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일산 신동아 파밀리에 사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11 10: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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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을 내 집이라 부르지 못한다

[일요시사=경제1팀] 신동아 파밀리에 분양자들이 내 집을 내 집이라 부르지 못하는 사태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에 돌입, 채권은행과 시행사 간의 갈등이 계속되기 때문인데 분양자들만 피해를 떠안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과 농협은 소유권 이전을 해주지 않고 있다. 아파트는 공매 직전의 상황. 분양자들의 불안감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명품아파트를 표방하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지구에 위치한 하이파크시티 신동아 파밀리에 아파트 총  3316세대로 '미니 신도시'라고 불린다. 시행사는 드림리츠, 시공사는 신동아건설이다.

단지 내부에 어린왕자, 로빈후드, 피노키오 등 유럽 동화를 바탕으로 한 블록별 테마빌리지와 수영장, 스위밍풀 파크, 영어아카데미 시설 등을 갖추고 인근에 킨텍스, 대형마트, 백화점, 호수공원과 같은 각종 편의·문화시설과 인접해 분양 당시 큰 인기를 끌었다.

허울뿐인 분양률

내집 마련의 꿈에 부푼 분양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결과적으로 3024가구가 분양돼 92%에 이르는 높은 분양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08년 분양 이후 과대광고 논란 및 시행사의 공사대급 지급 지연과 신동아건설의 워크아웃 등으로 공사가 10개월간 중단됐지만 입주예정은 3개월 정도만 연기됐고 뒤 이어 하자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분양에 성공한 입주예정자들은 아파트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과반수 이상인 1900세대가 손해배상소송을 시작했다. 이 외에도 800세대가 계약 해지 소송에 들어갔다.


소송이 길어지자 1300세대는 잔금을 완납하고 입주했다. 잔금을 납부하지 않은 1724세대 중 532세대는 분양 대금 80%만 내고 잔금 20%는 2년간 유예하는 조건으로 지난해 7월부터 입주하기로 시행사 드림리츠와 합의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주단인 우리은행과 농협이 딴지를 걸었다. 시행사와 입주민들의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 나머지 대주단 6곳은 입주에 동의했지만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신동아 파밀리에 대주단은 우리은행과 농협을 포함해 국민은행, 새마을금고, 수협중앙회, 한국외환은행 미래에셋증권, 동양종합금융증권 등 8곳이지만 우리은행과 농협이 채권의 40% 이상을 갖고 있어 영향력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대주단 소속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농협이 최대 채권자인 만큼 신동아건설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시행사가 내놓은 중재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 대주단은 어쩔 수 없이 따라가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대주단-시행사 갈등에 분양자만 피해
소유권 이전 안된 상황서 공매 시도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행사 드림리츠는 2011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장이 되지 않아 시행사 역할이 끝났음에도 분양자들과 일방적인 계약을 체결했다"며 "시행사와 분양자들의 계약에 따르면 돈을 2년 뒤에 갚겠다는 얘기인데 이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대주단의 승인 없이 맺은 계약은 효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농협 또한 "채권 회수 여부조차 불투명한데 2년 유예를 시켜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말했다.

시행사와 분양자의 주장은 다르다. 우리은행과 농협이 소유권 이전을 반대하는 데에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는 것. 분양자 측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은 임직원 명의로 360여가구를 허위 분양하고 중도금 1300여억원을 우리은행과 농협으로 대출받았다. 대출이자는 임직원들이 아닌 신동아건설이 대신 내주고 있다. 신동아건설의 허위 분양 의혹은 현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한 분양자는 "허위 분양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신동아건설은 사기·횡령·배임으로, 우리은행과 농협은 부실대출(업무상 배임)로 형사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며 "이들이 이를 피하기 위해 사업을 파산시키고 공매절차로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동아건설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원해서 분양을 받은 것이고 회사는 원금보장을 약속했다"며 "하지만 아파트 가격의 하락으로 원금보장이 어려워져 이자를 대신 내주고 있는 것뿐이다. 사업의 진행 상황에 따라 임직원들과 별도의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피해가 커지자 우리은행과 농협은 대응안을 내놨다. 분양 대금 80% 중 아직 납부하지 않은 20%를 3∼6개월 한시적으로 완납할 일정을 밝히고 그래도 납부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매를 진행, 분양자들에게 15% 할인된 가격으로 재분양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물론 이 방안은 소유권 이전을 받지 못한 분양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잔금까지 완납하고 입주한 분양자들은 아파트 가격에서 피해를 보게 된다. 공매를 하면 일반적 시세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대책 마련 '글쎄'

또한 '분양 대금 80% 납부, 20% 잔금 2년 유예'라는 시행사들과 분양자들 간의 계약에는 반대해놓고 이보다 원금 회수율이 낮을 가능성이 큰 공매를 추진하는 것도 의문이 제기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매를 하면 일반적 시세보다 낮아져 수익적인 측면에서 손해"라며 "그런데도 공매를 추진하는 것은 분양자들을 위한 것이다. 공매를 통해 시세의 70∼80%의 금액에 재분양을 받으면 분양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공매 이유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이 사업으로 돈을 벌겠다는 것보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우리은행과 농협, 시행사 드림리츠 간의 지난한 대립으로 소유권 이전을 받지 못한 분양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소유권 이전을 받지 못한 한 분양자는 "소유권을 넘겨 받지 못해 신용 대출을 담보 대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어 이자 부담이 크다. 중도금 대출이자가 가구당 월 150만원에서 250만원에 이른다"고 토로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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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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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