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④재계 서열재편 시나리오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30 13:4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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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탐탐' 승천 꿈꾸는 무서운 이무기들

[일요시사=경제1팀] '뜨는 기업이 있으면 지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다. 소위 '잘나가던' 대기업이 물러나면 그 자리를 새로운 기업이 채운다. 올 한 해도 마찬가지다. STX, 웅진, 동양이 무너져 내렸고 신흥그룹들이 재계에 깜짝 등장했다. '무명'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을 조명해봤다.




기업 입장에서 올 계사년은 바람 잘날 없는 한 해였다. 웅진그룹과 STX, 동양그룹이 차례로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현대, 한진, 두산, 동부, 한국가스공사, 이랜드, 부영, 효성, 한국지엠 등 9개 기업은 연결부채비율 300%를 돌파했다. 연결부채비율은 재무상황이 안 좋은 회사일수록 차이가 큰 경향이 있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단순합산 부채비율보다 그룹 재무상황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다.

웅진→STX→동양
법정관리 잔혹사

첫 시작은 작년 9월 웅진그룹의 좌초였다. 그룹 지주사인 웅진홀딩스는 작년 10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받고 현재 1년이 넘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룹 주력 계열사였던 웅진코웨이와 웅진패스원, 웅진케미칼, 웅진식품은 매각됐고 웅진에너지와 플레이도시는 2015년까지 매각할 예정이며 웅진폴리실리콘은 청산 추진 중이다. 빠르면 내년 초 법정관리에서 졸업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남는 것은 웅진씽크빅과 북센 등 출판 사업뿐이다.

웅진그룹의 뒤는 STX가 이었다. 과감한 인수합병(M&A)으로 10여년 만에 재계 13위까지 초고속 성장했던 STX는 무리한 M&A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조선·해운 업황 악화에 사실상 해체됐다.

올 초 23곳이던 계열사는 11월 말 기준 15개사로 8곳이나 줄었다. STX중공업(1월), STX에너지·전력·쏠라·영양풍력발전(8월), STX조선해양·고성조선해양(11월) 등이다. STX팬오션은 10년 만에 사명이 '팬오션'으로 변경되어 사업이 운영되고 있다. 강덕수 회장에게 남은 것은 ㈜STX 대표이사와 STX엔진 이사회 의장직이 전부다.


지난 10월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던 동양그룹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며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만기를 앞둔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동서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에게 지원을 부탁했지만 끝내 거절당하면서 우려했던 위기가 몰아닥쳤다. 유동성 위기를 막지 못하고 9월30일과 10월1일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동양시멘트 등 동양 계열사 다섯 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피눈물이 뿌려졌으며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그룹 공중분해는 시간문제다.

웅진그룹과 STX, 동양그룹 등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에 포함되어 있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STX는 13위, 동양은 36위, 웅진은 46위였다. 2014년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는 확실해 보인다.

이들 3곳을 제외하고도 순위 하락이 예상되는 기업은 또 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2011과 2012회계연도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과 연결이자보상배율을 중심으로 그룹의 재무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연구소는 투자자들이나 정책입안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2007년부터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분석대상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공기업 집단과 금융그룹,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등이 진행 중인 그룹을 제외한 46개 그룹이다. 분석 결과 연결부채비율이 300%를 초과하는 그룹은 9개로 나타났다. 현대(895.46%), 한진(678.44%), 동부(397.57%), 한국가스공사(389.61%), 이랜드(369.91%), 부영(326.56%), 효성(311.51%), 한국지엠(307.40%)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무너진 웅진·STX·동양 자리 채울 신흥그룹은?
눈 깜빡할 새 사세 확장 "재계 판도 뒤흔든다"

200%를 초과하는 그룹은 11개다. 한라(271.47%), 하이트진로(260.53%), 한진중공업(256.13%), 대우조선해양(255.71%), 홈플러스(255.24%), 한솔(250.50%), 코오롱(245.64%), 한화(227.46%), 동국제강(227.27%), 대성(220.15%), LS(209.54%) 등이다.

연결부채비율 200%를 넘는 그룹 중 절반에 해당하는 10개 그룹은 연결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이다. 연결이자보상배율은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으로 계산하며 연결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일 경우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해당 그룹은 현대(-1.06), 한진(0.04), 동부(0.30), 효성(0.82), 한국지엠(-6.99), 한라(0.33), 한진중공업(0.26), 동국제강(-0.30), 대성(0.57) 등이다.

이들 그룹의 부실징후 원인을 살펴보면 주력 계열사의 부진이 대부분이다.

먼저 현대그룹의 경우 2012년 말 기준 자산순위 28위로 단순합산 자산총액이 11조7000억원, 부채총액 9조4000억원이다. 단순부채비율은 404%이지만 연결부채비율은 895%로 가장 재무구조가 안 좋은 그룹이다. 2009년 이후 급속도로 부채비율이 악화되고 있으며 2년 연속 영업적자다. 이는 해운업의 업황경색으로 인해 현대상선이 급격히 재무구조가 나빠지면서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현대엘리베이터도 그룹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들과 체결한 파생상품계약에서 큰 손실을 봤다.

한진그룹의 경우 단순부채비율은 432%지만 연결부채비율이 678%로 두 번째로 재무구조가 안 좋은 그룹이다. 가장 규모가 큰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화물수요 감소, 유가 및 환율 상승으로 2008, 2009, 2011년 적자를 기록했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해운업의 업황경색으로 인해 급격히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두산그룹은 2012년 말 기준 자산순위 17위로 단순합산 자산총액이 29조원, 부채총액 10조원이다. 단순부채비율은 190%이나 연결부채비율은 405%로 2007년부터 계속 400%대의 연결부채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현대·한진·두산·동부
재무구조 악화

두산그룹의 최대 규모 계열사 두산중공업의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2007년 밥캣 등을 인수하면서 대규모의 차입금을 조달했고 실적이 좋지 않아 최근까지 자금을 투입했다. 두산건설은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다.

동부그룹은 2012년 말 기준 자산순위 24위로 단순합산 자산총액이 13조6000억원, 부채총액 9조8000억원이다. 단순부채비율은 259%이나 연결부채비율은 389%로 네 번째로 재무구조가 안 좋은 그룹이다. 동부제철은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동부건설도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막대한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소위 '잘나가던' 기업이 ‘죽을 쑤고' 있는 가운데 재계에 깜짝 등장한 신흥그룹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거침없이 몸집을 불리고 있는 아주그룹, 삼탄그룹, SM그룹, 삼천리그룹, 에스피씨(SPC)그룹, NHN그룹, 파라다이스그룹, 넥센그룹 등이 대표적이다. 일반에게 다소 생소하지만 수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그룹사들이다. 공통점은 눈 깜짝할 사이에 사세를 불려 재계 서열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옛 영광 재현나선
에스피씨그룹

아주그룹은 문규영 회장의 부친 문태식 창업주가 1961년 세운 레미콘회사 아주산업으로 출발했다. 2005년 인수한 대우캐피탈(현 아주캐피탈)과 2007년 아주프론티어를 설립하면서 성장가도를 달렸다. 현재 사업영역은 레미콘, 아스팔트 콘크리트, 금융, 관광레저, 부동산개발 등으로 나뉘며 모기업 아주산업을 중심으로 총 21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아주캐피탈만이 유가증권 상장사로 있으며 기업집단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관계사인 AJ렌터카가 지난해 7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했다.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액은 1조6000억원대, 자산총액은 2조7892억원대를 나타냈다.

SM그룹은 1988년 우오현 회장이 설립한 삼라건설을 모태로 한다. SM이란 명칭은 삼라건설 아파트 브랜드인 '삼라마이다스'에서 따왔다. SM그룹은 건설업을 기반으로 2004년 섬유업체 티케이케미칼, 건전지 전문업체 벡셀, 건설사 우방 등을 잇따라 인수해 정상화시키면서 자산 4조원대 그룹으로 성장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35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데 앞으로는 내실을 다질 예정이다. 그룹의 중심축인 건설은 신창건설, 진덕산업을 우방산업에 흡수 합병시키고 삼라건설은 우방건설로 이름을 바꿔 '우방' 브랜드로 건설 부문을 통합한다. 2~3년 뒤에는 우방산업과 우방건설까지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내년 경영목표는 '무차입경영'이다. 이를 위해 당분간 은행 차입금을 갚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파라다이스, 파라다이스산업, 두성, 극동정밀, 레데코 등 계열사 15개를 두고 있는 파라다이스그룹은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서울과 인천, 제주도에 각각 1개소, 총 3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 전락원 창업주가 1972년 설립한 파라다이스투자개발(주)을 모태로 하며 97년 사명을 현재의 파라다이스로 변경했다. 2002년 코스닥시장에 상장, 매매가 개시됐다. 2004년 창업자의 사망 이후 2세인 전필립 회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으며 일본 세가사미그룹과 합작을 통해 인천 영종도지역에 카지노 복합리조트 건립을 추진 중에 있다. 파라다이스그룹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991억원이며 올해 같은 기간 누적 매출액은 4627억원이다. 카지노 운영이 주요사업이지만 호텔, 여행, 레저, 제조, 건설, 부동산 사업도 영위한다.


자동차 타이어 생산업체인 넥센타이어로 유명한 넥센그룹은 1968년 자동차 타이어용 튜브 생산업체로 출발했다. 77년 흥아타이어로 이름을 바꾸고 99년 우성타이어 경영권 인수를 통해 '넥센'이라는 브랜드를 가진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

넥센, 넥센타이어, 넥센테크, 넥센산기 등 총 19개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으며 최대주주는 강병중 창업주의 아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이다.

지주사인 넥센은 타이어 튜브, 솔리드 타이어, CMB 등 고무 제품과 골프공 빅야드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주력 계열사인 넥센타이어는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와 함께 국내 3대 타이어 업체다. 세계 시장에서는 10∼20위권에 해당한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총매출액 1조700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18.9% 증가한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또한 전년대비 58% 늘어난 1769억원을 기록해 최대 수익을 달성했다.

"우리가 무명이라고?" 
알짜기업의 화려한 질주

넥센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전반적으로 원활한 현금 흐름과 함께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넥센과 넥센타이어는 지난 5년(2007~2011년) 동안 평균 부채비율이 50∼60%대며 부산·경남지역 방송사인 KNN도 지난 2011년 말 13%로 나타났다.

99년 설립한 포털 인터넷 사이트 네이버를 모기업으로 하는 NHN그룹은 올해 8월 포털 부문 네이버와 게임 부문 NHN엔터테인먼트로 인적분할했다.

네이버는 2002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기업을 공개했다가 2008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해 재상장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2003년 솔루션홀딩스, 아이브이엔테크놀로지 등을 인수했고 특히 두산 세계대백과사전과 지식 DB 공동 구축에 관한 제휴를 체결하면서 검색 콘텐츠를 대폭 강화했다.

2008년 NHN게임스를 통해 웹전을, 2009년 미투데이와 윙버스를 인수하는 등 사세를 확장했다.

NHN그룹은 네이버와 NHN엔터를 중심으로 총 25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2012회계연도 기준 자산 총액은 3조5877억원, 매출 총액은 2조3721억원대다. 이 중 네이버가 1조5114억원대로 그룹 매출액의 64%를 차지한다. 뒤는 온라인 마케팅 및 인프라 사업을 영위하는 NHN비즈니스플랫폼(6306억원)이 이었다.

삼탄은 삼천리그룹과 함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55년 고 이장균·유성연 창업자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삼천리연탄기업사(현 삼천리)를 전신으로 한다. 창업자들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는 2세들이 삼천리와 삼탄을 분리경영하고 있다.

이장균 창업자 아들 이만득 회장은 삼천리그룹을, 유성연 창업자 아들 유상덕 회장은 삼탄을 경영한다.

최근에는 삼천리보다는 삼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인도네시아 파시르 광산 덕분이다. 지난해 매출 2조7918억원에 영업이익은 8696억원을 올렸다. 현금성 자산만 1조원이 넘고 인도네시아 석탄광 가치는 수조원에 달한다. 지금 추세로 보면 파시르 탄광 상업 생산은 적어도 2053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그마치 40년이다.

상대적으로 재계에 이름이 퍼졌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룹사들도 있다. 식품업계의 '다크호스' SPC그룹이다.

SPC그룹은 고 허창성 명예회장이 45년 황해도 옹진에서 세운 빵집 상미당에서 출발했다. 48년 상미당은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59년 삼립제과공사로 바뀌었다.

현재 SPC그룹을 이끌고 있는 허영인 회장은 허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그는 86년 법인 파리크라상을 세워 88년부터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고 90년대 말 파리바게뜨를 프랜차이즈 빵집 1위에 올려 놓았다.

이름 생소한 '삼탄'
현금 자산만 1조원

SPC그룹은 현재 12개 계열사와 22개 브랜드를 갖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은 3조4500억원으로 2006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해외 매출은 2000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2020년 해외 매출 목표는 2조3000억원이다.

이외에 ▲초저온 보냉재 전문생산 부산 소재 화학기업 동성그룹 ▲헬스케어 전문 기업으로서 인수합병으로 그룹화에 나선 웰크론그룹 ▲반도체 장비 제조회사에서 건설, 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원익그룹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은 KG그룹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인 화신그룹 등도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그룹다운 모습을 보이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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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