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4주년 특별기획<4>대한민국 뒷골목 움직이는 3대 축<유흥·조폭·마약> 현주소

어두컴컴 ‘뒷골목’ 따라 ‘범죄 씨앗’ 싹 튼다

“세상이 무섭다.” 최근 국민들의 심정이다. 각종 대형사고가 전국을 강타하는가 하면 성폭행과 살인 등 각양각색의 사건들이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마음 한 곳에는 불안감이 가득한 것이 현재 국민들의 마음이다. 이런 가운데 악의 축으로 손꼽히는 조폭, 유흥, 마약 등 3대 암적 세계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정당국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며 새 모습으로 단장하고 있는 것. <일요시사>에선 창간 14주년을 맞아 이들 분야의 현주소를 파헤쳤다.

유흥가…변태업소들 성황 속 주택가로 잠입화
조폭…의리는 옛말, 피도 눈물도 없는 ‘피바다
마약…검증체계 구멍 ‘숭숭’ 서민들 ‘해롱해롱’
국민들 한마음으로 공공의적 퇴치에 앞장서야


대한민국 뒷골목을 움직이는 가장 주요한 세력은 역시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다. 조폭의 움직임에 따라 유흥가와 마약세계의 지도까지도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조폭들은 최근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조폭들이 조직의 법칙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한번 건달은 영원한 건달’이라며 ‘폼생폼사’를 내세웠던 그들은 이제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것으로 법칙을 바꿨다.

체면을 벗어던지고 돈벌이에 열중하는 게 조폭들의 현주소다. 큰돈을 벌수만 있다면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치졸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치밀하게 사전계획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는 것은 다반사다. 비호세력의 보호막을 범행에 이용하는가 하면 국경을 넘나들며 이익을 얻기 위한 몸부림도 치고 있다.

조폭 ‘폼생폼사’는 옛말
먹을거리 찾아 동분서주

최근 조폭들의 또 다른 변화는 점조직이다. 개인이 추종자들을 규합해 소규모 신흥조직을 구성한 다음 필요할 때 조직간 연계활동을 강화한다. 경찰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서다.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조폭들은 최소 10명에서 많게는 50명의 조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추세다. 이들 중 40대는 두목, 30대는 행동대장, 20대와 10대는 행동대원의 형태다. 한 조직 당 행동대장은 2~3명 정도. 조직은 세포분열하고 유사시 연합하는 형태다.

조폭들의 먹거리도 달라졌다. 건설업, 유통업, 벤처사업, 재개발관련 이권개입, 카드할인업, 상가분양 개입, 보험범죄, 도박 등 다양하다.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느 분야라도 개입해 폭력적 수단을 사용하면서 조직의 자금원을 확보한다.

이들의 전쟁터는 경기도로 파악되고 있다. 예전 이권을 둘러싼 암투와 유혈이 낭자했던 서울 조폭 풍속을 최근 경기도에서 재현되고 있다는 게 조폭 전문가 L(46)씨의 전언이다.

L씨는 “서울을 주무대로 활동하던 조폭들은 물론 기존 경기도를 주무대로 삼던 조폭, 지방에서 먹잇감을 가로채기 위해 상경한 조폭들이 엉키면서 전쟁터가 됐다”며 “신개발 붐이 일고 있고 무엇보다 ‘돈’이 있기 때문에 수원과 평택 등 노른자위를 중심으로 조폭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폭 세계 변화의 또 다른 모습은 이방인들이 조폭지도를 새로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외국인 조폭들의 행각은 더욱 잔혹해지고 있다. 게다가 전국을 무대로 범죄행각을 일삼는 ‘해외파 조폭’ 등장은 조폭 세계의 새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범죄자의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다. 그 뒤는 몽골과 미국, 베트남과 일본순이다. 이에 따라 사회 곳곳에선 외국인들의 중대범죄율이 갈수록 증가세를 보이면서 더 이상 외국인 범죄를 사소하게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외국인 범죄를 보면 주로 동 인종간의 폭행, 살인이었다”면서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외국인 범죄가 점점 거대화, 조직화 되고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최근 서울 남서부 지역에서 세력을 넓히고 있는 중국계 조직폭력배와 부산 지역 러시아 마피아 등이 국내 폭력조직과 손을 잡으면서 긴장상태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귀띔했다.

심각한 것은 ‘백색가루’까지 손을 대는 조폭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뽕쟁이’들이나 취급한다고 손가락질하던 마약사업 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한 것. 조폭들이 마약시장에 나서면 파급력이나 규모가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조폭들이 마약에 손을 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사행성 게임업종, 불법 추심업, 유흥업 등을 주 수입원으로 삼았던 조폭들은 조폭 수 증가와 불황 지속으로 ‘돈맥경화’에 걸리자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고 그것이 마약인 것.

전직 조폭 조모(51)씨는 “만약 해외조폭들처럼 국내조폭들도 마약거래를 주 수입원으로 삼게 되면 마약시장의 규모가 광역화될 것이 자명하다”면서 “대부분의 조폭조직이 단단한 연결고리로 짜인 만큼 빠르게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그 이유”라고 주장했다.

보다 더 자극적으로
변태 업소 우후죽순

뒷골목을 화려한 색으로 장식하는 유흥가 역시 생존을 위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그러면 현재 유흥가는 어떤 모습일까. 유흥마니아 S(36)씨에 따르면 유흥가 트렌드는 일본의 변태성문화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일례로 지하철 성추행 체험이나 구멍 뚫린 벽 틈 사이로 훔쳐보기 등의 업소가 성행하고 있다고.

성매매 업소들은 크게 ‘이미지클럽’과 ‘페티시클럽’으로 대별된다. 갖가지 상황을 설정해 성행위를 하는 이미지클럽의 경우 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회원제로 운영된다. 뚫린 구멍 사이로 옷을 갈아입는 여성을 훔쳐보거나 지하철 여자 승객을 뒤에서 성추행하는 등 불법적이고 변태적인 것들이 주 메뉴다.
반면 남성이 고른 복장을 착용한 여성이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페티시클럽의 경우에는 교복, 간호사복, 망사복장 등 갖가지 의상들을 비치해 놓고 있다. 새디스트 고객을 위한 코너도 마련돼 있다. 남성들은 기호(?)에 맞는 옷을 입은 여성과 성행위를 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유흥가의 현주소는 변종 성매매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성매매 단속이 본격화된 이후 유흥가에선 ‘단속에도 걸리지 않고 쾌락의 강도는 더욱 높은’ 업소들이 많이 생겨났다.
그 선두는 ‘도우미 PC방’이었다. 이곳은 글자 그대로 PC방과 ‘성인’ 혹은 ‘도우미’라고 하는 성매매 콘셉트가 결합되면서 남성마니아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성인PC방은 서울 도심보다는 경기도 외곽지역에 둥지를 틀고 성업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누드쇼와 비디오방이 결합된 업소도 인기다. 각각의 방들이 있고 그곳에 사람들이 들어가면 방 앞 설치되어 있는 유리 너머로 여성들이 음란한 자태로 춤을 춘다. 남성은 편안히 방에 앉아 누드쇼를 관람하다가 흥분 상태에 들어가면 별도의 아가씨와 오럴섹스나 유사성행위를 한다. ‘스트립방’의 인기도 고공행진 중이다. 서울 시내에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는데 관음증을 가지고 있는 남성들이 많이 찾는다고.

‘나가요’ 세계도 달라진 모양새다. 일단 활동무대가 서울에서 경기지역으로 바뀌었다. 경찰의 단속과 불황 탓이다. 수원·인천·고양·부천·동두천 등 경기도내 유흥가에는 서울 동대문, 강남, 용산 등지에서 소위 잘나가던 ‘나가요걸’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들의 활동무대 이동은 경기도 유흥가를 신흥강자로 만들어 내고 있다. 낯선 동네에서 낯선 유흥문화를 즐기고 낯선 여성과의 잠자리를 원하는 남성들의 발걸음이 잦아들면서 활력을 불어 넣기 때문이다. 욕망의 탈출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유흥가 전문 분석가 K씨는 “국내 유흥가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해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사회 성매매 업소의 진화는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든 실정이다”라면서 “이들 업소는 대중들의 성적 취향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해갈지는 쉽게 예측하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유흥가 지도는 계속 뒤바뀌고 있는데 경찰의 집중적 단속이 이뤄지면서 서울의 유흥가는 움츠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반면 서울 외곽과 경기도는 형형색색 불을 밝히며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원·인천·안산 등지로 재편되기 시작하면서 특히 수원은 유흥의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상태”라며 “서울과 인근에 있는 오산, 안산 등지에서 유흥문화를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약세계도 진화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대한민국이 ‘마약청청국’이란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각종 마약들이 서민들의 생활에 파고들고 있다.
지난 4월말부터 울산해양경찰서가 양귀비와 대마 밀경작에 대한 특별단속에 들어갔다. 해경은 특별단속반을 편성하고 해·육상의 입체적 감시활동을 통해 단속활동에 나선 상태다. 또한 검찰 등 유관기관과 공조체제를 구축해 효과적인 단속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단속은 그만큼 마약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해 9월에는 마약수사 일선현장에서 근무했던 전직 경찰관이 월급을 차곡차곡 모은 사재를 털어 마약범죄를 예방하는 교육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한국마약범죄학회가 그곳이다. 이들이 뭉친 이유는 교도소 출소 마약사범 10명 중 7명이 재범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민간교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작전명 “꼭꼭 숨겨라”
단속반과 숨바꼭질

이처럼 대한민국이 마약에 찌들고 있는 것은 검증체계에 구멍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실례는 지난해 11월 국내 유치원과 학교 등에서 영어를 가르쳐온 외국인 마약사범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된 사건을 꼽을 수 있다.

미국인 S씨는 1999년 한국에 들어온 뒤 10년간 불법체류 상태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해왔다. 그는 유명 여성그룹의 뮤직비디오와 인기 오락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면서 교회부설 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는데 마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다른 강사들도 모두 중·고교 시절부터 마약을 접해왔고 일부는 마약을 투약한 채 강의를 하기도 했다.

마약 밀수 수법도 기상천외하게 달라지고 있다.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 여성용품, 콘돔 등 세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용하고 있다.
세관들이 놀랐던 것은 사람의 몸속에 마약을 넣어 오는 수법이다. 주로 항문을 통해 뱃속으로 마약을 숨기는 방식이다. 여성의 성기 안이나 직장, 창자 등의 장기 속에 마약을 숨겨 들어오는 것도 꼽힌다. 속옷이나 생리용품 등 여성들의 물품도 단골이다. 음식물 속에 마약을 숨겨 오는 고전적인 수법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다이어트 약물중독이다. 살을 빼기 원하는 이들에게 참을 수 없는 유혹인 다이어트 약이 종국에는 사망까지 이르게 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해 12월 마약 성분이 함유된 식욕억제제에 중독으로 인해 30대 여성이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은 사망원인은 펜터민이란 약물중독.
J제약 한 관계자는 “펜터민은 전문적인 비만 치료제로 쓰이지만 ‘살 빼는 마약’으로 불리는 향정신성 의약품의 일종”이라며 “때문에 유럽에선 처방이 금지돼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인터넷에는 펜터민 처방이 많은 병원 명단이 나돌고 있고 개인적인 불법 거래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허술한 처방전과 인터넷 판매는 여성들의 다이어트 약물중독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데 이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선 독버섯들이 국민들을 압박하고 있다. ‘돈만 벌면 된다’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를 내몰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사정당국이 단속을 강화하는 등 뿌리를 뽑기에 노력하고 있지만 이들은 교묘하게 빠져나가 더욱 깊숙이 숨어버리고 있다”면서 “국민들이 마음을 모아 사회 공공의 적인 유흥과 조폭, 마약, 도박 등을 근절시켜야 하는데 앞장 설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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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