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는…' 오너 일가 줄사퇴 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1:2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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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만 터지면 '소나기 피하기'

[일요시사=경제1팀]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내려놓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GS그룹 회장의 동생 2명이 물러난 데 이어 최근 SK그룹 회장의 사촌 동생까지 자진 사임했다. 기업들은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에 대한 의지를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외부에서는 계열사 경영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시선이 대부분이다.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최 부회장은 선경직물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3남으로 최태원 SK(주) 회장의 사촌 동생이다. 최 부회장은 지난 2000년 SK건설 전무로 선임된 이후 13년 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SK케미칼과 SK가스의 부회장 겸 대표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모든 책임지고…"
자진사임 진실은?

최 부회장은 사임과 함께 보유 중인 SK건설 주식 132만5000주(약 564억원)를 SK건설 법인에 무상증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체 보유주식 227만주(9.61%) 가운데 58%에 이르는 수치로 회사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정상화를 위한 결정이라는 게 SK측의 입장이다. 이번 결정으로 최 부회장의 지분율은 4%로 낮아지게 됐다.

최 부회장은 사임 이유에 대해 "SK건설의 근본적인 조직 체질개선과 분위기 쇄신을 위해 이사회 의장과 부회장직을 사임하고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며 "SK건설의 미래성장을 강도 높게 추진할 역량과 명망을 갖춘 인사 영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최 부회장의 사임 결정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SK건설의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SK건설은 올 상반기 29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최태원 회장 '1인 체제'를 확고히 굳히기 위한 결정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촌형제들이 계열사를 나눠 맡아 경영하면서 수차례 계열분리설에 휘말린 만큼 사촌형제들과의 경영권 다툼을 불식시키겠다는 것.

당초 재계에서는 사촌지간인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이 그룹 주력사를 나눌 것이라는 얘기가 계속 나왔다. 최 부회장이 SK가스와 SK건설, SK케미칼을 그룹서 떼어내, SK케미칼을 지주사로 하고 그 아래에 건설과 가스를 둘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번 최 부회장이 물러난 것을 계기로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

지난 13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국내 62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43개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SK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자산은 2조9013억원으로 집계됐다.

먼저 최 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자산 가치는 2조743억원으로 오너 일가 전체 주식자산 가운데 71.49%에 달했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SK C&C 주식 525만주(10.5%·5723억원)를 보유해 최 회장 뒤를 이었다. 자산비율은 19.72%를 기록했다. 최 부회장이 주식을 증여하기 전 자산평가액은 2222억원. 자산비율은 7.66%로 최 회장과 최 이사장 다음으로 높았다.

경영권 내려놓고 2선 후퇴 결단…진짜 의도는?
대부분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으로 자진사임

현재의 지분율로는 최 부회장이 최 회장의 지원 없이 계열 분리를 이뤄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한 최 회장이 검찰에 구속돼 실형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촌형제들을 지원할 여력이 없다. 당분간은 계열분리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일단 SK 측은 최 부회장이 실적 악화에 대해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SK 측은 "최 부회장은 CEO가 아닌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해왔다"며 "오히려 오너로서 지분을 내놓으면서 SK건설이 그룹과 묶여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효과를 기대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12일에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동생 허명수 전 GS건설 사장이 대표이사를 사임했다. 빈자리는 전문경영인인 임병용 대표가 물려받았다.

이날 허 전 사장은 '사원들에게 드리는 글'에서 "회사가 직면한 어려움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허 전 사장은 평소 책임경영을 강조해 온 최고 경영자로 주위의 만류에도 최근 경영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직의 혁신적인 변화를 돕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꾸준히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2주 뒤인 6월27일에는 허 회장의 바로 아랫동생인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이 18년간 맡아온 이 회사의 사내이사직을 돌연 사임했다. 이날 GS네오텍은 임원변동 공시를 통해 허정수 회장이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으며 남기정씨가 신규 선임됐다고 밝혔다. 허정수 회장은 지난 7월3일 사내이사에서 해임됐으며 이사임면의 등기는 같은 달 13일 이뤄졌다.

허정수 회장은 GS네오텍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GS그룹 계열사 중에서 GS네오텍을 독자 경영해 왔다.

자진 사임인가
압박 퇴진인가

사임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라는 해석이 짙다. GS네오텍은 GS그룹 계열 정보통신, 전기공사 전문업체로 시스템통합 업체 GS아이티엠과 함께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돼 왔다.

GS네오텍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6047억1200만원, 영업이익 210억7900만원, 당기순이익 191억200만원을 나타냈다. 이 중 매출액 3922억3300만원은 GS그룹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를 통해 쌓았다. 내부거래비율이 65%에 이른다.

올들어 국세청이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본격적으로 시행하면서 2012년 영업이익분에 대한 증여세 납부기간을 7월 말로 못 박은 바 있다. 허정수 회장은 증여세 납부마감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돌연 사임한 것이다. 그 '의도'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의도'를 의심케 하는 오너 일가의 자진 사임은 또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다. 정 부회장은 지난 3월15일 열린 신세계와 이마트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신세계 측은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퇴는 지난 2011년 이마트 기업분할 때부터 예정된 것"이라며 "향후 정 부회장은 그룹 총괄 경영을 강화하고 복합 쇼핑몰 등 미래성장동력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과 관련된 각종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어 오너 일가가 직접적인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당시 정 부회장은 검찰로부터 베이커리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고용노동부로부터는 이마트가 직원사찰 활동을 벌였다는 의혹으로 특별근로 감독을 받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신세계는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사임이 검찰조사 등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역시 지난 3월 진행된 정기주총에서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신 회장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것은 7년 만이다.

물러난 총수들
책임 회피 의도?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은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다"면서 "롯데쇼핑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롯데케미칼과 롯데제과 등 다른 계열사의 대표와 롯데쇼핑의 신사업과 해외사업도 그대로 맡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의 사임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대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 대표이사직만 사임한 것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압박이 가장 심한 유통업계에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비난도 받았다. 정부가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업계 등의 출점을 제한하고 특히 주목하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유통사업을 책임지는 롯데쇼핑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는 이야기다.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가 간암 치료를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지난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미심쩍은 사임을 선택해 논란이 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2월9일 회장직을 포함한 일체의 지위에서 사임했다. 태광그룹 측은 "회장단이 그룹 문제로 재판을 받는 등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일체의 직위에서 사임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태광산업과 대한화섬 대표이사를 포함해 티브로드홀딩스, 티알엠 등 계열사 사내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재벌개혁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가 법적 책임을 이유로 퇴진한 사례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회사에 문제 생기면 '회피용 카드'
잠적 후 은근슬쩍 복귀하는 사례도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사임 시기가 선고공판을 10여 일 앞둔 때여서 법원의 선처를 겨냥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전 회장은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임금 허위지급 등으로 회삿돈 약 300억원을 횡령했다. 또 골프연습장 헐값 매도 등으로 그룹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쳐 지난 2011년 1월 구속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재판 도중 간암수술을 받고서 건강 상태를 참작해 달라고 호소했지만 1·2심에서 모두 징역 4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경영 일선에서 제 발로 떠난 오너 일가가 은근슬쩍 복귀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저런 사건·사고 이후 이를 무마할 목적으로 '사임 카드'를 꺼냈다가 사태가 잠잠해진 틈을 타 당당하게 혹은 소리 소문 없이 원래 자리로 돌아오는 것.

지난해 2월3일 롯데그룹에서는 '롯데가 황녀'로 불리던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맏딸이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누나다. 신 이사장은 쇼핑 지휘봉을 내려놓은 대신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을 총괄하게 됐다.

신 이사장의 대의는 젊은 피를 위한 세대교체. 하지만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던 신 이사장이 돌연 사임하자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삼성가-롯데가 황녀 전쟁'으로 불렸던 루이비통 유치전에서 패한 데다 '재벌가 빵집' 논란의 여파가 원인이라는 것. 빵집을 운영하던 신 이사장의 자녀와 사위는 대통령까지 나서 일침을 가한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백기를 들고 사업을 철수했다.

그리고 두 달 뒤 신 이사장과 그의 자녀와 사위가 보여준 행보는 '비가 쏟아지자 잠시 우산을 폈다가 그치자 다시 접고 제자리로 돌아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신 이사장은 롯데쇼핑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현업에 복귀했으며 차녀 장선윤씨는 지난해 1월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한다고 공표했다가 다시 확대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 여론의 불똥이 다시 튀었다.

장씨의 남편 양성욱씨도 수입 포이달 물티슈의 롯데마트 입점을 취소하고 대표이사에서 사임한다고 밝혔지만 롯데마트에 해당 매장이 입점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두산그룹은 2005년 7월 '형제의 난'을 겪은 후 ▲두산가 형제들의 회장직 사퇴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의 수습책을 내놓고 같은 해 11월 두산그룹을 이끌던 박용성-용만 형제는 동반 사퇴했다.

등기임원 사퇴
책임경영 실종

두산그룹은 새 전문경영인을 영입했고 사태가 잠잠해지자 두산가 형제들은 은근슬쩍 돌아왔다. '형제의 난'과 관련해 횡령과 분식회계 관여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은 박용성 회장은 2007년 2월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후 경영 보폭을 넓히다가 두산중공업 등기이사로 경영에 복귀해 현재 회장을 맡고 있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중공업과 ㈜두산의 이사로 선임되면서 ‘형제의 난’이전 상황을 연출했고 현재 두산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2006년 3월 분식회계 혐의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쌍용건설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가 2007년 2월 특별사면 돼 1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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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