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방사능 공포' 소문과 진실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2.05 10:3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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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산물 안전? 위험?…생선요리 먹을 때마다 '찜찜'

[일요시사=사회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됐다. 일본 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흐르면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위기로 인식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유통 수산물을 두고 말이 많았다. 여전히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안전하다’ ‘안전하지 않다’ 도대체 뭐가 맞는 걸까. 방사능 오염 실태 및 정보를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음식물에 의한 ‘내부피폭’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이따금씩 구내식당에서 생선튀김과 동태찌개가 나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심하지 않고 맛있게 먹는다. 노량진 수산시장도 마찬가지다. 한때 손님이 급감했지만 요즘엔 다시 되살아난 분위기다. 술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본산 맥주는 여전히 뜨거운 인기다. 방사능 위험성이 알려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식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근데 왠지 찜찜한 기분이 든다. 방사능 내부 피폭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방사능 위험성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방사능 피폭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나 방사능 피폭은 매우 치명적이다. 특히 외부 피폭과 달리 내부 피폭은 더 위험하다고 알려진다.


‘먹거나 말거나’
정부 미온적 태도


방사능 외부 피폭은 사람의 신체 외부에 있는 방사선원으로부터 방출된 방사선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이 경우 투과력이 강한 엑스선, 감마선 등은 신체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지만, 베타선은 투과력이 약해 피부 및 안구에 영향을 준다.

일반적인 성인 기준으로 연간 피폭한도는 1000시버트다. 1000시버트는 1밀리시버트 정도 수준이다. 그리고 방사선 종사자의 연평균 허용선량은 직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20밀리시버트다. 자연 상태에서 쬐는 방사능은 2.4밀리시버트 정도다. 유럽을 비행기로 여행한다고 해도 0.07밀리시버트의 방사능밖에 쬐지 않는다.


병원에서 흉부 엑스선을 촬영할 때의 피폭량은 0.1∼0.3밀리시버트고 CT 촬영을 할 때는 이 수치가 늘어나 8∼1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된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체에 올 수 있는 영향은 확률적 영향(지발성)과 결정적 영향(급성)이 있다.




확률적 영향은 저선량을 장시간 피폭당했을 때 있을 수 있는 영향으로 선량에 발생확률이 비례한다. 증상은 악성종양(암)과 더불어 백혈병, 수명단축, 겉늙음현상(가령현상), 유전적 결함으로 인한 돌연변이나 염색체 이상이 올 수 있다.

0부터 250밀리시버트까지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 하지만 250밀리시버트부터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500밀리시버트 정도가 되면 백혈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이때는 외적인 증상은 없다. 1000밀리시버트 부터는 위험수준이다. 특히 1500밀리시버트부터는 방사선숙취 현상이 일어난다.

이 수치가 4000밀리시버트를 넘어가면 생명이 지장이 있다. 4000밀리시버트는 반치사선량으로, 전신조사 시 30일 이내에 50%가 사망하는 선량이다. 조혈기장해를 일으키는 선량으로 볼 수 있다.

7000밀리시버트의 방사능을 쬐게 되면 최소 2∼3주 내 100% 사망이라는 충격적 결과가 나타난다. 1만밀리시버트를 넘는 경우는 위장관사가, 10만밀리시버트부터는 중추신경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으로 알려진다. 방사선을 쬐는 도중 세포손상으로 사망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부피폭보다 위험한 게 내부피폭이다. 방사선피폭 가운데 체내에 흡수된, 혹은 체내에서 생성된 방사성물질에 의한 피폭을 말한다. 알파선, 베타선 등 입자선에 의한 선량이 감마선 등 전자파에 비해서 크게 되는 점이 외부피폭의 경우와 다르다. 한마디로 체내에 유입되는 방사성 핵종으로부터의 피폭이다.

일본 아이돌 토키오의 리더 야마구치 타츠야는 후쿠시마를 응원하는 캠페인으로 ‘후쿠시마 사랑해’라는 광고를 촬영하고 ‘동일본을 먹어서 응원하자’며 1년 동안 그 지역 농산물을 먹었다. 그러나 지난 2012년 방송 도중 받은 전신 스캔에서 ‘세슘 137에 내부 피폭 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내부피폭은 괴담이 아니었던 것.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불안감 고조
피폭 실태·정보 제대로 파악 못해 우왕좌왕


전문가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음식이 체내로 흡수되면, 갖가지 방사성 원소가 각기 다른 곳을 공격한다고 말한다. 세슘은 우리 몸의 혈액과 근육으로 이동해 DNA 구조를 변형시킨다. 요오드와 스트론튬은 각각 갑상선과 뼈에 모여 장애를 일으키고, 플루토늄은 폐를 집중적으로 손상시킨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직접 방사능을 쬐는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부 피폭과 내부 피폭이 같은 양이라고 하면 내부 피폭의 노출이 장기적이다. 외부 피폭은 피난과 특수복 등을 통해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하지만 내부 피폭은 방법이 없다. 몸 속의 방사능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도 문제다. 요오드는 반감기가 1주일 정도지만 플루토늄은 수백년이 걸린다. 사실상 체외 배출은 불가능하다. 특히나 노약자는 매우 위험하다. 세포의 손상이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각각인 것. 대개 원자력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안심시키는 반면에 의학계에서는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그러나 피폭이 위험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원전사고 이후
계속되는 후폭풍


호흡기를 통한 외부 피폭보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 피폭이 훨씬 심각하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200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경로의 90% 정도가 우유, 육류, 버섯, 과일, 채소 등 식품으로 인한 내부 피폭이었다. 외부 피폭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피폭자의 거리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지만, 내부 피폭은 다양한 경로로 고스란히 체내에 축적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복구비용은 우리 돈으로 약 265조에 이른다. 문제는 이 상황이 아직도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누출과 수산물 오염에 대해 모른 체했다. 현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는 계속 유출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일본 당국은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사고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올렸다.

<주간 아사히>는 이바라키와 지바현 등 일본 간토 지방에 속한 15개 기초 지자체의 어린이 및 청소년 10명 가운데 7명꼴로 소변에서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 사람들의 체내 세슘 비율의 민낯이 드러났다.

당시 검출된 세슘은 134, 137이다. 세슘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물질로 알려진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때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음식물 섭취 등을 거쳐 아이들의 체내로 들어온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소변 검사를 진행한 이바라키현 모리야시에 있는 조소생활협동조합 관계자는 <주간 아사히> 인터뷰에서 “8살 된 아이의 소변에서 세슘 1베크럴이 검출됐다고 한다면, 이 아이는 하루 몇 시간씩 세슘을 흡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내부 피폭에는 허용 한계가 없기 때문에 장기간에 걸친 건강 체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사선 직접 노출보다 
체내 흡수가 더 문제


내부 피폭이 외부 피폭보다 위험한 것은 방사선의 영향을 장기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야가시키 가쓰마 류큐대학 명예교수는 “후쿠시마와 간토 지방의 아이들에게서 코피나 하혈 등이 발견되고 갑상선암이 증가하는 원인도 내부 피폭”이라며 “파괴된 유전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유전자 조직이 잘못 연결되면 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히로시마 원폭 현장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의사 히다 순타로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내부 피폭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히다는 “원자폭탄에서 나온 방사능이 인체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은 군가 기밀로 숨겨왔고, 의사와 피폭자에게 침묵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히다는 “미국에서 내부 피폭을 연구한 이들도 정부의 탄압을 받았지만 양심을 지키며 연구하고 있었다”며 “그 뒤 미국과 독일에서 동료들과 방사능 피폭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 그는 “지금도 후쿠시마 폭발 뒤 피폭은 계속되고 있다. 공기와 물 그리고 흙이 오염돼 여기에서 나온 각종 음식물은 몸 속으로 들어가 우리의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문제다. 점차 아무런 이유없이 설사가 계속되고, 코피가 멈추지 않고, 구강염이 계속 되는 일이 후쿠시마부터 시작해 일본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없이 다가오는
공포의 그림자


이러한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언론들은 입을 닫고 있다. 마치 방사능 함구령이 떨어진 것처럼 조용하다. 일부 언론은 ‘방사능 괴담’이라며 감싸기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의 살아있는 지식인이자 저명한 핵물리학자로 유명한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는 <JTBC>에서 “일본 아베총리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가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말했지만 거짓말로 밝혀졌다. 일본산 어류는 잡히는 곳과 출하되는 곳이 다르기 때문에 8개현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입금지 조치는 안전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준치를 강조한다.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에 탈핵전문가 김익중 동국대 교수는 강연장에서 “‘의학적인’ 안전 기준치란 없다.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능도 암 발생 확률을 증가시킨다. 제로(0)가 가장 안전한 것이다. 식품에 허용되는 방사능 기준치란 원전의 이해 당사자들, 정부나 기업 등의 ‘관리’ 수치일 뿐이다. 일본만 하더라도 후쿠시마 이후 피폭량 기준치를 20배 올렸으면서 식품 기준치는 1/4로 줄였다. 우리나라도 종전에는 기준치를 370베크렐로 잡았다가 최근에 100베크렐로 낮춘 것이다”고 말했다.



그들이 말하는
기준치의 모호성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약 30개국, 250명 정도의 정부 관료 및 관계자들이 주축으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로 이 단체는 각국의 원자력 산업계의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관련 산업계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일까. 방사능 영향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리스크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알려진다. 반면 양심적인 과학자들이 만든 단체인 ECRR(유럽방사선위험위원회)는 ICRP에 대항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공포의 ‘AI’


우리나라와 중국, 베트남에서 AI(조류 인플루엔자)가 발생해 비상이 걸렸다. ‘AI’는 avian(새)과 influenza(유행병)의 합성어다. 주로 야생 조류 또는 가금류에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엔자를 말하며, 드물게는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중국에서 발생한 AI의 종류는 신종 H7N9형으로 며칠 전 상하이에선 30대 의사와 70대 환자가 감염돼 숨졌다. 베트남 사망자는 H5N1형에 의한 것이고 우리나라는 H5N8형인데 집오리, 가창오리는 물론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는 큰기러기조차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AI 사태의 발병원인으로 야생 철새를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조류단체에서는 철새가 오히려 농장오리로부터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WT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200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중국,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에서 고병원성 AI에 648명이 감염돼 384명이 사망했다. 중국 신종 AI(H7N9형)에 걸린 환자는 177명으로 이 가운데 47명이 숨졌다.

전국 확산 가능성
감염돼 숨지기도

이처럼 AI의 사망률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위험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예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AI에 감염되면 감기처럼 고열과 콧물 등이 있지만 정도가 더 심하고 전염성이 강하다. 고병원성 AI A형 H5N1 바이러스의 경우, 환자는 감염된 수일 이후 폐렴이 나타났다가 호흡부전으로 진행돼 사망할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감염 환자에게는 타미플루나 리렌자와 같은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 치료한다. 이번 국내에서 살처분에 동원된 관계자 등에게 예방적으로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AI의 avian(조류의)은 1870년대 생겨난 말로, 새를 의미하는 라틴어 어근 avi에 형용사어미 -an이 덧붙은 것이다. 인플루엔자는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유럽에 유행성 감기가 창궐했던 1743년 ‘유행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influenza에서 차양된 말이다.

이 용어를 더 추적하면 influence(영향) 또는 influentia(영향을 미치는 것:중세라틴어)에 이른다. 19세기 중반 이래에는 종종 ‘독감’의 뜻으로 쓰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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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