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인물> '성추문 낙마' 이참 전 한국관관공사 사장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1.18 14: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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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눈서 흐른 눈물은…억울? 참회?

[일요시사=사회팀] 한국관광공사 이참 사장이 전격 사퇴했다. 일본 성인업소에서 마사지를 받았다는 성접대 의혹을 받고 물러난 것. 그는 논란 속 결백을 주장하기도 했지만 조직에 가해지는 압박과 부담을 감안해 사퇴했다고 밝혔다.




한국관광공사 이참 전 사장이 자신을 둘러싼 성접대 의혹에 대해 “성접대를 받았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15일, 사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이 전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관광공사에서 사임식을 열고 직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성접대 논란 속
끝내 사퇴…

이 전 사장이 지난해 설 연휴 기간에 외부 용역업체로부터 일본에서 퇴폐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결국 사퇴했다. 이 전 사장과 일본 여행에 동행한 관광공사 용역업체 임원 인 이모씨는 자신의 안내로 일행이 도쿄 요시와라 소재 퇴폐 업소인 ‘소프랜드(Soap Land)’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 임원은 1인당 75만원의 여행비용도 일본 현지 관광업체에서 부담했다고 폭로했다.

이 전 사장 측은 보도에서 언급된 여행은 “이참 사장이 설 연휴를 이용해 평소 잘 아는 지인들과 함께 휴가 차 일본 여행을 간 것”이라며 “현지 경비는 각각 일정액을 부담해 공동 집행했고 현지 테마파크 인근 명소를 둘러보는 것이 주요 일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광공사는 이 전 사장이 소프랜드를 갔는지 안 갔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 전 사장이 일본을 간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본에서 퇴폐업소를 방문했는지가 중요한데 정작 이 부분은 해명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관광공사는 사건 최초 제보자인 이모씨가 관광공사 측과 사업 협력이 무산되자 이 전 사장을 음해하려 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관광공사는 자료에서 “제보자로 언급된 이모씨가 관광공사와의 협력 사업이 중지되자  일방적으로 허위사실을 제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모씨가 운영했던 협력 회사는 관광공사 무인 정보 안내시스템인 ‘키오스크’의 시스템 개발과 운영을 맡았었다. 2010년부터 23곳의 키오스크를 운영하며 관광공사 5억원, 해당 지방자치단체 1억5000억원 등 총 6억5000억원 규모의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 그러나 키오스크는 올해 초 시스템 오류가 발생해 현재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모씨는 이 과정에서 관광공사에 추가 용역비로 1억5000만원을 청구했지만 거절 당하자 최근 해당 팀장을 사기죄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2012년 연초 개인휴가를 내고 오랫동안 친분이 있던 지인과 함께 일본으로 온천여행을 다녀왔다. 여기에는 공사의 무인 안내 키오스크 사업 용역을 맡은 협력회사 임원(언론 제보자)이 동행했으며 현지 키오스크 업체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이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키오스크를 활용해 공사를 홍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겠다고 봤기 때문에 자리를 함께 했다. 내 의욕도 강했고, 잘해나갈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협력회사 관계자와 동행했다”는 것이다.

또 “여행 중 일본 업체로부터 정당하지 못한 대접을 받은 바 없고 논란이 되고 있는 장소도 제보자가 말하는 ‘소프랜드’가 아닌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곳임을 확인한 후 저녁식사 전 간단한 휴식을 위해 방문했다. 요금 역시 제보자의 주장처럼 큰 금액이 아니었으며 회비를 가지고 있던 지인이 지출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일본 퇴폐업소 출입 성접대 의혹 제기
“마사지만…”결백 주장하다 결국 사퇴


이어 “현직에 있으면서 이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고 법적인 절차를 밟아 심히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고 싶고 그럴 자신도 있다. 그러나 이 문제로 인해 우리 공사 조직에 가해지는 압박과 부담이 대단히 커 보이고 이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이 전 사장은 “한국관광공사 수장으로서 관광산업, 그리고 조직을 위해 이제 물러나고자 한다. 아쉬움을 곱씹으며 차분히 생각해봤지만 이것이 최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은 퇴임식 후 미소로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009년에 관광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작년, 3년 임기에서 연임에 성공한 뒤 지난 7월까지 사장이 정해지지 않아 사장직을 지속해 왔다. 관광공사 측은 “이참 사장 취임 이래 당시 781만명이던 외래관광객이 올해 1250만명(예정)으로 60%가 증가했고, 숙박시설 확충, 관광벤처 사업, 프리미엄 여행상품 개발, 현장 중심 창의 마케팅 등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차기 사장 선임은 현행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모형태로 진행하면 최소 2개월 정도가 걸릴 예정이다. 관광공사는 강기홍 부사장이 직무를 대행한다.

민주당은 이 전 사장 사퇴와 관련해 “혹시 논공행상용 자리재배치가 진행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지난 15일 이 전 사장 사퇴와 관련 서면 브리핑을 통해 “공공기관장에게 도덕성과 자질의 문제가 드러난다면 물러나야 마땅하지만 국민들은 유독 대선공신 논공행상 논란이 한창인 이때에 포스코, KT에 이어 한국관관공사 사장과 관련해서도 느닷없는 사고와 사퇴행렬이 이어지고 있는지 의아해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변인은 “혹시 공공기관 인사 전반에 대한 대선 논공행상과 자리 나눠먹기 차원의 자리재배치가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다는 국민적 의구심과 일련의 사퇴행렬이 깊은 연관을 갖고 있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에 또 어떤 공기업과 ‘좋은 자리’의 사장들이 논란 속에 물러나게 될까. 먹고살기 힘든 국민들은 박근혜정부에서 벌어지는 아귀다툼에 주름살 하나 늘어날 뿐”이라고 비판했다.

고개 숙인 이참
불명예 퇴임

이 전 사장이 관광공사 자리에서 물러남에 따라 차기 사장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전 사장은 일본 퇴폐업소 출입 의혹으로 불명예스러운 퇴임을 했지만 재직 중 외래관광객 1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한국 관광 산업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09년 7월 취임 후 4년3개월 동안 역대 공기업 최장수 사장으로 재직해 왔기에 차기 사장직에 더욱 관심이 높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인물은 대략 7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먼저 이름이 거론된 이는 유명 연예인 출신인 쟈니 윤(본명 윤종승)이다. 1936년생인 그는 올해 77세로 올 초 이미 ‘내정설’이 흘러나왔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재외선거대선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관광 분야 경험이 전무한 것이 걸림돌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 또한 사실무근이라고 했지만 차기 인선 작업이 늦어지면서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독일서 귀화한 뒤 방송 활약
MB 눈에 들어 ‘최장수 사장’


곽영진 문화체육관광부 전 1차관과 권경상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도 꾸준히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업무 연관성만 놓고 본다면 두 후보가 가장 유력하다. 곽 전 차관은 문화관광부에서 30년 넘게 근무한 것이 강점.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도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점도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다. 권경상 총장 또한 문체부 관광국장을 역임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관료 출신이라는 점이 걸린다. 최근 정부는 공기업 사장에 관료 출신을 배제한다고 방침을 굳힌 후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소문이다.

업계 출신으로 송용덕 롯데호텔 대표와 강우현 남이섬 대표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공직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관광공사 내부 승진도 기대할 수 있다. 그동안 내부 승진으로 사장직에 오른 예가 없지만 업계와 내부 사정에 밝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종합일간지 출신 여행전문기자도 후보군에 올랐다는 소식이다. 이에 대해 관광공사 관계자는 “먼저 이참 사장이 불명예 사퇴한 것이 매우 안타깝다”면서도 “후보인선은 한국관광산업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덕망있는 분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푸른 눈의
귀화 한국인

독일인인 이 전 사장은 한국에서 성공한 귀화 외국인의 표상으로 꼽힌다. 본명은 베른하르트 크반트(Bernhard Quandt)로, 독일 라인란트필츠 바트크로이츠나흐 출신이다. 그는 독일 구텐베르크 대학에서 불문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미국 트리니티 신학대학에서 상담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78년 통일교 관련 행사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뒤 한국의 매력에 푹 빠졌고, 한국에 정착했다. 1980년 교육방송 독일어 강의를 시작으로, KBS 1TV <지구촌 파노라마>의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며 방송과 인연을 맺었다.

1982년에는 통일교에서 만난 한국인 여성과 결혼식을 올렸고, 1986년에 한국으로 귀화해 ‘독일 이씨’의 시조가 됐다. 독일인 남자로는 첫 번째, 유럽인 통틀어 스물다섯 번째였다. 귀화 당시에는 나라 ‘한’, 도울 ‘우’를 써 ‘이한우’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현재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이후 그는 하일(로버트 할리), 이다도시 등과 함께 대표 외국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외국인 배우 시대’의 문을 열었다. 1994년 KBS 인기 드라마 <딸부잣집>에 권차령과 결혼하는 외국인 남편 칼로마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1995년엔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수상했다.

그 뒤에도 MBC <제5공화국>, SBS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천국의 계단> 등 굵직굵직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지금의 샘 해밍턴과 같은 큰 인기를 누렸다.

리포터와 CF모델 등으로도 활동을 이어가던 그는 연예인인 동시에 대학교수, 경영인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 공직 사회에 발을 딛기 시작했다. 2001년엔 한국사회에 참여한다는 뜻으로 참여할 ‘참’을 써 ‘이참’이란 이름으로 다시 개명했다.

차기 사장은…쟈니 윤 등 거론

그의 정치활동은 같은 소망교회 장로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주변에서 시작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시기에 서울시 홍보대사와 ‘아리수(서울시 수돗물)’ 홍보대사로 활동했고, 2007년 대선 당시에는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별보좌관으로 이 전 대통령을 도왔다.

2008년 총선 때는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를 신청하기도 했다. 2009년 7월 대한민국 공기업 최초로 한국관광공사에 외국계 한국인 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그가 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되자 ‘고소영’ 인사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이 사장의 영입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받았다.

변화? 낙하산?
엇갈리는 평가

‘관광’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3년은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짧은 시간이지만 그는 취임 후 왕성한 활동을 보이며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놨다. 임기 기간 내 외국인 관광객 수가 매년 11∼13%의 ‘두자릿수’ 비율로 증가했다. 2011년엔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달성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외국어에 능통하고, 색다른 시각에서 한국을 바라볼 수 있는 점도 이 전 사장의 장점으로 꼽혔다. 올해 초에는 대학생이 가장 닮고 싶은 CEO ‘공기업’ 부문 1위에 오르며 주목받기도 했다.

반면 ‘낙하산 인사’라는 꼬리표는 떨쳐내지 못했다. 관광공사가 2011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가장 하위의 성적표를 받았음에도 지난해 그가 연임에 성공하자 안팎에서 비판이 일었다. 당시 관광공사 1층 로비에는 경영진을 성토하는 노동조합의 대자보가 몇 달째 붙어 있기도 했다.

2012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같은 의혹이 불거졌다.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4대강 홍보에는 지난 2011년보다 446% 증가한 30억원을 지출한 반면 한류관광에는 불과 8억원만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이 MB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전 대통령과 이 사장의 친밀도는 상당하다는 추측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는 3년 임기를 마친 뒤 1년 연임에까지 성공하면서 ‘귀화 1호 공기업’ 사장이라는 수식어 외에도 다양한 타이틀을 달게 됐다. 1973년 관광공사법 개정으로 총재 체제에서 사장 체제로 바뀐 후 40년간 역대 한국관광공사 사장 가운데 3년 기본 임기를 채운 전례는 이 사장을 포함해 단 3명뿐이다.

이 전 사장은 특히 역대 사장 중 유일하게 1년 추가 연임까지 채운 사장으로 모두 4년3개월 넘게 ‘최장수 관광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는 기록도 세웠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선 이후 관광공사를 포함한 공공기관의 후속 인사가 미뤄지면서 올해 7월29일로 추가 임기가 끝난 상태지만 최근까지 사장직을 수행해왔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이참은?]

▲독일 출생
▲구텐버그대 불문학, 신학과 학사
▲트리니티대 대학원 성서상담학 석사
▲한독상공회의소 이사
▲해성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문화관광부 한국방문의해 추진위원
▲참스마트 대표이사
▲빅웰 회장
▲KTF 사외이사
▲기아자동차 고문
▲기획예산처 혁신 자문위원
▲예일회계법인 고문
▲한반도 대운하 특별위원회 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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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