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비밀인사 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5: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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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만 번지르르…'비리 부서'도 떡하니 승진

[일요시사=경제1팀] '쉬쉬.' 최근 대우조선해양 내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석연찮은 인사처리 때문이다. 지난해 임원 사표수리에 이어 올 초 '몰래 인사'가 단행됐다. 문책보다는 승진인사가 많았다.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올해 대우조선해양의 경영방침으로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1월 초 시무식에서 "지난 2013년의 경험을 반성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윤리경영의 철저한 실천을 첫 번째 경영방침으로 삼았다"며 "모든 비리나 잘못된 관행을 확실히 뿌리 뽑도록 시스템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고 사장의 말이 무색해 지는 행태가 벌어졌다. 임원 13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하면서 외부 공개는 안한 것.

뭐가 구려서…

지난 23일 관련업계와 대우조선해양에 따르면 사측은 김용만 생산총괄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격시키는 것을 골자로, 전무 4명, 상무 8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대상 인원들의 발령일자는 2월1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임원 승진 결과를 사내 인트라넷에만 공개했을 뿐 승진자 명단조차 거의 공개하지 않았다. 이름이 밝혀진 것은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용만 전무가 유일했다. 정확한 명단은 논란이 불거진 뒤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대우조선해양이 그간 보도자료를 통해 인사 소식을 밝혀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임원인사는 업계의 큰 관심사였다. 지난해 불거진 납품비리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0월 이른바 '김연아 목걸이 사태'로 30명이 기소당해 전 임원들의 사표를 받았다. 수능시험을 치는 아들의 행운을 위해 협력업체 대표에게 순금 행운 열쇠를 사달라고 하고 아내가 갖고 싶어하는 '김연아 목걸이'나 운동기구를 사달하고 한 직원도 있었다.

13명 임원 승진…외부 비공개 논란
60여명 일괄사표 받아 10명만 수리

한 직원은 협력업체로부터 무려 12억원을 받아 7곳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소모품 납품비리에 연루된 대우조선해양의 직원과 전 간부급 노조원 등 20명이 배임수죄와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앞서 6월에도 해양기자재 납품사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매 담당 임직원 4명이 구속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에서는 대대적인 문책성 인사가 예상됐다. 임원인사의 승진폭은 축소될 것으로 봤다. 연말에 인사를 단행하던 대우조선해양이 관례를 깨고 연초까지 인사를 미룬 것도 이 때문이다. 인사를 새해로 미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 측은 "인사에 신중을 기하려다 보니 정기 인사 단행이 상당기일 지연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승진자 퇴직자보다 많아
비리척결 의지에 의문점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앞서 지난해 12월 고 사장은 임직원 60여명의 일괄사표를 받았다. 이 중 10명의 사표만 수리되어 비리 척결 의지에 의문점을 남겼다. 특히 사표가 수리된 10명 중에는 임기가 만료된 자연퇴직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퇴사한 실제 임원 수는 대우조선해양이 공언한 사직처리 대상자 10명에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승진폭은 예상보다 컸다. 퇴직(10명)보다 승진자(13명)가 3명이나 많았다. 이러한 현실에 업계는 인적 쇄신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납품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부문인 조달부문에서도 승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에 도덕성 논란까지 일고 있다. 상무 승진자 가운데 2명은 지난해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에서 조달부문 팀장을 새로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리다짐 무색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이 같은 대응에 대해 "조직개편을 통해 인적 쇄신에 나선 대우조선해양의 의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특히 주인찾기에 나선 상황에서 제 식구 챙기기라는 관행에 머무는 것은 고재호 사장의 윤리경영 약속 또한 변질됐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 승진 인사는 지난해 성과를 고려한 통상적 인사"라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임원 수가 5% 가량 줄었다. 납품비리와 상관없는 모든 임원들까지 교체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외부 미공개 논란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간 연말에 단행하던 인사를 연초에 하다 보니 대외적으로 알리기가 시기적으로 애매해 사내 인트라넷에만 공개한 것"이라며 "일부러 숨기려고 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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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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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