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코레일 성로비 문건 공개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3.11.06 12:4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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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아닌 룸살롱서 은밀한 비즈니스

[일요시사=경제1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스폰서 검사 파문부터 별장 스캔들까지,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성접대 문제. 공기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번에는 코레일(한국철도공사) 간부들이 거래처로부터 수차례 성접대를 비롯한 향응을 받아왔다는 ‘성접대 문건’이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사무실 테이블이 아닌 술자리 테이블에서 은밀한 비즈니스가 이뤄지는 현실을 집중 파헤쳐봤다.




코레일 해외사업단 직원들이 속칭 ‘쩜오’라는 풀살롱(풀코스 룸살롱) 형태의 성매매 업소를 드나드는 등 여러  거래처로부터 접대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는 이 같은 주장이 구체적으로 담긴 ‘접대 문건’과 더불어 수백만원의 돈이 오간 계좌 송금 내역, 접대를 받은 다음 날 코레일 직원들이 거래처에 보낸 이메일을 <단독>으로 입수했다.

기름쟁이들의
접대(?) 문화

코레일이 추진하던 해외사업과 관련해 대리인 관계를 유지해오던 K씨는 2011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코레일 해외사업단 소속 H부장과, N차장에게 회당 수백 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국민권익위원회 부패 방지국에 제출했다.

K씨와 코레일 거래처인 S사 등이 사실상 코레일 일부 직원들의 ‘물주’ 역할을 하면서 식사 및 술 접대, 마사지 비용 등을 계산하고 수 십만원에 이르는 택시비까지 챙겨줬다는 것이다. K씨는 이 과정에서 이들에게 2차 성접대까지 제공했다고 폭로했다. 

K씨는 ‘코레일 해외영업팀 직원들에게 제공한 향응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서’라는 제목의 탄원서에서 “관례적이라고 치부되었던 위법 사실을 밝혀내겠다”며 “향후 코레일 직원들이 계약상 우위에 있다는 이유로 하청 및 관련업계에 향응·접대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탄원 경위를 설명했다.


문건에 따르면 K씨와 N차장은 2011년 12월 중순 업무관계로 대전 코레일 본사에 방문한 뒤 간단한 술과 식사자리를 갖고 2차로 하우스 비어집에 들렀다. 출장을 다녀온 H부장이 합류했고, 세 명은 3차 유흥주점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일행은 국산양주 17년산 3병을 마셨고, K씨는 일정 상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후 주점 영업부장이라는 사람이 K씨에게 전화를 걸어와 “당시 술 값 150만원을 송금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외사업단 간부들 거래처서 수차례 술접대
한번에 수백만원씩…계약 빌미로 향응 요구

이 영업부장은 그러나 “코레일 H 부장을 잘 알기 때문에, 다음 방문 시 현금결제를 해도 된다”고 제안했고, K씨는 보름 뒤 N차장과 H부장, 코레일 하청업체인 S사 박모 과장과 다시 방문한 날 150만원을 영업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했다. 

이날엔 “아가씨가 2명만 준비됐다”고 하여 H부장, N차장 옆에만 여성 접대부가 앉은 상태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때 양주 4개와 안주 및 여성 접대부 비용을 포함한 100만원이 넘는 금액은 S사 법인 카드로 결제했다. K씨는 문건에서 “이후 코레일과 S사는 20억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원스톱성매매
‘풀살롱’으로

접대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난해 1월 6일 K씨는 H 부장, N 차장과 서울에 위치한 모 종합상사를 업무 협의차 방문한 뒤, 이곳 관계자 3명과 인근 식당으로 이동해 30만원 상당의 술과 식사를 했다. 식사비는 모 상사 측에서 법인카드로 계산했다.


이후 K씨와 H부장, N차장, 모 상사 관계자 1명 등 4명은 오후 9시경 나머지 일행들과 헤어진 뒤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이들은 서울 강남 청담동 등지로 고급형 바를 찾아 헤매다 선릉역 뒤편에 위치한 속칭 ‘쩜오’라 불리는 풀살롱을 소개받아 들어갔다. 

쩜오는 상위 15% 여성 접대부들이 상주하고 있는 고급 룸살롱을 말한다. 텐프로보다는 접대부들의 미모가 떨어지는 대신 술값을 낮췄다. 그럼에도 가격은 200만원 정도로 비싼 편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들어간 곳은 이러한 ‘쩜오’ 여성 접대부 200여명과 룸 40여개가 갖춰진 곳으로, 한 빌딩 내에 주점과 모텔이 함께 있어 음주와 성매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풀살롱이었다.




K씨는 “4명이 각각 아가씨를 초이스(선택) 하여 술자리가 이어졌다”며 “만취한 상태여서 병당 25만원짜리 국산 양주 17년산 5병을 마셨고, 접대부 착석비 각 5만원, 밴드비용 2시간 20만원, 2차(성매매) 비용 각 30만원 등 총 300만원 가량이 나왔다”고 말했다.

당시 N차장과 H부장은 “역시 서울 강남은 물이 다르다”라며 “우리는 한 배를 타야 되니 아가씨들을 데리고 나가는 것도 함께 해야 이후에 함께 죽을 수가 있다”며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고 K씨는 설명했다.

K씨는 이후 여성 접대부들이 옷을 갈아입고 나올 동안 “현금 결제 시 30만원을 할인해 주겠다”는 주점 측의 조언에 따라, 주점 앞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오후 11시 49분께 주점 계좌로 270만원을 송금했다. (관련사진 2.)

K씨가 결제 후 돌아오자 코레일 직원들은 모텔로 바로 가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여성 접대부들과 함께 성매매 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고 한다. 이들은 K씨에게 “일(성매매)보고 나서 서로 연락해서 소주 한잔 더 하시죠”라고 말했으나 K씨가 이를 거절하자 그대로 모텔 방으로 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N차장은 월요일인 9일 오전 K씨에게 메일을 보내왔다. N차장은 메일에서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요! 저희는 새벽에 택시타고 내려왔다”라며 “다 같이 나왔으면 소주 한 잔 더 했을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라고 적었다. (관련사진 3.)

한 달에 한번꼴
전신마사지까지

접대는 그 후에도 한 달에 한번 꼴로 이뤄졌다고 문건에 적시돼 있다. 같은 해 1월 31일 N차장은 업무 협의 차 대구로 출장을 온 뒤 K씨를 만났고, 둘은 회원제 마사지 숍에 들러 전신 아로마 마사지를 받았다.

1인당 7만5000원 가량의 마사지 요금은 K씨가 결제했으며, 이후 한우집에서 10만원 상당의 식사를 하고 근처 바에 들러 여성 접대부 2명을 착석시킨 뒤 양주 2병을 마셨다. 이날 K씨가 N차장 접대를 위해 쓴 돈은 130만 원가량이다.

2월 18일에 K씨는 N차장, H부장과 함께 마사지 숍을 다시 찾아 3명의 마사지 비용을 결제하고 술을 사줬다.


또 3월 31일 N차장과 S사 사장이 대구를 방문해 간단한 미팅을 가진 후 K씨의 안내로 횡성한우 집에서 특수부위(설화)로 식사를 했다. 자리를 옮겨 근처 바에서 고급 양주인 맥켈란 1병과 글렌피딕 2병 등 128만원 상당의 술을 마셨다. 이날 술값은 S사 사장이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이후 술이 취한 N차장은 “여자 있는 곳에서 술을 더 먹자”고 했고, K씨는 U호텔로 N차장을 데려다 준 뒤 현금으로 추가비용을 지불했다. 

유흥주점서 마사지까지 풀코스
풀살롱 접대부와 2차 성매매도
접대 후 수십억 수의계약 맺어

4월28일에는 K씨와 S사 사장, N차장, H부장이 마산역에서 만나 업무협의를 한 뒤, S사 사장이 예약한 참복 코스요리 집에서 30만원 상당의 식사를 했다. 이후 K씨와 N차장, H부장은 대구로 넘어와 바 VIP룸에서 접대부 3명을 착석시킨 뒤 술을 마셨다. 고급 양주 보관 술을 비롯해 추가로 고급양주 2병을 마셨고 92만원 상당의 술값이 청구됐다.

이날 또 K씨는 “대전에서 오송 간 오고가는 한 달 택시비가 많아 나온다”는 코레일 직원들의 푸념에 현금 40만원을 N차장에 전달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K씨는 “코레일 직원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슈퍼갑’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로부터 상습적인 접대를 받아왔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일벌백계하여 대한민국 공직사회에 부당한 향응접대 관행을 일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향응수수 인정
성매매는 부인


국민권익위는 K씨가 접수한 사실관계 확인서를 토대로 코레일 직원들의 ‘한국철도공사 임직원 행동강령’ 16조(향응수수) 위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지난달 코레일 대전 본사로 조사관 2명을 파견해 관련자들을 대면 또는 서면조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코레일 직원들은 일부 향응수수는 인정했지만 성매매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레일 홍보실 관계자는 “현재 국민권익위에서 접수된 민원 내용에 대해 사실 확인 중이며 정확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결과가 나온 뒤 비위 사실이 입증되기 전까지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당사자들은 1차를 간 것은 맞지만 성매매를 하는 2차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두 사람 중 한 명은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말레이시아로 해외 파견을 나갔고, 나머지 한 명은 정상적인 근무를 하고 있다. 현재 당사자들도 굉장히 힘들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직은 민원에 불과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며 “K씨는 코레일과 해외 사업추진과 관련해 에이전트를 맡고 있다가 계약 사항 위반으로 해지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후 K씨가 앙심을 품고 청와대, 감사원 등에 코레일과 관련한 민원을 넣고 다닌다”며 “수차례 민원인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 ‘사실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고, 코레일 측에서도 K씨를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업무방해죄로 고발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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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