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계 대부가 폭로한’ 레걸들의 위험한 이중생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25 13:4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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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파는 모델들…하룻밤에 500만원?

[일요시사=사회팀] 자동차 업계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모터스포츠의 꽃’인 레이싱 모델들이 싱가폴 클럽에 중독돼 본업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것. 유명 레이싱 모델들의 위험한 이중생활과 부적절한 밀월관계가 주 내용이다. 문제는 이 연결고리에서 성매매, 스트립쇼 등의 단어가 나오고 수천만원에서 억대의 돈이 오간다는 사실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레이싱계 대부로 알려진 A씨에게 소문의 진상을 들어봤다.




구두 굽 10cm가 넘는 킬힐, 볼륨감 넘치는 몸매를 드러낸 레이싱 모델들이 섹시 포즈를 취한다. 키, 몸매, 얼굴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이어 세라복, 섹시 간호사 의상, 경찰, 메이드복, 바니걸 등의 코스튬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들이 무대 위에 오른다.

이들의 몸짓, 과감한 포즈 하나하나에 관람객들은 열광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레이싱 모델들의 주변에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자동차’가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업계의 비수기인 요즘, 레이싱 모델들이 푹 빠졌다는 ‘싱가폴 클럽 오프닝 행사’의 한 장면이다. 말이 클럽 오프닝 행사지, ‘원정 성매매’에 가깝다는 게 풍문의 요지다.

국내선 삼재
해외는 대박

이 얘기는 싱가폴 여행을 다녀온 몇몇 레이싱 모델들이 수천만원∼수억원을 벌었다는 사실을 주변인들에게 털어놨고, 곧바로 업계 호사가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데 이어 증권맨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화제가 됐다.

풍문에 따르면, 싱가폴이 레이싱 모델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된 것은 올 7월이다. 한류열풍을 타고 국내 모델들을 선호하는 싱가폴 부호들과, 나이가 들면서 점점 찾는 곳이 줄어든 탓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모델들의 수요와 공급이 딱 맞아떨어진 것이다.


먼저 선배 레이싱 모델들이 ‘싱가폴 공짜 여행’을 제안 받았고, 이들이 후배들을 데리고 가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도 처음에는 “공짜로 싱가폴 여행을 즐길 수 있음과 동시에 포즈 몇 번만 취하면 많은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국내 브로커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는 후문이다.

1회 방문 시 동원된 레이싱 모델 수는 30∼40여명. 보통 2∼3주간의 코스로 진행된다. 이들의 비행기 티켓과 수영장이 딸린 초호화 리조트 숙박 등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경비는 싱가폴 측에서 계산한다.

‘원정 성매매’흉흉한 소문의 진상은?
해외 클럽 행사서 아찔한 무대 올라

업계 대부로 알려진 A씨는 “유명한 친구들 3∼4명이 간판급으로 있고 그 밑에 도우미 급 레이싱 모델들 20∼30명이 함께 가는 것으로 안다”며 “모터쇼에서 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다가 해외여행까지 하면서 몇 백만 원을 벌 수 있다는 말에 혹해 넘어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모델은 한 달도 안 돼 1억을 벌었다고 하더라. 한번 갔다 오기만 하면 전세금은 그냥 마련할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며 “유명하지 않은 모델들조차도 500만∼600만원을 단숨에 번다고 하니 노다지임은 분명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방문한 모든 이들이 돈 버는 일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호기심에 방문한 몇몇 모델들은 돈 버는 실상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뒤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주변 여행만 즐기다 돌아온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부호들 타깃(?)
꽃목걸이가 돈


이들을 경악케 한 것은 싱가폴 클럽 파티다. 보통 저녁부터 시작돼 새벽까지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1시간 터울로 레이싱 모델들의 쇼타임과 쉬는 타임이 반복, 하루 3∼4타임이다. 아찔한 의상을 입은 레이싱 모델들이 돌아가면서 무대 위를 돌고 오면 관람객들이 마음에 드는 모델들을 찍어 꽃다발을 목에 걸어준다.

꽃다발의 종류는 10만원과 100만원 두 가지. 당연히 미모와 몸매가 빼어나거나, 좀 더 수위 높은 의상을 입고 야릇한 포즈를 취하는 모델들이 관람객들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는다. 목에 걸리는 꽃다발 수도 많다.

쇼가 끝나면 꽃다발의 종류와 개수에 맞게 현장에서 싱가폴 달러로 정산된다. 쇼에 참여하는 관람객들은 주로 싱가폴 부호들이지만, 국내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간 기업인들과 현지 기업인들도 있다고 알려졌다.

쇼타임 끝나면 초이스 남성과 술자리
현금, 선물 등 베팅 따라 2차도 가능

A씨는 “일하러 간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돈으로 줄 순 없고, 모델들 입장에선 스트립 걸도 아니고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라며 “꽃다발 문화는 중국의 지하세계 모델대회에서 한때 유행하던 것이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B씨는 “쇼타임이 끝나면 자신을 선택한 사람과 VIP룸에서 술 시중을 드는 등 사적인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며 “이후부터 모델들이 싱가폴에 머무는 기간 동안 남성들의 애정공세가 시작되고, 보통 연인들처럼 데이트를 즐기다 현금이나 고가의 선물을 받고 하룻밤을 잤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B씨는 “남자는 돈이 있고, 여자는 얼굴과 몸매가 되고. 나를 선택한 남자에게서 내가 원하는 가방, 돈, 모든 물품이 나오는데 정도주고 몸도 주게 되는 것 아니겠냐”며 “직접 눈으로 보진 않았지만 여행 한 번 갔다가 수천만원∼억대의 돈을 벌어온다는 데 그 수위가 어느 정도 이었는지는 대략 답이 나오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위험한 거래
수수료 장사

이 위험한 여행의 총 책임자는 놀랍게도 대구에 사는 한 대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폴 유학 후 해당 문화를 접한 ㄱ씨가, 국내로 돌아와 과거 레이싱 매니지먼트 일을 하던 ㄴ실장과 알게 됐고 이 모든 일을 계획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이 내놓은 시나리오다. 이들은 ㄴ실장의 인맥을 통해 모델들과 접촉하거나 모델 사이트를 통해 함께할 모델들을 영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대학생 ㄱ씨를 중심으로 ㄴ실장, ㄷ실장 등 피라미드 조직형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들은 레이싱 모델들이 1000만원 미만을 벌면 20% 수수료를 떼고, 1000만원 이상은 40%의 수수료를 떼며 수수료 장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여행이 몇 차례 진행되자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뒤숭숭한 뒷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클럽의 수위가 높아 현지 경찰이 들이닥쳤다더라” “돈맛이 제대로 든 모델들이 국내에 돌아와 사귀던 남자친구들과 하나 둘 이별했다” 등등. 이에 그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싱가폴 여행 인증샷을 남겼던 몇몇 모델들은 되레 해명을 내놓기 시작했다.

한 레이싱 모델은 자신의 SNS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들은 얘기도 꺼내지 마라”며 “소문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모델들은 과거 올렸던 사진을 비공개로 바꾸거나 쉬쉬하면서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간판급 30∼40명이 한팀
브로커 주축 기업형 조직

A씨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자 스폰하는 기업 쪽에서도 ‘이게 뭐냐’며 물어온 적이 있었다”며 “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며 싱가폴 현지에서 찍은 사진까지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7월부터 시작해 한 달에 한번 꼴로 수차례 여행이 진행돼 왔고, 지금도 가 있거나 또 나가려고 하는 모델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심지어 이름 있는 몇몇 친구들은 싱가폴에서 돈 버는 것에 미쳐서 국내 일은 안하고 그곳에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는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모든 행사의 ‘얼굴’ 노릇을 해야 하는 레이싱 모델들이 해외에서 성적노리개로 전락한 현실에 씁쓸해 했다.

A씨는 “몇몇 모델들 때문에 정말 고생해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온 다른 모델들까지 피해를 보고, 전체적인 물이 흐려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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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