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흔들리는 '민영기업' 포스코-KT 막전막후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16 10:4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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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꼬리표 뗀 지 오랜데…권력자 눈엔 '무늬만 민영기업'

[일요시사=경제1팀] '민영기업' 포스코와 KT가 또 '외풍'에 휩싸여 흔들리고 있다. '공기업'이란 꼬리표를 뗀 지 십 수 년이 지났지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근거 없는 흔들기'는 여전하다. 끊이지 않는 퇴진 압박설에 수장들의 주름은 펴질 줄 모른다. 정권교체기마다 하릴없는 정부의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악순환. 그 고리는 영원히 끊을 수 없는 걸까?




지난 6일 일부 언론매체가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청와대 측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 회장이 '임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명예롭게 은퇴하는 길을 택하겠다'며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 일각에서 후임 회장에 포스코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는 섣부른 관측까지 나왔다. 전임 이구택 회장의 잔여 임기를 채운 후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정 회장의 임기는 2015년 3월까지로 아직 1년 6개월 가량 남아 있는 상태. 정 회장은 후임회장이 선임될 때까지는 자리를 지킬 것이란 근거 없는 설도 돌았다.

임기 1년 6개월
지킬까? 밀릴까?

정 회장은 특히 지난달 청와대 측으로부터 '조기 사퇴하는 것이 좋겠다'는 통보를 받고 거취를 고심하고 있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지난 3일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해 전격적이고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대해 재계에서 '정 회장 사퇴 압박용'이란 해석을 덧붙인 것도 같은 이유다.

정재계 일각에서는 최근 정 회장이 이미 민영화돼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포스코 인사에 청와대가 개입하는 것이 부적절하지만, 더이상 버티는 것이 개인이나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자진사퇴를 택할 것이란 얘기도 돌고 있다. 


이와 관련 포스코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펄쩍 뛰었다. 포스코 측은 "정 회장이 청와대나 정부에 사의를 밝힌 사실이 없다"며 "(6일자) 해당언론 보도는 명백한 오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 회장은 다음달 세계철강협회 총회에서 차기 협회장으로 선임될 예정이다"며 "현 시점에서 거취와 관련된 오보가 나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석채 KT 회장도 지난달 29일 청와대로부터 퇴진 요구를 받았다는 소문에 휘말렸다. 이 회장의 임기도 오는 2015년 3월까지로 1년 반 정도 남은 상태다. 이날 한 언론은 정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제3자를 통해 이 회장에게 '임기와 관련 없이 조기 사임하는 것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포스코, 3년 만의 특별 세무조사 추측 무성
'사퇴종용설' 이석채 KT 회장 거취는?

이 보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주파수 경매가 진행 중인 데다 장수의 명예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물러날 수는 없다"고 거부했다. 청와대도 "조원동 경제수석에게 확인했는데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며 해명했다.

이처럼 외압설이 번번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면서 재계에서는 '우회적인 사퇴압박-언론 흘리기-사정'으로 이어지는 '인사외풍'의 전형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포스코는 지난 3일부터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이날 오전 경북 포항제철소(29명)와 전남 광양제철소(19명),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29명) 등 총 77명의 인력을 투입해 세무조사 자료를 확보했다. 포스코가 세무조사를 받는 것은 2010년 이후 3년 만. 포스코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정기 세무조사라고 알려왔다"며 "통상적인 조사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본사를 관할하는 대구지방국세청 외 서울지방국세청 인원이 조사에 투입된 점 ▲서울청에서 나간 조사팀은 일반적인 정기조사를 담당하는 조사1국 소속이 아닌 점 ▲사전예고가 없었던 점 ▲임원급 사무실에서까지 자료를 제출받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번 세무조사가 예사롭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소한 정 회장을 흔들기 위함이거나 종국엔 자진사퇴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용이란 것이다.


'외압설' 사실무근?
전형적 '인사외풍'!

세무조사에 앞서 정부는 그동안 포스코와 '거리두기'를 해왔다. 정 회장은 지난 5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박근혜 대통령 베트남 방문 동행 경제사절단 명단에서 빠졌으며,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10대그룹 총수 간담회 참석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만찬 초청자 명단에서도 제외됐다.

이석채 KT 회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박 대통령의 지난 5월 방미 경제사절단의 초청장을 받지 못했고, 6월 방중 때는 포함됐지만 국빈만찬에는 초대받지 못했다. 박 대통령의 베트남 방문에서 KT는 아예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의 'MB색채 지우기'도 정 회장과 이 회장을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은 MB정부 시절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순수 민간기업인데
인사권은 정부가?

정 회장은 MB정부  실세그룹이었던 '영포라인(영일·포항 출신)'과 손잡고 CEO에 올랐다는 꼬리표가 아직까지도 그를 따라다니고 있으며 TK(대구·경북) 출신인 이 회장도 비슷한 의혹을 받았다. 이 회장은 특히 취임 이후 특정지역 출신과 정권에서 내려 보낸 낙하산 인사들을 주요 보직에 채우면서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75년 공채 8기로 포스코(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2004년 전무로 승진한 정 회장은 2006년 부사장, 200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2008년 말 포스코건설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회장은 2009년 임기를 1년 2개월 남기고 자진사퇴한 이구택 전 회장에 이어 포스코 7대 회장에 취임했다.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신화다.

포스코와 KT의 공통점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1968년 4월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된 포스코는 1998년 민영화를 시작해 2000년 9월 완전 민영화가 됐다.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이지만 지분율은 6.14% 수준이고 외국인 주주가 51.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T는 공기업으로 있다가 2002년 정부가 지분을 매각하면서 순수 민간기업이 됐다. 국민연금(8.65%), 미래에셋자산운용(4.99%), 자사주(6.6%), 우리사주(1.1%) 등으로 분산돼 사실상 지배주주는 없다.

그러나 포스코와 KT는 그동안 CEO 선임에서 정부 입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포스코의 경우 박태준 초대 회장에 이은 2대 황경로 회장이 김영삼정부에서 1년 만에 밀려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임명한 김만제 회장은 김대중정부가 들어서자 유상부 회장으로 교체됐다. 그 후임인 이구택 회장은 MB정권이 들어서자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정 회장으로 바뀌었다.

정권교체기마다 낙하산 논란…MB색깔 지우기?
정부 지분 0%, 민영기업 인사개입 악순환 반복

KT는 합병 전 KTF 조영주 사장에 이어 사장에 취임한 남중수 전 사장은 2008년 11월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며 자리를 떴고, 이후 이 회장이 사장에 취임했다. 이 회장 본인도 취임 당시 MB정권의 입김이 닿은 인선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지난해 자산규모로 포스코는 재계 6위(81조원), KT는 35조원으로 11위다. 포스코는 52개 계열사, KT는 54개 계열사를 각각 거느리고 있다.

정 회장과 이 회장의 청와대 외압설과 자진사퇴설이 불거지자 재계는 민영화된 기업에 대해 정부가 도 넘은 인사외압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기업의 미래를 이끌어 갈 CEO의 거취가 정권의 입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는 결코 달갑지 않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세계 철강 수요감소로 중대고비를 맞고 있고, KT는 LTE 주파수 권역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중요한 시기인데 이럴 때 인사외압은 기업 자율성을 크게 실추시키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부의 정권교체기마다 되풀이되고 있는 국내 최대 민영화기업인 포스코와 KT에 대한 '근거 없는 흔들기'는 향후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에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인사, 회장 선임해야

전문가들은 포스코와 KT의 독립경영을 위해서는 경영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KT는 회장 선임 절차를 보다 엄격히 정해 정부개입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며 "사외이사들이 경영진을 뽑는 식의 시스템 개선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구시대적인 인사개입을 지양해야 한다"며 "양사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기능을 강화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로운 전문성 있는 인사를 회장에 선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종해 기자 <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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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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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