마약 등 3대 암적 세계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정당국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며 새 모습으로 단장하고 있는 것. <일요시사>에선 창간 14주년을 맞아 이들 분야의 현주소를 파헤쳤다.

유흥가…변태업소들 성황 속 주택가로 잠입화
조폭…의리는 옛말, 피도 눈물도 없는 ‘피바다
마약…검증체계 구멍 ‘숭숭’ 서민들 ‘해롱해롱’
국민들 한마음으로 공공의적 퇴치에 앞장서야


대한민국 뒷골목을 움직이는 가장 주요한 세력은 역시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다. 조폭의 움직임에 따라 유흥가와 마약세계의 지도까지도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폭들은 최근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조폭들이 조직의 법칙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건달은 영원한 건달’이라며 ‘폼생폼사’를 내세웠던 그들은 이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것으로 법칙을 바꿨다.

체면을 벗어던지고 돈벌이에 열중하는 게 조폭들의 현주소다. 큰돈을 벌수만 있다면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치졸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치밀하게 사전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다반사다. 비호세력의 보호막을 범행에 이용하는가 하면 국경을 넘나들며 이익을 얻기 위한 몸부림도 치고 있다.

조폭 ‘폼생폼사’는 옛말
먹을거리 찾아 동분서주

최근 조폭들의 또 다른 변화는 점조직이다. 개인이 추종자들을 규합해 소규모 신흥조직을 구성한 다음 필요할 때 조직간 연계활동을 강화한다. 경찰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조폭들은 최소 10명에서 많게는 5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추세다. 이들 중 40대는 두목, 30대는 행동대장, 20대와 10대는 행동대원의 형태다. 한 조직 당 행동대장은 2~3명 정도. 조직은 세포분열하고 유사시 연합하는 형태다.

조폭들의 먹거리도 달라졌다. 건설업, 유통업, 벤처사업, 재개발관련 이권개입, 카드할인업, 상가분양 개입, 보험범죄, 도박 등 다양하다.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느 분야라도 개입해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면서 조직의 자금원을 확보한다.

이들의 전쟁터는 경기도로 파악되고 있다. 예전 이권을 둘러싼 암투와 유혈이 낭자했던 서울 조폭 풍속을 최근 경기도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게 조폭 전문가 L(46)씨의 전언이다.

L씨는 “서울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조폭들은 물론 기존 경기도를 주무대로 삼던 조폭, 지방에서 먹잇감을 가로채기 위해 상경한 조폭들이 엉키면서 전쟁터가 됐다”며 “신개발 붐이 일고 있고 무엇보다 ‘돈’이 있기 때문에 수원과 평택 등 노른자위를 중심으로 조폭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폭 세계 변화의 또 다른 모습은 이방인들이 조폭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 조폭들의 행각은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 게다가 전국을 무대로 범죄행각을 일삼는 ‘해외파 조폭’ 등장은 조폭 세계의 새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범죄자의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다. 그 뒤는 몽골과 미국, 베트남과 일본순이다. 이에 따라 사회 곳곳에선 외국인들의 중대범죄율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면서 더 이상 외국인 범죄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외국인 범죄를 보면 주로 동 인종간의 폭행, 살인이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인 범죄가 점점 거대화, 조직화 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최근 서울 남서부 지역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계 조직폭력배와 부산 지역 러시아 마피아 등이 국내 폭력조직과 손을 잡으면서 긴장상태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심각한 것은 ‘백색가루’까지 손을 대는 조폭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뽕쟁이’들이나 취급한다고 손가락질하던 마약사업 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 조폭들이 마약시장에 나서면 파급력이나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조폭들이 마약에 손을 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사행성 게임업종, 불법 추심업, 유흥업 등을 주 수입원으로 삼았던 조폭들은 조폭 수 증가와 불황 지속으로 ‘돈맥경화’에 걸리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고 그것이 마약인 것.

전직 조폭 조모(51)씨는 “만약 해외조폭들처럼 국내조폭들도 마약거래를 주 수입원으로 삼게 되면 마약시장의 규모가 광역화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대부분의 조폭조직이 단단한 연결고리로 짜인 만큼 빠르게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 이유”라고 주장했다.

보다 더 자극적으로
변태 업소 우후죽순

뒷골목을 화려한 색으로 장식하는 유흥가 역시 생존을 위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 현재 유흥가는 어떤 모습일까. 유흥마니아 S(36)씨에 따르면 유흥가 트렌드는 일본의 변태성문화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일례로 지하철 성추행 체험이나 구멍 뚫린 벽 틈 사이로 훔쳐보기 등의 업소가 성행하고 있다고.

성매매 업소들은 크게 ‘이미지클럽’과 ‘페티시클럽’으로 대별된다. 갖가지 상황을 설정해 성행위를 하는 이미지클럽의 경우 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제로 운영된다. 뚫린 구멍 사이로 옷을 갈아입는 여성을 훔쳐보거나 지하철 여자 승객을 뒤에서 성추행하는 등 불법적이고 변태적인 것들이 주 메뉴다.
반면 남성이 고른 복장을 착용한 여성이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페티시클럽의 경우에는 교복, 간호사복, 망사복장 등 갖가지 의상들을 비치해 놓고 있다. 새디스트 고객을 위한 코너도 마련돼 있다. 남성들은 기호(?)에 맞는 옷을 입은 여성과 성행위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유흥가의 현주소는 변종 성매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성매매 단속이 본격화된 이후 유흥가에선 ‘단속에도 걸리지 않고 쾌락의 강도는 더욱 높은’ 업소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 선두는 ‘도우미 PC방’이었다. 이곳은 글자 그대로 PC방과 ‘성인’ 혹은 ‘도우미’라고 하는 성매매 콘셉트가 결합되면서 남성마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성인PC방은 서울 도심보다는 경기도 외곽지역에 둥지를 틀고 성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누드쇼와 비디오방이 결합된 업소도 인기다. 각각의 방들이 있고 그곳에 사람들이 들어가면 방 앞 설치되어 있는 유리 너머로 여성들이 음란한 자태로 춤을 춘다. 남성은 편안히 방에 앉아 누드쇼를 관람하다가 흥분 상태에 들어가면 별도의 아가씨와 오럴섹스나 유사성행위를 한다. ‘스트립방’의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시내에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는데 관음증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나가요’ 세계도 달라진 모양새다. 일단 활동무대가 서울에서 경기지역으로 바뀌었다. 경찰의 단속과 불황 탓이다. 수원·인천·고양·부천·동두천 등 경기도내 유흥가에는 서울 동대문, 강남, 용산 등지에서 소위 잘나가던 ‘나가요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들의 활동무대 이동은 경기도 유흥가를 신흥강자로 만들어 내고 있다. 낯선 동네에서 낯선 유흥문화를 즐기고 낯선 여성과의 잠자리를 원하는 남성들의 발걸음이 잦아들면서 활력을 불어 넣기 때문이다. 욕망의 탈출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유흥가 전문 분석가 K씨는 “국내 유흥가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 성매매 업소의 진화는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라면서 “이들 업소는 대중들의 성적 취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유흥가 지도는 계속 뒤바뀌고 있는데 경찰의 집중적 단속이 이뤄지면서 서울의 유흥가는 움츠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반면 서울 외곽과 경기도는 형형색색 불을 밝히며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원·인천·안산 등지로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특히 수원은 유흥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태”라며 “서울과 인근에 있는 오산, 안산 등지에서 유흥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약세계도 진화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대한민국이 ‘마약청청국’이란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각종 마약들이 서민들의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지난 4월말부터 울산해양경찰서가 양귀비와 대마 밀경작에 대한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해경은 특별단속반을 편성하고 해·육상의 입체적 감시활동을 통해 단속활동에 나선 상태다. 또한 검찰 등 유관기관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효과적인 단속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단속은 그만큼 마약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9월에는 마약수사 일선현장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이 월급을 차곡차곡 모은 사재를 털어 마약범죄를 예방하는 교육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마약범죄학회가 그곳이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교도소 출소 마약사범 10명 중 7명이 재범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민간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작전명 “꼭꼭 숨겨라”
단속반과 숨바꼭질

이처럼 대한민국이 마약에 찌들고 있는 것은 검증체계에 구멍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실례는 지난해 11월 국내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쳐온 외국인 마약사범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인 S씨는 1999년 한국에 들어온 뒤 10년간 불법체류 상태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유명 여성그룹의 뮤직비디오와 인기 오락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면서 교회부설 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는데 마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른 강사들도 모두 중·고교 시절부터 마약을 접해왔고 일부는 마약을 투약한 채 강의를 하기도 했다.

마약 밀수 수법도 기상천외하게 달라지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 여성용품, 콘돔 등 세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용하고 있다.
세관들이 놀랐던 것은 사람의 몸속에 마약을 넣어 오는 수법이다. 주로 항문을 통해 뱃속으로 마약을 숨기는 방식이다. 여성의 성기 안이나 직장, 창자 등의 장기 속에 마약을 숨겨 들어오는 것도 꼽힌다. 속옷이나 생리용품 등 여성들의 물품도 단골이다. 음식물 속에 마약을 숨겨 오는 고전적인 수법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다이어트 약물중독이다. 살을 빼기 원하는 이들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인 다이어트 약이 종국에는 사망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12월 마약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에 중독으로 인해 30대 여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사망원인은 펜터민이란 약물중독.
J제약 한 관계자는 “펜터민은 전문적인 비만 치료제로 쓰이지만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일종”이라며 “때문에 유럽에선 처방이 금지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인터넷에는 펜터민 처방이 많은 병원 명단이 나돌고 있고 개인적인 불법 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술한 처방전과 인터넷 판매는 여성들의 다이어트 약물중독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선 독버섯들이 국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를 내몰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사정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는 등 뿌리를 뽑기에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은 교묘하게 빠져나가 더욱 깊숙이 숨어버리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사회 공공의 적인 유흥과 조폭, 마약, 도박 등을 근절시켜야 하는데 앞장 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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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