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3기 인사 관전포인트

김기춘 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박근혜정부의 레임덕이 가시화되고 있다. 20%대로 떨어졌던 국정수행 지지율은 곧 30%선을 회복했지만 뚜렷한 반등 요인 없이 정체 중이다. 박근혜정부는 이른바 '인적쇄신'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타개한다는 전략이지만 '3기 정부'의 면면에선 국정쇄신의 의지를 읽기 어렵다. 당장 황교안 법무부장관이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1순위로 거론되는 등 '수첩 인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지지율 폭락으로 위기에 봉착한 박근혜정부가 개각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지난해 7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필두로 한 '2기 내각'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정윤회 문건 파동'과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20%대로 붕괴했다.

지지율 폭락
3인방 생존

지난달 28일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29.7%(표집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만 해도 50%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불과 석 달 만에 20%포인트가 하락했다. '부정평가' 역시 62.6%를 기록해 취임 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치권은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 30%를 정권의 레임덕을 가르는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정권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TK(대구·경북)에서도 민심 이반이 진행 중이다. TK권의 지지율은 50% 아래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부터 박근혜정부의 지지율은 완연한 하락세에 있다.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박근혜정부는 개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23일 청와대는 정홍원 국무총리의 후임으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를 내정했다. 이 후보자의 발탁은 기자들도 몰랐던 깜짝 인사였다. 이 후보자는 '언제 통보를 받았냐'는 질문에 "전날 밤에 전화를 받았다"고 답했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후 유독 '깜짝 인사'를 고집했다. 배후에서 인사를 좌우하는 인물들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 이른바 '십상시 논란'으로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이번에도 바뀐 것은 없었다.

대통령의 '복심'인 문고리 3인방(이재만, 정호성, 안봉근)은 인사개편에서 살아남았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외형상 인사위원회에서 배제토록 한 게 전부였다. 몇몇 여권 관계자는 "(인사 과정에서) 이재만보다 안봉근의 이름이 더 자주 들렸다"고도 했다. 인사위원회에 없어도 인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이들이 청와대에 있는 한 ‘실세 논란’의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십상시 논란 속 문고리 3인방 유임
비서실장 건재…최후 카드로 보류?

유임이 예상된 수석비서관 교체는 기습 단행됐다. 지난달 28일 <매일경제>는 "교체된 수석비서관들이 인사 발표가 이뤄진 당일(23일) 오전 9시15분께 교체를 통보 받았다"고 보도했다. 청와대가 홍보수석을 통해 인사발표를 한 시간은 같은 날 오전 10시였다.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알려진 윤창번 전 청와대 미래전략수석은 이날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점심약속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청와대 브리핑 직후 약속을 취소했다는 것이 기사화된 내용이다.

윤 전 수석은 지난달 2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일 통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려면 대통령께서 일을 그렇게 하셨겠냐"며 "소문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더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고 짚었다. 다른 질문에 대해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웃으며 답했다.

함께 교체된 유민봉 전 국정기획수석은 지난달 9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비서실은 이번 사건에 무거운 책임감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수석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이 같이 해명하고 2주 뒤 짐을 쌌다. 그가 있던 국정기획수석실은 정책조정수석실로 개편됐다. 유 전 수석은 평소 임기 2년을 채우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혀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두 수석의 교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주변 정리에 들어간 모양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김 실장이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 등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함에 따라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거취
2월 내 결정

앞서 김 실장은 한 종편 방송에서 자신과 이른바 '구원파'가 오대양사건 당시 유착돼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한 심 전 고검장을 고소했다. 비슷한 뉘앙스로 말한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도 함께 고소했다. 김 실장은 이들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관련 인터뷰 내용을 지면에 실은 신문기자에 대한 고소도 취하했다. 정치권은 김 실장이 사퇴를 앞두고 주변 정리에 들어갔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실장이 이번 청와대 비서실 및 정무특보단 개각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거취와 상관없이 '수렴청정을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같은날 <문화일보>는 청와대 인사위원장인 김 실장이 검사 출신인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를 추천했으며, 민정비서관이었던 우병우 민정수석을 승진시켰다고 보도했다. 특히 최근 '항명사태'로 물러난 김영한 전 민정수석은 김 실장과의 불화로 사실상 '식물수석'이었다는 내용을 함께 전했다.

김 실장의 유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재로선 사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차기 비서실장 1순위로 꼽고 있다. 복수 사정기관 관계자는 최근 "BH(청와대)가 문건 유출 수사 경과를 지켜보며 황 장관 쪽으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과 함께 광주를 찾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둘러보기도 했다.

황 장관 외에 하마평에 오른 인사로는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권영세 주중대사, 최외출 영남대 부총장 등이 있다. 현 의장은 박 대통령의 오랜 자문그룹인 ‘7인회’라는 점이 돋보이지만 고령이라는 점에서 참신성이 떨어진다. 권 대사의 경우 비서실장보다는 개각 대상으로 지목된 통일부장관 쪽에 가깝다는 평가다. 최 부총장 역시 법조인이 주도하는 현 권력지형상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그림자 실세'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황 장관이 차기 비서실장으로 발탁된다면 법무부장관을 새로 뽑게 되면서 개각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이상 인사안을 확정했다. 최근 법무부는 사법연수원 16∼17기 인사들에게 "원활한 인사를 위해 협조해 달라"는 취지로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황 장관이 검찰 진용을 사전에 짜놓고 청와대로 가는 것 아니냐는 해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역시 검찰 내 일부 인사들에 대한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황교안
개각폭 커질 듯

만약 황 장관의 후임을 찾지 못할 경우 뜻밖의 인물이 비서실장에 오를 수 있다. 최근 한 언론은 김 실장의 경남고 후배인 김병호 언론재단 이사장을 유력 후보군으로 보도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차기 비서실장 선임에 김 실장의 '입김'이 닿을 것이란 점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실장이) 경질되는 것도 아닌데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상황에서 후임을 누구로 할지 의논하지 않겠냐"며 "김 실장의 영향력은 한동안 남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석인 해양수산부장관에는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이 후보에 올라 막판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단 해양수산부장관이 힘 있는 부처가 아니란 점에서 민간 전문가의 발탁을 점치는 분위기도 있다.

해양수산부 외에는 모두 현직 장관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청와대 차원에서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까닭에 어떤 장관이 교체 대상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현 상황에서 비교적 교체가 확실시된 후보로는 류길재 통일부장관과 서승환 국토교통부장관이 꼽힌다.

류 장관은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었지만 대북 강경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청와대와 '엇박자'를 냈다는 평가가 있다. 후임으로는 지난 대선의 공신 가운데 한 명인 권 대사가 검토되고 있다. 단 통일부 역시 힘 있는 부처가 아니란 점에서 권 대사가 장관직을 고사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국정원을 경험한 여권 정치인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대 밑바닥 지지율
인적쇄신으로 '점프'

서 장관은 지난 2기 내각 출범 때도 교체가 검토된 바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땅콩 회항' 사건의 '봐주기' 책임이 더해지면서 경질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최근 국토교통부 유관기관을 겨냥한 사정작업이 진행 중이란 얘기가 들린다. 일부 국회의원까지 연루된 사건이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장관의 후임으로는 경북 포항 출신인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제1사무부총장)과 충남 청양 출신인 한만희 전 국토교통부 차관이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강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간사로 업무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박계라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한 전 차관은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자산인 '행복도시'와 인연이 있다. 행복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원안대로 사업을 추진한 이력이 강점이다.

당초 1월 말로 예정된 개각은 달을 넘겨 2월 초로 연기됐다. 정치권은 오늘(2일) 있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결과를 보고 청와대가 인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칫 친박계 위주로 정무특보단을 꾸리고 장관직에 대한 논공행상을 한다면 비박계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김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내 친박계 관료의 '깜깜이 인사'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해진다.

여의도 정가에선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나오고 있다. 신빙성 높은 것은 일부 비박계의 중용 가능성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전망이다. 충성도가 낮은 인물을 영입해 김 대표의 입지를 축소시킨다는 전략이다.

반면 비박계의 승리와 함께 중립적인 관료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 경우 개각의 폭이 정가의 예측을 뛰어넘는 수준에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비박 끌어안고
친박 세 불린다

정치 중립적 인사인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임기 3년 가운데 2년을 채워 개각 대상에 포함돼 있다. 임기 중 각종 금융 사고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됐지만 청와대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인사 특성상 때로는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해 '박힌 돌'을 빼내기도 한다. 이를테면 비박계의 승리가 신 위원장의 낙마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발표될 정무특보단에는 친박 좌장인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과 친박계인 현기환·이성현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비서실장 교체로 본격화될 박근혜정부 3기의 면면은 문고리3인방, 법조마피아, 친박계가 혼합된 모습이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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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