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사모펀드 불편한 동거 백태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4: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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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 재계 위협 공공의 적

[일요시사=경제1팀] ING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가 선정됐다. 인수는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친 뒤 연말에 최종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변수는 있다. 그간 국내기업을 인수한 사모펀드가 끊임없이 빚어온 '먹튀' 논란이다. '론스타-외환은행' '뉴브리지캐피탈-제일은행' 등이 대표적이다. ING생명과 MBK파트너스 역시 '먹튀 트라우마'를 떠올리게 한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ING생명 한국법인을 인수하기로 했다. ING그룹은 이 같은 내용 지난달 26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날 MBK는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하고, ING그룹은 주식인수대금 중 1200억원을 재투자한다는 내용의 인수본계약(SPA)에 서명했다.

MBK는 최대 5년간 ING 브랜드를 사용하고 ING그룹은 향후 1년간 자문과 기술적인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ING생명은 앞으로 MBK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독립·독자적인 기업체로 경영되며 인위적 구조조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금융위
인수 적정성 검토

MBK는 재원 1조8000억원 마련을 위해 인수금융 8000억원을 포함, 자기자본 약 1조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인수 금융에는 우리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KB국민은행 등 3개사가 참여했다. 자기자본 1조원 중 6800억원은 MBK 3호 펀드에서 출자하며 국내연금, 새마을금고 등 국내연기금의 투자를 받을 계획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캐나다 PSP인베스트먼트가 2000억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1200억원은 ING생명이 재투자한다.

인수 금액을 두고 업계에서는 MBK가 유리한 거래를 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처음 ING생명 한국법인이 매물로 나왔을 때 가격이 3조원에 육박했고, 지난해 KB금융과 매각 협상을 할 때에도 2조원 초반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ING그룹은 2008년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1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을 올해까지 50% 초과, 2016년까지 100%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남은 관문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변경 승인 여부다. 금융당국은 MBK의 ING생명 인수 적정성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로 MBK가 사모펀드라는 점을 들고 있다.

2005년 설립된 MBK는 국내 최대의 사모펀드다. 운용자금은 2012년 기준 약 4조원.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으로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넷째 사위인 김병주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1호 펀드로 한미캐피탈, HK저축은행, C&M, 중국의 베이징보웨이공항지원, 루예제약, 일본의 야요이, 타사키, 대만의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를 인수했으며 이중 한미캐피탈(현 우리캐피탈), 차이나네트워크시스템즈, 갈라TV, 루예제약은 투자를 회수했다.

2호 펀드로는 두산테크팩, 영화엔지니어링, 금호렌터카, 중국의 GSEI, 뉴차이나생명, 일본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 인보이스를 사들였고 이후 금호렌터카는 KT렌탈로 합병됐으며, MBK는 KT렌탈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회수했다.

3호 펀드는 2012년 1차 자금조달로 약 1조4000억원을 유치했으며 최근 HK저축은행, 코웨이, 네파 등을 인수했다.

이와 관련 ING생명 노조는 "MBK는 HK저축은행을 인수한 후에 직군 분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했고 C&M 인수 후에는 하청을 통한 무분별한 분사를 시도해 노동자들이 MBK의 핍박에 맞서 노조를 만들었지만 55일간의 파업 후에야 노조를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ING생명 우선협상자 1조8000억에 MBK 선정
혹시 또…론스타 먹튀 트라우마 '조마조마'

또한 노조는 "이러한 경영형태를 볼 때 MBK는 보험회사의 기반이 되는 노동자를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본의 이익 극대화만을 쫓기 위한 탄압과 구조조정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든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다. 사모펀드의 운용은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모집하여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참여를 하게 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주식을 되파는 전략을 취한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모투자전문회사를 말하며 우리나라 투자신탁업법에서는 100인 이하의 투자자, 증권투자회사법에서는 50인 이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모집하는 펀드를 말한다. 사모펀드는 금융기관이 관리하는 일반 펀드와 달리 개인 간 계약 형태를 띠고 있어 금융감독기관 감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재벌들의 계열사 지원이나 내부 자금 이동 수단, 불법 자금 조달 등에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부작용은 구조조정으로 기업 체질개선을 하기보다 비용 절감 등 단기 처방으로 기업 가치를 올려 되파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먹튀'다.

국내에서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때는 1998년 외환위기(IMF) 이후 국내 기업을 인수한 상당수 사모펀드가 고배당과 유상감자 등을 실시해 회사 미래가치를 훼손하고, 당장의 경쟁력만 강화시켜 차입금과 고수익을 일으키면서부터다. 

대표적인 게 '론스타 사태'다.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모펀드 론스타는 IMF 직후 한국시장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당시 론스타는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에서 부실채권을 사들인 후 이를 되팔아 이익을 거두는 형태의 영업을 했다.


2000년부터는 부동산 사업에 손을 뻗쳐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6330억원에 인수해 3년 뒤 매각, 3120억원의 차익을 남기는 등 뛰어난 사업수완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론스타와 한국 간 큰 갈등은 없었으나 2003년 8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탈세 혐의 등 각종 고발에 시달렸고 이후 막대한 배당금을 챙겨가면서 '먹튀'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을 통해 약 4조6600억원의 차익을 챙겨 9년 만에 한국을 떠났다.

끝나지 않은
론스타 사태

'론스타 사태'는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IB업계에서는 한국은 투자하기에 적절치 못한 곳이라는 인식이 퍼졌고 해외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론스타라는 실체는 한국 땅에서 사라졌지만 한국 사회에 남긴 여운은 아직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론스타 사태로 몸살을 앓는 동안, 다른 사모펀드들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수익을 남겼다.

에어컨 생산 업체로 유명한 만도는 회사가 둘로 쪼개진 채 각각의 사모펀드에 인수되면서 만신창이가 됐다. 1998년 미국 사모펀드 로스차일드에 매각된 만도기계는 만도공조(위니아만도)와 ㈜만도로 분리돼 각각 UBS캐피탈 컨소시엄과 JP모건 자회사인 선세이지에 팔렸다.

선세이지는 회사에 대한 투자는 외면하고 2002년 유상감자를 통해 ㈜만도로부터 950억원을 회수했다.

UBS캐피털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위니아만도의 소유주가 된 유럽계 사모펀드 CVC캐피털은 페이퍼컴퍼니인 만도홀딩스를 만들어 인수·합병하면서 만도홀딩스 주식 절반을 유상 소각해 520억원이 넘는 자본금을 회수했다.

오리온전기 인수
반년 만에 청산

오리온전기는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뒤 반년 만에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6개월간 매틀린패터슨의 행보는 거리낄 것이 없었다. 2005년 4월27일 오리온전기를 인수한 매틀린패터슨은 일주일 뒤인 5월2일 오리온전기의 주식 100%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라는 회사에 넘겼다. 이틀 뒤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OLED 사업부문을 분사해 오리온 OLED를 설립했다. 이후 5월13일 엘렉트라인베스트먼트는 오리온전기 주식을 50%씩 나눠 트랜스캐피털그룹과 파트너얼아이어드그룹에 넘겼다. 이 두 회사는 모두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홍콩에 본사를 둔 오션링크라는 회사가 100% 주주다. 결국 오리온전기 지분 모두가 오션링크에 넘어간 것. 그리고 10월31일 오션링크는 오리온 전기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유수의 재벌그룹들도 사모펀드의 힘을 피할 수 없었다. 2004년 SK는 미국계 사모펀드 소버린자산운용이 SK(주) 지분 8.6%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참여를 선언,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SK(주)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지분율은 고작 0.72% 수준.

반면 소버린은 경영 참여 선언 1년 전부터 SK그룹이 SK글로벌 분식회계 등으로 흔들릴 때마다 값이 내려간 SK(주) 주식을 싸게 사들여왔다. 이후 소버린은 1768억원을 들여 SK(주) 지분의 14.99%를 추가로 확보하며 최 회장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고 최 회장과 소버린은 치열한 지분경쟁에 돌입했다.

최 회장은 2005년까지 SK(주) 주식 25만3648주를 사들이면서 경영권 방어에 나섰고 2년여에 걸친 이들의 분쟁은 소버린이 공시를 통해 투자 목적을 '경영 참여'에서 '단순 투자'로 변경하면서 마무리됐다. 이후 소버린은 보유하고 있는 SK(주)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고 선언했다. 결국 1768억원을 투자해 SK(주) 지분을 사들인 소버린은 2년 뒤 8000여억원의 이익을 챙겨 떠난 셈이 됐다.

KT&G는 '기업사냥꾼' 칼아이칸에 호되게 당했다. 2006년 칼아이칸은 KT&G의 지분을 6.59% 확보하고 2대주주로 올라서면서 KT&G 측에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상 경영권을 압박한 것. 이후 칼아이칸은 KT&G의 주식 한주에 6만원으로 매수하겠다고 공개매수 의사를 나타내면서 집요하게 KT&G를 압박했고 당시 최대주주인 프랭클린뮤추얼이 칼아이칸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자 KT&G는 국민연금 등의 힘을 빌려 간신히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그러나 칼아이칸은 보유하고 있던 KT&G 주식 700만주를 팔아치워 1500억원이라는 시세차익을 남기고 떠났다.

장류 생산 전문업체 샘표와 자동차 와이퍼 생산업체인 캐프는 최근까지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사외 이사 정도로 경영권에 간접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버린·칼아이칸 공격에 SK·KT&G 흔들
샘표·캐프 적대적 M&A로 최근까지 골머리

그러나 지난해 12월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IMM프라이빗에쿼티(이하 IMM)는 캐프 경영진에 전환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IMM은 같은 계열인 IMM인베스트먼트와 함께 2010년 5월 캐프에 600억원을 투자, 캐프 보통주 5만주(10.22%)와 우선주 28만8892를 보유한 주요주주다. IMM의 우선주는 보통주 10주 이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다.

캐프의 경영진과 노조는 대자본의 '기업 강탈'이라고 비난하며 강력히 맞섰다. 고병헌 전 대표는 보통주 전환을 승인하지 않았고 결국 IMM은 지난 2월 법원에 주주지위확인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해 지난 5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IMM이 본격적으로 경영 참여를 시작하자 캐프 노조는 지난 7월 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나 새로운 경영진인 IMM 측이 총 6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회사의 자본을 확충하고 재무구조 안정에 나서면서 노조 측도 이를 경영정상화의 단계로 보고 보름 만에 조업을 완전 정상화했다.

샘표식품은 우리투자증권이 운영하는 사모펀드 마르스1호와 6년간의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마르스1호는 2006년 9월 박진선 샘표식품 대표의 이복동생인 박승재 전 사장이 넘긴 샘표식품 지분 24.1%를 매수한 이후 적대적 인수·합병을 선언하며 샘표식품 측과 대립각을 세웠다. 마르스1호는 2007년 3월 샘표식품 주식을 추가 매입, 지분율을 29.97%까지 끌어올렸고 샘표식품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샘표식품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이후 2008년 4월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 계획을 전격 발표했으며 샘표식품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백기사로 풀무원과 전략적 파트너로 손을 잡으면서 맞섰다.

캐프 공장 중단
보름 만에 재개

마르스1호는 지난 6년간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및 감사선임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지속적인 공개매수에도 불구 주총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표 대결에서 밀리며 주주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도 못하고 이 지분을 매각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샘표식품이 자기주식 120만주를 공개매수를 통해 300억원에 취득한다고 밝히면서 6년간의 지지부진한 경영분쟁은 '마침표'를 찍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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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