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한진해운 회장 ‘발등 찍은' 악재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19 10: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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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풍랑 만난 여선장…그대로 침몰?

[일요시사=경제1팀] 해운업계의 여선장.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혹독한 ‘시련의 계절’을 맞고 있다. 유동성 압박에 못 이겨 껄끄러운 시아주버니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데 이어, 자신이 임명했던 가신마저 경질하게 됐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 타계 이후 한진해운 경영을 시작한 이래 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완벽한 독립의 꿈은 접어야할 위기에 놓였다.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겹겹 악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최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동생인 고 조수호 회장의 부인으로, 지난 2006년 남편이 암으로 작고한 이후 전업주부에서 회장으로 변신했다. 한진해운은 공정거래법상 한진그룹에 속해 있지만, 오래 전부터 최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며 사실상 독립경영을 해왔다.

빚만 어마어마
흔들리는 해운

그동안 최 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은 해운업 불황 탓에 심각한 자금난에 시달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간 최악의 상황을 지냈다. 재무 상황도 급격히 악화돼 지난 6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775.34%에 달했다.

자본금 규모는 1조2911억원 수준이지만 부채 규모는 10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엔 자본 1조3139억원에 부채 9조1602억원으로 697.18%을 보인 바 있다. 6개월 만에 부채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한진해운과 한진홀딩스 분할 첫해인 지난 2009년 말엔 자본 1조9011억원, 부채 6조71억원으로 부채비율 315.98%에 불과했다.


최 회장이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실적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63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1년엔 823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 들어 2분기까지 11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영업적자 상태다.

영업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갚아야 할 돈은 산더미처럼 쌓였다. 연내 갚아야 하는 기업어음(CP) 상환 액수만 약 2200억원. 지난 6월에 한진해운 신항만 지분 매각 등으로 1233억원을 확보했지만 유동성 위기를 완전히 해소할 순 없었다.

연말까지 CP 2000억·내년엔 3900억 갚아야
한진해운 지분 담보잡고…1500억원 긴급수혈

최 회장이 영구채 발행을 위해 우리은행장과 하나은행장 등을 직접 만나 지급보증을 설득하기도 했지만, 은행들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황이 부진한데다 부채비율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내년 3월 1800억원, 4월과 9월에 각각 600억원, 1500억원씩 총 39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와 CP 만기가 돌아온다.

결국 돌파구를 찾지 못한 최 회장은 한진그룹에 도움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한진해운의 한 간부는 “최 회장이 조양호 회장에게 직접 SOS를 쳤다”고 전했다. 최 회장은 당초 조 회장에게 2500억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임시이사회에서 1500억원만 지원하기로 결의했다는 후문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1920만주를 담보로 했다.

조 회장이 어떤 이유로 지원을 결정했는지는 의문이다. 재계 일각에선 대한항공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이 불편한 관계에 놓인 한진해운을 도와줄 것인지에 대해 반신반의해왔다. 최 회장이 그간 한진그룹으로부터의 독립의지를 수차례 내비쳤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사실상 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조 회장측이 한진해운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보유해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계열사로 분류된다. 현재 한진해운홀딩스 지분 중 최 회장 우호 지분은 50.67%, 조 회장 측 지분은 27.45%다.



완벽한 독립을 꿈꾸던 최 회장은 2008년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한진해운의 계열분리 작업에 박차를 가했다. 남편인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 최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독립적인 경영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한진가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수년째 계열분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대한항공 주식 4만3355주를 매각하고 최 회장의 두 딸 조유경·유홍씨도 각각 대한항공 주식 1만8320주, 1만9160주를 처분했다. 지난해에는 정석기업 주식 4만4180주를 정리하는 등 계열분리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특히 최 회장은 2009년 지주사인 한진해운홀딩스가 설립될 당시 조 회장에게 사업회사인 한진해운의 지분을 택하라고 요구하면서 직접적인 갈등을 표출하기도 했다. 당시 조 회장은 최 회장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숙에게 ‘SOS’
자금 긴급수혈

재계는 이번 자금 지원으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 회장 입장에서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은 피하고 싶은 카드였을 것이다. 계열분리를 준비해온 최 회장으로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한진해운이 빌려간 15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한진해운홀딩스보다 지분 5%가 부족한 한진해운의 ‘2대주주’로 올라선다. 한진해운이 대한항공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급한 불은 껐지만 스스로의 능력으로 1500억원을 마련하기 힘들다는 점을 대내외적으로 알린 셈이 됐다”며 “사실상 최 회장의 계열분리 꿈은 물거품이 된 셈”이라고 진단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의 독립경영은 인정했지만 계열분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연매출 10조원 규모의 한진해운이 그룹에서 떨어져나가면 한진그룹의 재계 서열은 떨어질 뿐 아니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한진택배(땅)-한진해운(바다)-대한항공(하늘)’으로 이어지는 물류 체계도 무너진다.

고 조중훈 회장이 일군 한진해운을 롯데가 출신인 최 회장(최 회장 어머니는 신격호 롯데 회장의 여동생인 신정숙 씨)에게 넘길 수 없지 않느냐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측근의 퇴진…독립 경영 ‘항로 이탈’ 예고
조양호 회장, 자금대여로 해운 지배력 커질듯

이번에 지분 담보를 갖게 된 만큼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 대한항공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시에 계열분리를 기대했던 최 회장의 꿈도 멀어졌다. 


여기에 최근에는 최 회장 최측근인 김영민 사장이 사임하는 악재까지 겹쳤다. 형식은 경영실적 악화 및 채권 발행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진 자진사의이지만, 내용적으론 경질이란 게 업계 시각이다.

김 사장은 미국 노스이스턴대 MBA를 졸업한 후 20여년간 씨티은행에서 근무한 ‘금융통’이다. 2001년 한진해운에 영입돼 관리본부장과 총괄부사장으로 거쳤으며, 2009년 최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해운시황 악화 속에서 부채비율이 800%를 넘어서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4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발행도 진척이 없자, 결국 퇴진에 이르렀다. 

업계에서는 김 사장의 사의를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김 사장은 최 회장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김 사장과 같은 씨티은행 출신인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 등과 함께 최 회장의 핵심 인맥으로 통했다. 최 회장 입장에선 자신을 믿고 따르는 가신들이 모두 사라진 셈이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은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마지막 남은 김 사장의 갑작스러운 퇴진은 예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어찌됐건 이번 유동성 위기로 최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됐다. 해운업황이 회복되지 않는 이상 한진해운의 흑자 전환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향후 지배력은 더 약화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업황회복이 2015년이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땅-바다-하늘
무너진 독립경영


재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내년에 당장 적자폭을 줄일 수도 있겠지만 단기간에 업황이 좋아지기는 힘들 것”이라며 “이번에 지원 받기로 한 1500억원도 1분기 정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설립목적이 ‘자회사 지배’인 점을 감안하면 한진칼이 한진해운홀딩스에 대한 ‘경영 간섭’에 나설 수 있다”며 “이번에 자금을 지원받으면서 한진해운이 한진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기는 더욱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완전한 분가’를 꿈꿨던 최 회장으로선, 독립은커녕 오히려 독립과 멀어져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한진해운을 쥐는 열쇠는 점점 더 한진그룹 쪽이 쥐는 형국이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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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