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금호아시아나 발목 잡는 진짜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1: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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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는 밥에 재 뿌리기? "해도 해도 너무한다"

[일요시사=경제1팀] 금호 일가에 또 다시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히면서다. 문제는 공정위가 왜 갑자기 재검토 카드를 꺼냈느냐는 것인데, 그 이면에 형제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의 이의제기가 있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로써 해묵은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 간 다툼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금호아시아나의 발목을 잡은 금호석화의 처사에 대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5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금호산업을 살리기 위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안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790억원의 금호산업 기업어음(CP)과 채권단 보유 무담보채권 508억원을 출자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했다. 출자전환 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게 되는 금호산업 지분 13%를 다른 계열사인 금호터미널에 넘겨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다는 것이다.

경영정상화 방안
형제기업이 제동

하지만 공정위는 신규 순환출자를 허용하지 않기로 한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면서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것 등을 검토하기로 하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형제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6일 금호석화는 최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금호산업 CP를 출자전환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공정위에 공식적으로 질의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는 금호산업(30%)이다.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출자전환을 해 금호산업 지분 13%를 보유하게 되면 서로 지분을 보유하게 돼 상호출자를 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할 수 있다.

예외조항은 있다. 상호출자는 '상계'인지 '대물변제'인지에 따라 예외규정을 적용 여부가 가려진다. 대물변제는 채무자가 지고 있는 금액을 같은 가치의 물건으로 변제한다는 개념으로, 이 경우 예외적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상계는 당사자가 서로 같은 빚을 지고 있을 때 이를 모두 갚는 것으로 처리한다는 개념이기 때문에 예외적용이 안 된다.

앞선 2001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법무법인 세종의 자문을 받아 공정위에 문의한 결과 아시아나항공 기업어음의 출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CP의 출자전환은 대물변제의 수령에 해당한다고 해석 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대물변제로 이어지는 출자전환이라면 6개월 이내에 상호출자 상태를 해소하는 조건으로 상호출자를 추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호석화는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이 예외규정을 받을 수 없는 상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금호산업 구조조정안에 대한 채권단의 동의절차가 지연·연장되고 있다.

만약 공정위가 금호석화의 주장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금호산업에 대한 출자전환을 상계로 해석할 경우 채권단의 금호산업 경영정상화 방안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된다.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다툼 재점화 조짐
금호산업 구조조정안 휴지조각 될 우려

지난 3월 말 기준 금호산업의 자본잠식률은 49%, 6월 말에는 89%에 달했다. 추가적인 자본 확충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말에 100%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금호산업은 상장 폐지된다. 채권단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금호석화의 문제제기와 공정위의 재검토에 의해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안이 위기에 놓이자 업계서는 "형제기업이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간 동안 회사를 살리기 위해 책임지는 자세로 수차례 희생을 감수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진정성과 노력이 좀 더 평가 받아야 한다"며 "그룹의 위기와 워크아웃에 대한 모든 책임을 미룬 채 재산 지키기에 골몰해온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의 상반된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금호석화는 왜 이토록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안에 제동을 걸고 방해를 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일종의 '앙갚음'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 수년간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상대로 집요한 공격을 이어왔다.

박삼구-찬구 회장 형제 간 갈등의 시작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자금난을 이유로 인수를 반대했으나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그룹 경영권을 위협하고 나섰다. 2009년 6월부터 아들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당시 부장)와 함께 금호석화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렸다. 지분 '10.01%'는 금호가 형제들이 동일하게 보유해온 지분율. 뒤늦게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화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은 당시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화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그 사이 회사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대우건설은 인수 당시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풋백옵션'을 감당하지 못해 인수 2년여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았다.

상호출자 이의제기
형제 간 '앙갚음?'

또 계열사들의 실적부진으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개시했고, 금호석화와 아시아나항공 등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그룹 워크아웃의 시작이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금호가 오너의 사재출연을 요구, 두 형제는 2세들 지분까지 포함해 대주주 주식 의결·처분권을 채권단에 넘겼다. 이들이 채권단에 위임한 사재는 집을 제외한 주식과 부동산 등을 합쳐 2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당초 두 형제는 채권단의 요구를 거부했지만 막판에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박삼구-찬구 형제는 동반 퇴진하면서 계열사를 쪼개 각자의 길을 가는 것으로 '형제의 난 시즌1'이 종료됐다.

박찬구 회장은 2010년 3월에 금호석화 대표이사로, 박삼구 회장은 7개월 뒤인 10월에 금호아시아나 회장으로 각각 경영에 복귀했다. 이후 계열분리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외부적으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듯 보였다. 특히 형제는 모친 이순정 여사가 별세하자 빈소에서 손을 잡고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는 등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화해 행보를 걷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3월 금호석화가 공정위에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그룹에서 제외해달라고 신청하면서 '형제의 난 시즌2'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그러나 금호석화의 신청을 불허했다.




금호석화는 2011년 7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지난해 11월 서울고등법원에서도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박삼구 회장이 실질적으로 두 회사를 지배하고 있어 금호석화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자 금호석화는 대법원에 항소해 아직까지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양측이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갑자기 불거진 박찬구 회장에 대한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형제의 난 시즌3'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검찰의 고강도 조사과정에서 박찬구 회장은 배후로 형인 박삼구 회장을 지목했다. 급기야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회장과 그의 측근 기옥 금호터미널 사장을 사기·위증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까지 했다. 박찬구 회장은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을 것"이라며 "누구인지는 알아서 판단하라"는 발언으로 박삼구 회장을 겨냥했다.

형과 아우
누가 웃을까?

박찬구 회장은 2011년 12월 불구속 기소된 후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박찬구 회장은 2009년 6월 미공개 내부정보를 통해 금호그룹이 대우건설을 매각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미리 파악하고 자신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 262만주를 집중 매도해 102억원의 손실을 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찬구 회장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비상장 계열사인 금호비앤피화학을 포함해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장부를 조작해 자금을 횡령하거나 배임하는 등 회사의 274억원 상당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추가로 받고 있다.
이처럼 금호석화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룹으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이뤄내기 위한 소송으로 보인다. 그런데 속을 들여다보면 금호석화의 의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금호석화가 계열분리를 원한다면 금호석화가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12.61%)을 매각하면 간단하다. 이미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1년 11월 보유하고 있던 금호석화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하지만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거듭 미루고 있다.

금호석화는 처음에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을 팔되 우호세력에 매각하지만 않으면 금호석화도 미련없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박삼구 회장이 금호석화 지분 전량을 매각하자 "박삼구 회장의 매각대금 3330억원이 금호산업 유상증자 등으로 쓰인 것을 확인한 후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겠다"고 말을 바꿨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해 6월 실제로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그러자 금호석화는 이번엔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너무 떨어진 상태라 손해를 보며 팔 생각은 없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상대의 약속 이행은 지켜보면서 정작 자신들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채권단 막대한 피해 예상
금호석화 "2대주주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

금호석화는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2대주주로서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지난 1월에는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베트남 금호아시아나플라자 사이공(KAPS) 지분 50%를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한 것을 두고 부실회사의 지분을 실제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인수한 '부당지원, 모럴 헤저드'라고 비방했다.

지난 3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를 앞두고 사내이사 신규 선임안에 대하여 반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정작 주주총회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호석화의 금호아시아나그룹 흔들기에 대해 "금호산업이 상장 폐지되거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해체될 경우 금호석화는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최대한 행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호석화는 박찬구 회장과 아들인 박준경 상무 외에 고 박정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 입장에서 볼 때 추후 박철완 상무와 결별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이 필요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며 "이것이 금호석화가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을 팔지 않고 있는 이유이며, 금호산업의 구조조정을 무산시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계열사들이 매물로 나오길 고대하고 있는 이유"라고 관측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석화는 아시아나 지분을 정리한다는 채권단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고 있다"며 "그룹 정상화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사사건건 채권단과 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공정위에 문제제기를 한 것이 아니라 원칙적으로 불법인 상호출자 등을 하겠다는 금호아시아나에 대해 법리적인 해석을 요청했을 뿐이다"며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부터
'형제의 난' 발발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창립 때부터 가지고 있던 지분이고 현재 주식가치의 하락으로 매각 시 큰 손실이 우려된다"며 "산업은행이 제3자에게 지분 매각을 할 것을 요청하고 MOU를 체결한 것은 맞지만 회사의 이익이 걸려있는 상황에서 '팔아라 팔지 마라' 주장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재계에서는 양측의 대립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한때 한 가족이던 형제회사가 서로 반목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앙금을 털어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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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