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홈플러스 매각설 막전막후

여태 남 좋은 일…몸집 키워 먹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유통 공룡' 홈플러스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내용이 조금 더 구체적이다. 외신들도 홈플러스 매각 보도에 가세했다. M&A시장에선 인수 규모를 7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의 최근 경영 사정은 그리 좋지 못하다.

업계에선 홈플러스의 시장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기목적을 가진 해외 사모펀드는 호시탐탐 한국에 진출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단물만 빨아먹고 빠지지 않겠냐는 우려가 자리한다. 무엇보다 현 매각설이 구체화될 경우 '도성환호'의 존립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우리 시가총액이 3조원 안팎인데 무슨 수로 7조원짜리 대형마트를 인수합니까."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한국 홈플러스의 매각설과 함께 인수 가능성을 따지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다수 언론은 유력한 인수 후보로 현대백화점그룹을 꼽고 있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며 언론보도에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위기에 빠진
영국 테스코

실제로 현대백화점그룹의 단독 인수를 점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매각 규모를 고려했을 때 일부 투자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런데 문제는 인수 후보군이 이를 논의하지 않았고, 사실상 부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군가 선제적으로 매각설을 띄운 뒤 현대백화점그룹 등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홈플러스 매각설은 7년 전부터 꾸준히 돌았다. 올 초에도 나왔다. 과거와 다른 게 있다면 이번에는 내용이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테스코(Tesco)는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망을 보유한 유통회사다. 아시아와 유럽 등에 진출했기 때문에 초국적 자본으로 불린다.

그런데 테스코는 최근 거액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가 적발돼 영국 금융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앞서 테스코는 지난 9월 자체 조사를 통해 분식회계에 가담한 4명의 고위 임원에게 정직 처분을 내리는 등 모두 8명의 경영진을 퇴출시켰다.

이 같은 소식이 타전되자 테스코의 주가는 9월23일(현지시각) 하루 동안 무려 11%(런던증시 기준)가 폭락했다. 시가총액은 당시 기준 20억 파운드(한화 3조4000여억원)가 빠졌다.

'유통 공룡' 본사 영국발 매각설 솔솔
업계 지각변동 예고…큰손들 예의주시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테스코 투자와 관련해 모두 6억7800만달러(한화 7400여억원)의 손실을 봤다. 버핏은 지난 9월까지 테스코의 실질적인 4대 주주였다. 하지만 회계 부정 사태를 겪고 나서는 보유 지분의 절반 가까이를 처분했다고 전해진다. 버핏은 "테스코 투자가 실수였다"고 서방 언론과 인터뷰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온 배경은 이렇다. 테스코 본사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반대급부로 아시아 시장 철수 가능성이 대두됐다.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유럽계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를 자산 매각 자문사로 내정하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 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홈플러스 매각이 성공한다면 테스코가 유동성 확보를 통해 최근의 경영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잇따랐다.

필립 클라크 전 최고경영자(CEO)는 성과주의를 추구했다. 기업 이익은 줄었는데 장부상 순이익은 과다 계상했다. 이는 본사의 재무상황을 악화시켰다. 후임으로 임명된 데이브 루이스 CEO는 클라크 전 CEO와 선을 긋고 있다. 루이스 CEO는 추락한 회사의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 가운데 아시아 자산 매각은 국내외 투자·증권업계가 예의주시하는 타개책이다.


외신 등에 따르면 테스코는 현금 확보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저울 중이다.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매각해 7조원 가량의 현금을 회수하거나 태국 사업 부문인 테스코로터스(체인 슈퍼마켓)를 정리할 수 있다. 또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사업부를 지주사로 묶은 뒤 이를 홍콩(혹은 싱가폴) 증시에 상장해 투자받을 수 있다.

까르푸서 홈에버
다시 홈플러스로

테스코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시나리오는 한국에 있는 홈플러스를 거액에 매각하는 것이다. 홈플러스는 탄탄한 사업실적으로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홈플러스는 연간 영업이익(감가상각 전)이 7000억원에 달했다. 테스코 본사로 송금한 로열티는 지난해 기준 700억원을 넘었다. 최근 2년간 일부 사업장(점포)을 매각해 남긴 돈은 1조2000억원이었다. 홈플러스는 매각한 점포를 재임차하는 수법(세일 앤 리스백)으로 본사의 자금 회수를 도왔다.

특히 홈플러스는 연매출이 10조원에 달해 테스코의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 해당 매출액은 테스코 아시아 전체 사업 부문의 절반을 차지한다. 홈플러스가 테스코의 핵심 자산이라는 데에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그런데 한국 홈플러스가 국내외 투자시장에서 적정 가치로 평가받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수 언론은 M&A시장에서 추산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시장가치를 7조원 규모로 보도했다. 하지만 경쟁업체 관계자의 설명은 다르다. 그는 "시작부터 7조원이라는 액수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언론을 이용한 전형적인 몸값 띄우기"라며 "미국 골드만삭스 등이 자주 쓰는 수법"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 전시공시(2014년 5월29일 작성)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모두 3개 사업부로 구성돼있다. 도성환 대표이사가 있는 홈플러스(주), 홈에버(구 까르푸)를 인수해서 만든 홈플러스테스코(주), 제빵·제과를 주업무로 하는 홈플러스베이커리(주)가 운영 중이다. 홈플러스(주)의 자산은 6조533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조4940억원, 홈플러스베이커리(주)는 460억원이다. 단순 자산총계는 8조원을 넘는다.

문제는 적지 않은 부채다. 홈플러스(주)의 부채는 3조9390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의 부채는 4750억원이다. 홈플러스베이커리(주)의 부채도 254억원으로 확인된다. 부채의 합은 모두 4조4000억원에 이른다.

테스코 본사는 지난 2005년부터 자신들의 금융계열사를 이용해 수조원대 회사채를 발행했다. 사실상 내부거래로 빌린 돈은 확인된 것만 3조원이 넘었다. 이 자금의 대부분은 홈플러스가 쓰고 있는 건물과 토지 매입 등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설이 사실이고 소위 '빅딜'이 성사된다면 테스코는 싸게 빌린 돈으로 한국 부동산에 투자한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겨가는 셈이다.

재래시장 울리고 사세확장
매각금액 7조원 안팎 전망

투자업계는 국내 대형마트의 성장곡선이 2012년께부터 둔화됐다고 보고 있다. 신규입점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 등 정부규제는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유통업계 전반이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의 여파를 받고 있으며, 인구가 밀집된 수도권의 경우는 업태 간 과열경쟁으로 시장이 포화상태다.

이 가운데 홈플러스(주)는 2012년부터 영업 이익률이 연간 1%씩 하락하고 있다. 홈플러스테스코(주) 역시 영업 이익률이 2%대로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성장 모멘텀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홈플러스는 공격적인 투자로 업계 1위인 이마트를 추격했다. 홈플러스는 2014년 5월 기준 대형마트 139곳을 운영하고 있다.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을 때와 비교하면 97개의 매장이 늘어난 셈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이마트 역시 2배에 가까운 매장을 새로 내놨다. 2006년 79개였던 이마트 매장은 2014년 148개로 늘었다. 이들 대형마트는 지난 8년간 폭발적으로 외형을 불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대형마트의 시장점유율은 ▲이마트가 27.9% ▲홈플러스가 23.4% ▲롯데마트가 15.9%였다. 이른바 '빅3'의 급성장은 국내 재래시장의 불황을 야기했다. 그 사이 홈플러스는 외화사모사채를 꾸준히 발행하는 등 돈을 쌓았다.

지방으로의 확장도 멈추지 않았다. 최근 홈플러스는 경주시에 세 번째 점포를 입점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 지역 상인들은 "주민들의 돈이 역외로 유출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홈플러스는 테스코 본사에 상표 및 라이센스 사용 수수료를 매년 지불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홈플러스(주)는 616억원, 홈플러스테스코(주)는 120억원을 각각 테스코에 상납했다. 당초 10억원 안팎에 불과하던 로열티는 몇 년새 수십배로 증가했다.

해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불거지면 인수 후보군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오르내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고개를 젓는다. 이유가 있다. 이마트가 홈플러스를 합병한다면 시장점유율은 50%를 넘는다.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예고된다. 롯데마트 역시 인수가 완료되면 단숨에 업계 1위로 진입한다. 하지만 업태 선도를 사실상 꺼리고 있는 롯데계열사의 전략과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홈플러스 매각의 숨겨진 맹점은 매물은 매력적이나 인수전에 나설 국내 기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빅2' 신세계·롯데 눈치
예상 밖 빅딜 가능성도


특히 대형마트 3사는 입지가 좋은 지역에 점포를 서로 인접시키는 방법으로 경쟁했다. 즉 어느 한쪽이 상대를 인수할 경우 지역 겹침 현상이 불가피하다. 효율성을 고려했을 때 적정한 투자는 아닌 셈이다.

지난 2006년 까르푸 인수전 당시 업계에는 '홈플러스 까르푸 인수 유력'과 같은 확인되지 않은 첩보가 나돌았다. 관련 배경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까르푸 몸값 올리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과적으로 까르푸를 인수한 기업은 이랜드였다. 경매 과정에서 까르푸의 부동산 가치는 장부상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입찰 시에는 1조9000억원까지 뛰었다. 실제 인수 정산가는 1조4800억원이었다.

2년 뒤인 2008년 홈플러스는 홈에버로 바뀐 까르푸를 2조3000억원(부채 1조3000억원 포함)을 들여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까르푸가 철수한 무렵과 비교해 이윤이 늘어난 것도 아니었고, 재무구조가 개선된 것도 아니었다. 당시 홈에버의 자산가치가 2조원을 넘은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지난달 28일 루이스 CEO는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했다. 최고위 경영진 일부를 만나고 서둘러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루이스 CEO의 방한은 홈플러스 매각설에 불을 지폈다. 홈플러스 측은 "매각설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며 함구했다.

루이스 CEO가 어떤 생각을 갖고 한국을 떠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매각설이 구체화되면 도성환 체제의 리더십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 인수합병 사례로 미뤄봤을 때 투자자가 원하는 방식의 인력 구조조정도 우려된다. 홈플러스의 덩치를 고려하면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매각설 띄우는
거대자본 누구

그간 초국적 투기자본은 특정 매물의 가치를 띄운 뒤 이를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수법으로 선량한 기업에 피해를 안겼다. 지난해까지 테스코·홈플러스 경영진은 이구동성으로 "매각은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영국발 매각설이 떠돌면서 고민에 빠진 것은 한국 유통업계다. 10년 넘게 재래시장을 휩쓴 돈은 다시 해외로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angeli@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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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