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운대 ‘청소상납’ 백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2.16 11: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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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죽어도 구석구석 걸레질

[일요시사=사회팀] 갖가지 불합리한 처우로 고통 받던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학교 측과 맞붙어 승리했다. 이들은 학교 측의 사과를 받아내고 노조활동을 보장받았다. 농성 나흘 만에 얻은 결과다. 도대체 광운대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




지난 9일 오후, 추적추적 내리는 겨울비와 함께 광운대를 찾았다. 추운 날씨에 비 내리는 광운대 캠퍼스는 회색빛이 감돌았다. 정문으로 들어가 운동장을 지나자 대학본부인 화도관이 보였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곳이었다. 건물 1층을 바라보니 총무처 앞 로비에는 청소노동자들이 박스로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었다. 박스에는 이불, 밥통, 커피포트가 있었다. 단단히 준비한 채로 학교 측에 항의하고 있었던 것이다.

황당한 지시들

건물에 울려퍼지는 우렁찬 마이크 소리를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 벽면에는 항의 벽보가 가득했다. 천천히 그 글들을 읽어보니 그간 청소노동자들이 당한 불합리한 내용들을 알 수 있었다.

“광운대가 책임지고 악덕업체 ?아내자” “이사장은 왜 K건설을 끌어안고 있나” “비정규직 탄압하는 광운대는 각성하라” “K건설 몰아 내자”

2층 총장실 앞 복도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꽉 차 있었다.


총장실 앞에서 만난 광운대 한 학생은 “학교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이번 일에 학생들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 명의 청소노동자들은 차디찬 바닥에 박스를 깔고 앉아 농성 중이었다. 광운대 청소노동자들을 주축으로 고려대, 홍익대, 이화여대 등 총 15개 분회가 농성에 참가한 것. 이들은 학교 측의 사과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청소노동자들은 나흘 만에 갈등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은 9일 밤 결국 합의를 이끌어 농성을 중단하고 업무에 복귀하기로 했다. 광운대 측은 노동상납, 인권침해 등에 대해 노조에 공개 사과하고, 노조활동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광운대 노조는 지난달에 출범했다.

또 노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으며, 이들이 속한 용역업체가 내년 집단교섭에 성실히 응하도록 관리감독 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용역계약서에 반영하기로 약속했다. 청소노동자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관리자 및 직원도 해임하기로 했다.

노조는 “2014년 집단교섭을 통해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임금을 포함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의 노조활동 방해 시나리오 문건을 규탄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합의에 도달해 이를 취소했다. 노조는 9일 밤 학교 측이 노동조합 활동을 계획적으로 방해하려 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을 공개했다. 광운대 측은 “해당 문건은 학교 측에서 작성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광운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걸까.

한여름에 이사장 아들 집 대청소
부친 산소 불려가 제사상 차려
휴식시간 도토리·은행 바치기도


광운대 청소노동자 A씨는 지난 여름 황당한 지시를 받았다. 광운대 이사장 아들이 이사 올 집 청소를 하라는 것이었다. 한여름 같은 팀 노동자 8명이 빗자루 등 청소도구를 들고 학교에서 수 km 떨어진 집까지 걸어갔다.

3∼4시간 집 구석구석을 청소했지만 다음날 용역업체 사장은 다시 청소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을 또 데려갔다. A씨는 심지어 이사장의 돌아가신 아버지 묘역에 불려가 제사상을 차린 적도 있다.

B씨는 휴식시간에 ‘노동 상납’을 경험했다. 소장의 지시는 황당 그 자체였다. 산에 가서 도토리와 은행 열매를 모아오라는 것. 그는 휴식 시간에 두 번 산에 올랐다. 주운 도토리와 은행은 깔끔하게 껍데기를 까 소장의 지시대로 이사장의 집에 두고 왔다.




C씨는 1년 전 딸이 암으로 사망했다. 새벽 1시30분에 딸이 사망했지만, 그날 새벽 4시에 학교로 출근했다. 일을 마치고 소장에게 사정을 말하고 2일장을 치르고 나왔다. 장례식을 치른 사이, 소장은 다른 청소노동자들 앞에서 “잘릴까봐 상 치르자마자 바로 출근하고 청소도 다 해놓고 갔나”고 비아냥거렸다.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또 용역업체 소장은 성희롱도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2011년에는 현재의 용역업체로 청소노동자 파견회사가 바뀌면서 기존 청소노동자들의 월급을 깎았다. 수습기간이라는 이유였다. 그리고 청소 물품도 충분하지 않았다. 문제는 청소노동자들이 직접 사비를 털어 도구를 샀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쌓이고 쌓인 것.

참다못한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달 1일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 광운대 분회 출범식을 열고 학교 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막아갈라고 요구했다. 당시 학교 측은 묵묵부답이었다. 새로 온 용역업체 소장은 ‘눈에 띄게 행동하지 말라’고 청소노동자들에게 경고를 날렸다. 참다못한 광운대 청소노동자 70여명은 5일 낮부터 총장실이 있는 대학본부 건물에서 농성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당한 불합리한 노동 행위에 대한 해명과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다.

광운대 측 관계자는 “모든 사항을 용역업체에 일임한 터라 업체 측에 진상파악을 요구했고 성희롱 한 소장은 이미 해임된 걸로 알고 있다”며 “사태 파악을 하는 중에 노동자들이 갑자기 점거농성을 시작해 총장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 있는 농성

광운대 청소 용역을 맡은 K건설은 청소노동자들을 잡부 취급했다. 그런데 이 업체의 부당 노동 행위를 설명해도 학교 측은 입을 굳게 닫았다. 이 때문에 K건설 사장과 광운대 이사장이 막역한 사이가 아니냐는 소문까지 흘러나왔다. 타 대학의 경우 문제발생 시 용역업체를 퇴출시켰지만 광운대는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노총 운수노조 서경지부 관계자는 “학교 입장은 불분명하다”며 “모호하고 포괄적인 내용만 이야기하고 정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광운대 청소노동자 문제는 학교 측의 사과로 일단락 됐지만 이와 유사한 사건이 타 대학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도 청소 딜레마


직접고용? 그대로 용역?

민주당이 최근 계약해지를 통보받은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 사무처에 “적극 검토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지난 11일 전해졌다.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은 2011년 18대 국회 박희태 의장이 약속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당시 권오을 사무총장은 “이번 용역 기간(2013년 12월)이 끝나면 국회에서 직접채용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회가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오는 31일자로 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국회 청소용역 여성 노동자는 200여명에 이르며, 이들은 새벽 5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월 기본급 104만5740원을 받는다.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원회 등을 통해 청소 용역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현재 예산으로 직접 고용할 경우 3억9000만원의 예산절감 효과가 있고, 예산절감분을 노동자 인건비 인상에 사용하면 17%(1인당 20만원 안팎)가량 임금인상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2015년 말까지 계약돼 있는 국회 내 다른 시설관리용역 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 직접 고용 시 발생하는 정년(60세)을 초과하는 61세 이상 근로자(약 30%)에 대한 고용보장 문제, 잦은 파업발생으로 인한 노무관리 문제 등을 우려해 국회 청소노동자의 직접고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이들(청소노동자)이 무기 계약직이되면 노동 3권이 보장된다”면서 “툭하면 파업하려고 할 텐데 어떻게 관리하려고 그러는가”라고 말해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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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