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말 못한 조풍언 비망록 추적

무기 로비스트 수첩에 야권 초비상

[일요시사 경제1팀] 김성수 기자 = ‘무기 로비스트’ 조풍언씨가 세상을 떠났다. DJ정권 때 ‘막후실세’로 불린 만큼 당시 각종 로비·특혜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금도 ‘살아 있는’정치권 실세들의 이름이 조씨와 함께 오르내렸다. 특히 DJ·김우중 비자금 관리인으로 지목되는가 하면 MB정권과 모종의 밀약설이 돌기도 했다. 조씨의 죽음과 함께 그를 둘러싼 의혹들도 영원히 미스터리로 묻히게 됐다. ‘조풍언 비망록’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측근인 조풍언씨가 지난 14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팔로스 버디스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4세. 평소 건강이 좋지 않았던 조씨는 한국에서 투옥 후 줄곧 투병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란만장 인생사
조용히 세상 떠나

세간의 시선은 ‘조풍언 비망록’에 쏠리고 있다. 조씨는 평소 메모광으로 불릴 정도로 꼼꼼히 기록하는 습관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비망록 존재 가능성을 높인다. 투병생활이 길었다는 점은 별세 전 틈틈이 ‘작업’했을 가능성을 더한다.

문제는 내용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세상을 떠난 만큼 그가 생전 못 다한 말들은 굉장한 파급력을 머금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한국 사회에 큰 파란을 일으킨 인물이란 점에서 메가톤급 후폭풍까지 예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조씨가 입을 열면 현직에 있는 ‘DJ 사람들’은 물론 야권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조씨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는 한둘이 아니다. 하나같이 현 정국에 파장을 몰고 올 만한 핵폭탄급 X파일이다. 만약 ‘조풍언 비망록’이 존재한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까.

재미교포 무기거래상 조풍언씨는 철저히 베일에 싸였던 인물이다. 전남 목포에서 선박업을 하는 갑부집 아들로 태어났다. 6·25전쟁 당시 상경해 경기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이때 맺어진 학연 인맥들은 조씨가 나중에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됐다. 1973년 무역·제조업체 기흥물산을 설립한 조씨는 미국 군수업체인 ITT사에 장비를 납품하면서 무기 관계자들과 친분을 쌓았다. 이는 ITT사의 한국 대리점권을 따내는 계기가 됐다.


1980년대 중반 기흥물산을 매각한 조씨는 1983년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처음 벌였던 사업은 주류 도소매업. 사업 수완이 뛰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잡았고 큰돈을 벌었다. 조씨의 존재가 미국 교포사회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 영업난을 겪던 가든스위트호텔을 인수하면서다. 당시 한인타운에선 호텔 매입자금의 출처를 놓고 갖가지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조씨는 한국을 드나들며 무기중개사업을 계속했다.

DJ정부 ‘막후 실세’ 조풍언씨 별세
풀리지 않은 의혹들 그대로 묻히나

‘조풍언’이란 이름이 국내에까지 알려진 것은 DJ정부가 들어선 직후다. DJ와의 특별한 인연이 입소문으로 떠돌았다. 1990년대 후반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의 막역한 사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조씨는 인맥 욕심이 많다는 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누구를 통해서든 한번 알게 된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다고 한다.

조씨와 DJ는 선대 때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둘은 같은 목포 출생으로 이웃사촌이었다고 한다. 조씨의 부친이 운영하는 선박회사에서 DJ가 청년시절 일했고, 조씨와 DJ는 모 청년단체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조씨가 국내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난 계기도 1980년대 신군부가 DJ 계열로 분류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조씨와 DJ가 다시 만난 것은 1992년 DJ가 대선 패배 뒤 미국을 방문했을 때다. 이 자리에서 서로 고향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레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조씨는 DJ를 물심양면으로 후원했다. 덩달아 조씨의 행동반경도 넓어졌다. 조씨는 국민의 정부 시절 ‘얼굴 없는 실세’라 불릴 정도로 DJ정권의 숨은 가신으로 통했다. 조씨가 1999년 7월 DJ의 일산 자택을 구입한 사실이 공개돼 DJ와의 인연이 알려졌다. 이후 DJ 아들들의 후견인을 맡아 주목을 받았다.

조씨와 김 전 회장은 경기고 동문으로 ‘호형호제’하던 막역한 사이다. 김 전 회장이 조씨의 2년 선배다. 대우그룹 해체 여부를 둘러싸고 채권단과 정부의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던 1999년 6월 김 전 회장은 조씨를 만나 의견을 나눌 만큼 절친했다고 한다.

‘조풍언-김우중-DJ’의 연결고리는 조씨가 김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대우그룹 퇴출 저지를 위해 DJ 측에 구명로비를 벌이지 않았냐는 의혹으로 번졌다. 검찰은 “1999년 대우그룹 퇴출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조씨를 통해 구명로비를 시도했다”며 “김 전 회장으로부터 로비자금 4430만 달러(당시 526억원)를 건네받은 조씨가 당시 정치권 실세들과 금융부처 등 정부 고위공무원에게 접근했다”고 확신했다.


조씨의 로비대상자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당시 청와대 실세 L씨, 전 장관 K씨·P씨, 금융권 고위관계자 L씨와 또 다른 L씨 등이다. 그러나 실제 이들에게 돈이 전달됐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로비 실체를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 DJ는커녕 그의 측근들을 상대로 한 구명로비 의혹엔 손도 못 댔다.

그가 입 열면
여럿 다친다

검찰은 조씨와 DJ의 아들들이 돈거래를 한 사실을 밝혀냈지만, 이 역시 로비와 관련된 사실은 캐내지 못했다. 광범위한 금융 계좌 추적을 벌였지만 별 단서를 잡지 못했다. 특히 해외 금융을 통해 금품이 오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씨와 로비대상자들의 비밀 계좌도 추적했지만 소용없었다. 모든 의혹들이 미궁에 빠진 꼴이 됐다. 검찰은 수사 초기 ‘대어’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관계 로비 실체는 건드리지도 못했다.

결국 대우그룹 구명로비 의혹은 무죄 판결이 났다. 2010년 12월 대법원은 “대가성이 없었다”며 조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2심 재판부도 “조씨의 혐의를 입증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었다. 이렇게 ‘조풍언 게이트’는 종결됐다. 정재계 거물들의 이름이 오르내려 정국의 ‘핵뇌관’으로 부상했지만,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미국 사업자금 출처?
대우그룹 구명 로비?
DJ·WJ 비자금 관리?
MB정권 모종의 밀약?

다만 조씨는 주가를 조작한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조씨는 LG가 방계 3세인 구본호씨가 미디어솔루션(현 레드캡투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공모해 미디어솔루션 주식을 대량 매입한 뒤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가를 낮추려고 허위매도 주문을 내는 등 시세하락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김 전 회장의 비자금 관리인이란 의혹도 있었다. 이 역시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숱한 의혹만 남긴 채 실체를 규명하지 못했다. 김 전 회장은 18조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내지 않고 있다. 땡전 한 푼 없는 ‘빈털터리’란 이유에서다. 가족들은 여전히 부유한 삶을 살고 있지만, 추징금 낼 돈이 없다며 버티고 있다.
 

검찰은 조씨가 김 전 회장의 은닉재산을 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조씨의 대답은 “모른다”였다. 그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철저하게 함구로 일관했다. 검찰은 2005년 대우그룹 분식회계 의혹 수사 당시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 해외금융법인을 통해 1억1554만달러를 빼돌려, 이 중 4430만달러를 대우 구명로비 대가로 조씨가 운영하는 홍콩 KMC 계좌로 입금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적은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드러난 사실이 없었다. 검찰은 조씨가 2001년 9월 예금보험공사에서 가압류 신청한 KMC 명의 대우정보시스템 주권 163만주(액면가 81억5000만원)를 김모 전 감사에게 전달해 은닉한 혐의(강제집행면탈)만 찾아냈다.

구명로비를 누가 먼저 제안했는지도 미완의 숙제로 남았다. 검찰이 밝힌 구명로비 자금 전달 시점은 대우그룹 퇴출 직전인 1999년 6월. 검찰 관계자는 “유동성 위기에 있던 대우그룹 측이 다각도로 대책을 모색하다가 조씨와 접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조씨도 “대우그룹 인사들이 먼저 찾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자서전? 존재 여부 주목
만약 나온다면…거센 후폭풍 예고

반면 김 전 회장 측은 조씨가 구명로비를 최초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조씨가 대우그룹을 구명하기 위한 로비활동을 먼저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조씨가 DJ 측과 정부 최고위층, 금융관련 고위공무원 등에게 로비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진술했다.


쏙 들어간 의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조씨의 입국 배경도 석연치 않았다. 조씨는 1999년 6월 잠시 한국에 들어와 김 전 회장을 만났다. 김 전 회장에게 “대우그룹 구명이 어려울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곧바로 김 전 회장은 해외로 도피했고, 조씨는 미국으로 각각 출국했다. 이후 조씨는 검찰의 호출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미주 한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제 절대 들어가지 않는다. 나는 죽어서도 미국에 묻힐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조씨는 2008년 3월 갑자기 입국했다. 검찰은 즉각 조씨를 체포했다. 검찰에 잡힐 줄 알면서 조씨가 한국에 온 이유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검찰 안팎에선 조씨가 로비 의혹과 관련된 혐의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란 관측이 나왔다. 만약 조씨에게 알선수재,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적용한다면 대부분 공소시효가 7년으로 이미 종료된 상황이었다.

일각에선 조씨의 입국을 두고 MB정권과의 ‘모종의 밀약설’이 제기됐다. ‘자진귀국이냐, 기획입국이냐’하는 논란이 불거졌다. 다시 말해 전 정권 쪽을 겨냥한 배후세력의 음모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게 조씨는 2008년 4월 총선을 불과 보름 앞두고 입국했다. 야권에선 총선 정국에서 ‘조풍언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경우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당시 BBK 사건과 관련해 야권 사주에 의한 김경준씨의 기획입국설이 나온 뒤였다. 검찰은 조씨의 입국 배경에 대해 “실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국내에서 장학금을 지급하는 문제와 동창회 문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망신당한 검찰
일부러 놔줬다?


조씨는 한국에서 검찰 수사와 수감생활을 마치고 2011년 1월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입을 꾹 다물고 칩거하다 세상을 떠났다. 조씨의 죽음과 함께 그를 둘러싼 의혹들도 영원히 미스터리로 묻히게 됐다. 생전 못 다한 말들이 담긴 ‘조풍언 비망록’존재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imss@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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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