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아시아 물개’ 조오련<풀스토리>

지상의 바다도 좁았던 ‘물개’ 이제 천상의 바다로…

‘원조 마린보이’ 조오련씨가 57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전라도 해남 출신의 작은 체구를 가진 그는 한국 신기록을 50차례나 갈아치우는 저력을 보이며 수영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 1970년대 ‘아시아의 물개’로 불리며 국민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그는 은퇴 후에도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국민들에게 귀감이 되어왔다. 유명을 달리하기 직전까지도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며 멈추지 않는 열정을 보여줬던 그의 발자취를 되짚어 봤다.

수영복 없어 ‘사각팬티’ 입고 출전한 대회 ‘제패’
신기록 50차례 갈아치운 한국의 ‘원조 마린보이’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7)씨가 지난 4일 심근경색으로 운명을 달리했다. 조씨는 이날 오전 11시30분쯤 전남 해남군 계곡면 법곡리 자택 현관 앞에 쓰러진 채 부인 이모(44)씨에게 발견됐다. 심장마비 증세를 보인 그는 발견 즉시 119구조대의 도움으로 해남종합병원으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낮 12시45분쯤 심폐정지로 숨을 거뒀다.

그는 대한해협 횡단 30주년인 내년 8월15일 생애 마지막 횡단에 도전하기로 하고 제주도에 캠프를 차려놓고 준비하다가 1주일 전부터 자택에 머물며 부인과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영이 좋아 무작정 상경
한국 수영 역사 다시 써

한국 수영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그는 1952년 전라도 해남 한 빈농의 집안에서 5남5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고향 실개천에서 자연스럽게 수영을 배우며 자신감을 보였던 그는 중학생 시절 본격적으로 수영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결국 해남고 1학년인 1968년 말 자퇴서를 내고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좇아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조씨는 당시 국내 유일의 실내 풀이 있었던 YMCA 수영장에 등록해 수영 실력을 갈고 닦았다. 먹여 주고 재워준다는 조건으로 YMCA 맞은편 간판집에 취직해 심부름 등을 하며 끼니를 해결하고 손님들의 구두를 닦아 수영장에 다닐 돈을 마련했다.
하지만 경력도 없는 전라도 출신 시골 소년은 서울 선수들의 홀대를 받기 일쑤였다. 오산고에 특기자로 진학하려다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듬해 첫 대회 출전을 한 그는 전국체전 서울시 예선전에서 재학 중이 아니란 이유로 ‘대학·일반부’로 출전했다. 당시 수영복조차 없어 ‘사각팬티’를 입고 출전했던 그는 이 대회에서 자유형 400m와 1500m를 잇따라 석권하며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조씨는 이를 계기로 양정고에 스카우트됐다. 그는 양정고로 스카우트돼 서울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고향집으로 내려갔을 때가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양정고 2학년 시절인 1970년 제6회 방콕 아시안게임 자유형 400m와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아시아의 물개’라는 별명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국내 언론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터라 그의 400m 경기에는 기자들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그가 1위를 차지한 후 신문에 쓸 사진을 찍기 위해 부랴부랴 대회가 끝난 후 호텔 숙소 복도에서 수영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던 비화가 전해지기도 한다.

이를 계기로 ‘조오련’ 이름 석 자는 국제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뒤 그는 태극마크를 달고 체육특기생으로 고려대에 입학했다.
물론 그에게 굴곡진 경험이 없었던 건 아니다. 1972년 뮌헨 올림픽. 이미 아시아를 제패한 한국 수영의 희망으로 떠올랐던 조씨는 이 경기에서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세계 수영의 높은 벽에 부딪힌 그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2년 뒤, 그는 제7회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자유형 400m에 이어 1500m에서도 우승하며 아시안게임 2연패라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이후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조씨는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기록을 이뤄냈다. 실제 그는 현역시절 배영 100m와 평영 100m, 200m를 뺀 모든 종목에서 통산 50개의 한국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조씨의 무한도전은 현역을 떠나서도 계속됐다. 소독약 냄새가 나는 실내 경기장에서 비릿한 내음이 풍기는 바다로  무대만 옮겨졌을 뿐이다.
그는 1980년 8월11일, 사상 처음으로 대한해협 횡단을 성공해 한국인의 위상을 뽐냈다. 부산 다대포에서 대마도 서쪽까지 55㎞ 바닷길을 13시간16분10초 만에 헤엄쳐 건넌 것이다.

2년 뒤인 1982년에는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을 9시간35분 만에 건넜다. 2000년 6월에는 SBS가 특별기획한 ‘20년 전 약속, 대한해협횡단’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 국민에게 ‘도전자 조오련’의 모습을 각인시켰다.
당시 프로그램에는 최종원, 이훈, 소지섭, 베이비복스, 오지호, 정유진, 유정현(현 국회의원) 등 연예인 10여 명과 장애인, 주부 등 일반인 10여 명이 함께 참여했다. 방송을 통해 대한해협 횡단을 위한 고된 훈련과정과 횡단 장면이 두 달에 걸쳐 고스란히 안방으로 전해졌다.

그때 조씨는 때론 엄하게 때론 자상하게 도전자들을 다독이며 이들이 장승포를 출발해 스시마섬 해변에 도착하는 도전에 성공하도록 이끌었다. 조씨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에 당시 인연을 맺었던 연예인들이 한걸음에 달려와 비통함을 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퇴 후에도 ‘무한도전’
‘독도사랑’ 몸소 실천

그의 도전은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은 뒤에도 계속됐다. 50세가 넘은 나이에도 2003년에는 한강 600리 길을 종주하는가 하면, 광복 60주년인 2005년엔 두 아들(조성웅·조성모)과 함께 18시간 만에 울릉도와 독도 93㎞를 횡단했다.
지난해엔 독도 주변을 33바퀴 헤엄쳐 도는 ‘독도 프로젝트’를 실시했다. ‘33’은 지난 1919년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33명의 민족대표를 기리는 의미였다.

독도의 둘레는 4㎞ 정도로 그가 헤엄쳐야 할 거리는 130㎞가 넘었지만 실행에 옮겼다.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조국사랑에 대한 굳은 신념 때문이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개인 홈페이지 게시판에 ‘독도생활일기’를 개재해 독도의 자연과 함께한 생활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심지어 미니홈피 주소도 www.cyworld.com/dokdolover로 정해 그의 지극한 독도사랑을 엿볼 수 있다.

불굴의 도전정신…내년 30년 만의
대한해협 횡단 도전 ‘미완의 꿈으로’  


거침없는 파도를 뚫고 끝없는 도전을 이어갔던 조씨의 개인사는 그의 도전인생 만큼이나 파란만장했다. 그는 대한해협을 처음 건넜던 1980년 가수 송대관씨의 소개로 사별한 첫 번째 부인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슬하에는 성웅씨와 성모씨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이후 자신의 수영장 마련을 위해 아내가 하는 봉제업에 손을 댔다가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세가 기울었다. 1985년에는 교통사고로 얼굴과 오른팔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사고와 사업실패로 낙담하던 조씨는 1989년 ‘조오련의 수영교실’을 열며 제2의 수영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1년에는 전 부인이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는 이후 오랫동안 술로 시간을 보내며 힘들어 했다고 전해진다. 2006년에는 고향 해남을 찾아 산속에 집을 짓고 밭을 갈며 조용한 삶을 지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올해 초 이곳에서 평소 친형제처럼 지내던 지인의 여동생인 13살 연하의 부인 이성란씨를 소개받았다. 사별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그는 지난 4월18일 마을회관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열고 가족들의 축복 속에 다시 찾아온 인연과 새 출발했다.
하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약속한 두 사람의 인연은 조씨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108일만이 허락돼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굴곡진 인생 사별 딛고 재혼
108일만 허락된 사랑


한 번 더 높은 파도에 맞서겠다던 조씨의 40년 수영인생 마지막 도전도 미완으로 남겨졌다. 그는 최근까지 내년 8월 15일을 D-day로 정하고 30년만의 대한해협 횡단을 목표로 훈련에 매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생전 이번 도전을 통해 환갑의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세계적인 경제불황 여파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자 했다. 

하지만 제주도에 캠프장을 마련, 훈련에 전념해 오다 해남 자택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떠났다.

결국 “내년에 대한해협 횡단 30주년을 맞아 지난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 한국인의 저력과 함께 60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도 보여 주겠다. 내 수영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온몸을 던지겠다”던 고인의 생전 약속은 끝내 지켜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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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