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살림살이 브랜드 보니…

예산안에 없는 제품도 구매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근 대통령의 고가 헬스기구 논란과 함께 청와대의 살림살이가 주목받고 있다. 매년 똑같은 예산안을 올려 혈세를 타가지만 그 쓰임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요시사>는 조달청 전산망을 통해 청와대가 사들인 비품들을 확인했다. 어떤 브랜드의 제품이 쓰이는지 또 얼마만큼 납품되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청와대는 1억원 상당의 헬스장비를 구입했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거짓말을 했다. 고가의 헬스장비들이 청와대 직원들과 기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조달청으로부터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물품 취득원장'을 입수해 "헬스장비가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거짓말 들통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도 거짓말을 했다. 김 실장은 "대통령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이나 음식재료, 운동기구 등에 대해서 공개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의원은 지난 2006년 당시 한나라당 김모 의원과 2008년 민주당 최영희 의원이 각각 청와대 물품구매 내역을 공개한 바 있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청와대의 비밀주의를 질타했다. '대통령의 헬스기구' 등과 관련하여 모두 4차례에 걸쳐 13건의 자료요구를 했으나 단 한 건도 오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왜 청와대는 이토록 감추기만 하는 것일까.

기자는 조달청 전산망을 통해 대통령비서실이 발주한 물품 내역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가운데는 논란이 됐던 초고급 헬스기구인 파워플레이트가 누락돼있었다. 청와대로 납품된 모델은 pro7로 취득단가는 2100만원이었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본관으로 납품된 헬스기구는 대외비로 다뤄졌는데 조달청이 실수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 의원이 공개한 '본관 운동장비 구입내역'과 조달청 전산망에서 확인한 운동장비 구입내역은 차이를 보였다.

대통령 비서실은 지난 5월26일 118만원에 역기들어올리기를 구매했다. 6월12일에는 트레드밀(한국식 영어로 런닝머신) 3대를 발주했다. 같은 달 17일에는 트레드밀 1대를 더 주문했다. 단가는 480만원 정도였다. 청와대 본관으로 납품된 트레드밀(95TA)의 단가는 940만원으로 2배 이상 비싼 미국산이었다. 대통령비서실은 추정단가 208만원인 하체근력강화용자전거도 쇼핑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같은 모델(M660BR)의 좌식자전거가 청와대 본관으로 납품됐다.


기자가 확인한 대통령비서실 발주 내역을 보면 헬스장비 구입으로 생긴 지출은 전체 지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2014년 구매 목록 중 가장 많은 돈이 쓰인 단일 품목은 자동차였다. 대통령 비서실은 6월13일 대형세단인 에쿠스 리무진 2대를 구입했다. 현대자동차가 만든 이 차량은 패키지가 포함된 단가가 1억원을 넘었다.

비서실은 무슨 이유인지 컴퓨터를 자주 바꿨다. 모두 5차례에 걸쳐 업무용 컴퓨터를 교체했다. 먼저 1월23일 90만원대 삼보컴퓨터 데스크톱 2대를 주문했다. 2월26일에는 70만원대 컴퓨터 500대를 일시 구매했다. LED 모니터(14만원대)도 같은 수량으로 구매했다.

7월22일에는 삼보컴퓨터 데스크톱 40대를 발주했다. 인텔 코어 i5를 탑재한 98만원짜리 컴퓨터였다. 비서실은 11월11일과 27일에도 각각 컴퓨터 4대와 19대를 샀다. 비서실 전체 인력은 500명 정도로 알려져 있다. 컴퓨터 구매에 사용된 돈은 확인된 것만 5억원에 가까웠다.

BH 들어가는 비품들 내역 확인
대부분 삼성·LG 대기업 납품

가전제품 중에선 텔레비전이 자주 구매됐다. 7차례에 걸쳐 LED TV가 청와대로 들어갔다. 가격은 40만원부터 151만원까지였다. 벽걸이형 TV를 살 때는 거치대가 함께 구매됐다. 19대의 텔레비전은 LG전자 제품이었다. 대우디스플레이 제품도 10대가 구매됐다. 청와대는 2015년 예산안을 짜면서 텔레비전 구입비를 485만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올해 비서실이 텔레비전 구입으로 쓴 돈은 밝혀진 것만 2000만원 정도였다.

비서실은 삼성전자의 냉장고도 구매했다. 단가는 37만원이었고 13대가 계절별로 청와대에 납품됐다. 세탁기는 LG전자의 제품이었는데 수량은 1대고 가격은 40만원 선이었다. 선풍기는 신한일전기의 제품이었다.

의자는 듀오백 제품을 고집했다. 모두 6차례에 걸쳐 듀오백 의자가 조달됐다. 한 번에 20개씩 1·2·3·5·8·11월에 20만원대 의자가 납품됐다. 작업용 의자 가운데는 보루네오의 사무용 가구 브랜드 '유피스' 제품도 있었다. 가격은 23만원을 조금 넘었다.

토템이라는 중소기업 제품도 6대 납품됐다. 가격은 15만원대였다. 코아스의 접이식의자도 상하반기로 나눠 80대가 넘게 납품됐다. 단가는 9만2000원이었다. 캐비닛은 토템과 유피스 제품이 각각 납품됐고, 가격은 10만∼30만원대까지 다양했다. 코아스도 캐비닛 일부를 납품했다. 책상도 코아스나 유피스 제품이 쓰였다. 로커라는 회사의 가구도 있었다.


지출 비중이 높았던 항목은 SW구매였다. 방화벽장치 네트워크솔루션을 공급한 S사는 올 10월 9000만원 정도에 자사 제품 2개를 공급했다. P사의 보안용 웹방화벽은 2600만원대였는데 이 역시 7월 2대가 공급됐다.

삼보컴퓨터 데스크톱
안철수연구소 백신도

안철수연구소가 개발한 바이러스백신은 올 3월 1050개가 발주됐다. 단가는 2만원선이었다. 더불어 안철수연구소는 28만∼34만원대의 보안패키지 상품을 청와대에 납품했다. 안철수연구소가 거둔 이득은 3000만원을 넘었다.

이스트소프트가 개발한 알약도 비서실 컴퓨터마다 설치됐다. 수량은 500개, 가격은 1만8000원 수준이었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오피스프로그램, G사의 서버모듈 등도 대량 납품됐다. 전자팩스가 가능토록 하는 D사의 통신SW는 2200만원 정도에 거래됐다.

비서실은 경내 조명관리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들이 구매한 LED조명기구의 가격은 4만9000원부터 24만3000원까지 다양했다. 특히 비서실은 경관 조명 명목으로 24만3000원짜리 기구 99개를 한 번에 주문했다. 대구에 있는 조명기구 제조업체인 루비조명의 제품이다. 실내조명등의 경우 파인테크닉스를 선호했다. 파인테크닉스의 제품도 3000만원 넘게 납품됐다.

이런 것도?

올해 비서실은 노후된 보일러를 2번 교체했다. 보일러 가격은 1300만∼1800만원이었다. 보일러 브랜드는 귀뚜라미였다. 또 비서실은 신우프론티어가 만든 휠체어리프트도 약 5000만원에 구매했다. 화장실 휴지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의 제품을 쓰고 있었다.

2015년 2억5800만원의 예산을 책정한 복사기는 2014년에도 6차례 구매됐다. 대부분 후지제녹스의 제품이 쓰였는데 최고가는 가격이 1500만원에 이르렀다. 비서실은 48개의 복사기(프린터 포함)를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5000만원 넘게 지출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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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