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떠도는 ‘숨바꼭질 괴담’ 추적

  • 이광호 khlee@ilyosisa.co.kr
  • 등록 2013.09.02 11:5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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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관 정체불명 알파벳…혹시 살인마 암호?

[일요시사=사회팀] 영화 <숨바꼭질>은 ‘초인종 옆 의문의 암호’와 관련된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현재 관객수 500만을 향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영화 속 초인종 암호가 주택가에서 실제로 발견되고 있어 의문이 일고 있다.



영화 <숨바꼭질>은 전세계를 경악케 한 일명 ‘초인종 괴담’ ‘숨바꼭질 괴담’이 모티브다. 2008년 도쿄를 시작으로 뉴욕, 유럽, 상하이 그리고 서울 및 수도권 지역에까지 걸쳐 발견된 초인종 옆의 수상한 표식과 관련된 이 도시괴담은 누군가 거주자의 성별, 숫자 등을 초인종 옆에 의문의 암호로 표시한 뒤 범죄에 사용한다고 알려져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공포 영화가
현실에서도…

“우리 집에 낯선 사람이 숨어 살고 있다면?…” 영화 <숨바꼭질>의 주인공 성수(손현주)는 고급 아파트에서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러나 하나 뿐인 형에 대한 비밀과 지독한 결벽증을 갖고 있다. 어느 날 그는 형의 실종 소식을 듣고 수십 년 만에 찾아간 형의 아파트에서 형을 알고 있는 주희(문정희) 가족을 만나고 집집마다 새겨진 정체모를 암호를 본다.

“제발 그 사람한테 제 딸 좀 그만 훔쳐보라고 하세요” 어린 딸과 단 둘이 살고 있는 주희는 자신의 집을 훔쳐보는 누군가의 존재를 느끼며 두려움에 떤다. 낡은 아파트의 암호를 찬찬히 살펴보던 성수는 그것이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을 알게 된다.  

형의 아파트를 뒤로한 채 자신의 안락한 집으로 돌아온 그 날, 성수는 형의 아파트에서 봤던 암호가 자신의 집 초인종 옆에서 새겨진 것을 발견한다.

<숨바꼭질>의 허정 감독은 “요즘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이 아니라, 피부에 와 닿는 현실적인 두려움”이라며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게 된 의도를 밝혔다.

그런데 지난달 <숨바꼭질>이 개봉한 이후 이와 관련된 괴담이 무성하다. 이 영화 줄거리의 핵심내용인 ‘초인종 옆 의문의 암호’가 실제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영화 관객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의 집 초인종을 한번씩 확인해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영화 속 장면이 현실에 그대로 나타난 경우가 있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다.

영화 <숨바꼭질>처럼…초인종 표식 확인
서울·수도권 일부 아파트·원룸서 발견

인천에 사는 A씨는 무더운 여름에 땀을 식히며 스릴러물인 숨바꼭질의 개봉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지난달 개봉 당일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뭔가 찜찜함을 느꼈다. 낙후된 복도식 아파트였던 영화의 배경처럼 자신이 사는 아파트도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였기 때문이다. A씨는 설마 하면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 설마는 현실이 됐다. 집으로 돌아간 A씨가 확인한 결과 초인종 밑에는 검정색 볼펜으로 비교적 뚜렷한 암호가 새겨진 흔적이 있었다. A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고요한 정적이 흘렀고 A씨는 자신이 사는 6층을 포함해 아파트 단지 1층부터 18층 까지 전 층의 초인종 밑을 확인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A씨는 “처음에 깜짝 놀라 당황했다”며 “혹시나 영화를 본 아이들의 장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전 층을 다 돌며 확인 작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여러 집에 낙서가 있다면 아이들의 장난으로 쉽게 넘겨버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A씨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A씨의 집만 유일하게 암호가 새겨져 있었다. A씨 집 초인종 밑에는 ‘□1 ○1 △2’표시가 진하게 나타났다. 이는 ‘부(□1) 모(○1) 자녀(△2)’라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A씨의 가정은 4인 가족이다. 그리고 현재 4인 모두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즉 평일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A씨는 암호 낙서의 범인이 이 점을 노린 것이라고 판단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A씨의 신고에 경찰은 황당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A씨는 답답해하며 경찰서 안에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러한 사실을 경찰에게 알렸다. 경찰은 그제야 A씨의 신고내용을 진지하게 들었다. A씨는 초인종 암호 흔적을 보여주며 아파트 단지 순찰 강화를 요구했다. 경찰은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조금 황당하긴 하지만 아파트 단지의 순찰을 강화하겠다”며 “현재 순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아파트 경비원도 이러한 사실을 숙지해 거수자를 발견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초인종 표시
누가? 왜?

파주에 사는 B씨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 A씨와 마찬가지로 B씨도 <숨바꼭질>의 개봉을 기다려 영화를 관람했다. B씨의 집은 A씨의 집처럼 복도식 아파트가 아니었음에도 B씨는 초인종이 궁금했다. 결국 B씨도 수상한 암호를 자신의 집 초인종에서 발견했다. 영화의 흥분을 가라앉히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B씨의 집 초인종 옆에는 ‘○/√’, 동그라미와 브이체크 표시가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사는 B씨는 순간 두려웠다. 그리고 반대편 이웃집의 초인종을 다급히 확인했다. 그런데 이웃집의 초인종에도 ‘○/√’, 동그라미와 브이체크 표시가 있었다.

B씨는 “설마하며 우리 집과 이웃집의 초인종을 봤는데 똑같은 표시가 있었다”면서 “혹시 신문배달원이나 요구르트 아줌마가 남긴 표시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두 집 다 관련 없다”며 “모녀 가정인 우리집과 독신여성인 이웃집을 노린 것 같다”고 말하며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사실 암호에 대한 해석은 쉽게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의 특성을 고려해 이러한 사실을 비춰본다면 어느 정도 추측은 가능해 보인다.

최근 이처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낙후된 복도식 아파트나 원룸촌의 초인종 옆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표식이 적혀 있다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꽤 오싹한 이야기다. 그 표시라는 것도 연금술의 금속 기호나 카발라 기호처럼 그럴듯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α’ ‘β’ ‘x’ 등 간단한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이 다였다. 그러나 오히려 그 단순성 때문에 공포는 배가되고 있었다. 대체로 혼자 혹은 여성들만 사는 집을 노리는 도둑들의 영업지도가 아닐까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1○1△2’‘○/√’
“도대체 이게 뭐지?”

그러나 이러한 괴담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만도 초인종 표식 괴담과 대학가 원룸 표식괴담 실화 등이 지난 2009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매해 뉴스를 통해 보도되고 있다. 또 누리꾼들의 실제 목격담들이 줄을 잇는 등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며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2010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도 초인종 괴담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바 있다.

이러한 ‘초인종 괴담’ 실화는 누리꾼들 사이에서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 경험 사례가 댓글을 통해 전해지며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건 한국에만 국한 된 괴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세계적인 사회문제로 주목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뉴욕 아파트 영상’으로 알려진 숨바꼭질 괴담은 2009년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며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공개된 영상은 뉴욕의 한 남성이 집 안의 음식이 계속 없어지는 것을 의심하던 중 거실에 직접 CCTV를 설치해 포착해 낸 실제 장면이다.

앞서 2008년 일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헤어진 여자 친구의 집에 숨어사는 엽기남이 화제가 되기도 하는 등 낯선 사람이 남의 집에 몰래 숨어 사는 영화와 같은 일이 실제로 매해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해당 사건의 피해자들은 “누군가 나도 모르는 새에 내 집을 염탐하고 숨어 살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당황스럽고 두려운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경비 취약한 곳
여성집 집중공략

초인종 옆 네모, 동그라미, 세모와 숫자로 이뤄진 의문의 상징. 영화 <숨바꼭질>은 극초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기 위해 이 같은 이상한 암호를 등장시켰다. 그리고 이 암호는 현실에서도 발견됐다. 이 같은 암호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하면서 많은 변화를 겪어왔다고 한다. 제작과 복잡성, 해석법 등에 따라서 그 세대를 구분짓기도 한다.

천정희 서울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1세대 암호는 패스워드 방식, 2세대는 군사·외교 등 중요한 비밀데이터를 보호하는 데 사용한 대칭키 암호, 3세대는 전사서명 및 공인인증서를 바탕으로 한 전자상거래에서 자주 활용하는 공개키 암호, 4세대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계산을 가능하도록 한 암호이다.

<숨바꼭질>에 등장하는 암호는 수작업을 통한 방법으로 개념상으로는 2세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수작업을 통한 암호는 예컨대 1941년 12월7일 일본 연합함대가 본국에 타전한 암호 전문인 ‘도라 도라 도라’가 이에 속한다. 우리말로 ‘호랑이 호랑이 호랑이’이란 뜻을 가진 이 암호는 태평양전쟁·제2차 세계대전 도발을 알린 것이었다.

모녀가정·독신여성 범죄자 타깃 
암호 새겨 범죄지도 데이터 추정

암호는 종류가 다양하나 작성 방식을 기준으로 볼 때 문자암호(Cipher)와 어구암호(Code)로 분류된다. 문자암호는 다시 전자(轉字)·환자(換字)방식으로 나뉘어진다, 이 중 전자방식은 말 그대로 문장 안의 글자 순서를 서로 바꿔 암호화하는 것이다. 예컨대 ‘일요시사’를 ‘시요사일’처럼 순서를 바꾸는 간단한 방식이다.

환자방식은 일정한 규약에 맞춰 제작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09 12152205 251521’이란 숫자를 알파벳 A부터 숫자 1을 대입하면 위의 숫자 배열은 곧 아이러브유(I Love You) 말로 해석되는 원리다.

어구암호는 어구 하나하나를 일정한 기호로 바꿔 쓰는 방식을 말한다. 사용되는 어구 수가 너무 많아서 암호를 작성하거나 해독하기 위한 암호책(Code Book)이 필요했다.

1970년대 이르러 암호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한다. 정수론과 타원곡선, 대수기하, 조합이론 등 다양한 수학이론이 동원됐기 때문이다.

최근 암호는 제품의 상품성과도 직결된다. 스마트폰 화면을 열 때 공개키와 대칭키 등의 암호모듈이 적용돼 ‘당신의 개인정보를 잘 지키고 있다’는 식의 신뢰감을 안겨준 탓이다. 이는 곧 제품판매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지면서 암호화 기술은 아주 난감한 상황을 풀어내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만일 이륙 직전 비행기에 탑승금지자 명단에 오른 테러리스트가 탔다고 가정해보자. 법률적으로 테러리스트 명단은 외부로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받는다. 또 비행사는 탑승자들의 개인정보를 고객간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정보 당국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럴 경우 탑승금지자 색출이 가능할까.

우선 CIA나 FBI가 보유한 테러리스트 명단을 암호화된 상태로 넘겨받는다. 또 비행사의 탑승자 명단도 같은 암호화 방식으로 처리된 데이터로 받은 후 이 데이터의 교집합을 이룬 암호만을 찾아 복호화(암호번역)하면 된다. 이럴 경우 다른 사람들의 신분은 드러나지 않은 상태로 탑승금지자를 찾아낼 수 있다.

세상 삭막할수록
괴담은 꽃핀다

이번 초인종 괴담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상태다. 단지 추측만 무성할 뿐, 암호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한 가지 의문점은 범인이 암호로 흔적을 남긴다는 자체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 이러한 미심쩍은 흔적을 두고 일각에서는 절도나 강도의 범죄는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범죄의 연관성이 있을 확률은 낮다는 입장을 보였다.

초인종 암호의 진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영화 <숨바꼭질>의 흥행과 더불어 이 괴담은 급속도로 퍼져 많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미스터리한 암호 흔적에 대한 공포감이 커지면서 불신의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이웃과의 관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괴담은 그 시대 사람들의 은밀한 공포와 억압된 욕망을 괴이하게 표출한 것이라는 데 공감한다. 그러나 어찌나 괴담들은 하나같이 괴담스러운지 그저 대중이 늘 괴담 자체를 고파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우리는 혹시 괴담이 품고 있는 일말의 리얼리티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이야기를 과장하고 변형시키는 것은 아닐까.

어쨌거나 범죄에 취약한 계층의 심리적 불안을 교묘하게 자극해 사람들 마음에 안착한 이번 ‘초인종 괴담’이 괴담으로서 진검승부를 하려면 아직 거쳐야 할 관문이 남았다. 일단 그런 장난을 누가 했는지 잡아야 한다. 현실 속에서 풀 수 있는 문제를 괴담으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 괴담이나 다름없는 억지를 이미 현실이라며 밀어붙이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아이러니지만, 세상이 삭막할수록 이야기는 꽃핀다.


이광호 기자 <khlee@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영화 <아저씨> 현실로…
어린이 눈 빼간 잔혹범

6세 남자 어린이를 납치해 두 눈을 빼가는 충격적인 범죄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인민일보> 인터넷판은 지난달 24일 오후 10시쯤 산시성 린펀시의 한 교외 들판에서 6세 남자 어린이가 두 눈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고 지난달 27일 보도했다.

발견 당시 피해 어린이는 마취약에 취해 정신을 잃은 상태였고 얼굴 전체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나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어린이는 괴한들에게 납치된 뒤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산시성 공안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 성 차원에서 전담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들은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잔혹 범죄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번 범행은 이식 수술용 각막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정상적인 장기 기증이 활성화되지 못해 환자들이 장기 이식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신장은 암거래 시장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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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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