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실화> ‘사이코 성형의사’ 괴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23 11: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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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 원한’ 원장이 환자얼굴 난도질?

[일요시사=사회팀]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닥터>는 사이코패스 성형외과 의사가 저지른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끔찍한 내용을 다룬 <닥터>는 실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을 모델로 삼았다. 실제로 사이코 의사에게 당한 피해자들은 극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한 병원에서 성형수술을 받은 피해자들이 인터넷 카페에 자신들이 겪은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끔찍한 사건이 세상에 공개됐다. 그리고 해당 병원 원장에 대한 의혹이 괴담처럼 번졌다. 당시 피해자들은 성형외과 수술 부작용 모습이라며, 뒤집어진 눈과 함몰된 코, 진물이 나오는 배와 이마 등 여러 장의 사진을 카페에 올렸다. 일부에서는 여자에 대한 원한을 지닌 원장이 고의적으로 환자를 난도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인간 마루타로?
끔찍한 후유증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한 영화 <닥터>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둔 성형외과 의사 인범이 어느 날, 자신만 바라보던 아내의 외도 장면을 직접 목격하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인범은 복수의 칼날을 갈고 아내를 살해하기 위한 계획을 짠다. 결국 인범은 순정의 얼굴을 칼로 도려내 얼굴가죽을 벗겨버린다. 그리고 우연히 구걸하는 노숙자를 발견하게 되고 가던 발걸음을 돌려 그 노숙자를 벽돌로 죽이고 노숙자의 품 속에 있는 주민등록증 하나를 챙긴 후 벽돌로 자기 얼굴을 내리친다. 몇 달 후 한 성형외과, 인범은 이제 인범이 아닌 다른 얼굴과 다른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영화 <닥터> 개봉 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영화 내용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소식에 경악을 금치 못한 것이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성형외과에서 성형을 받은 여성들은 현재 대부분 우울 증세를 보이고 있다. 피해여성들이 고통을 호소한 지 수년째다.


강남 모 성형외과 피해자들 부작용 호소
흉측한 모습 인터넷에…신체장애도 발생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A성형외과에서 사이코 의사에게 성형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한 여성은 재수술을 위해 강남 인근 H성형외과를 찾았다. 그러나 H성형외과는 그녀의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해 재수술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 여성을 돌려보냈다. H성형외과의 한 간호사는 “이 여성이 A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은 이후 심각한 성형 부작용에 시달려 온 것 같다”며 “이런 고객들이 종종 우리 병원을 찾는다”고 전했다.

여성들의 얼굴을 망쳐놓는 A성형외과와 관련된 피해사례가 끝없이 올라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피해자가 꾸준히 생겼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당시 A성형외과의 실장은 “성형수술은 원래 말이 많다”고 한 뒤 “하지만 (이 병원에서) 한 번도 부작용이 난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작용이 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수술 후 담배를 피거나 술을 마셔서 그렇다”며 “아무래도 술집 종사자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성형외과 원장은 사실 온라인에서 악명높은 의사였다. 그의 병원에서 수술받은 한 환자는 2011년에 “미친 의사한테 3500만원 상당의 수술(전신성형)을 받고 결국 장애인이 됐다. 죽고 싶다. 부작용을 호소하자 담당 의사가 음란한 내용의 욕설을 퍼붓고 강제로 내쫓았다”는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

당시 환자는 자신의 수술 부작용 모습을 담은 여러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렸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한 모습이 많았다. 눈꺼풀은 뒤집어지고, 눈꼬리는 심하게 벌어졌다. 코는 함몰됐으며, 콧방울은 6㎝가 넘어갈 정도로 커졌다. 지방흡입한 배에서는 진물이 흘러나오고, 이마에는 더이상 머리가 나지 않는 등 피해내용이 끔찍했다. 이러한 부실수술로 이 원장은 ‘사이코패스 의사’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명품’기대했다가
평생 불구로 살판


이 피해 여성은 “사각턱으로 고민하다 보톡스를 맞으러 갔더니 원장이 앞트임, 뒤트임, 안검하수교정, 눈밑지방 재배치, 코 수술(엉치뼈 절골해 사용), 알로덤, 광대축소수술, 사각턱축소수술, 앞턱V라인 교정술을 권유해 수술받게 됐다”며 “무언가에 홀린 듯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내가 미쳤다”고 한탄했다.

수술 후 피해자는 원장에게 코 성형 전에 왜 보형물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에서는 그렇게 수술하는 의사도 없고 한국 의사들은 보형물이 저렴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라 보형물로 코 수술 받은 사람은 모두 재수술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원장은 “코 수술에서 가장 좋은 재료는 엉치뼈(엉덩이뼈)”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현재 일선 성형외과에서는 코 성형에 늑골연골, 귀연골, 비중격연골 등의 자가조직을 주로 활용하고 있다.

턱수술의 경우엔 오른쪽 턱뼈만 잘라내 왼쪽은 사각턱은 그대로 남아 말도 안되는 얼굴형으로 변해버렸다.
피해 여성은 “그렇게 자상하고 상냥하던 원장은 수술 후 울면서 찾아가자 웃으며 ‘왜 왔냐, 수술도 성공적이고, 당분간 바쁘니까 찾아오지 말라’고 말했다”며 “그게 사람이 할 소리냐”고 분노했다. 이 여성은 병원 업무가 끝날 시간까지 병원에서 울고 있었고, 원장은 결국 피해 여성을 불러 “넌 처음 관상 볼 때부터 알아봤다. 너같이 음모 털 많은 ×들은 (성형 부작용이 생겨도) 그래도 싸. 나가 이×아”라고 말했다는 것.

이 여성은 재건을 위해 대학병원을 찾았다. 그는 “대학병원에서 상태를 살펴봐주신 교수님은 ‘이건 일부러 장난친 거다. 수술을 의도적으로 망치지 않는 한 이런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피해 여성은 수술 실패가 고의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송 등 사건 잇따르자 조용히 잠적
병원 문 닫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

또 다른 피해여성 김모씨는 2009년 같은 원장에게 융비술, 이마보형물삽입술 등 21가지의 수술을 권유받고 3000만원을 들여 약 18시간 동안 수술받았다. 당초 코 성형만 받으러 갔으나 원장이 “전체적인 얼굴의 균형을 위해서는 다른 부위도 성형을 해야 한다”며 “얼굴을 컴퓨터에 입력해 성형수술을 한 후의 가상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모습으로 100% 변화시켜 주겠다’고 장담하자 뭔가에 홀리듯이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수술 직전 친동생이 보호자 대기실에 왔지만 의자에 앉아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쫓겨났다고 들었다”며 “보호자 한 명 없이 18시간 동안 강제로 수술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술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이상한 생각에 화장실을 핑계로 수술 중단을 요청했지만 ‘수술대 위에서 해결하라’는 이 원장의 말에 할 수 없이 수술실 바닥이 넘칠 만큼 소변을 봤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볼 및 앞광대 확대술을 받은 뒤 우측 볼의 확대 부위에 입안 쪽으로 리프팅실로 인한 염증이 발생하자 원장은 왼쪽 실은 그대로 둔 채 오른쪽 실만 제거했다. 김씨는 좌우 볼 모양이 대칭이 되지 않는다며 왼쪽 실도 제거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에 원장은 김씨에게 수술비 반환이나 보상, 민·형사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말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에 서명하라고 했지만 김씨는 거부했다. 이후 왼쪽 볼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김씨는 안면 좌우 비대칭은 물론 탈모·하안검외반증·연골구축 변형 등의 각종 신체장애가 발생했다.

환자에게 수술 강권
그리고 고의적으로?

김씨는 당시 언론인터뷰에서 “눈이 안 떠지고 콧구멍이 거의 없어지다시피 해 숨도 쉬기 어렵다”며 “이마 윗부분은 대머리가 돼 괴물처럼 변해버린 얼굴 때문에 죽고 싶은 생각을 하루에 12번도 넘게 한다”고 토로했다. 가족관계도 나빠졌다. 그는 “남편은 이제 이혼하자고 하는 지경이다. 이 원장을 죽이고 싶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당시 인터뷰를 진행한 매체가 원장에게 김씨의 수술 결과에 대해 묻자 원장은 “김씨의 수술 전 얼굴을 보면 알겠지만 비대칭으로 원래부터 이상했다”며 “내가 수술해줘서 그나마 괜찮아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수술 후 주의사항에 대해서 충분히 알려줬지만 김씨가 상처 딱지를 떼는 등 관리 부주의로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원장과 함께 일했다고 밝힌 한 코디네이터는 한 매체와 만나 “재직하던 당시 일주일에 1∼2건 이상 환자로부터의 항의가 있을 정도로 원장의 수술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았다”면서 “원장은 수술 결과가 나쁘면 무조건 환자가 수술 후 관리를 못한 탓이라며 환자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에 격분한 환자가 항의하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음란한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코디네이터는 원장의 수술 방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이 원장은 타 병원 원장들에 비해 수술 시간이 약 2∼3배 더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 김모 환자의 승소로 결판났다. 지난해 6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성형수술 환자에게 부작용을 일으킨 원장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김모씨 외의 또 다른 피해여성은 2008년 미용실 원장의 추천으로 이 원장에게 상담만 받으러 갔을 뿐인데 일어나 있을 땐 3일이 흘렀고, 수술비는 자신의 카드로 이미 결제돼 있었다. 그녀는 전신성형을 당했다.
원장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하는 진단서를 작성하면 원장은 진단서를 써 준 의사를 용케도 찾아내 협박전화를 일삼은 것으로 밝혀졌다.

원장은 김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 수료자격을 국내에서 인정되는 면허인 것처럼 과장한 것도 드러났다. 2011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원장은 “나는 국제성형전문의 자격증이 있다”며 “의료법상 엄연한 전문의 자격증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인정을 안해주는데, 국내 성형외과 전문의들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내가 선진국에서 따낸 훌륭한 자격증이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재판부는 “국제미용성형외과 전문의는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한 사람에게 주는 자격증 혹은 수료증임에도 피고가 면허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고에게 피고가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인해 수술을 감행했다고 볼 여지도 있다”며 “설명의무를 위반해 원고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수술을 함에 있어 수술 여부 및 그 시기·방법 선택에 충분한 검토를 하지 않았고 수술과정 상 피부의 절제·절제 부위 선택·봉합 선택 등에서 잘못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원고에게 통상 예상하기 어려운 과도한 흉터와 안검외반증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원장은 1996년 8월 주름살제거 시술 도중 초등학교 교장 박모씨를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1년6개월에 걸친 재판 끝에 대법원(재판장 한종원)은 원장에게 벌금 200만원과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재판을 끝으로 원장의 ‘공식적인’ 행보에 대해 아는 사람은 없었다. <일요시사>가 성형외과에 직접 찾아가봤지만 병원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유리로 된 내부를 가까이 들여다보니 내부는 텅 비어있었다. 건물 관계자에게 찾아가 성형외과 원장의 행방을 묻자 “성형외과가 건물에서 나간 지 꽤 오래됐다”며 “원장이 어디서 무얼 하는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원장이 과거에 친인척과 함께 다른 성형외과를 운영했었다고 한다. 원장과 동업자였던 친인척은 과거 의료업계의 큰 손이었다고 전해진다.

“의사를 죽이고
나도 죽고 싶다”

성형수술이 여성들 사이에서 보편화됨에 따라 성형에 대한 인식이 180도 변했다. 요즘엔 성형수술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성형을 쇼핑하듯 선택해 날카로운 매스에 자신의 얼굴을 맡긴다. 획일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우리 시대의 자화상이다. 물론 성형수술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지만 성형외과 선택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홈페이지(www.cosmeticdoctor.or.kr)에서는 성형외과 전문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안면 윤곽수술 받다…
의식 잃고 한달 만에 사망

강남 성형외과에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의식 불명에 빠진 환자가 한 달 만에 숨졌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성형수술 도중 환자가 의식불명 상태가 된 뒤 결국 사망에 이른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 관계자들을 지난달 17일 수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A(30·여)씨는 지난 6월 24일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성형외과에서 마취 상태로 턱 안면 윤곽수술을 받다가 돌연 의식을 잃었다. A씨는 사고 직후 인근 종합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으나 사고 후 한 달이 지난 7월24일 사망했고 A씨의 가족은 해당병원을 고소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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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