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성능 먼지털이 풀가동 진짜 이유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9 13: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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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원까지 탈탈…도랑 치고 가재도 잡고?

[일요시사=경제1팀] 재계가 몸을 웅크리고 있다. 올 하반기 주요 대기업들에 대한 연이은 세무조사 때문이다. 재계 서열 2위인 현대자동차가 털렸고 거리두기를 해왔던 포스코까지 건드렸다. 업계에서는 세수 부족에서 비롯된 전방위 세무조사라는 게 중론이다. 새는 세금을 막아 복지재원을 확보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맞춤형’ 조사라는 얘기다. 물론 국세청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정부의 세금징수 실적은 82조1262억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조원 줄어든 수치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국세징수는 목표액(210조원)에 크게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는 실정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세청은 그 어느 때보다 이곳저곳에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첫 번째 타깃은 금융업계였다. 국세청은 올들어 가장 먼저 SC은행을 털었다. 2월22일 SC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3일 뒤 국민은행을 들여다 봤으며 신한은행과 농협중앙회에 대한 세무조사를 예고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이미 원천징수 관련 조사를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 9조 부족
현미경 조사 실시

증권업계에서는 교보증권에 이어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다. 국세청은 조사인력도 정기조사 때보다 2배나 많이 투입했고 기간도 4∼5개월로 길게 잡는 이른바 '현미경 조사'를 실시했다.

금융업계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는 지난 8월 재계를 뒤흔들었다. 두 번째로 세무조사를 받은 국민은행이 세금 폭탄을 맞은 것. 최대 2000억원대 중후반의 추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은행의 2분기 당기순이익(488억원)의 4배 이상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세청은 우선 과거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 발행 및 500만원 이하 소액 채권의 대손상각 과정에서 국민은행이 세금을 탈루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500만원 초과 채권의 경우 대손상각 후 손비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소액 채권의 경우 금감원에 신고만 하면 손비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은행은 이 점을 이용, 만약 한 사람이 카드 채권 300만원, 대출 채권 300만원을 가졌을 경우 각각을 별도의 상품으로 보고 임의로 손비 처리해왔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국세청은 세금과 가산세를 내야 한다는 입장. 이 경우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2400억원의 추징금이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민은행이 고객 정보를 계열사에 헐값으로 제공하고 소득을 누락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덜 받은 정보사용료에 대한 세금도 모두 내야 한다. 이 금액이 더해지면 국민은행은 3000억원에 육박하는 세금 폭탄을 짊어져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의 막대한 세금폭탄 소식이 전해지자 다른 금융회사들도 긴장을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은행보다 앞서 세무조사를 받은 SC은행은 물론 아직 세무조사가 진행 중인 보험·증권 회사 역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포스코, 현대차…무차별 대기업 세무조사 
인원·기간 대폭 증가 "일단 털고 보자?"

대기업 계열사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지난해 LG전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해 올 초 10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했다. 지난 2∼7월까지는 LG디스플레이가 세무조사를 받아 300억원대의 세금을 추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부터는 LG상사도 세무조사 대상이 되어 약 120일간의 일정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LG그룹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모두 세금 탈루 혐의를 포착하고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종합상사 1위 업체인 SK네트웍스도 지난 4월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기간은 오는 10월 말까지 6개월로 국세청은 SK네트웍스가 2009년 워커힐을 합병하면서 회계처리를 정상적으로 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0년 매출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줄어든 배경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자금 조성 의혹 혐의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CJ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CJ푸드빌이 지난 4월 중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다. CJ푸드빌은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와 프랜차이즈 빵집 뚜레쥬르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며 전국 매장 수는 2000개에 달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베트남 등 8곳에 해외 법인을 세웠다. CJ그룹의 해외 법인은 140개. 지난해에만 30여개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 국세청은 이 점을 주목해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하반기에는 주요 대기업의 '몸통'에 대한 세무조사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지난 3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와 포항 포스코 본사, 광양제철소 등 3곳에 국세청 직원들이 예고 없이 들이닥쳤다. 70여 명의 국세청 직원이 투입돼 사무실을 '이 잡듯' 뒤졌고 회계장부 등 세무 관련 자료를 챙겼다.

국민은행 세금 폭탄
금융업계 '촉각'

포스코는 2005년, 2010년 등 5년 단위로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다. 기간을 지킨다면 2015년에야 조사를 받는 게 정상이다. 이번 세무조사가 이례적이라는 얘기다. 국세청과 포스코는 "정기 세무조사"라고 했지만 정기 세무조사는 통상 열흘 전에 통지한다. 심층조사를 전담하는 국세청 조사4국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정 회장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09년 포스코 회장에 취임한 뒤 지난해 2월 재 선임돼 2015년 3월까지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인 퇴진 압박에 시달려왔다.

실제 지난달 28일 박 대통령이 대기업 회장단을 초청한 오찬 회동에 정 회장이 제외됐으며 지난 6월 박 대통령 방중 시 국빈만찬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또한 새 정부 출범 때마다 포스코 회장이 바뀐 전례도 있다.

정기조사라지만…
'불똥'튈까 긴장

그렇지만 업계 대부분은 박근혜정권 출범 초부터 복지재원 마련과 경제민주화 실현 등을 위해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한 것이 포스코로 이어졌다는 분석에 힘을 싫고 있다.

포스코는 2005년 정기 세무조사에서 1800억원 가량을 추징당한 바 있다.

국세청은 조만간 현대자동차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국세청이 최근 현대차에 세무조사 계획을 전달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현대차는 관련 서류를 준비하는 등 세무조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2005년 9∼12월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와 2007년 6월 진행된 특별 세무조사 이후 6년 만에 실시되는 조사다. 현대차는 2005년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 결과 1962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추징액 상당부분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 안고 있던 현대우주항공(현 한국항공우주산업) 보증채무 2100억여원을 해소할 목적으로 단행된 계열사 유상증자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점에 착안해 추징된 세금이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국세청이 르노삼성과 한국GM 등 최근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무조사에서 해외 본사와의 거래 가격·로열티 과다 지급 등을 문제 삼은 점을 들어 현대차의 세무조사도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쟁점은 해외 거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세무조사를 받고 올 초 700억원의 추징금을 통보받았다. 당시 국세청은 부품 값을 비싸게 수입해 오고 완성차 가격을 싸게 수출한 것은 아닌지와 로열티 지급 등이 적절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닛산은 지난 2000년 르노삼성 출범 이후 로열티로만 4944억원을 받아갔다. 르노삼성은 억울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낸 상태다. 이런 분위기를 볼 때 국세청이 현대차의 해외 법인과의 거래 내역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것이라는 것.


상반기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61.4%. 상반기 국내·외에서 만들어 판매한 238만여 대 중 국내 판매량은 13%(32만여 대)에 불과하다. 법인세의 근거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해외 매출에 의해 좌우된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세무조사에 관한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조사가 이뤄진다 해도 정기조사 차원일 것이라는 입장. 그러나 예기치 못한 '불똥'이 튈까봐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효성그룹의 경우에는 특별 세무조사가 조세범칙조사로 전환됐다. 조세범칙조사는 단순 세무조사와는 달리 이중장부나 서류 위조 등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납세자를 대상으로 벌이는 고강도 세무조사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경영진 2명은 탈세 혐의로 아예 출국이 금지되기까지 했다.

웅크린 재계 "해도 너무 한다"
복지재원 확보용 '맞춤형 조사'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5월말 시작됐다. 국세청은 조사 과정에서 조 회장의 차명 재산과 분식회계를 통한 거액의 탈세 혐의를 포착했고 세무조사의 성격을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달 중 효성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마치고 조세범칙심의위원회를 열어 효성그룹에 대한 세금 추징과 검찰 고발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사상 최대의 시험대에 올라있다. 국세청은 지난 7월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에 대한 세무조사에 돌입했다. 통보도 없었고 인원만 150여명이 동원됐다. 앞서 2∼6월에는 호텔롯데에 대한 세무조사가 실시됐고 당시 국세청은 호텔롯데에 20억원 이상의 세금을 추징했다.

이밖에도 국세청은 조세 회피지역인 버진아일랜드 등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난 OCI 등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23개 기업에 대해 동시 세무조사에 들어갔으며 NHN, 동아제약, CJ E&M 등 주요 대기업 및 그 계열사와 인천공항공사 등 대형 공기업까지 조사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증세 없는 복지확대'를 약속하면서 국세청에서 그 '행동대장' 역할을 부여했다. 복지로는 무상보육·반값등록금·기초연금 등의 사업을 약속했으며 대선 전 발표한 새누리당 계산에 따르면 이들 공약 이행을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총 134조5000억원, 연간 27조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국세청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오랜 숙원이던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권 확대를 요구해 지난 7월,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11월부터는 정보 활용 범위가 확대되게 됐다.

또한 국세청은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기획단'을 새로 만들었다. 국세청 차장을 단장으로 하고 총괄기획분과·탈세대응분과·세원발굴분과·체납추적분과로 구성했다. 기획단 규모는 4팀, 74명이다.

지하경제 추적 조사를 위한 조사전담팀도 만들었다. 지방청 조사 분양에는 400여명, 조사팀 70여개를 보강한 데 이어 서울청 조사2국과 4국을 각각 개인, 법인 분야 지하경제 추적조사 전담조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손발이 되기 위해 몸집을 불린 것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 기업도 늘었다. 500억원 이상 매출기업 가운데 세무조사 비율은 16%였지만 올해는 20%로 올려 잡았다. 조사대상 기업은 1170곳으로 늘었고, 조사기간도 통상 3∼4개월에서 6∼8개월로 길어졌다.

확대 해석 경계
"별도 목적 없다"

하지만 아무리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세수확보 차원이라고 할지라도 다소 과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가뜩이나 경제심리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탈세근절도 좋지만 자칫하다가는 기업의 투자위축이나 실물경기 침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련도 국세청이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조사 강도·기간을 강화하고 있고 가능한 과세를 하는 방향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은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최근 침체된 경제상황을 고려해 세무조사를 가급적 자제해달라는 재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사비율을 낮추겠다는 방향도 밝힌 상태라는 점도 설명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7월 말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비롯하여, 최근 경기침체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조선·해운 업종에서 세무조사를 축소하고 조사건수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최근 세무조사가 세수확보 등 별도의 목적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세청은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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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