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액은 상관없습니다.”
소속팀 롯데 자이언츠의 ‘88억 카드’를 뿌리친 좌완투수 장원준의 변이다.
그가 4년간 88억이라는 ‘최고대우’를 마다한 이유는 뭘까?
27일, 당사자인 장원준이 표면적으로 밝힌 이유는 “제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앞서서는 “다른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었던 것도 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장원준의 기존의 입장을 번복하는 발언이 나오면서 야구팬들의 그를 향한 눈빛은 호의롭지 못했다. 프로선수가 자유계약 시장에서 자신의 몸값을 확인하고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게다가 라이벌인 SK 와이번즈의 내야수 최정이 FA(Free Agent, 자유계약선수) 몸값 최고액인 86억원을 따낸 상황에서 롯데의 ‘파격대우’를 마다한 것은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서 얘기했던 “다른 환경에서 운동하고 싶었다”는 부분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롯데는 최근 ‘선수단 CCTV 논란’으로 최하진 전 대표가 책임을 통감하며 물러나는가 하면, 배재후 단장도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선수 입장에서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던 팀에서 뛰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지난 2014시즌 그의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의아스러운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장원준은 지난 시즌 27경기에 선발로 나서 155이닝 87실점(107삼진), 79자책(평균자책 4.59)를 기록했다. 한 경기당 4점 이상을 내줬던 셈이다.
2004년 롯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했던 그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꾸준히 10승을 거뒀으나 방어율이 3~4점 대를 오르내리며 안정적이지 못한 성적을 냈다.
그래도 롯데 입장에서는 장원준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롯데는 그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프로야구 판에서는 이례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렸던 금액을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부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언론플레이’라며 애써 평가절하되고 있지만, 롯데가 그만큼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단, FA 시장으로 뛰어든 장원준에게 롯데가 제시한 88억 이상의 베팅금액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화, KT, KIA 등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으면서도 불펜진이 아쉬운 팀들이 과연 그에게 90억 이상의 몸값을 쳐주겠느냐는 것이다. 지난 시즌 성적표만 놓고 봤을 때 기존 투수들과의 형평성도 감안한다면,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단, 류현진을 LA로 보내면서 280억원이라는 거액을 챙겼던 한화의 경우는 류현진의 공백과 공격력에 비해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수비 보강을 위해서라도 좌완에 눈독을 들일 수도 있다.
장원준의 몸값이 100억원 이상으로 치솟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실제로 업계에서도 FA 시장 자체가 워낙 거품이 크다는 얘기가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