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 ⑥왜곡된 가미카제의 진실

“죽음이 두려워 바지에 오줌까지…”

올해는 광복 69주년이 되는 해다. 내년이면 벌써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게다가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왜곡하는 등 일본의 역사인식은 과거보다 오히려 퇴보하고 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일본의 자랑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이 있다. <일요시사>가 화제의 책 <사무라이 정신은 거짓이다>를 연재한다. 
 
이런 점에서 일본에만 ‘의’와 ‘명예’를 목숨같이 소중히 여기는 사무라이 정신이란 개념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과장이라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당시는 ‘무사도’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개념이 없었다면 무사도 자체를 몰랐을 것이고 무사도다운 행위가 있었다고 한들 그것을 무사도로 인식하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용맹한 무사의 감동을 주는 무용담 정도로 인식하였을 것이다. 이 단순한 무용담에 무사도라는 개념을 붙인 것은 그로부터 몇백년이 지난 1900년대로, 군국주의의 정부가 전쟁을 준비하면서 국민들을 세뇌시키기 위해서였다.

사무라이의 만행
 
따라서 일본이 그들의 영웅호걸 이야기에 ‘의’가 있다, ‘명예’가 있다 하고, 이에 더하여 무사들에게 ‘도덕적, 윤리적 개념이 있었다’ 하며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붙인 그 개념이 과장되고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일본인들의 영웅호걸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다 ‘의’가 있다, ‘명예’가 있다 하고 붙인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개념 자체를 의심하는 것이다. 무사도란, 사무라이 정신이라는 옛날 무사들의 무용담에 군국주의에 빠진 일본 정부가 자국민을 세뇌시키기 위하여 갖다 붙인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의 책 <무사도>가 그 개념을 만든 동기와 이론의 근거를 제공한 것이다.
 

‘사에키 신이치’가 쓴 <무사도는 없다>에 의하면 “사무라이가 언제나 정의롭고 공정했으며, 약자를 보호했고, 민간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으며, 정정당당했었다”라는 이미지야말로 거짓된 것이며, 실제 일본의 무수한 고사서와 고전 문학에 묘사된 무사들은 속임수 공격을 즐겨 사용했으며, 여자나 아이나 노인 같은 비전투원 민간인들을 죽이거나, 왕실에 소속된 시녀들을 포로로 잡고 자신의 군영으로 끌고 가 겁탈하고, 행군하는 데 길을 밝히려고 민가들을 불태워 버리거나, 항복한 적을 죽이고, 남의 공을 가로채는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말하고 있다.
 
온갖 비열한 짓을 다 했으며, 더구나 당시에는 그런 행위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한마디로 당시 사무라이들에게 ‘의’와 ‘명예’는 물론 윤리나 도덕 따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이기기 위하여, 공을 세우기 위하여 온갖 비열한 짓을 다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현대 일본인은 스스로를 사무라이에 비유하고 싶어 하지만 그 정신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다. 내가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도, 그 오해가 너무 심한 것에 대한 불만인 동시에, 이제까지 나 자신도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알고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며 “자기 나라의 과거를 필요 이상으로 미화하고 실제로 존재하지 않은 전통을 새롭게 창작한 후에, 그것이 일찍부터 존재한 것인 양 믿어버리는 경우는 어느 나라에도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며 사무라이 정신이 실재(實在)했던 것이 아니라 조작된 것임을 고백하고 있다. 
 
사무라이, 민간인 죽이고 겁탈해
일본인의 영웅 가미카제의 실체는?
 
다음의 넷째와 다섯째는 옛 사무라이들의 행태는 아니나 일본 정부가 ‘사무라이 정신을 물려받은 용맹한 근대 일본군들의 대표적인 사무라이 정신의 실현’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넷째는 가미카제 특공대이다. 일본 정부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국가가 위기에 처하자 스스로 참여하여 ‘반자이(歲)’를 외치면서 미 함정에 용맹과 기쁨으로 돌진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이것이 일본인들의 대표적 사무라이 정신의 표본이요, 나아가 일본인들의 강인한 정신 ‘야마토 다마시(日本魂)’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한 거짓이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가미카제 특공대의 실상’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다섯째는 태평양전쟁에서 일어난 일본군 옥쇄(집단자살) 사건의 진실이다. 일본 정부는 태평양 전선에서 패하자, 일본군과 그 가족들은 포로로 잡히는 치욕 대신에 명예롭게 죽겠다며 집단으로 자살을 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사무라이 정신이요, 나아가 일본인들의 강인한 정신 ‘야마토 다마시(日本魂)’라고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사실이 아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태평양전쟁에서 옥쇄한 일본군의 진실’ 편에서 다루도록 한다. 이같이 일본 정부는 자국민들에게 충성을 강요하고 긍지를 높이기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 선전한 것이다. 사무라이 정신으로 일컬어지는 충성, 용맹, 의, 명예, 책임감, 청빈, 검소 등등의 모든 말이 그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에서 전세(戰勢)가 뚜렷하게 기울자, 마지막 수단으로 새로운 유형의 특공대를 만들었다. 폭탄이 장착된 비행기를 몰고 적 함정에 돌진하는 자살 특공대 - 소위 ‘가미카제 특공대’라는 초유의 자살 특공대를 만든 것이다. 단발 고물 비행기에 편도용 기름과 폭탄만 싣고, 급히 훈련시킨 소년병들로 하여금 날아가 미군 함정에 돌진하게 함으로써 함정을 침몰시키는 자폭 작전을 구사했던 것이다.
 
‘가미카제’ 하면 국제적으로는 광적인 애국주의자들로 상징되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일왕과 국가를 위하여 숭고한 희생정신을 발휘한 영웅으로 존경받고 있다. 지금도 일본은 학생들에게 가미카제 자살 특공대원들을 나라를 구하려는 마음으로 왕과 국가를 위해 스스로 나서 용감하게 미군 함정에 돌진하여 산화(散華)한 숭고한 애국자로 가르치고 있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영화와 TV 드라마, 대중 소설, 그리고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만화 속에서도 나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쳐 산화한 영웅들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서 한때 일본 여학생들은 가슴에 품고 다니는 수첩 속에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의 사진을 지니고 다니면서 애틋한 연민의 정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가미카제의 실체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에게 연민의 정을 보이는 사람은 여학생들뿐만이 아니었다. 정치가들도 애국심을 내세울 필요가 있을 때나, 고충을 토로할 필요가 있을 때면 가미카제를 인용하며 그들의 충성심을 강조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수상 역시 재임 기간 중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에 따른 비난이 일자, 자신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가미카제 특공대원들이 출격할 때의 심정을 생각한다”면서 자신의 행동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임을 강조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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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