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포스트 정준양’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4.01.27 13: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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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색?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한다!

[일요시사=사회팀] 포스코 ‘기술통’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이 포스코 8대 회장으로 내정됐다. 업계에서는 ‘예상밖의 결과’라는 평가다. 차기 회장 하마평에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깜짝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중립성을 강조했던 포스코로서는 성공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조용한 ‘기술장인’이 이끌 포스코는 앞으로 어떤 항해를 이어갈까.




포스코 차기회장에 권오준 기술총괄 사장이 내정됐다. 하마평이 무성했던 유력인사들을 제치고 포스코의 지휘봉을 잡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예상밖이라며 놀란 반응을 보였지만, 포스코 내부에서는 권 사장을 점친 이들이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으로 앞선 성적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정치중립적이며 기술인이 필요할 때라는 조건에 가장 부합했기 때문이다.

R&D 출신 회장
비주류의 반격

오는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으로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2016년 3월까지 임기 동안 회장직을 수행하게 된다.

지난 19일 업계에 따르면 CEO추천위원회는 비밀유지를 위해 인천 송도에 있는 R&D(연구개발)센터에서 후보면접을 실시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1차 면접 때 권오준 사장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었다”면서 “당초 유력후보였던 오영호 코트라 사장의 경우 1차 면접에서 철강에 대해 너무 몰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후 내부인사인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을 넣었지만 이미 승패는 기운 상태였다. 결국 권 사장이 내정자의 영예를 안게 됐다.

포스코 회장 후보는 지난 두 달여간 쉴 새 없이 바뀌었다. 정계 실력자, 내부원로, 외부 혁신가 등 방향을 선회했다. 이후 다시 내부인사로 틀면서 권 사장이 낙점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거론됐던 내부인사로는 김준식, 박기홍 사장과 윤석만 전 포스코건설 회장,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널 이동희 부회장이다. 특히 윤석만 회장은 2009년 정준양 회장과 접전 끝에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어 유력한 후보로 점쳐졌다. 그러나 윤 회장은 현 포스코건설 부회장인 정동화 회장이 후보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과 포스코의 주력계열사가 아니었다는 점 때문에 후보자로 낙점받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때 외부 영입설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김징완 삼성중공업 부회장과 삼성 SDI 출신인 손욱 농심 전 회장도 거론됐지만 KT가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을 영입하면서 제외됐다. 추가적으로 삼성 출신 인사가 선임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의 내정 소식에 의외의 인물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내부에서는 달랐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 이후 유상부, 이구택, 정준양 회장에 이어 내부 인사가 계속 회장을 맡게 됐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과거 전통을 이어 회사 사정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데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권 사장은 CEO후보추천위원회의 면접에서 “기술로 수요를 창출하는 게 아니라 수요에 맞는 정확한 기술을 개발하겠다. 이를 위해 시장의 동향과 상황을 면밀히 분석한 것을 토대로 기술 개발에 전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경영 철학과 포스코 측이 거는 기대감이 담겨있는 대목이다. 권 사장은 ‘업계 최고의 기술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기술에 대한 그의 열정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는 것.

권 사장이 언론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영 악재 뿐만 아니라 포스코가 더 이상 정치적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뢰와 내분봉합을 통한 향후 CEO 리스크에 대한 재발 방지도 중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권 사장은 포스코 내에서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기술부문장까지 오른 대표적인 기술통으로 평가된다. 포스코 이사회는 “기술과 마케팅의 융합으로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성장 고유기술을 개발해 성장 엔진을 육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포스코 8대 회장 내정…‘기술 경영’주목
예상 밖 깜짝인사…유력인사들 제치고 등극

포스코 관계자는 “권 내정자가 정치중립적인 데다 현재 포스코는 기술인이 필요할 때라는 조건에 있어서 권 사장이 가장 적임자였다”면서 “인품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데다 정준양 회장 시절 소외받았다는 점 역시 고려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에 키를 쥐고 있었던 사외이사 6인은 모두 각 분야의 저명한 사람들로 깐깐함으로도 정평이 나 있었다. 특히 외국인 사외이사인 제임스 비모스키 이사도 포함됐기 때문에 독립성이 더욱 강화됐다는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 5년간 정준양 회장이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M&A(인수합병) 등을 활발하게 했지만 성과는 전무한데 이에 따라 철강까지 위기에 빠지게 되었다는 것이 포스코의 문제점이라는 데 사외이사들이 생각을 같이한 것으로 안다”면서 “이에 따라 철강 본원 경쟁력 회복이 이슈였기 때문에 권 사장이 쭉 앞서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대대적인 조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용한 기술장인
새 바람 분다

권 사장은 포스코 차기회장에 내정된 이후 포스코 챙기기 행보에 나섰다. 그는 지난 19일부터 비공식적으로 업무 파악에 들어갔다. 현재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 제철소를 중심으로 기술, 기획재무, 성장투자사업, 탄소강사업, 경영지원, 스테인리스사업의 ‘6개 사업부문’과 마케팅, CR, 원료 등의 3개 본부로 구성됐다. 먼저 이들 주요부서 보고 후 순차적으로 계열사에 대한 업무 보고도 받을 예정이다.

이를 바라보는 대외적인 시각은 나쁘지 않다. 내부평가도 긍정적이다. 포스코 관계자에 따르면 권 사장은 미리 업무를 파악해 놓고 방안을 구상하는 스타일이다. 3월 본격적인 일정에 앞서 내부 조직과 현안을 둘러보며 몸을 풀고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는 권 사장이 신소재개발에 방점을 둔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 청사진을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권 사장은 지난 15∼16일 CEO추천위원회 면접에서 “기술과 마케팅을 융합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중심의 포스코’를 선언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술장인’인 권 사장이 경영을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앞으로 권 사장은 자신의 경영 구상을 뒷받침할 조직 개편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중심축을 신기술 및 신소재 개발에 두고 관련 사업부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한 분위기 쇄신을 위해 대대적인 교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형태로든 이사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수장을 맞이하는 포스코의 2014년은 ‘도약의 해’다.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게 될 권 사장은 경영 전략 및 중장기 비전 수립을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경영 구상에 돌입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Cost reduction(원가절감), Competitiveness(제조경쟁력), Cradtion(신수요 창출) 등 이른바 ‘3C’ 전략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있다. 약 6030억원 수준의 원가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해 준공되는 국내외 공장 5곳을 통해 제조경쟁력을 강화한다. 신소재 사업 확장으로 철강을 넘어 종합소새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 마련에서 나선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최근 몇 년간 원가 절감을 위해 땀흘린 포스코는 올해도 ‘다이어트’를 할 계획이다. 올해 포스코는 저가원료 사용, 에너지 회수, 설비효율 향상, 부생가스 활용 등을 통해 6030억원의 원가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현금 중심 경영도 계속해 현금보유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국내외 생산기지 준공을 통해 제조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올해 주요 성장 전략이다. 올해 준공되는 국내외 공장은 모두 5곳이다. 상반기에는 포항제철소에 연산 200만톤의 파이넥스 3공장이 준공된다. 광양제철소 내에 연산 330만톤의 4열연공장과 3만톤 규모의 철분말 공장도 세워진다.

이외에도 인도에 연산 45만톤 규모 냉연강판 공장, 멕시코에 연산 50만톤 규모의 제2아연도금강판 공장이 차례로 준공된다. 해외 생산기지 신설로 글로벌 현지 공급이 더욱 원활해질 전망이다. 또 지난 연말 준공된 동남아 최초의 일관제철소인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제철소를 통해 동남아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리튬아메리카와 공동으로 아르헨티나 산후안 지역의 리퓸 추출을 위한 파일럿 플랜트(시범설비) 건설에 합의했다. 파일럿 플랜트는 본격적인 검증을 하기 위한 준비 단계로 건설되는 소규모 시험생산 시설이다. 연산 200톤 규모의 이 공장은 오는 4월 착공한다. 포스코는 이 공장에 1850만 달러(약 200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에서 염수를 자연 증발시키는 기존 방식 대신 염수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직접 리튬을 뽑아내는 차세대 기술을 적용한다.

내부선 ‘준비된 회장’평가
TF 꾸리고 새 경영구상 돌입

포스코의 이 기술을 이용하면 12개월 걸리던 리튬 추출 시간을 최소 8시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 아울러 리튬 회수율도 50%에서 80%로 끌어올리게 된다. 또한 산업재에 쓰이는 마그네슘, 칼슘, 칼륨, 붕소 등도 동시에 분리 추출할 수 있다.


이번 아르헨티나 리튬 파일럿 플랜드 건설은 권 사장의 ‘기술 경영’의 첫 걸음으로 봐도 무방하다. 권 사장은 지난 17일 첫 출근길에서 “포스코는 세계 최고 기술로 30년간 먹고살 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경쟁력
제고방안 만들겠다”

경북 영주에서 선친 권영건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난 권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라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포항산업과학연구원에 입사했다. 이후 연구개발 분야에서 정진했다. 포스코에서 기술연구소 부소장과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기술부문장 등을 거치며 기술개발 분야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굳혀갔다.

특히 세계최초로 개발한 포스코 대표 기술인 ‘파이넥스 공법’ 사용화를 이끌어냈고,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등 신소재 개발, 배터리 필수 소재인 리튬 추출 신기술 등도 개발하는 등 포스코 R&D 분야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아온 주역이다.

권 사장의 선친은 양반가문으로 1950∼70년대 초반까지 영주에서 제재소를 경영해 상당한 재력을 쌓았다. 원목을 사들여 가공한 후 각목 등을 팔아 그 지역에서는 알아주는 부자였다. 이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자금난에 몰려 사업이 기울었다. 이로인해 권 사장 남매들은 서울 유학시절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선친은 자식들에게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면서 엄격한 교육을 시켰다. 가세가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선친은 자식들을 서울로 보냈다. 5남매 모두를 상경시키는 자식교육열을 보였던 것.


권 사장의 어머니는 상경한 5남매의 교육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남다른 고생을 했다. 자식들의 교육비를 보태기 위해 서울에서 스테인리스 식기를 구매해 고향인 영주에서 팔았다. 또 돼지와 닭 등을 키워 자식들 유학비용을 대느라 허리가 휘었다고 한다.

권 사장과 관련된 몇몇 일화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사건은 서울대 사대부고 시절 학교 후배들에게 ‘줄빠따’로 단체기합을 줬다가 징계를 받았던 일이다. 반에서 수석을 하고 학교 전체로도 3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그였기에, 믿기 어려운 이야기라는 후문이다.

“이젠 기술시대”
외유내강 학구파

권 사장은 몸을 낮추고 깍듯한 예의가 몸에 체화된 사람이다. 소신과 지조는 지킨다는 게 주변 인사들의 전언. ‘외유내강’ 젠틀맨이라는 게 중론이다. 기술과 연구개발 외길을 걸어온 기술통이었지만, 글로벌 철강산업의 침체와 불황을 타개할 전략과 리더십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게 포스코 인사들의 설명이다. 정준양 회장시절 흐트러진 철강신소재 개발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본업인 철강산업에 정진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상태다. 그는 차기회장에 내정되자마자 “국민에게 존경받는 포스코를 만들고 글로벌 초일류 철강회사로 발돋움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권오준 빵빵한 형제들

브레인 5남매…각계서 맹활약

본문/포스코의 차기회장으로 내정된 권오준 포스코 사장 형제들이 명문가 출신으로 명문대를 나와 각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권 사장의 5남매는 모두 서울 사대부고를 나와 서울대 연대 고대 명문대를 나와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첫째인 누나부터 셋째인 권 사장까지는 시험을 봐서 사대부고에 입학했고, 넷째와 막내동생은 사대부중에서 곧바로 진학하는 제도(동계진학)를 통해 사대부고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 누나 권원주씨는 이대 약대를 나와 약국을 경영 중이며, 큰형 권오성씨는 외대출신으로 무역업(주식회사 두백 대표)을 하고 있고, 권 사장의 첫째 동생 권오진씨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후 병원(권 피부과 원장)을 운영 중이다. 둘째 동생 권오용씨는 SK그룹 홍보담당 사장 등을 역임한 후 현재 효성그룹에서 상임고문으로 재직 중으로 남매들이 모두 SKY대와 이대, 외대 등의 명문대학을 나와 각계에서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광>

 

[권오준 사장은?]

▲경북 영주
▲서울사대부고 졸업
▲서울대 금속공학과 학사, 캐나다 윈저대 금송공학과 석사, 피츠버그대 대학원 금속 박사
▲산업과학기술연구소 수석연구원 입사
▲기술연구소 부소장
▲자동차강재연구센터장
▲포스코 EU사무소장
▲포스코 기술연구소 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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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