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금의환향 류현진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1.12 10: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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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내년도 올해처럼만 ‘고고씽’

[일요시사=사회팀] ‘괴물투수’ 류현진 선수(26·LA 다저스)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금의환향’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초 포스트시즌 선발승. 192이닝 동안 154개의 삼진으로 타자들을 요리하는 등 눈부신 활약으로 메이저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류현진의 내일이 기대된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지난달 29일 귀국한 류현진은 시즌을 마치고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다저스에서 보낸 한 시즌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 각오를 밝혔다. 그는 “지금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고 싶다”면서도 “내년 시즌에도 10승과 평균자책점 2점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겨우내 잘 쉬고 열심히 운동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귀환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팀내 3선발 입지를 굳힌 류현진은 내년 목표를 올해와 마찬가지로 두 자릿수 승리와 아쉽게 달성하지 못한 2점대 자책점으로 잡았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다른 새로운 목표는 없다. 프로 들어와서 9년째 처음부터 똑같이 처음 목표는 10승에 2점대 내년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빅리그 첫 해 가장 힘들었던 점은 동부지역 원정경기였다며 시차 적응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말한 류현진은 세인트루이스를 잠재운 포스트시즌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말했다.

“승리투수 되고 나서는 어느 때보다 좋았었고 0승 2패로 끌려가는 3차전에서 승리했기 때문에….”

입국 당시 본인의 첫 시즌을 놓고 99점을 준 이유에 대해서는 “100점을 다 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동부에서 시차 적응에 대한 부분 때문에 1점을 뺐다. 등번호가 99번이라서 그렇게 준 것도 있다”고 답변하며 미소를 지었다.


또한 류현진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크게 차이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 야구가 힘이 좋은 점은 있지만 야구는 결국 똑같은 야구다”며 빅리그 도전에 앞서 가졌던 본인의 생각에 변화가 없음을 알렸다.
또 그는 앞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들에게는 동료들과의 친화력, 그리고 한국에서 하던 방식의 운동방법을 조언했다.

팬과 미디어, 야구 관계자 등의 투표로 뽑는 메이저리그 올해의 신인상 후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류현진은 당분간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개인 훈련을 소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언론은 류현진이 정상적인 신인은 아니라고 높이 평가했다. 류현진은 지난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야구기자협회가 발표한 2013 메이저리그 ‘올해의 신인’ 최종 후보 3명에 들지 못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인 <SB내이션>은 류현진이 보통 신인과는 다르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이 매체는 류현진의 탈락 소식을 전하며 “류현진은 한국에서 프로 선수 생활을 7년이나 했다. 정상적인 신인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첫 해에 훌륭한 활약을 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보도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 눈부신 활약
뜨거운 환영 받으며 위풍당당 귀국

류현진은 26살로, 30경기에 선발로 나와 192이닝을 던지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54개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실점 이하)는 22회로 팀 내 2위였고 퀄리티스타트 비율 역시 73%로 내셔널리그 8위였다며 높이 평가했다. 특히 30경기 중 19경기에서 2점 이하로 실점했음을 강조했다.

메이저리그는 ‘신인’이란, 이전 시즌까지 130타석 이하로 들어선 타자, 50이닝 이하로 투구한 투수, 그리고 메이저리그 등록 일수가 45일 이하인 선수로 규정하고 있다. 즉, 규정상 다른 리그에서 얼마나 선수생활을 했는지는 메이저리그 신인 자격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한국에서의 경력이 결국 걸림돌로 작용하며 신인왕 최종 후보에서 제외됐다. 지난 2000년과 2001년, 사사키 가즈히로와 스즈키 이치로가 연속으로 신인왕을 석권하며 미국 기자들 사이에서 ‘신인왕 자격’에 관해 논란이 일었다. 2001년 이치로 이후 중고 신인왕의 명맥은 끊겼다. 2003년 마쓰이 히데키, 2012년 다르빗슈 유도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신인왕 투표에서는 고배를 마셨다.

지난 9월에도 미국의 <CBS스포츠>는 “류현진은 26살의 나이, 그리고 10년 가까이 되는 한국에서의 경력 때문에 투표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신인 같지 않다”
 미 ‘류뚱’극찬

류현진은 귀국 후 친구들과 즉흥적으로 기획한 게릴라 경기를 펼쳤다. 라인업까지 직접 손본 감독 데뷔전을 치른 것이다.

류현진은 지난 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HJ99와 팀조마의 게릴라 자선 경기에서 HJ99 감독 겸 선수로 출전했다. 경기 전 류현진이 바쁜 일정으로 늦는 바람에 해프닝이 있었다. 4번 타자로 나선다는 보도와 다르게 그의 이름은 전광판에 1번 타자로 올랐다. 류현진이 경기장에 도착한 뒤에야 다시 라인업이 꾸려졌다. 감독으로서 직접 타순을 정한 것이다. 류현진은 자신의 이름을 4번에 새겨넣었다.

선발 1루수로 경기에 나선 류현진은 번뜩이는 수비 변경을 보였다. 친형 류현수가 6실점하며 난타당하자 직접 마운드에 올랐다. 기가 죽은 형을 다독이며 마운드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1회초 1사 만루에 공을 넘겨받아 두 타자를 가볍게 처리하고 이닝을 마무리했다. 와인드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가볍게 공을 뿌렸지만 조마조마팀에겐 너무 빨랐다.

‘구원 투수’ 류현진은 4회초 3루수로 자리를 바꿨다. 연달아 실책이 발생해 실점하자 류현진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류현진 ‘감독’의 작전은 적중했다. 5회초 3루쪽으로 타구가 오자 공을 잡아 ‘빙글’ 돌며 2루로 송구했다. 보기 드문 왼손 3루수의 수비 장면이었다. 결국 이 수비는 병살로 연결됐다. 자신의 작전이 적중하자 류현진은 환하게 웃었다.

마지막 7회초는 ‘화룡점정’이었다. 비록 자선 경기였지만 그의 승부욕은 뜨거웠다. 팀이 15-13으로 역전에 성공한 7회초 다시 마운드에 섰다. 6회말 조마조마팀 공격이 끝나자 가장 먼저 경기장으로 나와 어깨를 풀었다.
‘마무리 투수’ 류현진은 2루타를 허용했지만, ‘여유만만’이었다. 미소는 유지하고 구속은 조금 올렸다. 류현진은 남은 타자들을 손쉽게 범타 처리하고 감독 데뷔전에서 자신이 경기를 끝냈다.

이날 류현진은 ‘승리’와 ‘재미’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추운 날씨에도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직접 치킨을 선물하는가 하면 시간이 날 때마다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해 줬다. 류현진 특유의 장난기 많은 모습에 관중석에서 연신 웃음이 터졌다.

선발 자원이 풍부한 LA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이 시즌 전 가장 많이 듣던 이야기가 있다. “안정적인 4~5선발의 자리만 꿰차도 성공적인 시즌일 것이다.”

사이영 듀오인 커쇼와 그레인키를 시작으로 하랑과 카푸아노, 릴리까지 이미 5명의 검증된 선발 투수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평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류현진은 LA다저스의 3선발로 입지를 굳히기 시작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기록
‘괴물급 신인’으로 우뚝
10승-2점대 방어율 유지

류현진은 시즌 초반 그레인키의 부상으로 커쇼와 함께 원투펀치의 역할로 높게 평가 받기 시작했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며 급부상한 것.


물론 출발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무려 10피안타를 맞으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괴물이었다. 두번째 경기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6 1/3이닝 3피안타 2실점의 성적을 올리고 메이저리그 첫 승을 달성했다.

1회에 맥커친에게 투런홈런을 먼저 맞으면서 잠시 흔들리나 싶던 류현진은 이후 자신의 페이스를 찾아 안정적인 경기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때 얻은 자신감을 통해 이후 치러진 4경기에서 패배없이 2승을 추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동산고 4번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 4월14일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은 류현진 선수를 전설의 타자 ‘베이브 루스’와 비슷한 별명을 만들어준 경기였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지명타자 제도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 투수 선수는 타격의 기회가 거의 없다. 류현진 역시 한화이글스에서 뛰는 6년 동안 단 한번도 타석에 들어선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 경기를 통해 숨겨왔던 타자로서의 본능을 여지없이 폭발시켰다.

한국인 출신
역대급 메이저리거

작년 시즌까지 애리조나의 부동의 에이스로 군림해온 이안 케네디를 상대로 3타수 3안타(2루타 1개 포함), 1득점까지 기록한 것은 생각지도 못한 류현진의 재발견이었다. 이를 통해 시즌 2승을 달성한 것은 물론 ‘베이브류스’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최고의 경기 중 하나가 되기도 했다.


재밌는 사실 하나는, 시즌 이 끝난 후 각 팀의 1~3선발의 타율을 합산한 결과, 커쇼와 그레인키, 류현진의 LA다저스가 압도적인 선두를 보여줬다고 한다.(그레인키 0.347의 타율로 투수 중 타율 1위, 커쇼 10타점으로 타점 1위, 류현진 2루타 3개, 3루타 한 개의 장타기록은 투수 중 유일)

한국에서는 완투를 밥먹듯이 하며 최고의 투수로서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던 류현진. 메이저리그에서는 단 한번도 완투를 하지 않았다. 5월 29일에 열린 LA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는 류현진이 올 시즌 가장 완벽했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경기였다.

9이닝 2피안타 무실점. 1995년 당시 토네이도 열풍을 불러 일으킨 LA다저스의 노모 선수가 데뷔 해에 기록한 완봉승을 제외하고 아시아 출신의 루키가 데뷔 시즌 완봉승을 하는 것은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던진 113구를 통해 류현진은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메이저리그에 각인 시켰다. 그리고 이후 경기에서 공 개수에 상관 없이 감독 이하 코치진에게 믿음을 주게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국인 투수로서 메이저리그 최대의 성과를 낸 선수들로 박찬호, 김병현 선수를 빼 놓을 수 없다. 그런데 대투수들조차 해내지 못한 기록이 바로 플레이오프 선발 승리다.

류현진이 데뷔 첫 해 이루어낸 것 중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리그 챔피언십 결정전 3차전에서의 결정적인 승리의 견인차 역할로 4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하는 괴물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108개 7이닝 3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의 기록을 보여주며 앞서 이야기한 완봉승 이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나 최강 원투펀치인 커쇼와 그레인키가 출격한 앞선 두 경기에서 뼈아픈 2패를 당하며 상당히 침체된 분위기를 가져가던 LA다저스에게 반전의 기회를 마련해준 경기라는 점에서 더욱 대단한 경기였다.

위대한 업적…
플레이오프 선발

그동안 류현진이 큰 경기에서 약한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시선을 받아왔다. 하지만 150km 가 넘는 강속구를 통해 최근 경기에서 시즌 내내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1회 실점 부분을 봉쇄하는 모습을 보이며, 투수로서의 능력을 입증했다. 류현진의 잠재력이야말로 그가 괴물로 불릴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류현진은 인천 출신으로 동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00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순위(전체 2순위) 지명을 받아 한화이글스에 입단했다. 당시 등번호는 15번이었으나 한화 이글스에서 15번을 달고 오랜 기간 활동했던 투수 구대성이 미국 메이저 리그 뉴욕 메츠에서 한화 이글스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99번으로 변경됐다. 그 때 그는 별 생각 없이 99번으로 변경했으나 이후에는 소속 팀의 1999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재현을 위해 99번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재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야구는 똑같다. 한미 차이 없다”

프로 야구 데뷔 첫 해인 2006년 다승, 평균 자책, 탈삼진 1위로 투수 3관왕에 오르며 신인상과 최우수 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했다. 신인이라고 하기엔 믿기 힘든 뛰어난 활약으로 '괴물' 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데뷔 첫 해 한국시리즈에도 등판했다.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06년 아시안 게임 국가대표팀에 선출되어 활동하기도 했지만 아시안 게임에서는 부진했다. 2006년 4월12일 잠실 LG전에서 선발(첫 등판)로 나와 10개 탈삼진을 잡으며 프로 데뷔 첫 승을 거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 국가 대표로 참가해 예선전인 캐나다 전과 결승전(대 쿠바)에 선발 등판했고, 캐나다전 완봉승을 포함, 17 1/3 이닝 동안 10피안타 13탈삼진 2실점(평균 자책 1.04)의 뛰어난 성적으로 야구 국가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했다.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으로 참가했고, 2009년 3월6일 벌어진 아시아 라운드 첫 경기 대만전에 선발로 등판하여, 3이닝 피안타 1개 탈삼진 3개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뒀다. SK와이번스의 김광현과 LG트윈스의 봉중근과 함께 한국 프로 야구 3대 좌완 에이스로 꼽힌다. 그러나 사실 그는 공을 던질 때 외에는 오른손잡이다. 야구선수 중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좌투우타이다.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국가대표로 출전했으며 대만과의 결승전에서 선발로 등판해 철벽 마운드를 구축, 금메달을 획득하는 데 큰 공헌을 세웠다. CJ 마구마구 일구상 최고투수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투수부문 골든글러브, 스포츠토토 올해의 투수상, 조아제약 프로야구 대상 최고 투수상, 제16회 2010년 아시안 게임 야구 금메달,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최다탈삼진상,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방어율1위투수상,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기록상을 수상하고 방어율 1.82 전적 16승 4패 탈삼진 187개 등을 기록했다.

2012년 11월9일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기간이 종료된 결과 2573만7737달러33센트(한화 약 279억8978만원)의 포스팅 응찰액을 받았으며 최고 금액 입찰팀은 LA 다저스로 밝혀졌다.

마침내 같은 해 12월 10일, LA다저스와의 협상 끝에 계약 기간 6년 동안 총액 3600만달러(한화 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계약했다. 메이저리그 2013 시즌 성적은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면서 한국인 데뷔 최초 10승 투수가 됐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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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