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홈플러스 매각설 막전막후

여태 남 좋은 일…몸집 키워 먹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유통 공룡' 홈플러스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이다. 외신들도 홈플러스 매각 보도에 가세했다. M&A시장에선 인수 규모를 7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의 최근 경영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시장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목적을 가진 해외 사모펀드는 호시탐탐 한국에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단물만 빨아먹고 빠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자리한다. 무엇보다 현 매각설이 구체화될 경우 '도성환호'의 존립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 시가총액이 3조원 안팎인데 무슨 수로 7조원짜리 대형마트를 인수합니까."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홈플러스의 매각설과 함께 인수 가능성을 따지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수 언론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현대백화점그룹을 꼽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언론보도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위기에 빠진
영국 테스코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단독 인수를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매각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부 투자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인수 후보군이 이를 논의하지 않았고,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선제적으로 매각설을 띄운 뒤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매각설은 7년 전부터 꾸준히 돌았다. 올 초에도 나왔다.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테스코(Tesco)는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망을 보유한 유통회사다. 아시아와 유럽 등에 진출했기 때문에 초국적 자본으로 불린다.

그런데 테스코는 최근 거액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적발돼 영국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테스코는 지난 9월 자체 조사를 통해 분식회계에 가담한 4명의 고위 임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모두 8명의 경영진을 퇴출시켰다.

이 같은 소식이 타전되자 테스코의 주가는 9월23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무려 11%(런던증시 기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당시 기준 20억 파운드(한화 3조4000여억원)가 빠졌다.

'유통 공룡' 본사 영국발 매각설 솔솔
업계 지각변동 예고…큰손들 예의주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테스코 투자와 관련해 모두 6억7800만달러(한화 74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버핏은 지난 9월까지 테스코의 실질적인 4대 주주였다. 하지만 회계 부정 사태를 겪고 나서는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처분했다고 전해진다. 버핏은 "테스코 투자가 실수였다"고 서방 언론과 인터뷰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테스코 본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반대급부로 아시아 시장 철수 가능성이 대두됐다.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산 매각 자문사로 내정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홈플러스 매각이 성공한다면 테스코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최근의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필립 클라크 전 최고경영자(CEO)는 성과주의를 추구했다. 기업 이익은 줄었는데 장부상 순이익은 과다 계상했다. 이는 본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켰다. 후임으로 임명된 데이브 루이스 CEO는 클라크 전 CEO와 선을 긋고 있다. 루이스 CEO는 추락한 회사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 자산 매각은 국내외 투자·증권업계가 예의주시하는 타개책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스코는 현금 확보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저울 중이다.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매각해 7조원 가량의 현금을 회수하거나 태국 사업 부문인 테스코로터스(체인 슈퍼마켓)를 정리할 수 있다. 또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사업부를 지주사로 묶은 뒤 이를 홍콩(혹은 싱가폴) 증시에 상장해 투자받을 수 있다.

까르푸서 홈에버
다시 홈플러스로

테스코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거액에 매각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탄탄한 사업실적으로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홈플러스는 연간 영업이익(감가상각 전)이 7000억원에 달했다. 테스코 본사로 송금한 로열티는 지난해 기준 700억원을 넘었다. 최근 2년간 일부 사업장(점포)을 매각해 남긴 돈은 1조2000억원이었다. 홈플러스는 매각한 점포를 재임차하는 수법(세일 앤 리스백)으로 본사의 자금 회수를 도왔다.

특히 홈플러스는 연매출이 10조원에 달해 테스코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매출액은 테스코 아시아 전체 사업 부문의 절반을 차지한다. 홈플러스가 테스코의 핵심 자산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가 국내외 투자시장에서 적정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수 언론은 M&A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시장가치를 7조원 규모로 보도했다. 하지만 경쟁업체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시작부터 7조원이라는 액수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이용한 전형적인 몸값 띄우기"라며 "미국 골드만삭스 등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시공시(2014년 5월29일 작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모두 3개 사업부로 구성돼있다. 도성환 대표이사가 있는 홈플러스(주), 홈에버(구 까르푸)를 인수해서 만든 홈플러스테스코(주), 제빵·제과를 주업무로 하는 홈플러스베이커리(주)가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주)의 자산은 6조533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조4940억원, 홈플러스베이커리(주)는 460억원이다. 단순 자산총계는 8조원을 넘는다.

문제는 적지 않은 부채다. 홈플러스(주)의 부채는 3조939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의 부채는 4750억원이다. 홈플러스베이커리(주)의 부채도 254억원으로 확인된다. 부채의 합은 모두 4조4000억원에 이른다.

테스코 본사는 지난 2005년부터 자신들의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수조원대 회사채를 발행했다. 사실상 내부거래로 빌린 돈은 확인된 것만 3조원이 넘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가 쓰고 있는 건물과 토지 매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설이 사실이고 소위 '빅딜'이 성사된다면 테스코는 싸게 빌린 돈으로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겨가는 셈이다.

재래시장 울리고 사세확장
매각금액 7조원 안팎 전망

투자업계는 국내 대형마트의 성장곡선이 2012년께부터 둔화됐다고 보고 있다. 신규입점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유통업계 전반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의 여파를 받고 있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경우는 업태 간 과열경쟁으로 시장이 포화상태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주)는 2012년부터 영업 이익률이 연간 1%씩 하락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주) 역시 영업 이익률이 2%대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 1위인 이마트를 추격했다. 홈플러스는 2014년 5월 기준 대형마트 139곳을 운영하고 있다.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을 때와 비교하면 97개의 매장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마트 역시 2배에 가까운 매장을 새로 내놨다. 2006년 79개였던 이마트 매장은 2014년 148개로 늘었다. 이들 대형마트는 지난 8년간 폭발적으로 외형을 불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은 ▲이마트가 27.9% ▲홈플러스가 23.4% ▲롯데마트가 15.9%였다. 이른바 '빅3'의 급성장은 국내 재래시장의 불황을 야기했다. 그 사이 홈플러스는 외화사모사채를 꾸준히 발행하는 등 돈을 쌓았다.

지방으로의 확장도 멈추지 않았다. 최근 홈플러스는 경주시에 세 번째 점포를 입점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지역 상인들은 "주민들의 돈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홈플러스는 테스코 본사에 상표 및 라이센스 사용 수수료를 매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주)는 616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20억원을 각각 테스코에 상납했다. 당초 1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로열티는 몇 년새 수십배로 증가했다.

해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불거지면 인수 후보군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오르내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유가 있다. 이마트가 홈플러스를 합병한다면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예고된다. 롯데마트 역시 인수가 완료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진입한다. 하지만 업태 선도를 사실상 꺼리고 있는 롯데계열사의 전략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매각의 숨겨진 맹점은 매물은 매력적이나 인수전에 나설 국내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빅2' 신세계·롯데 눈치
예상 밖 빅딜 가능성도


특히 대형마트 3사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 점포를 서로 인접시키는 방법으로 경쟁했다. 즉 어느 한쪽이 상대를 인수할 경우 지역 겹침 현상이 불가피하다.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투자는 아닌 셈이다.

지난 2006년 까르푸 인수전 당시 업계에는 '홈플러스 까르푸 인수 유력'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나돌았다. 관련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까르푸 몸값 올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까르푸를 인수한 기업은 이랜드였다. 경매 과정에서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는 장부상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입찰 시에는 1조9000억원까지 뛰었다. 실제 인수 정산가는 1조4800억원이었다.

2년 뒤인 2008년 홈플러스는 홈에버로 바뀐 까르푸를 2조3000억원(부채 1조3000억원 포함)을 들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까르푸가 철수한 무렵과 비교해 이윤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당시 홈에버의 자산가치가 2조원을 넘은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달 28일 루이스 CEO는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최고위 경영진 일부를 만나고 서둘러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루이스 CEO의 방한은 홈플러스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 홈플러스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함구했다.

루이스 CEO가 어떤 생각을 갖고 한국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각설이 구체화되면 도성환 체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인수합병 사례로 미뤄봤을 때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도 우려된다. 홈플러스의 덩치를 고려하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매각설 띄우는
거대자본 누구

그간 초국적 투기자본은 특정 매물의 가치를 띄운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수법으로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안겼다. 지난해까지 테스코·홈플러스 경영진은 이구동성으로 "매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영국발 매각설이 떠돌면서 고민에 빠진 것은 한국 유통업계다. 10년 넘게 재래시장을 휩쓴 돈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