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는 '민영기업' 포스코-KT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0: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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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꼬리표 뗀 지 오랜데…권력자 눈엔 '무늬만 민영기업'

[일요시사=경제1팀] '민영기업' 포스코와 KT가 또 '외풍'에 휩싸여 흔들리고 있다. '공기업'이란 꼬리표를 뗀 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근거 없는 흔들기'는 여전하다. 끊이지 않는 퇴진 압박설에 수장들의 주름은 펴질 줄 모른다. 정권교체기마다 하릴없는 정부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악순환. 그 고리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걸까?




지난 6일 일부 언론매체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청와대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후임 회장에 포스코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나왔다. 전임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채운 후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아직 1년 6개월 가량 남아 있는 상태. 정 회장은 후임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이란 근거 없는 설도 돌았다.

임기 1년 6개월
지킬까? 밀릴까?

정 회장은 특히 지난달 청와대 측으로부터 '조기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통보를 받고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지난 3일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해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대해 재계에서 '정 회장 사퇴 압박용'이란 해석을 덧붙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정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 회장이 이미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포스코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더이상 버티는 것이 개인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사퇴를 택할 것이란 얘기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포스코 측은 "정 회장이 청와대나 정부에 사의를 밝힌 사실이 없다"며 "(6일자) 해당언론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 회장은 다음달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며 "현 시점에서 거취와 관련된 오보가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도 지난달 29일 청와대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이 회장의 임기도 오는 2015년 3월까지로 1년 반 정도 남은 상태다. 이날 한 언론은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포스코, 3년 만의 특별 세무조사 추측 무성
'사퇴종용설' 이석채 KT 회장 거취는?

이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인 데다 장수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청와대도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해명했다.

이처럼 외압설이 번번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면서 재계에서는 '우회적인 사퇴압박-언론 흘리기-사정'으로 이어지는 '인사외풍'의 전형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지난 3일부터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날 오전 경북 포항제철소(29명)와 전남 광양제철소(19명),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29명) 등 총 77명의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포스코가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2010년 이후 3년 만. 포스코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정기 세무조사라고 알려왔다"며 "통상적인 조사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본사를 관할하는 대구지방국세청 외 서울지방국세청 인원이 조사에 투입된 점 ▲서울청에서 나간 조사팀은 일반적인 정기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 소속이 아닌 점 ▲사전예고가 없었던 점 ▲임원급 사무실에서까지 자료를 제출받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번 세무조사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 정 회장을 흔들기 위함이거나 종국엔 자진사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란 것이다.


'외압설' 사실무근?
전형적 '인사외풍'!

세무조사에 앞서 정부는 그동안 포스코와 '거리두기'를 해왔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 베트남 방문 동행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빠졌으며,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그룹 총수 간담회 참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만찬 초청자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이석채 KT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박 대통령의 지난 5월 방미 경제사절단의 초청장을 받지 못했고, 6월 방중 때는 포함됐지만 국빈만찬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서 KT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의 'MB색채 지우기'도 정 회장과 이 회장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MB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순수 민간기업인데
인사권은 정부가?

정 회장은 MB정부  실세그룹이었던 '영포라인(영일·포항 출신)'과 손잡고 CEO에 올랐다는 꼬리표가 아직까지도 그를 따라다니고 있으며 TK(대구·경북) 출신인 이 회장도 비슷한 의혹을 받았다. 이 회장은 특히 취임 이후 특정지역 출신과 정권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채우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2004년 전무로 승진한 정 회장은 2006년 부사장, 200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2008년 말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회장은 2009년 임기를 1년 2개월 남기고 자진사퇴한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포스코 7대 회장에 취임했다.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신화다.

포스코와 KT의 공통점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1968년 4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8년 민영화를 시작해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가 됐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지분율은 6.14% 수준이고 외국인 주주가 51.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공기업으로 있다가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수 민간기업이 됐다. 국민연금(8.65%),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자사주(6.6%), 우리사주(1.1%) 등으로 분산돼 사실상 지배주주는 없다.

그러나 포스코와 KT는 그동안 CEO 선임에서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포스코의 경우 박태준 초대 회장에 이은 2대 황경로 회장이 김영삼정부에서 1년 만에 밀려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정부가 들어서자 유상부 회장으로 교체됐다. 그 후임인 이구택 회장은 MB정권이 들어서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정 회장으로 바뀌었다.

정권교체기마다 낙하산 논란…MB색깔 지우기?
정부 지분 0%, 민영기업 인사개입 악순환 반복

KT는 합병 전 KTF 조영주 사장에 이어 사장에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며 자리를 떴고, 이후 이 회장이 사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 본인도 취임 당시 MB정권의 입김이 닿은 인선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자산규모로 포스코는 재계 6위(81조원), KT는 35조원으로 11위다. 포스코는 52개 계열사, KT는 54개 계열사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청와대 외압설과 자진사퇴설이 불거지자 재계는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정부가 도 넘은 인사외압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갈 CEO의 거취가 정권의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세계 철강 수요감소로 중대고비를 맞고 있고, KT는 LTE 주파수 권역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럴 때 인사외압은 기업 자율성을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부의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국내 최대 민영화기업인 포스코와 KT에 대한 '근거 없는 흔들기'는 향후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인사, 회장 선임해야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KT의 독립경영을 위해서는 경영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KT는 회장 선임 절차를 보다 엄격히 정해 정부개입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뽑는 식의 시스템 개선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구시대적인 인사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며 "양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전문성 있는 인사를 회장에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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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