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먹거리 이물질 잔혹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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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vs "넣었다"…과연 진실은?

[일요시사=경제1팀] '쥐식빵' '쥐머리 새우깡' '튀김가루 쥐 사체' '커터칼 참치캔'. 지난 5년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대형 식품 이물질 사건들이다. 이 중 이물질 유입 경로가 명확히 밝혀진 사건은 단 하나. '쥐식빵'뿐이다. 나머지는 제조업체의 실수인지, 소비과정의 문제인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개구리 분유' 사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와 제조업체의 말이 정반대여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분유에서 개구리 사체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 속에는 약 4cm가량의 개구리 사체가 분유 속에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자신을 6개월 된 딸을 둔 주부라고 밝힌 후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습니다. 이번엔 개구리네요"라며 "크기는 약 4cm에 달합니다. 말라비틀어진 모습이네요"라고 적었다.

이 사진은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됐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전남 목포에서 남양유업이 제조한 분유에서 길이 4.5cm의 죽은 개구리가 발견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양유업 적극대응
경찰에 수사의뢰

보도에 따르면 목포 상동에 사는 주부 양모씨는 6개월 된 딸에게 줄 분유를 타 먹이기 위해 분유통을 열었다가 반건조 상태의 개구리 사체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양씨는 "아프지만 말라고 아기한테 계속…. 제가 죄인 같고 계속…"이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뉴스데스크>는 분유 제조사의 상표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제조사 특유의 ‘왕관’모양의 로고가 수차례 노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제조사는 남양유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남양유업은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일단 제조공정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의 반박을 정리하면 이렇다.


남양유업 분유는 최소 0.4mm, 최대 4mm의 거름막 7개를 통과하기 때문에 4.5cm의 개구리는 통과할 수 없으며 분유 생산라인은 완전 무인 자동화 공정이어서 외부와 차단·밀폐돼 있어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특히 분유는 수분 5% 미만의 극히 건조한 상태로 분유 완제품에 생물이 혼입된다 하더라고 삼투압에 의해 2주의 시간동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이 경우 부서질 정도로 건조하게 된다. 제조과정 중 혼입됐다면 온전한 형체를 유지한 개구리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의 해명대로 제조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 가능성은 소비과정으로 넘어간다. 소비 단계 조사를 진행한 목포시 보건소는 신고자 거주지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신고자 양씨는 "지난 3일 지인으로부터 집들이 선물로 분유를 받았고, 13일 이를 개봉했으며 19일 개구리가 혼입된 사실을 발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제조업체(남양유업 세종공장)의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로 사건이 이첩됐다.



보건소 측은 "거주지 형태가 아파트여서 인근에 논이나 연못이 없어 개구리가 서식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며 "일단 소비 단계에서 특별한 혼입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제조업체 관할 지자체로 넘겼고 앞으로 제조단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가 사는 곳은 지역 여건상 개구리, 가재 등 생물이 많은 곳이어서 어린이들이 자주 채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어린이 중 한 명이 해당 분유 캔을 다 먹은 분유 캔으로 오인하고 죽은 개구리를 분유 통 안에 넣었을 가능성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또 "개구리가 발견됐다는 제품을 식약처에서 조사 중이다"며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개구리 분유'파문 일파만파
유입경로 밝혀지기 힘들어…미제로 남나


식약처 관계자도 "현재 분유제조공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곧 조사가 매듭 되면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맨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구멍 7개를 4.5cm에 달하는 개구리가 어떻게 통과해 혼입됐을까. 그게 아니라면 누가 멀쩡한 분유통에 개구리를 넣었을까.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010년 발생한 '이마트 튀김가루'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튀김가루 사건은 지난 2010년 5월 한 소비자가 이마트 시화점에서 구입한 튀김가루에 쥐 사체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 신고하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제품은 삼양밀맥스가 제조하고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한 제품이었다.

검찰과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해당 제품과 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유전자 감식 등 분석 작업을 벌였다. 발견된 쥐는 내장이 말라붙어 있어 위장에서 음식물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죽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나 건조된 상태로 튀김가루에 들어갔다는 잠정결론이 나왔다.

검찰과 식약청은 삼양밀맥스 제조과정을 살폈다. 삼양밀맥스는 제조 공정에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아 있는 쥐를 제조공정에 투입하기도 했다. 고온·고압의 과정을 거친 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이 결과에 따라 삼양밀맥스는 "제조 공정에서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의혹은 소비자의 자작극으로 옮겨졌고 보건당국은 당사자 거주지 일대의 쥐를 잡아 DNA 조사를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땅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검찰과 식약청은 유통과정에서 쥐가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삼양밀맥스 직원과 이마트 직원을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기 못했다.

결국 검찰은 삼양밀맥스와 이를 신고한 소비자 모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이마트와 삼양밀맥스는 생쥐 튀김가루를 제조·유통했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식약청이 조사과정에서 튀김가루에서 발견된 쥐와 같은 종류의 쥐 사체가 공장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도 밝혀 사실상 제조사의 문제점을 부각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튀김가루에서 죽은 쥐가 나온 것은 업체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는 식의 중간발표를 한 셈이다.

이후 삼양밀맥스는 몇 달간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고 검찰이 "삼양밀맥스의 잘못은 없다"고 발표를 했지만 식양청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2008년 3월에는 '쥐머리 새우깡' '지렁이 단팥빵' '커터칼 참치캔' 등 충격적인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유입경로 미스터리
사건 미궁 속으로

커터칼이 발견된 참치 캔은 동원F&B의 제품이었다. 문제의 커터칼 조각이 나온 곳은 창원 공장 내 참치 캔 제조 6개 라인 중 하나로, 2009년 7월 이 라인에서 생산돼 유통기한이 '2014년 6월29일'로 찍힌 통조림으로 모두 16만7000여개에 이른다고 공장 측은 설명했다.

식양청은 칼날 이물이 검출된 것과 관련, 컨베이어벨트 생산라인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혼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식양청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이 생산된 지난 2007년 7월4일에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가 끊어져 약 32분간 생산 작업이 정지됐으며, 이때 공장 관계자가 문제가 된 커터칼과 동일한 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제품에 사용되는 빈 캔의 입고검사 과정에서도 동일한 칼이 사용됐으며, 지난 2006년 11월에도 커터칼날 이물이 검출됐다는 소비자 불만 신고가 있었다고 식약청은 전했다.

식약청은 또 제조공정을 정밀 조사한 결과 금속성 이물을 걸러낼 수 있는 금속검출기 및 X-레이가 이물의 위치에 따라 이를 검색하지 못하는 기계적 결함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상관없이
천당·지옥 넘나들어

동원F&B는 이와 관련 회사 홈페이지 배너 안내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고객 숙여 사죄를 드린다"면서 "'우리가 만든 식품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산 철학을 바탕으로 제조과정 전반에 대해 더욱 철저한 확인과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온 국민의 간식으로 사랑받아온 장수 스낵 농심 '새우깡'은 '쥐우깡 파문'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 정든 새우깡을 손에서 놓았고 농심이 광고를 한 언론들에게까지 불씨가 번지면서 농심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졸지에 '생쥐깡'이라는 오명도 붙었고 지금까지도 식품 이물질 검출의 대명사로 불린다. 굴지의 식품업체 농심은 매출 감소와 이미지 실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농심 측은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고 문제가 된 제품과 같은 조건에서 생산된 노래방 새우깡 2만5719상자와 시중에 풀린 노래방 새우깡 6만 상자 등 8만5000상자를 수거해 소각했다. 종전 대비 매출의 50%를 회복하는데 정확히 106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쥐머리 새우깡'은 "제조과정에서는 쥐가 온전한 형태로 제품에 들어가기는 어렵다"라는 검찰과 식양청의 조사결과 발표만 있었을 뿐 정확한 유입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SPC는 '지렁이 단팥빵' 사건으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이 사건은 "단팥빵에 지렁이가 들었다"라고 제보한 김모씨가 광주 북부경찰서에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발생 50일 만에 종결됐다.


동원-커터칼, 삼립-지렁이
농심 '쥐'때문에 대망신

사건을 수사한 광주 북부경찰서는 국과수에 정밀조사를 의뢰, 국과수는 "발견 당시 지렁이가 빵 속에 들어 있던 게 아니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단팥빵이 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지는 데 반해 지렁이는 발견 당시 물기가 남아 있었고, 열을 받은 흔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렁이 단팥빵'이 발견된 곳 인근에서 지렁이가 다수 서식하는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결국 지렁이 단팥빵을 제보하고, 진술 번복을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한 김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경찰과 재판부는 속시원한 결론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 형사 4단독(장정희 판사)은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지렁이가 어떻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지 지금으로서는 밝힐 수 없다"며 물음표를 찍었다.

경찰과 삼립도 "제조 과정에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결론만 내렸을 뿐이다. 결국 김씨는 공갈협박에 대한 혐의만 적용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불과 50일이었지만 SPC가 입은 피해는 컸다. 빵을 제조한 삼립은 사건 발생 직후 생산을 중단하고 전국에 유통된 3만5000개의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가해졌다.

이를 교훈으로 삼은 SPC는 2년 뒤인 2010년 12월 발생한 '쥐식빵' 사건에서 신속한 대응에 나섰으나 피해는 여전했다. SPC는 사건 발생 직후 즉각 긴급상황팀을 구성하고 경찰 수사 의뢰, 식약청 신고, 기자회견을 모두 단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경찰 수사 결과 쥐식빵 사진 유포자는 경쟁업체인 뚜레쥬르(CJ푸드빌)의 가맹점주였음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실수' 인가
'고의' 인가

그러나 크리스마스 직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파리바게뜨 등 대형 체인점은 물론 동네 빵집들까지 성수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파리바게뜨 측은 전국 2600여 곳의 점포에 사건 이후 일주일동안 빵과 케이크 예약 주문을 취소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으며 소규모 자영업 형태의 동네 빵집들도 유탄을 맞았다. 미리 만들어놓은 케이크가 수백 개씩 창고에 쌓일 정도였다. 당시 대한제과협회는 "제과점들이 매출 감소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혐오감을 줄 만한 화면의 노출이나 '쥐식빵'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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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