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공석 1년> '주인없는' SK그룹 상황은?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2.09 11:27:33
  • 댓글 0개

회장 없어도 회사 잘 돌아간다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 상위권 기업의 총수들이 줄줄이 구속되거나 재판을 받으면서 국내 기업들이 '오너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실적 악화와 유동성 관리 실패까지 더해져 내년 기업 경영활동은 불투명하기만 하다. 그런데 SK그룹은 다르다. 최태원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 계열사들이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내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 회장을 옹호하기 위해 그룹이 제기했던 경영공백 우려는 '엄살'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 1년이 다 돼 간다. 최 회장은 SK그룹 펀드자금 중 약 4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최 회장 측은 무죄를 주장하며 항소에 나섰지만 2심에서도 1심에서의 형을 그대로 선고 받았다. 최 회장은 현재 대법원에 상고,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SK그룹은 그룹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수펙스) 의장으로 김창근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 산하 6개 위원은 전략위원장에 하성민 SK텔레콤 대표, 글로벌성장위원장에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 김영태 SK(주) 사장, 윤리경영위원장에 정철길 SK C&C 사장, 동반성장위원장에 김재열 SK(주) 부회장, 인재육성위원장에 김창근 부회장을 선임했다.

수펙스 중심으로
임직원 똘똘 뭉쳐

최 회장 구속에 대해 SK그룹 측은 그룹 전반적으로 경영 공백이 크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오너리스크'다. 오너리스크는 '오너 경영'의 한계다. 총수 한 사람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어 있는 오너 경영의 경우 총수가 경영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최근 SK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을 보면 최 회장의 공백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SK그룹은 수펙스를 중심으로 오너 부재와 유례없는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악재 속에서 계열사들의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는 계열사는 SK그룹의 지주사 격인 SK C&C다. SK C&C는 기업규모만 놓고 보면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다른 주력 계열사에 비할 바 못되지만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최고 핵심 계열사다. SK그룹의 순환출자 구조는 최 회장-SK C&C-SK(주)-상장 계열사로 이뤄져 있다.

SK의 상장 계열사는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C, SK케미칼, SK하이닉스, SK네트웍스, SK건설, SK해운, SK, SK가스, SK컴즈, 로엔엔터테인먼트, 실리콘화일, 부산도시가스, 유비케어, SK브로드밴드 등 16개사. SK C&C는 SK(주)의 지분 31.8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SK(주)는 SK텔레콤(25.22%), SK이노베이션(33.4%), SKC(42.5%), SK네트웍스(39.14%), SK건설(40.02%), SK해운(83.08%)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 C&C는 3분기 매출액 5549억원, 영업이익 59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액은 1.8%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고 영업이익은 18.7% 증가했다. 특히 SK C&C는 올 3분기 글로벌 사업에서만 12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의 22.23%에 해당된다. 전년 동기 글로벌 사업 매출이 766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61.1% 이상 높아진 금액이다.

계열사 대부분 승승장구…오너 존재감 실종?
주가도 구속 전보다 상승 "공백 우려는 엄살"

국내 SI 업계 경쟁사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 실적이다. 독보적 업계 1위 삼성SDS의 경우 3분기에 매출액 1조75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449억원. 전년 동기에 비해 6% 상승했다. LG CNS는 지난해보다 8% 증가한 7157억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삼성SDS와 LG CNS는 오너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

주가도 상승 추세다. 최 회장 구속 전날인 지난 1월30일 SK C&C의 주가는 10만4000원. 4월16일 8만76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4일) 13만1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SK C&C는 투르크메니스칸 안전도시 구축사업과 방글라데시 정부네트워크 백본망 구축 사업 등 대형 글로벌 IT서비스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하반기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중국 현지 공장 화재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매출 4조840억원, 영업이익 1조1640억원을 올렸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영업외비용 반영 등에 따른 당기순이익은 95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2분기 매출 3조9330억원, 영업이익 1조1140억원을 넘어서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월 SK그룹에 인수됐다. 이후 실적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우시공장의 화재는 ‘전화위복’격이 됐다. 우시공장은 전세계 D램 생산량의 13% 가량을 제조해왔다. 그런데 화재로 인해 D램 수급에 비상이 걸렸고 이에 따라 PC용 D램 현물가격이 대폭 올랐다. SK하이닉스는 국내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D램 생산으로 전환하면서 화재로 인한 출하량 차질을 최소화했다. 생산 물량은 그대론데 가격만 오른 효과를 본 셈이다.

공장 화재 악재
'전화위복'

SK그룹의 또 다른 주력회사인 SK텔레콤의 실적도 양호하다. SK텔레콤은 지난 3분기 매출 4조1246억원, 영업이익 5514억원, 순이익 5022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 1%, 영업이익 88.4%, 순이익 32.6%가 각각 늘어난 것이다.

통신시장의 포화 속에서도 SK텔레콤의 LTE 가입자는 9월 말 기준 약 1227만명을 기록, 전체 가입자의 45%를 넘어섰다. 가입자당 매출도 전분기에 비해 2.6% 오른 3만4909원을 기록했다. 평균 해지율은 지난 분기 2.27%에서 2.25%로 감소했다.

16개 계열사의 누적 실적을 봐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급등했다. 올 3분기 유무형자산취득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2.5% 감소했고 매출액은 135조7000억원으로 3.3%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7조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6%나 끌어올렸다. 시가총액 또한 연초 이후 69조7182억원에서 78조5312억원으로 8조8130억원(12.64%) 증가해 10대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SK건설의 해외사업도 우려와는 다르게 상승세다. 최 회장은 '기업 가치 300조원'이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해외 사업을 직접 챙겨왔다. 하지만 지난 1월 법정구속됐고 재계는 SK그룹이 중국·동남아·중동·중남미 등지에서 추진해왔던 해외사업과 이들 국가에 대한 투자가 올스톱 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에 벌려놨던 해외사업들의 유지 여부도 미지수로 남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시총, 10대그룹 중
가장 높은 상승률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SK건설만 봐도 그렇다. SK건설은 지난 6월 12억 달러 규모의 칠레 석탄화력발전소 공사를 따냈다. 또 터키에서 사업비 9억5000만 달러 규모의 초대형 화력발전소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TSP 사업' 덕분이다.

TSP는 토탈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의 약자로 고객에게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SK건설의 사업 모델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역량을 모아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기본설계 및 유지 관리까지 수입원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시공 중인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 프로젝트의 경우 SK건설은 설계와 시공 등을 맡고 있다. 준공 후 관리는 SK종합화학이 수행한다. 터키 유라시아 터널 프로젝트와 베트남 해상공사 역시 SK건설이 수주했다. 지난 2일에는 6억8000만 달러 규모의 라오스 세피안-세남노이 댐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중국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중국 선전에 최첨단 건강검진센터를 건립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을 위해 중국 측 파트너인 비스타와 지난 5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현재 중국 정부 최종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SK그룹이 중국 헬스시장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4년 SK그룹의 중국 현지법인 SK차이나를 통해 한·중합작병원 'SK아이캉병원'을 개원한 이래 두 번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9월 중국 국유기업 닝보화공과 합작사인 닝보SK를 출범시키고 고기능성 합성고무인 에틸렌프로필렌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이징자동차그룹 및 베이징전공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올해 안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합작법인은 내년 하반기까지 연간 전기차 1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배터리 팩 제조라인을 구축하고 2017년까지는 생산 규모를 2만대 분량으로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은 지난 6월 말 중국 최대 정유회사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와 총 3조3000억원을 추자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나프타 분해설비 및 하위공정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5월에는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와 각각 3400억원을 투자해 중국 충칭에 연산 20만톤 규모의 부탄디올 생산공장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짓고 있다.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 기록
SK건설 해외 대형사업 연속 수주

SK그룹은 2014년 경영방침을 '위기 속 안정과 성장 추진'으로 결정했다.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 SK그룹은 계열사별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오너가 부재 중인 상황에서도 구조조정에는 속도가 붙고 있다.

SK컴즈는 투자 대비 이익 창출이 적은 싸이월드와 싸이메라 분사를 검토 중이다. 미미한 점유율(1.4%)를 유지하던 검색 서비스도 전문검색 서비스 업체에 이관해 관리 비용을 줄인다. 12월2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도 실시한다. 실본부장급 이상의 간부직원들은 일괄 사표를 결의한 상태다.

SK네트웍스는 '스피드메이트'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09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고무플랜테이션 사업 법인인 'PT인니조아'를 현지 자원개발 회사인 'PT존린'그룹에 매각하는 협상도 진행 중이다. 중국 구리광산 지분매각도 검토 중이다.


SK E&S는 인천종합에너지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SK텔레콤은 ADT캡스 인수를, SK이노베이션은 호주 유나이티드 페트롤리엄 지분 인수를 검토 중이다.

최 회장의 재판으로 2011년부터 2년 연속 임원 인사를 제때 하지 못하고 해를 넘겼는데 올해부터 정상화하겠다는 방침이다. SK그룹은 이달 중순 정기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대대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올해 실적이 좋았다는 점에서 임원들의 승진 규모가 클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다.

개편·인사
일사천리

이처럼 SK그룹은 최 회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잘 나가고 있다. 하지만 '영어의 몸'인 최 회장은 그룹이 오너리스크를 겪지 않는다는 사실에 마냥 웃을 수 있을까? 같은 처지에 있는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지난 1년 공백에 따른 리스크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매출이나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는 없지만 '이라크 재건' '태양광 사업' 등 굵직굵직한 사업들은 동력을 얻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 구속 이후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현상유지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현 상황에 대해 "일부에서는 오너 부재라는 위기를 잘 넘기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 모범사례로 봐야한다는 긍정적인 시선이 있다"면서도 "없을 때 더 잘하는 SK그룹에서 최 회장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고 평가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