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에 차인 마늘 영농업자의 사연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4.01.06 13: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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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물만 쏙 빼먹고 '뻥'

[일요시사=경제1팀] 대상그룹의 계열사 아그로닉스가 국내 영농업자를 상대로 '갑질'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마늘 납품 계약을 체결하고 단물만 쏙 빼먹고 일방적으로 파기, 영농업자는 10억원 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영농업자는 2년간의 외로운 싸움을 이어오다가 최근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데 이르렀다.




대상그룹의 계열사인 아그로닉스(농업회사법인 아그로닉스)는 지난 2010년 설립, 과일·채소 등 농산물 도매업체로 대표는 대상그룹 경영지원실장 출신인 오수환씨가 맡고 있다. '종가집김치' '청정원' '맛선생' '홍초' '웰라이프' 등의 브랜드로 식료품을 생산하는 ㈜대상, 대상FNF 및 기타 대상그룹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아그로닉스의 지분은 대상홀딩스 50%,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차녀 상민씨가 27.5%, 장년 세령씨가 12.5%, 대관령원예농업협동조합이 10%를 보유하고 있다.

단가 후려치기?

대상홀딩스는 상민씨가 38.36%, 세령씨가 20.41%, 임 회장이 2.88%, 임 회장의 부인 박현주 부회장이 2.87%를 보유하고 있다. 아그로닉스가 사실상 임 회장 일가의 회사라는 얘기다.

최근 우일농산영농조합법인(이하 우일영농)은 아그로닉스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대상 측이 우일영농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그에 따른 손해를 인정하고 배상해주길 약속했지만 2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도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게 소송 이유다.


아그로닉스와 우일영농의 악연은 201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상FNF 구매팀 모 부장은 당시 류춘근 우일영농 대표에게 접근해 깐 마늘 납품 계약 체결을 제안했다.

이미 풀무원, 한화 등의 대기업에게 깐 마늘을 납품하던 류 대표는 대상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우일영농은 2010년 7월 1년간 월 33톤 총 400톤의 국내산 깐 마늘을 공급하는 물품거래계약을 체결했다.

대상은 2010년 7월부터 12월까지 마늘가격을 시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납품받아가고, 다음해 1월부터 6월까지는 가격을 보다 높게 설정해 물건을 받아가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약속은 절반만 지켜졌다. 류 대표에 따르면 대상 측은 2010년 7월부터 12월까지의 계약만 준수하고 이듬해 1월 마늘가가 떨어지자 제품에 하자가 있다는 핑계로 반품을 반복하다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우일영농의 주장에 따르면 kg당 약 7500∼8000원이던 2010년 7월에서 12월 중순 사이 약 150톤의 마늘을 5000원대로 대상 측에 납품했고 3억원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다음해 1월부터 6월까지 6500원의 가격대로 물건을 납품받겠다던 대상이 계약을 파기, 남은 150톤의 마늘을 kg당 3000원 가량의 손실을 보며 매각하면서 4억5000만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정상적으로 납품되지 못한 마늘이 창고에서 썩어버리면서 2억5000만원 상당의 피해도 입었다고.

우일영농은 지난해 12월 불공정거래 행위로 아그로닉스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사안은 우일영농 소재지를 담당하는 광주 공정위가 ?아 조사를 진행했다.

아그로닉스 마늘 납품계약 일방 파기 의혹
우일영농 "피해액만 10억" 민사소송 제기


아그로닉스는 손실 금액을 보상해 주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공정위 조사 결과가 나오자 태도를 바꿨다. 아그로닉스는 공정위로부터 비교적 가벼운 처벌에 해당하는 '주의촉구' 통지서를 받았다. 이후 아그로닉스는 우일영농에 "손실 배상을 해줄 수 없다"며 등을 돌렸다.

아그로닉스와 우일영농의 주장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그로닉스 관계자는 "2010년 12월 류 대표를 만나 구두 상으로 계약 해지를 합의했다. 3년이나 지난 지금에야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우일영농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우일영농 측이 주장하는 것은 거짓이다. 공정위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다"고 밝혔다.

이어 "2010년 12월 당시 마늘 가격이 폭등해 아그로닉스 말고 다른 곳에 마늘을 팔면 우일영농이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마늘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물건이 없어서 못 파는데 팔 곳이 없어 손해를 봤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오히려 우일영농의 납품지연, 물량 미준수 등으로 아그로닉스가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소송과 관련해서는 "회사 측에서 변호사를 선임하고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법정에서 밝히겠다.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달라"고 말을 아꼈다.

이와 관련해 우일영농 측은 "2010년 7월부터 12월까지 시가 보다 낮은 가격에 마늘을 공급하고, 중간에 계약을 끊으면 손해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뭘 믿고 계약 해지를 했겠느냐"면서 "계약의 해지는 어느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양측이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우일영농은 또 "마늘은 일반 농산물과 달리 경매로 가격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고파는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아그로닉스가 계약을 지키지 않아 납품하려고 이미 확보해뒀던 물량을 거래 관계자 없는 판매처에 kg당 더 낮은 가격에 처리할 수 밖에 없었다"며 "그 과정에서 우일영농은 막대한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맞아?

소식을 접한 경북의 한 농민은 "아그로닉스는 홈페이지 CEO 인사말을 통해 '시장개방과 기후변화 등 우리 농업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당사는 농업인과 힘을 합쳐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나가고자 한다'고 소개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영농업체에게 금전적 손실과 고통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농민은 또 "대기업의 '영세업체 때리기'가 화장품, 패션, 유통업계를 넘어서서 이제는 농가까지 확장되고 있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정부의 보호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알려왔습니다>

본지는 지난 1월6일자에 '대상그룹에 차인 마늘 영농업자의 사연'이란 제목으로 농업회사법인 아그로닉스가 우일농산영농조합법인(이하 우일농산)과 마늘 계약을 체결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 우일농산에 손해를 입혔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습니다. 이에 아그로닉스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무혐의' 결과를 통보 받았으며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알려왔습니다.


아그로닉스는 "우일농산의 주장에 따라 이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거쳤으나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불공정한 거래행위는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2013년 9월23일 자로 무혐의 처리로 종결되었으나, 이에 대하여 다시 우일농산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과정에서부터 우일농산은 억지주장을 해왔을 뿐 당사는 어떠한 손실보상을 제시한 바 없으며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가 우일농산 측에 불리하게 나오자 우일농산이 꾸며낸 또 다른 거짓주장"이라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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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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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