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비리 파문 구자열 LS그룹 회장 덮치나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4:5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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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 드러나는 원전 수사

[일요시사=경제1팀] 원전 비리 파문이 일파만파다. JS전선에 이어 LS전선이 탈탈 털린 가운데 LS 구씨 일가에 대한 도덕적 책임론이 거세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놓일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그룹 측은 "관련 없다"는 입장이지만 LS그룹의 경영지배구조를 살펴보면 마냥 '강 건너 불구경'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전 비리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점점 '몸통'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검찰 원전비리 수사단(단장 김기동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은 지난 5월30일 원자력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와 관련, 불량부품을 제조한 JS전선과 성적표를 위조한 새한티이피 본사 등 4곳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 대검찰청은 원전 비리 사건과 관련해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원전비리 수사단'을 설치했다.

몸통 드러나나?

지난 6월23일에는 엄모 KS고문과 문모 전 대리가 원전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불량 케이블을 납품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으며 8월14일에는 조모 LS전선 전 차장과 황모 전 직원 등 2명이 구속됐다.

이들은 2006년 LS전선이 울진 원전 3∼6호기의 공조 설비에 냉각수를 공급하는 부품 등을 생산해 납품하는 하청업체가 생산을 중단하자 다른 업체가 생산한 2266만원어치의 부품을 납품하면서 생산을 중단한 하청업체 명의의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차장 등이 구속된 지 이틀 뒤 검찰은 LS전선을 털었다. LS전선이 원전 제어케이블 등을 납품하면서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잡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8월16일 경기도 안양시 LS전선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컴퓨터 파일, 회계장부 등의 서류를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은 제어케이블 납품에 대한 컴퓨터 파일과 내부문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 발생 때 원자로 냉각, 원자로 건물의 압력 저감, 내·외부 방사선 격리 등을 담당하는 안전설비에 동작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이다. 이 부품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핵연료 냉각과 외부로의 방사성 물질 차단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을 정도로 원전의 안전을 담보하는 핵심 부품이다.

검찰은 LS전선이 한빛 3∼6호기, 한울 3∼6호기, 신월성 1·2호기, 신고리 1·2호기 제어케이블 등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대한전선, 서울전선, 극동전선 등 국내 전선업체들과 사전에 입찰가격을 조율해 낙찰가격을 높이거나 서로 낙찰되도록 밀어준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

JS전선은 LS그룹 계열사인 LS전선이 2005년 인수한 케이블 전문회사로 LS전선이 지분 69.92%를 보유하고 있으며 LS전선의 지분 87%는 ㈜LS가 갖고 있다. LS전선은 고 구두회 전 예스코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구자은 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경영 전반을 맡고 있으며 JS전선은 지난 3월 구자엽, 최명규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특히 검찰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인 구자엽 LS전선 회장이 JS전선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것과 함께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지난 몇 년간 양 사를 이끌었던 점을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은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홍 회장이 지난해 말 물러난 후 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열 회장이 총수직을 수행하고 있다.

LS전선과 자회사 JS전선이 출혈 경쟁을 벌이면 서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JS전선이 제어케이블 입찰에 나서면 LS전선은 전력·계장케이블 수주에 나서는 등 두 회사가 담합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신고리 1∼2호기에는 JS전선이 제어케이블을, LS전선은 전력·계장용 케이블을 각각 납품했다.

검찰 수사 급물살 LS전선 본사 압수수색
경영진 책임론 부상…향후 전개에 촉각

일각에서는 구자열 회장이 두 회사에 재직할 당시 있었던 일인 만큼 검찰 칼끝이 구자열 회장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자열 회장이 지난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 만찬에서 제외됐을 당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JS전선 원전 비리 의혹과 구자열 회장이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며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 수사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원전 비리에 따른 검찰의 압박은 LS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자열 회장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LS그룹 관계자는 "현재 LS전선이 받고 있는 담합 혐의 관련 금액 규모는 2260만원 선이다"며 "이 정도 금액에 구자열 회장이 직접 관여를 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자열 회장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르려면 구체적인 단서 등이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LS전선 압수수색 후 일부 관계자가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을 제외하고는 그룹 측에 조사 결과가 통보된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구자열 회장의 방중 만찬 제외와 관련해서는 "만찬 장소 자리가 제한적이어서 중기 대표, 재벌 순위를 고려해 좌석 배정을 했기 때문"이라며 "만찬에 빠진 총수들 모두 LS그룹 순위 이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원전 비리 말고도 구자열 회장의 발목을 잡는 문제는 또 있다. 구자열 회장이 LS전선 대표이사 재직 시절 실시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의 여파로 LS전선이 1000%가 넘는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미국 자회사 수페리어에식스(SPSX)와 중국 자회사 LS홍치전선의 실적 부진이다. LS전선은 지난 2005년 진로산업(현 JS전선)을 81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2008년 세계 최대의 전선업체 SPSX를 약 8억3000만달러(약 923억원)를 들여 차입인수(LBO) 방식으로 인수했다. 2009년에는 홍치전기(현 LS홍치전람) 인수에도 약 200억원을 들였다.

타깃은 어디?

SPSX의 미국 사업을 담당하는 지주회사 싸이프러스인베스트먼트는 올 상반기 3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LS홍치전람은 134억원의 손실을 냈다.

이 외에도 배전·자동차용 선재 생산을 담당하는 GCI와 유리·창호를 담당하는 알루텍, 위성통신 방송관련 기기 및 전자기기를 담당하는 코스페이스 등도 지난해 말 기준 6억∼30억원대의 순손실과 최대 13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기록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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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