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계 '크루즈 투자' 노림수

'장례+여행' 묶어 파는 속셈이…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상조업계에서 크루즈 상품 도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장례'와 '여행'이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한데 묶여 판매 중이다. 그런데 크루즈 상품에 몇 가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상조업체 간 출혈 경쟁과 그에 따른 재정 불균형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결혼은 안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죽는 건 피할 수 없잖아요. 기업 입장에서는 이만한 장사가 없죠. 우리나라 특유의 보여주기식 장례 문화도 있고요." 지난 2일 한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산업의 전망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상조산업은 한때 블루오션의 상징이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시장은 넓어졌고 업체 입장에선 매월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법망 피하고

그런데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팽창한 상조시장이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와 국회 등 국가기관은 상조업체에 대한 제제를 강화했다.

지난 2011년 6월 대법원은 '보람장의개발'이란 장례서비스 대행업체를 차려 놓고 보람상조개발㈜ 등 그룹 계열사와 불공정 계약을 통해 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모두 301억원을 횡령한 최철홍 보람상조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최 회장은 횡령액을 대부분 변제해 양형을 낮추는 한편 부인인 김미자 보람상조 부회장에게 경영을 맡겨 위기를 극복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공시된 사업자 정보공개를 보면 보람상조는 모두 9개의 계열사를 갖고 있다. 이 가운데 4개 회사를 김 회장이 나머지 5개 회사를 김용섭·오준오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들 9개 회사의 총 자산은 4383억여원으로 집계됐다.


업계 1위로 알려진 프리드라이프(구 현대종합상조)의 총 자산은 4357억여원이다. 공시에 따르면 보람상조보다 자산규모가 적다. 하지만 부채 규모에서 보람상조와 차이를 보인다. 프리드라이프의 부채 총계는 4356억여원으로 5286억여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보람상조보다 재무건전성에서 앞선다. 단 상조업체의 부채는 상조서비스를 받지 않은 고객의 납입금이 일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선불식할부거래사업자(상조회사) 평균 부채비율이 116%라는 것이다. 자산대비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산총계로 나눈 값으로 회사 입장에선 이 비율이 낮을 수록 안정적인 기업경영이 가능하다.

그런데 앞서 밝혔듯 상조업체는 고객으로부터 매월 납입금을 받아 이를 장부상 부채로 처리하며 때로는 상조서비스 이외의 용도로 사용한다. 만약 상조회사가 부도를 내거나 폐업한다면 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최악의 경우엔 납입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할부거래법은 선불식 할부거래 시 고객이 납입한 돈의 50%를 공제조합에 예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못한 업체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공정위는 "전국에 등록된 253개의 상조업체 중 24곳이 선수금 법정 보전비율(50%)을 준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상조업체 수는 2011년 300개에서 꾸준한 감소세를 보였다.

너도나도 삼매경…유행처럼 번져
업체 출혈경쟁 책임 소비자 전가
구조조정 과정서 변종 상품 출시

할부거래법 도입과 함께 상조시장은 비자발적 구조조정을 겪었다. 총 가입자 389만명, 총 선수금 3조3600억원에 달하는 이 거대시장은 자본력이 있거나 영업망을 갖춘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등장한 상품이 바로 크루즈 여행 패키지다. 프리드라이프, 보람상조는 물론이고 부모사랑상조, 한강라이프 등 대부분의 업체에서 크루즈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상조업체가 직접 크루즈 선박을 매입해 여행상품으로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크루즈 선박은 건조비만 수천억원에 이르고, 하루 소비되는 유류비만 따져도 수천만원이 넘는다. 상조업체의 크루즈 상품은 사실상 여행사가 취급하는 상품과 동일하다. 대부분의 상조업체는 유명 여행사와 공동으로 크루즈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크루즈 산업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 필요한 면허만 해도 관광업·주류업·숙박업 등 30여개에 이른다. 무엇보다 선상카지노가 허용되지 않아 수익성에 결함이 있다. 최근에야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크루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 발전 방향을 논의 중이다. 내수도 크지 않다. 2014년 기준 해외여행객 수는 160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크루즈를 이용한 여행객은 1만5000명 안팎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렇다면 상조업체들은 왜 크루즈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일까. 업계 관계자가 꼽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상조업체가 취급하는 크루즈 상품은 모두 외국 선박을 이용한 해외여행이다. 여행사가 모집해도 될 일이지만 일반 여행사에는 없는 상조업체만의 특징이 있다. 바로 할부거래다.

여행사가 취급하는 상품은 선불제가 압도적으로 많다. 후불제 여행사도 있지만 극소수다. 반면 모든 상조업체는 할부제다. 상조업체가 고가의 크루즈 상품을 중계하면 고객 입장에서 목돈 없이도 여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회사에서 실제 크루즈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5% 안팎이다"며 "신규 상조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업체 간 출혈경쟁은 2000년대 후반부터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는 일명 '퍼주기 마케팅'으로 타사 가입고객을 뺏어온 부모사랑상조에 시정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상조업체의 '덤핑 판매'는 회사 재무는 물론이고 시장 경쟁력을 악화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더불어 어학연수 지원, 줄기세포 보관과 같은 변종 상품은 본업인 상조서비스에 비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크루즈 여행 역시 아직은 전문 노하우를 갖춘 기업이 드물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둘째, 할부거래법의 맹점과 관련이 있다. 기존 할부거래법은 '장례 또는 혼례를 위한 용역 및 이에 부수한 재화'를 제공하는 회사와 그 서비스를 규제토록 돼 있다. 장례나 혼례에 속하지 않는 크루즈 여행은 법률 적용에 애매한 지점이 있다. 때문에 일부 업체는 크루즈 상품을 끼워 팔아 납입된 돈을 공제조합에 예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측은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상조업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해약이다. 대다수 업체는 환급금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크루즈 상품으로 가입된 고객은 법률에 규정된 수준의 환급금을 약속받기 어렵다. 기존 상조 상품에서도 계약해지 및 환급금 관련 피해가 증가세인 것을 감안하면 회원들의 권익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장밋빛 홍보

업계 관계자는 "상조시장이 구조조정을 겪으면서도 회원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명단을 양도·양수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며 "크루즈 상품도 중도해약이 가능한지, 업체가 합병돼 상품이 없어졌을 시 환급이 가능한지에 대해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크루즈 산업 육성 방안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크루즈 패키지. 각 상조 업체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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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