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에 묻다…언론인도 공무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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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5.03.06 12:5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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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공무원들에 대한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2년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제안발의했던 이 법안은 이듬해 8월,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돼 2015년 1월8일에서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거쳐 2년 8개월만에 빛을 보게 됐다.

김영란법은 공무원들의 부패를 방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애초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등 청탁사건에 대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을 입증하지 못해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를 처벌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것으로, 청렴사회 건설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지난해 5월, 국회 정무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적용대상에 언론인들을 스리슬쩍 끼워넣었다. 당시는 모든 이슈들이 4·16세월호 침몰사태로 집중된 탓에 이 문제에 대한 견제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해가 바뀌고 세월호 사태가 자연스레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다시 김영란법이 이슈가 됐고 언론인 등 그 적용대상 등을 두고 여야는 다시 샅바싸움을 벌였다. 불과 9개월 전에는 적용시키기로 합의했음에도 말이다.

결과적으로는 본회의 문턱을 넘는 데 3년 가까이라는 장고를 거쳤지만, 정작 정무위·법사위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해 '허점투성이 법안'으로 전락해 버렸다.

게다가 이해 당사자들인 의원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된 부분도 석연치 않다.


국회의원들 역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지만, '선출직 공직자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 또는 법령, 기준의 제·개정, 폐지 또는 정책·사업·제도 등의 개선에 관해 제안 및 건의하는 행위'라는 예외조항을 슬그머니 넣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놨다.

본회의로 가는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 이상민 위원장은 본회의 상정 후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입법취지에 뜻은 같이 하지만, 그를 실현하는 내용이 당초 원안에서 상당히 변형됐다"는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3년 8월에 국회로 넘어온 이 법안이 1년 7개월만에 통과된 점도 석연찮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론에 떠밀려 '졸속처리'된 부분이다.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애매모호한 부분들은 보완했어야 하고 더 손질해야 했다는 얘기다. 국회 법사위원장이 "부정청탁에 대한 규정들이 너무 졸렬하게 규정돼 있어 법률가인 제가 봐도 뭐가 되고, 뭔가 안 되는 건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적용대상에 금융·법률·의료 등 다른 공공재 성격이 짙은 민간 부분은 빠진 채 교육·언론인들까지 확대된 것도 우려스럽다. 특히, 다른 민간 부분과의 형평성 문제나 언론출판의 자유라는 공익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KBS·EBS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언론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지 않는다. 공직자(공무원)가 아니라는 얘기다. 연장선상에서 교육인들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과 함께 교육 부분을 적용대상에 포함시킨 점이 의아스럽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영란법은 헌법 제21조와 11조 제1항의 '언론의 자유'와 '평등권'을 위배하고 있다.


대한변협(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하창우)도 5일, "위헌 여부를 확인해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은 부정 청탁 행위와 예외규정을 예로 들며 "부정청탁의 개념만으로 국민 입장에서 어떤 행위가 부정인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는 헌법 제12조 제1항서 규정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최근 김영란 전 위원장이 사석에서 "원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했고, 나아가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사람까지를 대상으로 하려던 것인데 범위가 이렇게 확장됐다"는 관조섞인 발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치권에서는 심히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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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한국인 무덤’ 캄보디아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캄보디아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일부 교민 사이에서는 피해자가 일확천금을 노리고 제 발로 들어와 납치, 감금 등 위험에 노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자업자득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최근 들어 다수의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강력범죄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여행을 꺼리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타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 공포를 느낀다. 국가별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언어 장벽으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다는 점도 두려움에 일조한다. 돈 벌러 자발적으로 실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된 후 막혔던 하늘길이 열리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피해를 당하는 사건·사고 건수가 급증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해외여행에서 사건·사고 피해를 당한 국민은 1만5769명에 달한다. 2022년(1만1323명)과 비교하면 39.3% 늘었고 코로나19 여파가 있던 2021년(6498명)과 비교하면 2.4배 증가한 수치다. 유형별로는 분실 사고가 5618건(35.6%)으로 가장 많았다. 절도 2716건(17.2%), 사기 1003건(6.4%), 실종 의심 714건(4.5%), 교통사고 694건(4.4%) 등이 뒤를 이었다. 폭행·상해(584건), 강도(140건), 강간·강제추행(105건), 납치·감금(93건), 살인(22건) 등 강력범죄도 적지 않았다. 문제는 최근 들어 특정 국가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동남아, 그중에서도 캄보디아가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피 국가’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고문을 당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20대 대학생 30대 여성 감금·고문 끝에 사망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이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8월까지 330건으로 또 크게 늘었다. 일부 피해자는 고수익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말에 속아 캄보디아에 갔다가 범죄 조직의 먹잇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공포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기는 한국인 20대 남성 박모씨가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대학생으로 알려진 박씨는 지난 8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고문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한국에 돌아오지 못했다. 박씨의 사망 이후 경찰 조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주변 상황이 드러났다. 돈과 사람이 얽힌 범죄 관련성이 제기되면서 충격은 배가 됐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박씨 통장에 있던 조직범죄 수익금 수천만 원이 인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박씨의 통장은 범죄 조직의 대포통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충격이었던 점은 박씨를 캄보디아로 보낸 사람이 그의 대학 선배였다는 사실이다. 납치 감금 살인까지 박씨의 사망 소식을 시작으로 캄보디아에 간 지인 혹은 자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신고가 우후죽순 쏟아졌다. 부산에서는 2건의 납치 및 감금 의심 신고가 접수됐는데 1명은 구직을 위해 캄보디아로 갔다가 연락이 두절된 상태고, 다른 1명은 감금돼 있다면서 구조를 요청한 것을 가족이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대구 지역에서도 캄보디아에 출국한 뒤 연락이 끊긴 3명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고 이 가운데 1명이 귀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에서는 지난해 1월부터 이달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 신고가 총 4건 접수됐다. 강원에서도 춘천, 원주, 동해, 영월 등지에서 실종 신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파악한 바로는 캄보디아에 출국했다가 연락이 끊긴 실종자 대부분은 ‘취업’ ‘구직’ ‘경제 활동’ 등의 이유로 한국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구인 글에 유인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지난 14일 캄보디아 실종·감금 통계를 공표했다. 경찰이 관련 통계를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달 13일까지 약 2년간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은 143건 접수됐다. 이 중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된 사건은 91건이며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경찰이 수사하는 도중에도 납치·감금·사망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30대 한국인 여성 박모씨가 캄보디아 국경 인근의 베트남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지난 15일 경찰을 통해 알려졌다. 해당 여성은 유흥업소로 데려갈 여성을 유인하는 이른바 ‘모집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사망한 박씨는 8월 초 30대 한국인 여성 2명에게 “계좌이체를 도와주면 1300만원을 챙겨주겠다”고 속여 캄보디아로 유인했다. 이후 박씨는 종적을 감췄다가 최근 베트남을 방문한 뒤 캄보디아로 돌아가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가 유인한 2명은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피해자가 됐다. 2명은 감금 13일 만에 한국에 있던 지인의 신고로 구조됐지만 한국에 돌아와서도 조직의 협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녀의 사진과 납치 당시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 영상을 온라인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가 하면 “브로커는 이미 죽었다. 다음은 네 차례야”라며 살해 협박도 가했다고 한다. 잇따른 사망 소식에 2년 전 의문사한 BJ 사건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BJ 아영(변아영)은 2023년 6월2일 지인과 함께 캄보디아에 입국했고 나흘째 되는 같은 달 6일 프놈펜의 한 공사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BJ 아영 사건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큰 충격을 자아냈지만 진상은 여전히 미궁에 있는 상태다. 캄보디아 경찰은 BJ 아영의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병원 소유자인 30대 중국인 부부를 체포했다. 이들은 BJ 아영이 본인 소유의 병원에서 수액과 혈청 주사를 맞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신 상태와 관련해 성폭행 가능성이 제기됐다. 캄보디아 경찰에 따르면 시신 발견 당시 BJ 아영은 속옷 상의를 입지 않은 상태였고 속옷 하의도 거꾸로 입고 있었다. 국내에도 조직 있다 체포된 중국인 부부는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들을 고문을 동반한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출입국 기록에 따르면 아영은 2021년부터 수차례 캄보디아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그의 지인도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 캄보디아에서 사망한 유명인은 BJ 아영만이 아니다. 개그맨 서세원씨도 BJ 아영과 같은 해 4월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인병원에서 사망했다. 당시 당뇨 합병증을 앓던 서씨가 링거를 맞다가 쇼크사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후 프로포폴 투약과 의료 과실 의혹이 불거졌다. 당일 병원 면접을 본 간호사의 과실 등 여러 의문이 제기됐지만 진실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서씨의 유족은 캄보디아 현지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서씨의 딸인 서동주씨는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최초 신고자가 누군지, 링거와 수액을 가져갔는지, 간호사 진술은 받았는지, 약물(혹은 독극물) 검사를 했는지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그런데 제가 들은 이야기는 ‘링거를 맞다 돌아가셨다’는 게 전부”라고 토로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좋은데 너무 싫기도 했고 잘 보이고 싶다가도 미웠다. 너무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면서 “저랑 닮은 면이 너무 많은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다”고 털어놨다. 또 서씨의 장례를 치르던 도중 반려견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장례를 2번 치르니까 사는 게 너무 허망했다”고 눈물을 보였다. 정부 대책 마련 촉구했지만 ‘한탕’ 노리고 떠나는 2030 캄보디아 경찰은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64명을 지난 17일 우리나라로 추방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캄보디아 경찰의 이번 조치는 한국인 실종 및 구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캄보디아에 파견된 한국 정부 조사단의 활동에 따른 것이다. 앞서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이끄는 캄보디아 취업 사기 및 납치·감금 사건 관련 정부 합동 대응팀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훈 마네트 총리를 예방했다. 잇따른 납치·감금 사건에 대한 적극적 대책 마련과 협조를 캄보디아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캄보디아 관련 사건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짜 문제는 앞으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추가 사건이 발생할 여지가 너무나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피해를 입은 이들 대다수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들어갔다가 문제가 생긴 것이기에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범죄 조직을 소탕하지 못하면 지금과 같은 사건은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이미 보이스 피싱,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범죄를 위한 조직이 광범위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국내에도 조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 조직원을 캄보디아로 이른바 ‘공급’하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앞으로 일각에서는 사건의 배경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부분 피해자가 20~30대 젊은 층에 집중된 부분을 체크해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이 잘 안 되고 사회적 지위도 낮아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한탕’을 노리고 타국을 향해 떠나는 이들에게 눈 돌릴 구석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