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살림살이 브랜드 보니…

예산안에 없는 제품도 구매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근 대통령의 고가 헬스기구 논란과 함께 청와대의 살림살이가 주목받고 있다. 매년 똑같은 예산안을 올려 혈세를 타가지만 그 쓰임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조달청 전산망을 통해 청와대가 사들인 비품들을 확인했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 쓰이는지 또 얼마만큼 납품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청와대는 1억원 상당의 헬스장비를 구입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거짓말을 했다. 고가의 헬스장비들이 청와대 직원들과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조달청으로부터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 취득원장'을 입수해 "헬스장비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거짓말 들통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거짓말을 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에 대해서 공개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지난 2006년 당시 한나라당 김모 의원과 2008년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각각 청와대 물품구매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의 비밀주의를 질타했다. '대통령의 헬스기구' 등과 관련하여 모두 4차례에 걸쳐 13건의 자료요구를 했으나 단 한 건도 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왜 청와대는 이토록 감추기만 하는 것일까.

기자는 조달청 전산망을 통해 대통령비서실이 발주한 물품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는 논란이 됐던 초고급 헬스기구인 파워플레이트가 누락돼있었다. 청와대로 납품된 모델은 pro7로 취득단가는 2100만원이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본관으로 납품된 헬스기구는 대외비로 다뤄졌는데 조달청이 실수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의원이 공개한 '본관 운동장비 구입내역'과 조달청 전산망에서 확인한 운동장비 구입내역은 차이를 보였다.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5월26일 118만원에 역기들어올리기를 구매했다. 6월12일에는 트레드밀(한국식 영어로 런닝머신) 3대를 발주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트레드밀 1대를 더 주문했다. 단가는 480만원 정도였다. 청와대 본관으로 납품된 트레드밀(95TA)의 단가는 940만원으로 2배 이상 비싼 미국산이었다. 대통령비서실은 추정단가 208만원인 하체근력강화용자전거도 쇼핑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같은 모델(M660BR)의 좌식자전거가 청와대 본관으로 납품됐다.


기자가 확인한 대통령비서실 발주 내역을 보면 헬스장비 구입으로 생긴 지출은 전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2014년 구매 목록 중 가장 많은 돈이 쓰인 단일 품목은 자동차였다. 대통령 비서실은 6월13일 대형세단인 에쿠스 리무진 2대를 구입했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이 차량은 패키지가 포함된 단가가 1억원을 넘었다.

비서실은 무슨 이유인지 컴퓨터를 자주 바꿨다. 모두 5차례에 걸쳐 업무용 컴퓨터를 교체했다. 먼저 1월23일 90만원대 삼보컴퓨터 데스크톱 2대를 주문했다. 2월26일에는 70만원대 컴퓨터 500대를 일시 구매했다. LED 모니터(14만원대)도 같은 수량으로 구매했다.

7월22일에는 삼보컴퓨터 데스크톱 40대를 발주했다. 인텔 코어 i5를 탑재한 98만원짜리 컴퓨터였다. 비서실은 11월11일과 27일에도 각각 컴퓨터 4대와 19대를 샀다. 비서실 전체 인력은 5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구매에 사용된 돈은 확인된 것만 5억원에 가까웠다.

BH 들어가는 비품들 내역 확인
대부분 삼성·LG 대기업 납품

가전제품 중에선 텔레비전이 자주 구매됐다. 7차례에 걸쳐 LED TV가 청와대로 들어갔다. 가격은 40만원부터 151만원까지였다. 벽걸이형 TV를 살 때는 거치대가 함께 구매됐다. 19대의 텔레비전은 LG전자 제품이었다. 대우디스플레이 제품도 10대가 구매됐다. 청와대는 2015년 예산안을 짜면서 텔레비전 구입비를 485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올해 비서실이 텔레비전 구입으로 쓴 돈은 밝혀진 것만 2000만원 정도였다.

비서실은 삼성전자의 냉장고도 구매했다. 단가는 37만원이었고 13대가 계절별로 청와대에 납품됐다. 세탁기는 LG전자의 제품이었는데 수량은 1대고 가격은 40만원 선이었다. 선풍기는 신한일전기의 제품이었다.

의자는 듀오백 제품을 고집했다. 모두 6차례에 걸쳐 듀오백 의자가 조달됐다. 한 번에 20개씩 1·2·3·5·8·11월에 20만원대 의자가 납품됐다. 작업용 의자 가운데는 보루네오의 사무용 가구 브랜드 '유피스' 제품도 있었다. 가격은 23만원을 조금 넘었다.

토템이라는 중소기업 제품도 6대 납품됐다. 가격은 15만원대였다. 코아스의 접이식의자도 상하반기로 나눠 80대가 넘게 납품됐다. 단가는 9만2000원이었다. 캐비닛은 토템과 유피스 제품이 각각 납품됐고, 가격은 10만∼3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코아스도 캐비닛 일부를 납품했다. 책상도 코아스나 유피스 제품이 쓰였다. 로커라는 회사의 가구도 있었다.


지출 비중이 높았던 항목은 SW구매였다. 방화벽장치 네트워크솔루션을 공급한 S사는 올 10월 9000만원 정도에 자사 제품 2개를 공급했다. P사의 보안용 웹방화벽은 2600만원대였는데 이 역시 7월 2대가 공급됐다.

삼보컴퓨터 데스크톱
안철수연구소 백신도

안철수연구소가 개발한 바이러스백신은 올 3월 1050개가 발주됐다. 단가는 2만원선이었다. 더불어 안철수연구소는 28만∼34만원대의 보안패키지 상품을 청와대에 납품했다. 안철수연구소가 거둔 이득은 3000만원을 넘었다.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한 알약도 비서실 컴퓨터마다 설치됐다. 수량은 500개, 가격은 1만8000원 수준이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오피스프로그램, G사의 서버모듈 등도 대량 납품됐다. 전자팩스가 가능토록 하는 D사의 통신SW는 220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비서실은 경내 조명관리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들이 구매한 LED조명기구의 가격은 4만9000원부터 24만3000원까지 다양했다. 특히 비서실은 경관 조명 명목으로 24만3000원짜리 기구 99개를 한 번에 주문했다. 대구에 있는 조명기구 제조업체인 루비조명의 제품이다. 실내조명등의 경우 파인테크닉스를 선호했다. 파인테크닉스의 제품도 3000만원 넘게 납품됐다.

이런 것도?

올해 비서실은 노후된 보일러를 2번 교체했다. 보일러 가격은 1300만∼1800만원이었다. 보일러 브랜드는 귀뚜라미였다. 또 비서실은 신우프론티어가 만든 휠체어리프트도 약 5000만원에 구매했다. 화장실 휴지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제품을 쓰고 있었다.

2015년 2억58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한 복사기는 2014년에도 6차례 구매됐다. 대부분 후지제녹스의 제품이 쓰였는데 최고가는 가격이 1500만원에 이르렀다. 비서실은 48개의 복사기(프린터 포함)를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5000만원 넘게 지출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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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