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터졌다!" 먹거리 이물질 잔혹사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27 09: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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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왔다" vs "넣었다"…과연 진실은?

[일요시사=경제1팀] '쥐식빵' '쥐머리 새우깡' '튀김가루 쥐 사체' '커터칼 참치캔'. 지난 5년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대형 식품 이물질 사건들이다. 이 중 이물질 유입 경로가 명확히 밝혀진 사건은 단 하나. '쥐식빵'뿐이다. 나머지는 제조업체의 실수인지, 소비과정의 문제인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발생한 '개구리 분유' 사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와 제조업체의 말이 정반대여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분유에서 개구리 사체 발견'이라는 제목으로 한 장의 사진이 게재됐다. 사진 속에는 약 4cm가량의 개구리 사체가 분유 속에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게시물을 올린 이는 자신을 6개월 된 딸을 둔 주부라고 밝힌 후 "분유에서 이물질이 발견됐습니다. 이번엔 개구리네요"라며 "크기는 약 4cm에 달합니다. 말라비틀어진 모습이네요"라고 적었다.

이 사진은 지난 20일 MBC <뉴스데스크>에 보도됐다. 이날 <뉴스데스크>는 전남 목포에서 남양유업이 제조한 분유에서 길이 4.5cm의 죽은 개구리가 발견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남양유업 적극대응
경찰에 수사의뢰

보도에 따르면 목포 상동에 사는 주부 양모씨는 6개월 된 딸에게 줄 분유를 타 먹이기 위해 분유통을 열었다가 반건조 상태의 개구리 사체를 발견하고 신고했다. 양씨는 "아프지만 말라고 아기한테 계속…. 제가 죄인 같고 계속…"이라며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뉴스데스크>는 분유 제조사의 상표를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제조사 특유의 ‘왕관’모양의 로고가 수차례 노출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제조사는 남양유업인 것으로 밝혀졌다.

논란이 커지자 남양유업은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일단 제조공정에서는 문제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양유업의 반박을 정리하면 이렇다.


남양유업 분유는 최소 0.4mm, 최대 4mm의 거름막 7개를 통과하기 때문에 4.5cm의 개구리는 통과할 수 없으며 분유 생산라인은 완전 무인 자동화 공정이어서 외부와 차단·밀폐돼 있어 이물질이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남양유업은 "특히 분유는 수분 5% 미만의 극히 건조한 상태로 분유 완제품에 생물이 혼입된다 하더라고 삼투압에 의해 2주의 시간동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가 된다"며 "이 경우 부서질 정도로 건조하게 된다. 제조과정 중 혼입됐다면 온전한 형체를 유지한 개구리를 발견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의 해명대로 제조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다음 가능성은 소비과정으로 넘어간다. 소비 단계 조사를 진행한 목포시 보건소는 신고자 거주지 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 신고자 양씨는 "지난 3일 지인으로부터 집들이 선물로 분유를 받았고, 13일 이를 개봉했으며 19일 개구리가 혼입된 사실을 발견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고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없었고 이에 따라 제조업체(남양유업 세종공장)의 관할 지자체인 세종시로 사건이 이첩됐다.



보건소 측은 "거주지 형태가 아파트여서 인근에 논이나 연못이 없어 개구리가 서식할 만한 환경이 아니었다"며 "일단 소비 단계에서 특별한 혼입 정황이 포착되지 않아 제조업체 관할 지자체로 넘겼고 앞으로 제조단계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양유업 측은 "피해를 주장하는 소비자가 사는 곳은 지역 여건상 개구리, 가재 등 생물이 많은 곳이어서 어린이들이 자주 채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어린이 중 한 명이 해당 분유 캔을 다 먹은 분유 캔으로 오인하고 죽은 개구리를 분유 통 안에 넣었을 가능성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남양유업은 또 "개구리가 발견됐다는 제품을 식약처에서 조사 중이다"며 "정확한 원인규명을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남양유업 '개구리 분유'파문 일파만파
유입경로 밝혀지기 힘들어…미제로 남나


식약처 관계자도 "현재 분유제조공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며, 곧 조사가 매듭 되면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맨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작은 구멍 7개를 4.5cm에 달하는 개구리가 어떻게 통과해 혼입됐을까. 그게 아니라면 누가 멀쩡한 분유통에 개구리를 넣었을까. 사건이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2010년 발생한 '이마트 튀김가루'가 재현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마트 튀김가루 사건은 지난 2010년 5월 한 소비자가 이마트 시화점에서 구입한 튀김가루에 쥐 사체로 보이는 이물질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 신고하면서 논란이 됐다. 해당 제품은 삼양밀맥스가 제조하고 이마트가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판매한 제품이었다.

검찰과 식약처(당시 식약청)는 해당 제품과 쥐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유전자 감식 등 분석 작업을 벌였다. 발견된 쥐는 내장이 말라붙어 있어 위장에서 음식물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 죽은 뒤 오랜 시간이 지나 건조된 상태로 튀김가루에 들어갔다는 잠정결론이 나왔다.

검찰과 식약청은 삼양밀맥스 제조과정을 살폈다. 삼양밀맥스는 제조 공정에 문제가 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살아 있는 쥐를 제조공정에 투입하기도 했다. 고온·고압의 과정을 거친 쥐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이 결과에 따라 삼양밀맥스는 "제조 공정에서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자연스레 의혹은 소비자의 자작극으로 옮겨졌고 보건당국은 당사자 거주지 일대의 쥐를 잡아 DNA 조사를 벌이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땅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 이에 검찰과 식약청은 유통과정에서 쥐가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삼양밀맥스 직원과 이마트 직원을 불러 조사했지만 혐의점을 찾기 못했다.

결국 검찰은 삼양밀맥스와 이를 신고한 소비자 모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해 무혐의 처리했다. 이에 이마트와 삼양밀맥스는 생쥐 튀김가루를 제조·유통했다는 혐의는 벗었지만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식약청이 조사과정에서 튀김가루에서 발견된 쥐와 같은 종류의 쥐 사체가 공장 주변에서 발견됐다는 사실도 밝혀 사실상 제조사의 문제점을 부각해 설명했기 때문이다. '튀김가루에서 죽은 쥐가 나온 것은 업체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는 식의 중간발표를 한 셈이다.

이후 삼양밀맥스는 몇 달간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졌고 검찰이 "삼양밀맥스의 잘못은 없다"고 발표를 했지만 식양청에선 아무 반응이 없었다.

2008년 3월에는 '쥐머리 새우깡' '지렁이 단팥빵' '커터칼 참치캔' 등 충격적인 사건이 3건이나 발생했다.

유입경로 미스터리
사건 미궁 속으로

커터칼이 발견된 참치 캔은 동원F&B의 제품이었다. 문제의 커터칼 조각이 나온 곳은 창원 공장 내 참치 캔 제조 6개 라인 중 하나로, 2009년 7월 이 라인에서 생산돼 유통기한이 '2014년 6월29일'로 찍힌 통조림으로 모두 16만7000여개에 이른다고 공장 측은 설명했다.

식양청은 칼날 이물이 검출된 것과 관련, 컨베이어벨트 생산라인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혼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식양청에 따르면 문제의 제품이 생산된 지난 2007년 7월4일에 생산라인의 컨베이어벨트가 끊어져 약 32분간 생산 작업이 정지됐으며, 이때 공장 관계자가 문제가 된 커터칼과 동일한 칼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제품에 사용되는 빈 캔의 입고검사 과정에서도 동일한 칼이 사용됐으며, 지난 2006년 11월에도 커터칼날 이물이 검출됐다는 소비자 불만 신고가 있었다고 식약청은 전했다.

식약청은 또 제조공정을 정밀 조사한 결과 금속성 이물을 걸러낼 수 있는 금속검출기 및 X-레이가 이물의 위치에 따라 이를 검색하지 못하는 기계적 결함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조사결과 상관없이
천당·지옥 넘나들어

동원F&B는 이와 관련 회사 홈페이지 배너 안내문을 통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 번 고객 숙여 사죄를 드린다"면서 "'우리가 만든 식품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생산 철학을 바탕으로 제조과정 전반에 대해 더욱 철저한 확인과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온 국민의 간식으로 사랑받아온 장수 스낵 농심 '새우깡'은 '쥐우깡 파문'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소비자들은 오랜 시간 정든 새우깡을 손에서 놓았고 농심이 광고를 한 언론들에게까지 불씨가 번지면서 농심은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빠졌다. 졸지에 '생쥐깡'이라는 오명도 붙었고 지금까지도 식품 이물질 검출의 대명사로 불린다. 굴지의 식품업체 농심은 매출 감소와 이미지 실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농심 측은 해당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고 문제가 된 제품과 같은 조건에서 생산된 노래방 새우깡 2만5719상자와 시중에 풀린 노래방 새우깡 6만 상자 등 8만5000상자를 수거해 소각했다. 종전 대비 매출의 50%를 회복하는데 정확히 106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쥐머리 새우깡'은 "제조과정에서는 쥐가 온전한 형태로 제품에 들어가기는 어렵다"라는 검찰과 식양청의 조사결과 발표만 있었을 뿐 정확한 유입 경로는 파악되지 않았다.

SPC는 '지렁이 단팥빵' 사건으로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다. 이 사건은 "단팥빵에 지렁이가 들었다"라고 제보한 김모씨가 광주 북부경찰서에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되면서 발생 50일 만에 종결됐다.


동원-커터칼, 삼립-지렁이
농심 '쥐'때문에 대망신

사건을 수사한 광주 북부경찰서는 국과수에 정밀조사를 의뢰, 국과수는 "발견 당시 지렁이가 빵 속에 들어 있던 게 아니다"라는 소견을 밝혔다. 단팥빵이 200도가 넘는 고온에서 구워지는 데 반해 지렁이는 발견 당시 물기가 남아 있었고, 열을 받은 흔적도 없다는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지렁이 단팥빵'이 발견된 곳 인근에서 지렁이가 다수 서식하는 것도 확인됐다. 경찰은 결국 지렁이 단팥빵을 제보하고, 진술 번복을 조건으로 5000만원을 요구한 김씨를 구속했다. 

그러나 경찰과 재판부는 속시원한 결론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광주지법 형사 4단독(장정희 판사)은 공갈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지렁이가 어떻게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는지 지금으로서는 밝힐 수 없다"며 물음표를 찍었다.

경찰과 삼립도 "제조 과정에서 들어갈 수는 없다"는 결론만 내렸을 뿐이다. 결국 김씨는 공갈협박에 대한 혐의만 적용되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불과 50일이었지만 SPC가 입은 피해는 컸다. 빵을 제조한 삼립은 사건 발생 직후 생산을 중단하고 전국에 유통된 3만5000개의 제품을 전량 회수했다. 기업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가해졌다.

이를 교훈으로 삼은 SPC는 2년 뒤인 2010년 12월 발생한 '쥐식빵' 사건에서 신속한 대응에 나섰으나 피해는 여전했다. SPC는 사건 발생 직후 즉각 긴급상황팀을 구성하고 경찰 수사 의뢰, 식약청 신고, 기자회견을 모두 단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해치웠다. 경찰 수사 결과 쥐식빵 사진 유포자는 경쟁업체인 뚜레쥬르(CJ푸드빌)의 가맹점주였음이 확인되면서 사건은 종결됐다.

'실수' 인가
'고의' 인가

그러나 크리스마스 직전에 발생한 이 사건으로 파리바게뜨 등 대형 체인점은 물론 동네 빵집들까지 성수기 매출에 큰 타격을 입었다. 파리바게뜨 측은 전국 2600여 곳의 점포에 사건 이후 일주일동안 빵과 케이크 예약 주문을 취소해달라는 전화가 빗발쳤으며 소규모 자영업 형태의 동네 빵집들도 유탄을 맞았다. 미리 만들어놓은 케이크가 수백 개씩 창고에 쌓일 정도였다. 당시 대한제과협회는 "제과점들이 매출 감소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혐오감을 줄 만한 화면의 노출이나 '쥐식빵'이라는 용어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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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