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덮칠 '강덕수 살생부' 실체 추적

'벼락부자' 회장님 비밀수첩에 정치인 빼곡

[일요시사=사회팀]  '제2의 김우중'으로 불렸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이명박정부 당시 화려하게 비상했던 강 전 회장은 박근혜정부 들어 사정기관의 '제물'로 전락하며 격세지감을 실감하고 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칼잡이(특수통을 뜻하는 검찰 은어)'의 명예를 걸고 강 전 회장을 겨누고 있다. 수사 대상에는 지난 정권 실세도 조심스레 거론된다. 이제는 줄도 끈도 다 떨어진 강 전 회장. 그가 생애 마지막 승부수로 장막 안에 가려 있던 '살생부'를 꺼내들지 촉각이 곤두선다.

'샐러리맨의 신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고강도 사정작업으로 생애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수천억원대 횡령·배임 의혹 수사와 관련해 강 전 회장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샐러리맨 신화
구속영장 청구

지난 4일과 6일 모두 두 차례에 걸쳐 강 전 회장을 소환조사한 검찰은 "사안이 중하고 STX그룹 계열사에 대한 은행자금 투입 규모가 10조원에 이르는 점 등을 볼 때 구속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그룹 전 최고재무책임자(CFO) 변모(60)씨, 그룹 경영기획실장 이모(50)씨, STX조선해양 CFO 김모(58)씨 등과 공모해 STX중공업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를 부당 지원하는 등 회사에 약 30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이들은 회사자금 54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와 회계를 허위 처리하는 수법으로 분식회계를 꾀한 혐의를 함께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 3명에게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선 조사에서 강 전 회장은 "회사를 살리기 위한 경영상 판단이었을 뿐 고의로 손실을 끼치거나 법인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서는 실무를 사실상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CFO 김씨가 강 전 회장의 개입 사실을 일부 부인하고 있어 혐의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이날 검찰은 "STX조선해양과 STX건설 등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2조3000억원을 분식회계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부품·자재·원료의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 장부에 기재한 뒤 대손충당금을 적립하지 않는 수법 등으로 부실을 감췄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분식회계를 직접 지시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청구된 구속영장에는 분식회계(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지 않았는데 검찰은 강 전 회장 등에 대한 신병을 확보한 후 대질심문 등을 통해 강도 높은 추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강 전 회장의 구속 여부와 맞물려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소문만 무성한 정·관계 로비 의혹이다. 이미 검찰은 복수 언론을 통해 강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압박하는 것이 '특수수사'의 관행이라지만 유심히 살펴보면 이번 수사는 기존 대기업 수사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례적 수사
로비 규명 방점

현재 검찰은 소위 '강덕수 리스트'로 불리는 정·관계 로비 의혹 규명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기업 사정작업에서 횡령이나 배임이 아닌 뇌물 제공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정황이 확실하거나 혹은 다른 의도가 깔려있다고 봐야 한다. 어느 쪽이 됐든 강 전 회장과 가까운 관계에 있던 인사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지난 6일 검찰은 강 전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와 관련해 강 전 회장이 관리하던 공무원 100여명이 포함된 선물리스트를 확보했다고 알렸다. 같은 날 검찰은 강 전 회장을 불러 선물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 추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검찰은 이들 중 일부 공무원이 강 전 회장에게 사업상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선물을 받았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검찰 수천억 배임·횡령 구속영장 청구
정관계 로비 의혹…MB정권 실세들 거론

강 전 회장은 그간 각종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몸집을 불린 뒤 회사를 키워 부채를 갚는 경영스타일을 고집했다. 때문에 선물을 받은 공무원 중 일부는 대출과 관련한 업무를 맡았을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드러난 로비 규모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에 있다. 실제로 강 전 회장은 검찰이 STX그룹을 압수수색했을 때 디가우징(Degaussing) 기술로 컴퓨터 파일들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력을 이용해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복구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실상 전문가를 동원한 고도의 증거인멸인 셈이다. 이는 강 전 회장과 관련한 여러 의혹들을 증폭시키는 대목이기도 하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강 전 회장이 직접 로비에 개입했거나 가담한 증거를 남겨뒀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강 전 회장이 사정기관의 타깃이 됐다는 얘기가 나온 지 벌써 2년인데 그 사이 (금품로비에 대한) 방어는 다 끝나지 않았겠냐"고 의문을 표했다. 예컨대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STX그룹이 세계 유례가 없는 수직성장을 한 배경을 놓고 그간 뒷말이 끊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복수 언론 관계자는 "STX 관계사 직원으로부터 정·관계 로비 리스트와 관련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중 특혜가 의심되는 거액대출 및 해외건설 수주와 맞물린 의혹은 이명박정권 실세들에 대한 로비설로까지 확대됐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베일에 싸인 '강덕수 리스트', 실체가 있을까.

우선 강 전 회장의 이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월급쟁이 샐러리맨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까지 오른 나름 자수성가한 오너다. 널리 알려진 대로 STX그룹은 창립 10년도 안 돼 재계 순위 10위권에 안착했고 같은 기간 매출은 100배 이상 늘었다.

강 전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이다. 그는 굵직한 매물을 먹어치우면서 사세를 키웠고, 한때 한국 부자순위 20위권에 들기도 했다. 일반인들 사이에선 '존경받는 구루'였던 강 전 회장. 그러나 강 전 회장의 숨길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 바로 '인맥'이었다.

태생적 한계
로비로 극복?

지난해 한 재계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나 "강 전 회장 주변에 유명한 인사가 그리 많지 않다"며 "지연, 학연, 친인척 등 어디를 둘러봐도 내세울 만한 큰 인물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상고 출신에 순수 국내파인 강 전 회장은 주류 재벌가와 동떨어진 성장환경 탓에 재계 내부 입지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명박정부 들어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3대 경제단체에 입성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이어 한국무역협회와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국내의 내로라하는 재벌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어릴 때부터 자라온 환경이 한 울타리에 있는 재벌가 사람들은 '끼리끼리' 명문 유치원에 다닌 뒤 초·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자연스레 안면을 익힌다.


또 해외유학 등 '스페셜 코스'를 밟으면서 본인들만의 탄탄한 인맥을 형성한다. 하지만 강 전 회장은 이른바 'SKY' 출신도 아닌데다 말단부터 시작해 속된 말로 '밑천'이 없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룹의 자금난이 심해지자 강 전 회장은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경제단체 임원직에서도 물러났다. 서로가 경영권을 챙겨주는 재벌가 풍속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 STX그룹 한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워지니까 나서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강 전 회장이 줄을 댄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정권 실세들과 STX그룹 간의 묘한 관계다. 표면상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수차례 수행하는 등 정권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12년 STX그룹은 산업은행으로부터 단기차입금 2300억원을 융통했고 산업운용자금 1800억원도 긴급 확보했다. 다른 민간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금을 줄이는 추세였는데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유독 '퍼주기'로 STX그룹을 도왔다. 지난 정권 비호설이 나온 주된 배경이다.

공무원 대거 포함된 '선물 리스트'
2년 전부터 내사…정치권 좌불안석

그간 산업은행은 각 정권마다 최측근이 수장자리를 꿰찼다. 이명박정부 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은 "계열사들이 모두 나서서라도 (STX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이 강 전 회장의 독자적인 판단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어찌됐든 강 전 회장은 지난 정권으로부터 마지막 호의를 받았으나 끝내 정치권은 그를 버렸다. 생각만큼 돈독한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 전 회장의 공식적인 입장은 "난 로비를 하지 않았다"이다. 그는 검찰 소환조사를 앞두고 기자들이 정·관계 로비 의혹을 묻자 "해외 출장이 많아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강 전 회장이 아닌 누군가가 대신 로비를 했을 가능성은 없을까. 그 누군가로 의심 받는 사람이 바로 이희범 전 산업부장관이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이 전 장관을 영입한 이유를 수상히 여기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STX에너지·중공업 총괄회장을 지냈다.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 인사이면서 2010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역임해 이명박정부와도 인연이 깊다.

검찰은 당시 그룹 안팎의 사정이 어려워지자 강 전 회장이 이 전 장관을 로비창구로 영입한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는 이 전 장관을 통해 '검은돈'이 정치권에 살포됐다면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이 전 장관의 신분이 피의자로 바뀔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 전 회장과 등을 돌린 뒤 LG상사로 둥지를 틀었던 이 전 장관 입장에선 이만한 악연이 없는 셈이다.

키맨 이희범
윗선은 박영준?

강 전 회장에 대한 사정작업과 맞물려 또다시 등장하는 인물은 '왕차관' 혹은 '미스터 아프리카'로 알려진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다. 앞서 STX그룹은 아프리카 가나의 국민주택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를 맛봤다.

'가나 하우징 프로젝트'로 명명된 이 사업은 정권 실세인 박 전 차관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정설이다. 당시 현지 기공식에 참석한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은 이 전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측근 중 1명이다. 여러 정황상 정권 차원의 '밀어주기'가 의심됐다. 이명박정부가 주도했던 자원외교의 한 축이 STX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강 전 회장 측은 '박 전 차관이 프로젝트를 주선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한 바 있다.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실제로 "수사기관이 내사에 들어갔지만 아무 혐의를 발견하지 못한 채 손을 털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박근혜정부는 정국의 고비 때마다 이명박정부에 대한 사정작업으로 난맥상을 돌파했다. CJ와 효성 등 지난 정권과 연분이 깊었던 기업들은 예외 없이 '칼잡이'의 제물이 됐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기업과 정치권을 동시에 친 특수수사는 없었다. 이번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수사의 남은 성패는 강 전 회장이 쥐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을 명백히 밝힐 사람은 권력에 남은 빚이 없는 강 전 회장뿐이다. 재기가 어려워진 강 전 회장 입장에서 '플리바게닝'은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다. 줄도 끈도 다 떨어진 그가 내밀 '마지막 카드'에 관심이 집중된다.

 

강현석 기자 <angel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진태호' 첫 대기업 수사
강덕수 수사는 물타기?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에 대한 사정작업은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한 후 처음으로 개시되는 대기업 수사다. 그러나 이번 수사를 바라보는 검찰 안팎의 시선은 기대만큼 곱지 않다. 이유가 있다.

강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지난해부터 예고됐다. 각종 사업과 관련한 투서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문제는 조용하던 검찰이 뜻밖의 시점에 칼을 빼들었다는 점이다.

사정기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수사 의뢰 7일 만에 압수수색을 하는 등 초고속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만 봐도 그렇고, 일부러 피의 사실을 언론에 적극적으로 공표하는 것도 그렇고, 살아있는 오너가 아닌 죽은 오너를 겨냥한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면전환용 '물타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이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으로 메가톤급 역풍을 맞았던 검찰이 정·관계 로비 수사를 발판으로 돌파구를 찾는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때문에 검찰이 '실체 없는 로비 의혹으로 변죽만 울리다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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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