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금호아시아나 발목 잡는 진짜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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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밥에 재 뿌리기?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일요시사=경제1팀] 금호 일가에 또 다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문제는 공정위가 왜 갑자기 재검토 카드를 꺼냈느냐는 것인데, 그 이면에 형제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의 이의제기가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로써 해묵은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 간 다툼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의 발목을 잡은 금호석화의 처사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5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금호산업을 살리기 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안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90억원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과 채권단 보유 무담보채권 508억원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출자전환 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게 되는 금호산업 지분 13%를 다른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넘겨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경영정상화 방안
형제기업이 제동

하지만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면서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 등을 검토하기로 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형제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일 금호석화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CP를 출자전환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에 공식적으로 질의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는 금호산업(30%)이다.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출자전환을 해 금호산업 지분 13%를 보유하게 되면 서로 지분을 보유하게 돼 상호출자를 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수 있다.

예외조항은 있다. 상호출자는 '상계'인지 '대물변제'인지에 따라 예외규정을 적용 여부가 가려진다. 대물변제는 채무자가 지고 있는 금액을 같은 가치의 물건으로 변제한다는 개념으로, 이 경우 예외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계는 당사자가 서로 같은 빚을 지고 있을 때 이를 모두 갚는 것으로 처리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예외적용이 안 된다.

앞선 2001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법무법인 세종의 자문을 받아 공정위에 문의한 결과 아시아나항공 기업어음의 출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CP의 출자전환은 대물변제의 수령에 해당한다고 해석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대물변제로 이어지는 출자전환이라면 6개월 이내에 상호출자 상태를 해소하는 조건으로 상호출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호석화는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이 예외규정을 받을 수 없는 상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절차가 지연·연장되고 있다.

만약 공정위가 금호석화의 주장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에 대한 출자전환을 상계로 해석할 경우 채권단의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다.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다툼 재점화 조짐
금호산업 구조조정안 휴지조각 될 우려

지난 3월 말 기준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은 49%, 6월 말에는 89%에 달했다. 추가적인 자본 확충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에 100%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상장 폐지된다. 채권단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금호석화의 문제제기와 공정위의 재검토에 의해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안이 위기에 놓이자 업계서는 "형제기업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 동안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책임지는 자세로 수차례 희생을 감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진정성과 노력이 좀 더 평가 받아야 한다"며 "그룹의 위기와 워크아웃에 대한 모든 책임을 미룬 채 재산 지키기에 골몰해온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의 상반된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금호석화는 왜 이토록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안에 제동을 걸고 방해를 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일종의 '앙갚음'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 수년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집요한 공격을 이어왔다.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 간 갈등의 시작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자금난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했으나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섰다. 2009년 6월부터 아들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당시 부장)와 함께 금호석화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렸다. 지분 '10.01%'는 금호가 형제들이 동일하게 보유해온 지분율. 뒤늦게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화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은 당시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그 사이 회사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대우건설은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을 감당하지 못해 인수 2년여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상호출자 이의제기
형제 간 '앙갚음?'

또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으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개시했고,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 등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룹 워크아웃의 시작이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가 오너의 사재출연을 요구, 두 형제는 2세들 지분까지 포함해 대주주 주식 의결·처분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이들이 채권단에 위임한 사재는 집을 제외한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쳐 2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초 두 형제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막판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박삼구-찬구 형제는 동반 퇴진하면서 계열사를 쪼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형제의 난 시즌1'이 종료됐다.

박찬구 회장은 2010년 3월에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박삼구 회장은 7개월 뒤인 10월에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 각각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계열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부적으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다. 특히 형제는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에서 손을 잡고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등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해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3월 금호석화가 공정위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하면서 '형제의 난 시즌2'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그러나 금호석화의 신청을 불허했다.




금호석화는 2011년 7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박삼구 회장이 실질적으로 두 회사를 지배하고 있어 금호석화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금호석화는 대법원에 항소해 아직까지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갑자기 불거진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형제의 난 시즌3'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검찰의 고강도 조사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배후로 형인 박삼구 회장을 지목했다. 급기야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그의 측근 기옥 금호터미널 사장을 사기·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박찬구 회장은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라며 "누구인지는 알아서 판단하라"는 발언으로 박삼구 회장을 겨냥했다.

형과 아우
누가 웃을까?

박찬구 회장은 2011년 12월 불구속 기소된 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2009년 6월 미공개 내부정보를 통해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262만주를 집중 매도해 102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찬구 회장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비앤피화학을 포함해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장부를 조작해 자금을 횡령하거나 배임하는 등 회사의 27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처럼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룹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이뤄내기 위한 소송으로 보인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금호석화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금호석화가 계열분리를 원한다면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12.61%)을 매각하면 간단하다.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1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거듭 미루고 있다.

금호석화는 처음에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팔되 우호세력에 매각하지만 않으면 금호석화도 미련없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 전량을 매각하자 "박삼구 회장의 매각대금 3330억원이 금호산업 유상증자 등으로 쓰인 것을 확인한 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겠다"고 말을 바꿨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실제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그러자 금호석화는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너무 떨어진 상태라 손해를 보며 팔 생각은 없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상대의 약속 이행은 지켜보면서 정작 자신들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채권단 막대한 피해 예상
금호석화 "2대주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

금호석화는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로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1월에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사이공(KAPS) 지분 50%를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한 것을 두고 부실회사의 지분을 실제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부당지원, 모럴 헤저드'라고 비방했다.

지난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에 대하여 반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주주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석화의 금호아시아나그룹 흔들기에 대해 "금호산업이 상장 폐지되거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될 경우 금호석화는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최대한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상무 외에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 입장에서 볼 때 추후 박철완 상무와 결별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이 필요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이것이 금호석화가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팔지 않고 있는 이유이며,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을 무산시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오길 고대하고 있는 이유"라고 관측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화는 아시아나 지분을 정리한다는 채권단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그룹 정상화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사사건건 채권단과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공정위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불법인 상호출자 등을 하겠다는 금호아시아나에 대해 법리적인 해석을 요청했을 뿐이다"며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부터
'형제의 난' 발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창립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지분이고 현재 주식가치의 하락으로 매각 시 큰 손실이 우려된다"며 "산업은행이 제3자에게 지분 매각을 할 것을 요청하고 MOU를 체결한 것은 맞지만 회사의 이익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팔아라 팔지 마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재계에서는 양측의 대립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때 한 가족이던 형제회사가 서로 반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앙금을 털어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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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