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생명 '13억 사기' 전말

  • 한종해 han1028@ilyosisa.co.kr
  • 등록 2013.08.13 10: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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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돈 빼돌린 보험왕의 두 얼굴

[일요시사=경제1팀] ING생명 설계사의 두 얼굴이 드러났다. 한쪽에서는 우수 보험설계사로, 한쪽에서는 '사기꾼'으로 활동했다. ING생명은 설계사 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급작스러운 우선협상대상자 변경으로 매각 작업은 원점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결국 ING생명 고객들만 '피'를 보는 셈이다.



ING생명에서 우수 보험설계사가 사기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적발됐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높은 수익금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15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12억6700만원을 편취한 혐의(특가법상 사기)로 문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문씨는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10여 년간 ING생명에서 보험설계사로 근무하며 11회에 걸쳐 '우수 보험설계사'로 선정될 정도로 '잘 나가는' 설계사였다.

타이틀 믿고 투자

경찰에 따르면 그의 주 활동무대는 남대문시장. 여기서 그는 매달 고수익의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나 가입자가 원할 시 불입금액 전액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이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투자자들의 의심을 잠재우기 위해 투자금액의 3%를 수익금으로 매달 지급했고 '현금보관증'도 써줬다. 또한 평소 돈 많고 한 가닥씩 한다는 대학동문들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매달 고수익의 고정수당을 지급하는 보험 상품이나 가입자가 원하면 불입금액 전액을 돌려주는 보험 상품은 없다. 투자자들은 우수 보험설계자 11번·보험왕 등 문씨가 내세운 타이틀을 그대로 믿은 셈이다.

문씨는 이런 식으로 모은 돈을 가지고 보험 상품이 아닌 개인주식투자에 사용했다. 일례로 A씨는 문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950만원을 투자하면 한 달 뒤 2000만원을 주겠다"고 말해 6750만원을 투자했다가 피해자 신분이 됐고 부인 소개로 만난 남대문시장 아동복 디자이너도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뜯겼다. 문씨는 이러한 수법으로 15명에게 총 12억67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문씨는 ING생명의 우수설계사 클럽인 라이온(Lion)의 멤버다. 라이온은 단순히 소득이 높다고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2년 이상의 보험설계사 가운데 일정 보유 계약 건수, 보유 고객 수, 보험료, 유지율 등의 조건을 모두 만족한 상위 8% 이내 설계사만이 라이온 클럽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문제는 문씨가 사기 등 전과 6범이라는 점이다. 이에 ING생명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과자가 어떻게 11번이나 '우수 보험설계사'로 선정되고 라이온 클럽 멤버에 들 수 있었냐는 얘기다.

이와 관련 ING생명 관계자는 "해당 설계사가 전과 6범인 사실은 채용과정에서 알 수 없다. 보험업법에 따라 (문씨를) 채용한 것"이라며 "'우수 보험설계사'와 '라이온클럽 멤버' 선정은 회사 내부 규정에 따라 진행됐을 뿐이며 (문씨는) 지난 2월 경 회사를 나간 상태"라고 설명했다.

사실 ING생명은 보험설계사들의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데다 이마저도 난항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ING그룹은 지난 2008년 네덜란드 중앙은행으로부터 100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받는 조건으로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을 올 해까지 50% 초과, 2016년까지 100%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당초 ING그룹은 ING생명 매각과 관련해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했었다. 그러나 최근 입장을 바꿔 배타적 협상권까지 부여하면서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보고펀드 컨소시엄이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이유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고수익 미끼로 15명 보험금 들고 줄행랑
전과 6범이 어떻게…11차례 우수설계사?

칼자루는 MBK파트너스로 넘어갔지만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ING생명 노동조합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금융감독당국도 사모펀드의 '먹튀'행태를 주목하고 있는 시점이어서 MBK의 인수 가능성을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협상대상자 자리를 눈앞에서 뺏긴 보고펀드 컨소시엄도 ING생명 인수 의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과 우선협상대상자를 놓고 경쟁했던 한화생명도 ING생명 매각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ING생명 인수전이 안갯 속을 걷고 있는 가운데 피해를 보는 것은 고객들이다.

ING생명은 지난해 금융사고가 5건(8억400만원)이 발생해 최대 사고 보험사라는 불명예 타이틀을 차지했다. 또한 지난 1분기 계약 10만건 당 12.4건의 민원이 발생해 같은 외국계인 PCA생명(12.5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민원이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ING생명은 '금융회사 민원발생 평가등급'에서 4년 연속 최하 평가등급을 벗어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의 민원발생 평가등급은 1∼5등급으로 구분되며 5등급이 최하 평가 등급이다.

이에 현재 ING생명 보험에 가입한 계약자들은 계약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불안해하는 것은 물론, 미가입 고객들도 ING생명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속 설계사들과 임직원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기존 고객들의 ING매각 관련 문의가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이고, 그마저도 상황이 너무 자주 바뀌어 고객들의 신뢰도는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임직원들은 모두 이직 문제를 두고 혼란을 겪고 있다.

관리·감독 허술

ING생명 한 직원은 "한국 ING 자체의 문제가 아닌 그룹 사정으로 매각이 진행되는 상황이라 내부 직원들은 갈팡질팡하고 있다"며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했고 임직원들도 대거 이직해 업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10년을 넘게 ING생명에서 영업을 이어온 한 설계사는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노조가 파업을 진행하는 기간 동안 고객들의 신뢰도와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신규 고객 유치에 큰 어려움이 있다"며 "어찌됐든 매각 작업이 빨리 마무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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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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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