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화> ‘사이코 성형의사’ 괴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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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원한’ 원장이 환자얼굴 난도질?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닥터>는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의사가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끔찍한 내용을 다룬 <닥터>는 실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을 모델로 삼았다. 실제로 사이코 의사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에 자신들이 겪은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한 의혹이 괴담처럼 번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성형외과 수술 부작용 모습이라며, 뒤집어진 눈과 함몰된 코, 진물이 나오는 배와 이마 등 여러 장의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 일부에서는 여자에 대한 원한을 지닌 원장이 고의적으로 환자를 난도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인간 마루타로?
끔찍한 후유증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닥터>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성형외과 의사 인범이 어느 날, 자신만 바라보던 아내의 외도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인범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짠다. 결국 인범은 순정의 얼굴을 칼로 도려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우연히 구걸하는 노숙자를 발견하게 되고 가던 발걸음을 돌려 그 노숙자를 벽돌로 죽이고 노숙자의 품 속에 있는 주민등록증 하나를 챙긴 후 벽돌로 자기 얼굴을 내리친다. 몇 달 후 한 성형외과, 인범은 이제 인범이 아닌 다른 얼굴과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 <닥터> 개봉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성형외과에서 성형을 받은 여성들은 현재 대부분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고통을 호소한 지 수년째다.


강남 모 성형외과 피해자들 부작용 호소
흉측한 모습 인터넷에…신체장애도 발생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A성형외과에서 사이코 의사에게 성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재수술을 위해 강남 인근 H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H성형외과는 그녀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해 재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여성을 돌려보냈다. H성형외과의 한 간호사는 “이 여성이 A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심각한 성형 부작용에 시달려 온 것 같다”며 “이런 고객들이 종종 우리 병원을 찾는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얼굴을 망쳐놓는 A성형외과와 관련된 피해사례가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피해자가 꾸준히 생겼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당시 A성형외과의 실장은 “성형수술은 원래 말이 많다”고 한 뒤 “하지만 (이 병원에서) 한 번도 부작용이 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작용이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술 후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셔서 그렇다”며 “아무래도 술집 종사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성형외과 원장은 사실 온라인에서 악명높은 의사였다. 그의 병원에서 수술받은 한 환자는 2011년에 “미친 의사한테 3500만원 상당의 수술(전신성형)을 받고 결국 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다. 부작용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가 음란한 내용의 욕설을 퍼붓고 강제로 내쫓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환자는 자신의 수술 부작용 모습을 담은 여러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 많았다. 눈꺼풀은 뒤집어지고, 눈꼬리는 심하게 벌어졌다. 코는 함몰됐으며, 콧방울은 6㎝가 넘어갈 정도로 커졌다. 지방흡입한 배에서는 진물이 흘러나오고, 이마에는 더이상 머리가 나지 않는 등 피해내용이 끔찍했다. 이러한 부실수술로 이 원장은 ‘사이코패스 의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명품’기대했다가
평생 불구로 살판


이 피해 여성은 “사각턱으로 고민하다 보톡스를 맞으러 갔더니 원장이 앞트임, 뒤트임, 안검하수교정, 눈밑지방 재배치, 코 수술(엉치뼈 절골해 사용), 알로덤, 광대축소수술, 사각턱축소수술, 앞턱V라인 교정술을 권유해 수술받게 됐다”며 “무언가에 홀린 듯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내가 미쳤다”고 한탄했다.

수술 후 피해자는 원장에게 코 성형 전에 왜 보형물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수술하는 의사도 없고 한국 의사들은 보형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 보형물로 코 수술 받은 사람은 모두 재수술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장은 “코 수술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엉치뼈(엉덩이뼈)”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코 성형에 늑골연골, 귀연골, 비중격연골 등의 자가조직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턱수술의 경우엔 오른쪽 턱뼈만 잘라내 왼쪽은 사각턱은 그대로 남아 말도 안되는 얼굴형으로 변해버렸다.
피해 여성은 “그렇게 자상하고 상냥하던 원장은 수술 후 울면서 찾아가자 웃으며 ‘왜 왔냐, 수술도 성공적이고, 당분간 바쁘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며 “그게 사람이 할 소리냐”고 분노했다. 이 여성은 병원 업무가 끝날 시간까지 병원에서 울고 있었고, 원장은 결국 피해 여성을 불러 “넌 처음 관상 볼 때부터 알아봤다. 너같이 음모 털 많은 ×들은 (성형 부작용이 생겨도) 그래도 싸. 나가 이×아”라고 말했다는 것.

이 여성은 재건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상태를 살펴봐주신 교수님은 ‘이건 일부러 장난친 거다. 수술을 의도적으로 망치지 않는 한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피해 여성은 수술 실패가 고의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송 등 사건 잇따르자 조용히 잠적
병원 문 닫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또 다른 피해여성 김모씨는 2009년 같은 원장에게 융비술, 이마보형물삽입술 등 21가지의 수술을 권유받고 3000만원을 들여 약 18시간 동안 수술받았다. 당초 코 성형만 받으러 갔으나 원장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부위도 성형을 해야 한다”며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 성형수술을 한 후의 가상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모습으로 100% 변화시켜 주겠다’고 장담하자 뭔가에 홀리듯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술 직전 친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 왔지만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며 “보호자 한 명 없이 18시간 동안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한 생각에 화장실을 핑계로 수술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술대 위에서 해결하라’는 이 원장의 말에 할 수 없이 수술실 바닥이 넘칠 만큼 소변을 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볼 및 앞광대 확대술을 받은 뒤 우측 볼의 확대 부위에 입안 쪽으로 리프팅실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자 원장은 왼쪽 실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 실만 제거했다. 김씨는 좌우 볼 모양이 대칭이 되지 않는다며 왼쪽 실도 제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원장은 김씨에게 수술비 반환이나 보상, 민·형사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말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했지만 김씨는 거부했다. 이후 왼쪽 볼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씨는 안면 좌우 비대칭은 물론 탈모·하안검외반증·연골구축 변형 등의 각종 신체장애가 발생했다.

환자에게 수술 강권
그리고 고의적으로?

김씨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눈이 안 떠지고 콧구멍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해 숨도 쉬기 어렵다”며 “이마 윗부분은 대머리가 돼 괴물처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넘게 한다”고 토로했다. 가족관계도 나빠졌다. 그는 “남편은 이제 이혼하자고 하는 지경이다. 이 원장을 죽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가 원장에게 김씨의 수술 결과에 대해 묻자 원장은 “김씨의 수술 전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비대칭으로 원래부터 이상했다”며 “내가 수술해줘서 그나마 괜찮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줬지만 김씨가 상처 딱지를 떼는 등 관리 부주의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원장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한 코디네이터는 한 매체와 만나 “재직하던 당시 일주일에 1∼2건 이상 환자로부터의 항의가 있을 정도로 원장의 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원장은 수술 결과가 나쁘면 무조건 환자가 수술 후 관리를 못한 탓이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격분한 환자가 항의하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음란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코디네이터는 원장의 수술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 원장은 타 병원 원장들에 비해 수술 시간이 약 2∼3배 더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김모 환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형수술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원장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모씨 외의 또 다른 피해여성은 2008년 미용실 원장의 추천으로 이 원장에게 상담만 받으러 갔을 뿐인데 일어나 있을 땐 3일이 흘렀고, 수술비는 자신의 카드로 이미 결제돼 있었다. 그녀는 전신성형을 당했다.
원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작성하면 원장은 진단서를 써 준 의사를 용케도 찾아내 협박전화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은 김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자격을 국내에서 인정되는 면허인 것처럼 과장한 것도 드러났다.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장은 “나는 국제성형전문의 자격증이 있다”며 “의료법상 엄연한 전문의 자격증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정을 안해주는데,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가 선진국에서 따낸 훌륭한 자격증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주는 자격증 혹은 수료증임에도 피고가 면허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고에게 피고가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해 수술을 감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술을 함에 있어 수술 여부 및 그 시기·방법 선택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수술과정 상 피부의 절제·절제 부위 선택·봉합 선택 등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통상 예상하기 어려운 과도한 흉터와 안검외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장은 1996년 8월 주름살제거 시술 도중 초등학교 교장 박모씨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1년6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재판장 한종원)은 원장에게 벌금 200만원과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재판을 끝으로 원장의 ‘공식적인’ 행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성형외과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로 된 내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건물 관계자에게 찾아가 성형외과 원장의 행방을 묻자 “성형외과가 건물에서 나간 지 꽤 오래됐다”며 “원장이 어디서 무얼 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장이 과거에 친인척과 함께 다른 성형외과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원장과 동업자였던 친인척은 과거 의료업계의 큰 손이었다고 전해진다.

“의사를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

성형수술이 여성들 사이에서 보편화됨에 따라 성형에 대한 인식이 180도 변했다. 요즘엔 성형수술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성형을 쇼핑하듯 선택해 날카로운 매스에 자신의 얼굴을 맡긴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물론 성형수술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지만 성형외과 선택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www.cosmeticdoctor.or.kr)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면 윤곽수술 받다…
의식 잃고 한달 만에 사망

강남 성형외과에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의식 불명에 빠진 환자가 한 달 만에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형수술 도중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가 된 뒤 결국 사망에 이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들을 지난달 17일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A(30·여)씨는 지난 6월 24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마취 상태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돌연 의식을 잃었다. A씨는 사고 직후 인근 종합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7월24일 사망했고 A씨의 가족은 해당병원을 고소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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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