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금기어로 본 재벌가 비사-한경희생활과학 ‘그림자 회장님’

한경희 남편의 불안한 '외도' 한경희생활과학 대표

[일요시사=경제팀] 재벌가 혼맥, 대박 브랜드 비밀, 망해도 잘사는 부자들, 기업 내부거래 등을 시사지 최초로 연속 기획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일요시사>가 새 연재를 시작한다. 직원들이 입 밖에 내면 안 되는 ‘금기어’를 통해 기업 성장의 이면에 숨겨진 ‘비사’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일반인은 잘 모르는, 기업으로선 숨기고픈 비밀, 이번엔 한경희생활과학의 ‘그림자 회장님’ 편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여성 CEO’가 이끄는 생활가전 전문기업으로 유명하다. 한경희 대표는 주부시절 스팀청소기를 개발, 1999년 회사를 세우고 연매출 1500억원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한 대표는 자연스럽게 언론 등을 통해 성공한 기업인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하는 일은?
 
이화여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한 대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근무하다 1990년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마쳤다. 귀국 후 1996년 5급 공무원 특채시험에 합격해 교육부 사무관으로 일하다 1999년 한영전기를 설립, 2005년 한경희생활과학으로 사명을 바꿨다.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대표적인 여성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한 대표는 사업 초기 ‘남편이 어떤 사업을 하다가 망해서 당신이 바지사장을 하느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일반인들은 그가 매스컴에 등장할 때마다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남편은 뭐하는 사람일까’하는 궁금증이다. 한 대표의 남편 고남석씨도 한경희생활과학에서 일하고 있다. 다만 회장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현재 사업을 총괄하고 있지만, 그동안 눈에 띄는 활동은 없었다. 지분도 한 대표(7.9%)와 함께 6.5%를 갖고 있으나 ‘한경희 색깔’이 강한 탓에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떨어진다.
 
1996년 한 대표와 만난 지 3개월 만에 결혼한 고씨는 한국외대 인문학과를 졸업하고 1984∼1987년 삼성물산에서 근무한 뒤 유통·무역회사를 운영하다 2001년 외조의 길을 택했다. ‘한경희’를 사명과 제품명에 쓰자고 제안한 사람도 고씨였다.
 

스팀청소기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아예 사업을 접고 한경희생활과학에 합류했다. 이사 직함으로 영업과 수출을 담당했다. 한 대표 뒤에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 고씨는 한경희생활과학 전무와 감사, 부회장을 맡은데 이어 회장에 올랐다. 한 대표와 함께 ‘부부경영’체제를 구축한 것. 한 대표는 해외공략에 주력하고, 고씨는 국내사업을 총괄해왔다.
 
이도 잠시. 최근 고씨가 개인사업을 시작하면서 그 배경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고남석 회장 개인사업 두고 설왕설래
이번에도 또?…8년 전 트라우마 우려
 
업계에 따르면 고씨는 조만간 개인 자금으로 이탈리아 캡슐커피머신 브랜드 ‘까페이탈리아’를 국내 유통하기로 했다. 이미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고씨는 지난 2년간 커피머신 사업을 준비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홈페이지와 온라인몰 등을 통해 커피머신을 판매할 계획이다. 앞으로도 한경희생활과학 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상한 건 한경희생활과학 측의 반응이다. 고씨의 사업과 선긋기 바쁘다. 회사 관계자는 “고씨의 커피머신 사업은 한경희생활과학과 전혀 무관하다”며 “한 대표도 본업 외에 남편 고씨의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개인사업이라도 회사가 오너의 일을 ‘나몰라’하는 이유가 뭘까. 여기엔 그럴만한 속사정이 있어 보인다. 고씨의 투잡을 두고 우려하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회사 측이 예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 수 있다.
 

고씨는 한경희생활과학과 무관한 개인사업을 벌인 게 처음이 아니다. 8년 전에도 외도에 나섰다가 회사로 돌아온 적이 있다.
 
고씨는 2006년 가전생활용품 연구·개발 및 부동산임대업체 ‘엔에스코기술’을 설립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빚더미에 앉았고 급기야 부도 직전까지 내몰렸다. 엔에스코기술은 설립 첫해 매출 6억원에 영업이익 3억원, 순이익 7억원을 올리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2007년 적자가 나더니 2008년엔 -34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는 사이 2009년 기준 총부채는 273억원으로 불어났다.
 
결국 보다 못한 한경희생활과학이 2010년 이 회사를 흡수합병했다. 이로 인해 한경희생활과학은 200억원대 부채를 떠안았다. 이번 고씨의 커피사업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한경희생활과학도 위험한 상황까지 갔다. 엔에스코기술 인수 전후인 2009∼2011년 매출은 각각 730억∼980억원을 냈다. 반면 영업이익은 88억원에서 20억원, 24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순이익도 31억원에서 18억원으로, 다시 적자(-1억원)로 떨어졌다. 이 기간 자산은 450억원, 690억원, 750억원으로 늘었다. 그만큼 부채도 360억원, 480억원, 550억원으로 불었다.
 
“회사와 무관”강조
 
엔에스코기술을 처리(?)한 고씨는 조용히 한경희생활과학으로 돌아갔다. 애물단지를 등에 업은 한경희생활과학 내부에선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당시 반대가 많았는데, 흡수합병을 반대한 한 고위 임원은 한 대표와 고씨에게 찍혀 결국 사표를 냈다는 후문이다.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경희생활과학 의문의 최대주주
 
한경희생활과학 주주명단을 보면 의문이 생긴다. 최대주주인 특수관계인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경희생활과학은 한경희 대표가 7.9%(3만3306주), 고남석 회장이 6.5%(2만7306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85.6%(36만2436주)는 모두 기타 특수관계인이 소유 중이다.
 
한경희생활과학이 처음 공시한 2006년 말 기준 한 대표는 36.6%(3만6600주), 고 회장은 22%(2만2000주)를 갖고 있었다. 특수관계인 지분은 41.4%(4만1400주). 이후 이 지분율이 유지되다가 2009년 한 대표와 고 회장 지분이 각각 7%(7000주), 5%(5000주)로 줄고 특수관계인은 88%(8만8000주)가 됐다.
 
한 대표와 고 회장 부부는 두 아들(찬이-철이)을 두고 있다. 이들 형제가 특수관계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둘은 각각 18세, 16세로 아직 미성년자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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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