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 세태> 삐뚤어진 웨딩문화 실태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10.14 13: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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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돈·돈…남 눈치 보면서 결혼하는 세상

[일요시사=사회팀] 본격적인 결혼 성수기인 10월, 넘쳐나는 청첩장에 주말은 온통 결혼식으로 도배된다. 그런데 요즘 결혼식에는 뭐가 그렇게도 많은 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문화가 확산되며 결혼준비 과정에서 작고 큰 갈등을 빚고 있다. 한국의 결혼문화, 무엇이 문제일까.




시대가 변하면서 결혼문화도 달라지고 있다. 다양한 신조어들이 결혼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뜨거운 감자인 ‘꾸밈비’는 예비 신혼부부를 갈라놓는 씨앗이다. 실제로 꾸밈비와 같은 신종 문화 때문에 파혼까지 이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올바른 결혼문화를 망치는 허례허식에 대해 알아봤다.

예단은 폐백 시 시부모와 신부가 선물을 주고받는 관행에서 비롯됐다. 신부가 시부모에게 예물을, 시부모는 신부에게 답례로 저고릿감을 준비했다. 부모에게는 예물로 옷이나 옷감을, 시가의 친척들에게는 관계에 따라 각각 한 가지씩을 선물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예단은 이렇듯 따뜻했다. 그러나 지금의 예단은 주로 현금으로 주고받게 되면서 예비부부 사이에 심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보통 신부 측이 예단을 보내면 신랑 측에서는 신부가 옷이나 화장품을 구입할 수 있게끔 일정금액을 다시 돌려보낸다. 우리는 이것을 ‘봉채비’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에 이 봉채비는 기본이고, ‘꾸밈비’라는 새로운 비용이 생기며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봉채비와 함께 명품가방을 선물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꾸밈비’는…
룸살롱 용어

어느새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널리 퍼진 ‘꾸밈비’는 결혼을 앞둔 신랑 집안이 신부에게 꾸밀 수 있는 비용을 주는 것을 의미하게 됐다. 그런데 이 꾸밈비는 여성들 사이에서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명품가방’을 선물해주는 일종의 공식으로 굳어버렸다.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이 꾸밈비는 남편과 시댁 쪽이 얼마나 자신을 사랑하는지, 그리고 다른 여성들에게 자신이 이정도로 인정받는다는 걸 인증해주는 척도로 자리 잡게 됐다.


과거에 결혼한 여성들에게 꾸밈비를 물어보면 대부분 ‘모른다’는 반응을 보인다. 이 꾸밈비가 여성들 사이에서 당연한 권리로 자리잡게 된 데는 여성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L과 M 카페가 큰 공을 세웠다. 물론 커뮤니티 내부에서는 이러한 잘못된 문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꾸밈비 논란 때문에 파혼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들리는 걸 보니 심각성이 꽤 크다.

문제는 이 꾸밈비의 어원이다. 도대체 이 용어는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걸까. 꾸밈비의 어원은 놀랍게도 화류계 직업여성들이 주로 쓰던 용어로 밝혀졌다. 꾸밈비는 직업여성들이 새로운 업소로 들어갈 때 받는 돈이다. 즉 직업여성이 다니던 술집을 그만두고 새로운 술집으로 옮길 때, 치장하라고 선불로 받는 업소 지원금을 뜻한 것. 이들은 꾸미는 데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직업적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화류계에 받을 딛는 여성의 경우, 옷, 화장품, 향수, 미용실 비용 등 수백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꾸밈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업주들은 선불금으로 수백만원 정도 쥐어준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 들어온 직업여성에게 의무적으로 주는 돈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꾸밈비’다. 업주 입장에서는 ‘예쁘게 꾸미고 우리 업소에서 오래 일하라’는 의미로 주는 돈이 된 것이다.

이후 화류계 여성들이 결혼 적령기가 되면서 과거를 숨기고 결혼을 하려 할 때, ‘남자에게 가는데 당연히 꾸밈비를 받아야 되지 않겠냐’며 남성들에게 꾸밈비를 요구하면서 잘못된 문화가 일반인들에게까지 퍼지게 됐다고 전해진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이 꾸밈비에 대해 잘 모른다. 그저 관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요구하니 그저 들어주는 입장이었던 것. 결혼의 본질을 흐리는 꾸밈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꾸밈비·애교예단 정체불명 겉치레 눈살
“누구는…”불필요한 명분에 멍드는 혼례

또한 ‘애교예단’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혼할 때 신부측에서 시댁에 보내는 물품을 흔히 예단이라고 한다. 그런데 요즘은 예단과 더불어 애교예단까지 필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예단은 반상기, 은수저, 이불 등을 말하는데 여기에 손거울, 귀이개, 동전주머니 등을 보석함에 넣어 함께 보내는 것이 애교예단이다.

애교예단의 취지는 값비싼 예단 대신 저렴하고 아기자기한 물건들로 대산하자는 것이었는데 몇몇 유명 결혼준비 인터넷 사이트들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필수처럼 자리매김했다. 이 애교예단 한 세트는 최소 30만원에서 50만원의 추가비용이 들어 예비 신부들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한다. 남들이 다 하니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30만∼50만원이라는 액수 자체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서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꾸밈비’나 ‘애교예단’이나 결혼문화 허례허식의 전형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전통 결혼방식은 결혼의 전반적인 비용을 신부의 부모가 부담한다. 신랑의 부모는 결혼식 전날 결혼식 예행연습을 위해 모인 모든 가족들의 식사비용과 신혼여행 비용도 부모의 몫이다. 본인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에는 전통적 방식을 따라, 신부가 부담해야 할 부분과 신랑이 부담해야 할 부분을 나눠서 낸다.

한국과 대조
미국 결혼문화

미국의 경우 예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고액의 선물이나 현금을 보내지 않는다. 굳이 선물을 한다면 결혼생활에 필요한 필수품이나 집안 장식 용품 정도다. 반면 한국의 결혼식은 미국의 비해 확실히 거품이 많다. 미국은 한국처럼 남자가 집을 장만해야하는 문화가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월세 아니면 자가이므로 새로 시작하는 커플들은 대부분 렌트에서 시작하고 여유가 될 때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한다. 그리고 약혼을 한 후 동거를 시작하는 커플들이 많은 탓에 이미 거주할 집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한국은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한다.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급하게 식이 진행된다. 반면 미국에는 이러한 공장형 웨딩홀이 없다. 결혼식 자체가 하루 종일 즐기는 파티다. 예식 장소는 일반적으로 교회를 많이 선호한다. 그 외에 공원이나 집 뒷마당 등 하객들을 수용할 만한 공간이면 어디든 결혼식 장소가 된다. 하객이 소수일 경우에는 시청, 카운티 오피스, 법원 등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릴 수도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주례를 하기 위한 라이센스가 필요하다. 이 라이센스가 있는 사람이 주례를 서야 그 결혼이 정식으로 인정받는다. 그 이유는 한국처럼 결혼식과 혼인신고가 따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식 자체가 곧 혼인신고를 의미한다. 결혼 직후 두 사람이 정식적인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혼증명서에 사인해 주는 사람이 주례다.

교회 목사들 대부분은 라이센스를 갖고 있기 때문에 교회에서 예식을 많이 올리는 편이다. 교회 이외에 시청이나 카운티에서도 주례의 자격을 갖춘 사람이 상주하고 있다. 일반인 중에서도 라이센스를 소지한 사람이 있기 때문에 지인에게 주례를 부탁해도 된다.

보통 결혼 날짜가 정해지면 혼수용품을 장만할 수 있는 쇼핑몰에 ‘웨딩 레지스트리’라는 것을 등록한다. 예를 들자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가서 선물로 받고 싶은 품목 리스트를 작성해 등록한다. 그러면 결혼식에 초대받은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그곳에 예비부부의 이름을 말하면 그들의 희망하는 선물 리스트를 공개한다. 지인들은 이들이 원하는 선물을 골라서 구입하면 된다. 다른 지인이 이미 구입한 품목은 리스트에서 삭제된다.

높아지는 비용
늦어지는 연령

선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가 원하고 필요한 것을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선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물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다. 각자의 경제적 상황에 맞춰 선물을 고를 수 있기 때문에 부담도 덜해 합리적인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선물을 하지 못했을 경우는 축의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결혼식이 끝나면 모든 하객들이 피로연장으로 장소를 옮긴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파티’가 열린다. 준비된 식사가 나오고 중간에 다양한 이벤트들이 곁들여진다. 신랑신부 들러리들은 한명씩 일어나서 주인공들과 어떤 관계인지, 그리고 그들의 결혼에 대해 스피치를 한다. 그리고 결혼식은 ‘초대된 사람’만 올 수 있다.

한국의 결혼식은 결혼 당사자들의 인맥보다 부모님의 인맥이 훨씬 더 많지만 미국은 신랑 신부 중심의 인맥으로 결혼식을 올린다. 결혼 전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은 반드시 참석 여부를 알려줘야 하고, 신랑 신부는 이를 토대로 피로연의 좌석을 마련한다. 한마디로 미국의 결혼식은 큰 부담 없는 그들만의 축제인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2012년 전국 결혼 출산 동향 조사’ 자료를 보면 2010년에 5044만8천원이었던 평균 결혼비용이 2년 사이에 7750만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1년 5478만9000원에서 2012년에 7750만원으로 2271만1000원이나 증가해 1년새 큰 폭으로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돈으로 얼룩지는 허니문
입국해 파혼에 이르기까지

그렇다면 남자와 여자는 결혼비용으로 각각 얼마씩을 준비하고 있을까. 먼저 남자의 결혼비용은 1억 735만원으로 3540만원인 여자 결혼비용에 비해 3배 더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결혼비용중 결혼 당사자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은 남자가 3496만7000원 여자가 1623만9000원으로 역시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결혼비용 중 가장 부담스러운 항목은 남자는 신혼 주택 구입 자금, 여자는 신혼 살림 구입 자금이 각각 1위를 차지하며, 시대가 변하고 생각이 변했다고 해도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공식은 아직 공고하다.

또한 최근 통계에 따르면 초혼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2013년에 조사한 바로는 서울시민의 경우, 초혼연령이 남자는 32.4세, 여자는 30.2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의 초혼 평균연령은 한 번도 내려가지 않고 계속 오름세다. 이 같은 초혼연령 추세는 부담스러운 결혼비용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주택비용과 예단을 줄일 수 있는 정부차원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허례허식을 없애고 결혼을 간소하게 하려는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결혼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요구된다.

시대가 변해도
여전한 허례허식

 
현재 한국의 혼인문화는 제대로 안착하지 못하고 다양하게 변모하면서 일정한 틀조차 없는 모습이다.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 결혼식을 치르고 나면 식을 통해 혼인의 아름답고 의미로움이 전달되지 못해 마음이 겉도는 것 같고, 식이 길어져 지루해지면 축하할 흥미를 잃게 되니 식 진행을 위한 투자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과거에는 신부측에서는 시집을 보낸다고 말했고 신랑측에서는 며느리를 들인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요즘 결혼은 정확히 말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식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이제는 남자 여자 편을 갈라 혼인을 준비할 때가 지났다. 양가의 합의 아래 혼인준비를 위한 경비를 각출해 상술에 의해 만들어진 쓸데 없는 허례허식은 배제하고, 뜻 깊은 격식을 간추려 가능하면 혼인하는 신랑신부와 하객이 하나가 되는 축제가 되길 바란다.


문제의식을 가진 일부에서는 결혼풍속이 서서히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기도 하지만 ‘평생에 한번’이라는 말로 합리화되는 부분들이 여전히 많다. 경제적 능력에 따라 천층만층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사회 전반에 걸쳐 결혼식이 조금 정돈되어야 할 때가 아닐까.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해외 이색 결혼식
단돈 1700원으로 웨딩마치

영국 스코틀랜드의 한 커플이 1파운드(약 1700원)를 사용해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예술가 죠지나 포르테우스(36)와 싱어송라이터 시드 이네스(39)는 자신의 집 앞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결혼식 하객들에게 피로연에서 먹을 음식을 직접 준비해 달라는 부탁을 했고, 인근 교회 목사가 무료로 주례를 서 주었다. 결혼식에서는 죠지나의 이모가 케이크를 직접 구웠으며, 시드의 아버지가 색소폰 연주로 결혼을 축하했다. 

영국에서는 평균 결혼 비용이 2만 파운드(약 3400만원)이다. 하지만 이들은 혼인신고에 드는 비용인 70파운드(약 12만원)는 어쩔 수 없지만, 결혼식에 드는 비용은 신부의 중고 드레스를 사기 위해 사용한 1파운드뿐이었다.

신부인 시드는 “우리는 크고 화려한 결혼식을 바라지 않았다”며 “우리의 결혼생활은 매일 아름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은 “지금까지 본 중 최고의 결혼식이다”고 전했다.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말 아름다운 커플이다. 앞으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허례허식 없이 결혼하는 이 부부의 앞길에 좋은 일만 있을 것 같네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결혼식이 많이 있어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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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