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동양 사태 후폭풍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10.15 15: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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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질락 말락 '부채 폭탄'

[일요시사=경제1팀] 웅진그룹, STX그룹에 이어 동양그룹마저 유동성 위기로 좌초했다. 불안한 투자자들은 동양증권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내고 있고 기업자금 조달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다. 동양 사태 후폭풍이 한국경제를 강타한 가운데 이제 시선은 제2의 동양그룹이 누가 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동양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불안감에 떨고 있는 투자자들은 예탁금을 인출하기 위해 증권사 앞에 길게 늘어섰다. 지난 9월30일 기준으로 한국증권금융에 예치된 고객 예탁금은 16조2652억원으로 작년 7월30일 이후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제2의 동양그룹'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동양 사태 파장

기업분석 사이트 재벌닷컴의 분석 결과 자산 순위 30대 재벌그룹의 지난해 말 부채 총액은 574조9000억원 규모로 지난 2007년 말 313조8000억보다 83.2%(261조1000억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28개 그룹만 따지면 부채비율은 상승했으며 재무안정성이 악화된 그룹은 14곳에 이른다.

이 가운데 부채가 자기자본의 1.5배가 넘는 부채비율 150% 이상 그룹은 동양(1231.7%), 한진(437.3%), 현대(404.1%), 금호아시아나(265.0%), 동부(259.4%), STX(256.9%), 효성(188.5%), 두산(189.7%), 동국제강(171.3%), 코오롱(160.4%) 등 10곳에 달한다.


이중 동부와 두산, 한진, 현대, 코오롱그룹의 재무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가장 크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동부는 비금융주력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재무 부담이 커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력 6개사(동부제철, 동부건설, 동부팜한농, 동부메탈, 동부하이텍, 동부씨엔아이)의 올해 6월 말 기준 합산 차입금은 5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의 비중은 56.1%. 동부건설만 해도 부채비율이 500%에 달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5198억원이다.

한기평은 "동부그룹의 비금융부문 주요 계열사들은 실적 저하와 저조한 수익성, 과도한 금융비용 부담, 영업현금창출 규모를 웃도는 투자에 따른 차입규모 증가 등의 요인이 악순환하면서 과중한 재무 부담을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룹 전반에 걸쳐 신용도가 내려가는 가운데 장기 차입금의 원천인 회사채가 대부분 1~2년물에 집중돼 계열전반의 차입구조 개선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두산그룹의 경우에는 최근 10여년간 12건에 이르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적인 성장은 이뤘지만 M&A에 들어간 차입금, 이자 등의 재무 부담이 커졌다. 주력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 366%에서 6월 말 371%로 상승했다. 회사별로 보면 두산엔진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모두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한기평은 두산그룹에 대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경기민감도가 높은 중공업에 집중된 구조임을 고려할 때 차입금 감축을 통한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있는 한진그룹 또한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은 영업실적이 크게 감소해 재무건전성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던 당시보다 더 악화됐다.

동부·두산·한진·현대·코오롱 '빨간불'
주요 계열사들 실적 부진…시장 불안 가중


CEO스코어에 따르면 한진그룹 3개 계열사(한진해운, 한진, 대한항공)의 사채를 포함한 차입금은 18조8375억원으로 총자산 36조7914억원의 51.2%에 달한다. 한진해운이 차입금의존도 77.5%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고 한진(41.4%), 대한항공(39.4%)이 뒤를 이었다.

한기평은 "(한진그룹은) 주력인 항공·해운의 업황 침체로 영업실적이 떨어지는 가운데 항공기, 선박 투자 규모가 늘어나면서 그룹 전반의 재무 부담이 크게 가중된 상태"라고 말했다.

해운업 불황은 현대그룹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현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895%에 달한다. 10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금융당국의 회사채 차환발행 지원까지 신청했다.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차입금과 사채는 2조4215억원을 웃돈다.

수익도 참담하다. 현대상선은 지난해 7조7138억원이라는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5197억원에 달했다. 당기순손실도 2011년 5343억원에서 지난해 9886억원으로 손실폭이 크게 증가했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 현대증권은 지난해 회계년도(2012년 4월∼2013년 3월)에 순손실만 681억원을 기록했다.

현대그룹 대북 사업을 전담하는 현대아산의 악재는 끝날 줄을 모른다. 그룹 핵심 사업이었던 금강산 관광에 이어 개성공단 개발 사업까지 멈췄기 때문이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지금까지 본 피해금액은 1조4000억원 가량이다.

코오롱그룹도 그룹 양대 축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현재 진행 중인 듀폰과의 소송에서 질 경우 2분기 매출액(1조3279억원)에 육박하는 1조원을 물어줘야 한다. 최근 미국 법원은 1심에서 듀폰 손을 들어줬다.

코오롱글로벌은 올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하나캐피탈 지분 매각(300억원), IT사업부 양도(677억원), 자사주 매각(169억원), 회사채 발행(600억원), 김천에너지 주식 매각 등을 진행해 왔다. 내년 만기인 회사채도 1350억원에 달한다.

각각의 기업들은 "우리는 동양과는 다르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가 없다는 것. 동부그룹은 "연말 내로 4500억원 정도가 들어온다"며 유동성 위기 우려를 일축했고 한진그룹은 항공기·선박 등 대형 매물을 사와 영업을 하다 보니 부채가 많아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코오롱그룹도 부담은 없다는 입장이며 현대그룹은 가용한 현금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항공·건설 등 일부 부문의 업황 부진으로 경영환경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동양그룹처럼 마땅한 주력 사업이 없는 회사를 중심으로 출자전환 구조가 짜여 있거나 금융권 차입 대신 CP나 회사채를 과도하게 발행한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위험군 기업들

금융당국 또한 '제2의 동양'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시장에서 여러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이름이 거론되는 기업 가운데도 사정이 그렇게까지 어렵지 않은 기업이 많다"며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안정성 악화로 인해 제2의 동양이 될 수 있다고 거론되는 몇몇 그룹들은 저마다 취약점을 갖고 있다"며 "언제든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는 위험군으로 분류돼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들 기업은 동양그룹 보다 규모가 큰 기업이기에 자체적인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금융당국의 사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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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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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