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현대종합상조 '상납 커넥션' 폭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1.04 12: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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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장부에 없는 행방 묘연한 검은돈

[일요시사=경제1팀] 충격적인 폭로가 나왔다. 현대종합상조 일부 직원들이 알선료 등을 상납 받아 왔다는 주장인데 구체적인 증거까지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전 현대종합상조 팀장에 따르면 상납금액은 수십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측은 해당 돈이 행사팀장들의 근로 환경 향상을 위해 사용됐다고 해명했지만 출처와 용처가 불분명해 의혹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일부 직원들이 각 지역 행사팀장들에게 버스, 제단, 납골 알선료 등을 상납 받아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큰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종합상조에서 근무했던 행사팀장 A씨가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것으로 알려져 사실여부 및 상납금액의 사용처가 밝혀질 경우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같은 주장은 현대종합상조에서 5년4개월 간 행사팀장으로 일했던 A씨가 최근 <일요시사>에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불거져 나왔다.

관행처럼…
어디에 어떻게

A씨는 지난 2009년 4월 현대종합상조에 입사, 영주·안동지역으로 발령을 받고 1년여 동안 행사팀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2010년 7월에 대구지역으로 발령이 나서 근무를 하던 중 수석팀장으로 임명됐다가 지난 8월, 해고 통보를 받고 회사를 나왔다.

A씨의 말에 따르면 2009년 입사와 동시에 서울고객감동센터 신모 본부장이 장례 행사 비용 외 버스, 제단, 납골 알선료 등 부수적인 수입을 문모 과장의 계좌로 입금할 것을 지시했다.

A씨는 "서울고객감동센터장이자 박헌준 회장의 사위인 신○○ 본부장과 회사 창설멤버인 문○○ 과장, 박헌준 회장의 친척으로 알려진 박○○ 과장이 버스, 제단, 납골 알선료를 그때 당시 120명 정도 되는 행사팀장들로부터 받아왔다"며 "그 금액은 수십억원이 될 것"이라고 폭로했다. 신 본부장은 박 회장의 장녀 은혜씨의 남편이다.


현대종합상조 각 지역 행사팀장들은 상주들에게 버스, 제단, 납골당 등을 소개해주고 해당 비용의 30∼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알선료 명목으로 받는다. <일요시사> 확인 결과 행사팀장들은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의 알선료를 받았다. 알선료는 수도권 지역으로 올라올수록 금액이 커진다.

전 행사팀장 "상납"주장…통장 내역 공개 
본사서 버스·제단·납골 알선료 송금 지시

A씨에 의하면 행사팀장들은 이 알선료를 지난 2006년부터 2011년 말까지 신 본부장의 지시로 문 과장의 개인계좌로 입금했다.

또 다른 행사팀장 B씨도 "전체적인 장례 행사 진행 비용은 현대종합상조 회사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지시한 뒤 건당 평균 20만∼30만원 정도의 알선료는 문 과장의 계좌로 입금을 지시받았다"며 "금액이 그리 크지 않아 크게 문제 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모 지역에서 행사팀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사한 C씨도 "대부분의 행사팀장들이 알선료 입금은 관행처럼 여겼다. 어떠한 불이익이 올지 몰라 잘못된 일임을 알았어도 별다른 얘기를 하지는 못했다"고 전해왔다.




문 과장이 행사팀장들로부터 알선료를 받아온 사실은 A씨의 통장거래 내역을 보면 알 수 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A씨의 2010년 5월28일부터 2011년 10월13일까지 통장거래 내역을 보면 A씨는 문 과장에게 13번에 거쳐 적게는 7만5000원에서 많게는 23만7000원까지의 알선료를 계좌 입금했다. 같은 기간 현대종합상조 회사 계좌로 입금된 장례 행사 비용은 4500여만원. 1년6개월여 동안 문 과장에게 보낸 금액은 150여만원 선, 전체 행사 비용의 3%로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A씨는 "수도권 지역으로 올라갈수록 행사팀장들이 문 과장에게 입금한 알선료는 더 커진다"며 "(내가) 근무했던 영주·안동·대구 지역의 알선료는 최하 수준이다. 버스의 수와 크기, 제단의 장식 여부, 납골당의 크기와 위치 등에 따라 많게는 50만원에서 60만원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주에 장례물품 등 소개하고 수수료
5만∼50만원 받아 20만∼30만원 입금
상납금 전국서 수년간 수십억원 추정

현대종합상조 측이 밝힌 전국 행사팀장은 200여명. A씨의 주장처럼 서울고객감동센터 일부 직원들이 6년간 알선료를 받아 챙겼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총 금액이 수십억원에 이른다.

A씨는 "더 이상한 점은 장례 행사 비용은 회사 계좌로 입금을 받으면서 금액이 얼마 되지 않는 알선료는 개인 계좌로 입금을 지시했다는 점"이라며 "회사의 회계기록에도 남지 않는 이 돈들의 최종 목적지가 어디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말도 안된다"
A씨 해명 재반박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문 과장의 개인 계좌로 입금된 수십억원에 이른다는 알선료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점이다. 길게는 6년 가까이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알선료를 서울고객감동센터로 올려 보냈지만 조금도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게 A씨를 비롯한 현직 행사팀장들의 전언이다. A씨는 신 본부장, 문 과장, 박 과장 등 4명에 대한 고발장 작성을 마치고 검찰에 접수를 앞두고 있다.

현대종합상조 측은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었다. 현대종합상조 홍보팀 관계자는 문 과장의 계좌로 알선료를 지급받은 사실에 대해서 인정하면서도 "해당 알선료는 각 지역 행사팀장들의 근로 환경 향상을 위해 노트북을 지급하거나 해외 연수 등의 비용으로 사용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알선료를 회사 계좌가 아닌 개인 계좌로 받은 점에 대해서도 "별 다른 뜻은 없다"며 "어차피 행사팀장들을 위해 사용될 돈인데 굳이 회사 계좌로 입금을 받아 별도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서다"고 답변했다.

회사 아닌 간부 개인계좌로 
검찰 고발 예정…파문 예고

그러나 A씨는 "회사에서 행사팀장들에게 노트북을 지급한 적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당 500회 이상의 장례행사를 유치한 팀장들에 한해서만 지급된 것"이라며 "해외 연수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현대종합상조 관계자의 해명에 대해 반박했다.

현대종합상조는 엄격한 사내 윤리규범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박 회장은 평소 임직원에게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 깨끗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기본에 충실한 조직이 되자"며 '클린 이미지'와 함께 철저한 자기관리를 요구해왔다.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도 항상 "정직을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회사"라고 자랑했다.

특히 현대종합상조는 부정한 수단이나 의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등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보 받는 윤리신고센터까지 운영 중이다. 10만원을 초과하는 향응과 3만원 이상의 선물을 받거나 요구할 수 없다.

"불이익 우려해 
알고도 쉬쉬"


현장에서 뛰는 행사원들은 일체 팁을 받지 못하게 할 정도로 일벌백계 차원에서 단호하게 조치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그 자리에서 사직서를 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무려 100억원대 비리를 저질러 처벌을 받은 바 있다.

현대종합상조는 앞선 2010년 상조업계에 '검풍'이 몰아칠 당시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박 회장과 고석봉 현대종합상조 대표이사는 2006년 10월부터 2009년 3월까지 장례행사를 통한 수익을 장례행사 대행 법인 '하이프리드서비스'에 귀속시킨 다음 이 법인으로부터 배당금과 급여·수당 명목으로 모두 37억원을 챙겼다.

이들은 또 2007년 1월께 경기 파주시 탄현면 갈현리에 서울고객감동센터를 건축하면서 공사대금을 부풀려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모두 8억3000여만원을 횡령했다.

이 밖에도 박 회장은 회계상 미지급된 설계사 수당을 자신과 친분이 있는 설계사 9명에게 지급한 것처럼 꾸며 마련한 82억여원을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 아파트 구입, 개인채무 변제 등에 쓴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 "직원들 복지향상에 썼다"
"개인계좌는 불편함 없애기 위한 것"

박 회장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특가법상 배임 등)로 2010년 11월 구속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고 이어진 2심에선 일부 혐의가 무죄로 판결나 형량이 1년6월로 감형됐다. 박 회장은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다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서울고법은 지난해 6월 환송 전 판결과 같은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고 대표에 대해서는 3년간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법원 판시 대로 피고인들의 횡령금액 일부에 대해 추가로 유죄가 인정되지만 전체 액수에 비해 비중이 많지 않고 앞서 원심에서 판시한 여러 가지 정상이 있기 때문에 파기 환송 전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2심 판결에 따라 지난해 5월 출소한 박 회장은 고법 판결 일주일 뒤인 6월29일 영업전략회의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조용히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당시 회사 내부는 '회장님'의 경영의지를 칭찬하며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상조업계는 박 회장의 수장 자격에 의구심을 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박 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직원들에게는 윤리를 강조하면서 자신의 비리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박 회장이 수장 자격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박 회장이 창피해서라도 앞으로 어떻게 직원들에게 윤리를 운운하겠느냐" "비리 회장 낙인은 당분간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등의 평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부재중인 사이 현대종합상조가 양호한 실적을 낸 점을 들어 무용론까지 거론됐다. 박 회장이 실형을 살던 2011년 현대종합상조는 전년(338억원)대비 11% 증가한 3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0년 94억원을 기록했던 영업손실은 지난해 12억원으로 나아졌다. 순이익도 48억 적자에서 65억 흑자로 전환했으며 총자산과 총자본도 각각 1329억, -435억원에서 2025억원, -370억원으로 불어났다.

회장님도 어긴
강력한 윤리규범

지난해 6월 공정위의 상조업체 주요정보 공개에서 상조업계 전체 기업 중 자산총액 1위, 선수금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조서비스 고객피해보상기관인 한국상조공제조합 예치금 1위(210억원),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상조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비교정보'에서도 종합평가 1위를 차지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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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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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