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 전선사업 정리 노림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13 11:3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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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렁이 담 넘듯' 어물쩍 수습

[일요시사=경제1팀] 불량케이블 납품으로 온 국민을 전력난에 빠뜨리고 수조원대의 국가적 손실을 일으킨 JS전선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LS그룹이 전선사업 정리를 결정했다. 부품성적서 위조 파문 8개월 만이다. 원전비리에 대한 반성이라는 게 LS그룹의 입장.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일종의 '꼬리 자르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LS그룹이 불량케이블 납품 파문으로 원전 가동을 중단시켜 전력난과 수조원대 손실을 불러온 JS전선의 사업을 정리키로 했다. LS그룹은 지난 6일 계열사인 LS전선의 자회사 JS전선이 해오던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국민과 정부에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속죄하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다.

진정한 속죄인가?

구 회장은 "LS그룹이 우리나라 원전 수출과 국가경쟁력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국민에게 원전 안전에 대한 불신을 야기한 것을 속죄하는 심정으로 JS전선 사업정리, 원전 안전 및 관련 연구개발 지원금 출연, 국가 원전 사업 발전을 위한 노력 지속 등 3가지 대책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은 우선 소액주주의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해 주식 전량(340만주·전체 지분의 30%)을 주당 6200원에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JS전선은 상장 폐지 후 이른 시일 내에 사업 정리에 나설 계획이다.

사업정리로 인해 발생하는 JS전선 직원 300여명의 고용은 각 계열사에서 승계하고 수주 물량에 대한 납품과 물품 대금 지급도 진행한다. JS전선이 이미 수주한 물량에 대해서는 모두 JS전선 이름으로 납품된다. 다만 법인은 존속시켜 한국수력원자력이 제기한 민사소송 등에 대비할 계획이다.


LS전선은 지난 2005년 종합 케이블 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 하에 선박·해양용 특수케이블 제작에 뛰어난 JS전선(옛 진로산업)을 인수했다. 2003년 LS전선 최고경영자에 오른 구 회장이 JS전선 대표이사로 지난해 초까지 근무했으며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남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구 회장의 뒤를 이어 JS전선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LS전선이 가진 JS전선의 지분은 69.9%에 이른다.

JS전선은 시험성적서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불량 제품을 신고리 1∼4호기, 신월성 1·2호기에 납품해 원전 완공 지연에 따른 경제적 피해, 교체 비용 등의 피해를 양산했다. 특히 신고리 3·4호기는 완공시기까지 불투명해지면서 '밀양 송전탑 사태'와 맞물려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해 원전 가동 중단으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무려 1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불량케이블 납품 "반성 차원서 결정"
향후 각종 소송 앞두고 '선긋기' 분석
'1조 소송' 200억으로 꼬리자르기?

성적서 위조를 주도한 JS전선 엄모 고문은 사기와 사문서 위조 혐의 등을 적용해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으며 JS전선과 짜고 성적서를 위조한 전 한전기술 처장 김모씨와 한수원 송모 부장은 징역 5년을 선고받는 등 모두 17명이 중형에 처해졌다. 최명규 JS전선 대표는 지난달 불량 원전 케이블 사태를 야기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사재를 동원해 소액주주들의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는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LS그룹 오너 일가의 책임 있는 행동이라는 시선이 있다. 하지만 향후 각종 소송을 앞두고 일종의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이라는 분석에 좀 더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LS그룹은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것이 더 많다. 먼저 바닥까지 추락한 그룹에 대한 신뢰와 이미지 회복이다. 구 회장은 JS전선 정리를 발표하면서 "오랜 시간 고민이 많았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S그룹이 도의적 차원에서 원전 안전 및 관련 연구개발에 대해 지원금 1000억원을 출연키로 한 것도 이미지 회복을 위함이다.

JS전선과 그룹 간에 일종의 '선'도 생겼다.  한수원은 검찰에 JS전선의 대주주인 LS전선에 대해서도 위조 지시 또는 묵인 등 위법 여부를 수사의뢰한 바 있다. 한수원이 1조원에 이르는 손해 비용을 청구한 것도 LS그룹에도 책임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한수원은 JS전선에 1300억원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황이다. 추후 신고리 원전 3·4호기 불량케이블 교체비용 약 970억원과 전기판매 손실액 약 9700억원 등 총 1조670억원에 대해 단계적 소송이 준비되고 있다.

물론 LS그룹의 '선 긋기'가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상 소송의 결과에 얼마나 영향을 줄지는 가늠키 힘들다. 하지만 LS그룹은 JS전선의 자산매각 등으로 소송 비용을 조달하겠다는 입장. 약 200억원의 사재 출연으로 1조원대의 소송에서 어느 정도 비껴난 것은 사실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JS전선의 사업을 정리한다고 하더라도 그룹 차원에서 받는 지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LS그룹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LS전선이 원전 케이블과 특수선을 생산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재 JS전선이 납품한 불량 부품은 모기업인 LS전선의 제품으로 교체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간 한수원이 문제가 있는 업체의 모기업을 납품업체로 선정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끊이지 않았다.


'급' 간판 바꾸기

업계 관계자는 "LS전선과 JS전선이 특수한 관계를 이용해 납품 가격을 담합, 공정위에 적발된 적이 있을 정도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며 "이런 상황에서의 JS전선 사업 정리는 LS그룹이 부정적 이미지를 차단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LS 오너 일가 사재출연 내역

개인사정 따라 '십시일반'

LS그룹 오너 일가 8명 각각의 사재출연 규모가 알려졌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삼형제가 2003년 LG에서 독립해 세운 LS는 사촌 간 공동 경영이 특징이다. 지난해 구자홍 회장이 사촌동생이 구자열 회장에게 그룹 회장직을 물려줄 때에도 서로 자리를 양보하는 모양새를 갖춰 화제가 된 바 있다.

사재 출연 규모는 구자열 회장이 가장 크다. 나머지 7명도 개인 사정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구자열 회장은 67억3594만원(대상 주식 342만2455주 중 31.74%·108만6443주)를 출연하며 이어 구자홍 LS미래원 회장이 49억5872만원(대상 주식 중 23.37%·79만9795주), 구자용 E1 회장이 24억504만원(11.33%·38만7910주), 구자은 LS전선 사장이 21억4441만원(9.92%·33만9421주),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16억8597만원(7.95%·27만1931주), 구자균 LS산전 부회장이 15억5618만원(7.33%·25만997주)을 출연한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과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도 각각 11억7788만원(11.33%·38만7910주)과 5억9505만원(2.8%·9만5976주)을 출연한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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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