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는…' 오너 일가 줄사퇴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1: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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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만 터지면 '소나기 피하기'

[일요시사=경제1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내려놓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GS그룹 회장의 동생 2명이 물러난 데 이어 최근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까지 자진 사임했다. 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외부에서는 계열사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최 부회장은 선경직물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3남으로 최태원 SK(주)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00년 SK건설 전무로 선임된 이후 13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SK케미칼과 SK가스의 부회장 겸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모든 책임지고…"
자진사임 진실은?

최 부회장은 사임과 함께 보유 중인 SK건설 주식 132만5000주(약 564억원)를 SK건설 법인에 무상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보유주식 227만주(9.61%) 가운데 58%에 이르는 수치로 회사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게 SK측의 입장이다. 이번 결정으로 최 부회장의 지분율은 4%로 낮아지게 됐다.

최 부회장은 사임 이유에 대해 "SK건설의 근본적인 조직 체질개선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며 "SK건설의 미래성장을 강도 높게 추진할 역량과 명망을 갖춘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최 부회장의 사임 결정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SK건설의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SK건설은 올 상반기 29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최태원 회장 '1인 체제'를 확고히 굳히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촌형제들이 계열사를 나눠 맡아 경영하면서 수차례 계열분리설에 휘말린 만큼 사촌형제들과의 경영권 다툼을 불식시키겠다는 것.

당초 재계에서는 사촌지간인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그룹 주력사를 나눌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최 부회장이 SK가스와 SK건설, SK케미칼을 그룹서 떼어내, SK케미칼을 지주사로 하고 그 아래에 건설과 가스를 둘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번 최 부회장이 물러난 것을 계기로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 1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K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자산은 2조9013억원으로 집계됐다.

먼저 최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자산 가치는 2조743억원으로 오너 일가 전체 주식자산 가운데 71.49%에 달했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SK C&C 주식 525만주(10.5%·5723억원)를 보유해 최 회장 뒤를 이었다. 자산비율은 19.72%를 기록했다. 최 부회장이 주식을 증여하기 전 자산평가액은 2222억원. 자산비율은 7.66%로 최 회장과 최 이사장 다음으로 높았다.

경영권 내려놓고 2선 후퇴 결단…진짜 의도는?
대부분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으로 자진사임

현재의 지분율로는 최 부회장이 최 회장의 지원 없이 계열 분리를 이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최 회장이 검찰에 구속돼 실형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촌형제들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 당분간은 계열분리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일단 SK 측은 최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SK 측은 "최 부회장은 CEO가 아닌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며 "오히려 오너로서 지분을 내놓으면서 SK건설이 그룹과 묶여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12일에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 허명수 전 GS건설 사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빈자리는 전문경영인인 임병용 대표가 물려받았다.

이날 허 전 사장은 '사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회사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 전 사장은 평소 책임경영을 강조해 온 최고 경영자로 주위의 만류에도 최근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직의 혁신적인 변화를 돕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2주 뒤인 6월27일에는 허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18년간 맡아온 이 회사의 사내이사직을 돌연 사임했다. 이날 GS네오텍은 임원변동 공시를 통해 허정수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남기정씨가 신규 선임됐다고 밝혔다. 허정수 회장은 지난 7월3일 사내이사에서 해임됐으며 이사임면의 등기는 같은 달 13일 이뤄졌다.

허정수 회장은 GS네오텍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GS그룹 계열사 중에서 GS네오텍을 독자 경영해 왔다.

자진 사임인가
압박 퇴진인가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짙다. GS네오텍은 GS그룹 계열 정보통신, 전기공사 전문업체로 시스템통합 업체 GS아이티엠과 함께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돼 왔다.

GS네오텍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6047억1200만원, 영업이익 210억7900만원, 당기순이익 191억200만원을 나타냈다. 이 중 매출액 3922억3300만원은 GS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쌓았다. 내부거래비율이 65%에 이른다.

올들어 국세청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2012년 영업이익분에 대한 증여세 납부기간을 7월 말로 못 박은 바 있다. 허정수 회장은 증여세 납부마감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돌연 사임한 것이다. 그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의도'를 의심케 하는 오너 일가의 자진 사임은 또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15일 열린 신세계와 이마트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는 지난 2011년 이마트 기업분할 때부터 예정된 것"이라며 "향후 정 부회장은 그룹 총괄 경영을 강화하고 복합 쇼핑몰 등 미래성장동력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과 관련된 각종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어 오너 일가가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정 부회장은 검찰로부터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고용노동부로부터는 이마트가 직원사찰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으로 특별근로 감독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이 검찰조사 등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 3월 진행된 정기주총에서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7년 만이다.

물러난 총수들
책임 회피 의도?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다"면서 "롯데쇼핑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등 다른 계열사의 대표와 롯데쇼핑의 신사업과 해외사업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사임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대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 대표이사직만 사임한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압박이 가장 심한 유통업계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비난도 받았다. 정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업계 등의 출점을 제한하고 특히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을 책임지는 롯데쇼핑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이야기다.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지난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미심쩍은 사임을 선택해 논란이 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2월9일 회장직을 포함한 일체의 지위에서 사임했다. 태광그룹 측은 "회장단이 그룹 문제로 재판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일체의 직위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티브로드홀딩스, 티알엠 등 계열사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재벌개혁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가 법적 책임을 이유로 퇴진한 사례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에 문제 생기면 '회피용 카드'
잠적 후 은근슬쩍 복귀하는 사례도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사임 시기가 선고공판을 10여 일 앞둔 때여서 법원의 선처를 겨냥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전 회장은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임금 허위지급 등으로 회삿돈 약 300억원을 횡령했다. 또 골프연습장 헐값 매도 등으로 그룹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쳐 지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재판 도중 간암수술을 받고서 건강 상태를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1·2심에서 모두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경영 일선에서 제 발로 떠난 오너 일가가 은근슬쩍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사건·사고 이후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사임 카드'를 꺼냈다가 사태가 잠잠해진 틈을 타 당당하게 혹은 소리 소문 없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

지난해 2월3일 롯데그룹에서는 '롯데가 황녀'로 불리던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다. 신 이사장은 쇼핑 지휘봉을 내려놓은 대신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을 총괄하게 됐다.

신 이사장의 대의는 젊은 피를 위한 세대교체. 하지만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던 신 이사장이 돌연 사임하자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가-롯데가 황녀 전쟁'으로 불렸던 루이비통 유치전에서 패한 데다 '재벌가 빵집' 논란의 여파가 원인이라는 것. 빵집을 운영하던 신 이사장의 자녀와 사위는 대통령까지 나서 일침을 가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백기를 들고 사업을 철수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신 이사장과 그의 자녀와 사위가 보여준 행보는 '비가 쏟아지자 잠시 우산을 폈다가 그치자 다시 접고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현업에 복귀했으며 차녀 장선윤씨는 지난해 1월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한다고 공표했다가 다시 확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여론의 불똥이 다시 튀었다.

장씨의 남편 양성욱씨도 수입 포이달 물티슈의 롯데마트 입점을 취소하고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혔지만 롯데마트에 해당 매장이 입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산그룹은 2005년 7월 '형제의 난'을 겪은 후 ▲두산가 형제들의 회장직 사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의 수습책을 내놓고 같은 해 11월 두산그룹을 이끌던 박용성-용만 형제는 동반 사퇴했다.

등기임원 사퇴
책임경영 실종

두산그룹은 새 전문경영인을 영입했고 사태가 잠잠해지자 두산가 형제들은 은근슬쩍 돌아왔다. '형제의 난'과 관련해 횡령과 분식회계 관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은 박용성 회장은 2007년 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후 경영 보폭을 넓히다가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경영에 복귀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이사로 선임되면서 ‘형제의 난’이전 상황을 연출했고 현재 두산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2006년 3월 분식회계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쌍용건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2007년 2월 특별사면 돼 1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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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